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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고티에 다비드.마리 꼬드리 지음, 이경혜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18년 12월
평점 :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기억해.
기다려. 내가 갈게. 너에게 갈게
- 본문 중에서
2018년 연말, 나에게 날아든 책 한권.
아, 이렇게 곱게 쌓인 모습이라니.
보기만해도 소중한 친구의 편지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조심조심 포장을 풀어보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들어있었다.
소개글을 읽은 후부터 하루라도 빨리 읽고싶어
예약까지 걸어두었던 책.
모래알출판사. 그리고 키다리출판사.
아직은 아주 작은 출판사다.
하지만 올해 이 출판사에서 꽤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고,
어쩌다보니 나는 거의 다 읽었고-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이지 단연 최고의 책이다.
아니, 올해에 읽은 그림책 베스트5 안에도 넣을 수 있다.
2018년 연말,
이 책을 만날 수 있게 됨이 얼마나 감사한지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두고두고 이 책을 간직하리라 생각했다.
아이가 많이 자라, 그림책을 처분할 때에도-
이 책을 포함한 몇권은 그대로 두리라, 생각했다.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편지로 이어진다.
곰은 북쪽에 살기에,
사랑하는 새는 도저히 겨울을 보낼 수 없어
신이 살던 남쪽으로 가고..
곰은 매년겨울마다 새와 이별하며 산다.
겨우내내 새를 만날 수 없음이 힘이 든 곰은
그리움을 꾹꾹 눌러담은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면 쓸수록 보고싶은 마음은 점점 커지고
결국 곰은, 새를 만나기 위해 세상의 반대편으로 간다.
겨우겨우 새를 찾아갔으나,
새도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추운 북쪽으로 갔다고.
결국 다시 새를 만나기 위해 북쪽으로 돌아가면서도
곰은 하루하루의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남긴다.
스토리자체가 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편지를 읽어내리며 나는 순간순간 울컥했다.
분명 아이에게, 아이의 책을 읽어주는 것인데
자꾸만 눈물이 먼저 나려고 했다.
결국 어느날 밤, 나는 혼자서 이 책을 읽다가 엉엉 울어버렸다.
너한테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쁘다고,
그러면 힘든 것도 잊고 용기가 생긴다는 곰.
어쩌면 이 말은 사랑한다는 말을 길게 풀어놓은 말 그 자체다.
나의 새에게, 너의 곰이.
그 호칭도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나는 언제 누군가에게 "너의 곰"이 되어주었을까.
아이를 낳기전까지 나는, 얼마나 못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던가.
나는 나를 "나의 새"로 사랑해준 사람들 마음을 몰랐다.
한번도 "너의 곰"의 마음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문득, 유명한 시 한줄이 떠오른다.
연탄재를 함부러 차지 말라던,
너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웠냐묻던.
그래, 어쩌면 나는 연탄재보다 못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걷는 것에만 급급해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의 마음도 몰라주는, 그런 사람.
아이를 낳고서야 주는 사랑을 배웠다.
아이를 낳고서야 겨우 곰의 마음이 되어보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더 가슴에 남는 것 같다.
부디, 내 아이는 나처럼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지않기를.
열심히 산다는 말로써 스스로를 가두지 않기를..
늘 사랑하며, 소중한 감정들을 함부러 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책의 단점 : 종종 어려운 단어들이 있다.
어른들에게는 괜찮으나, 아이는 어려울지도.
책의 장점 : 책 자체가 너무 아름답다.
편지글 전체를 필사하고 싶을만큼
스토리도 아름답고, 일러스트도 아름답다.
책의 활용 : 조금 큰 아이들이라면
책에서처럼 편지를 써보게 하는 것도 좋고,
페이지에서의 감정선을 표현해봄도 좋겠다.
(아이들에게 남의 감정을 찾아보게 하는
감정카드등을 활용하면 이해력이 깊어진다고 한다.
좀 큰아이들은 단어로,
아기곰처럼 어린아이들은 표정카드가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