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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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인 순응이 무섭습니다. 저는 치열하게 삽니다. (p.193)

 

셰익스피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오늘날과 많이 달라졌을까요? 운명의 진보는 위대한 사람들에게 달려있는가요? 사람들의 처지는 파라오 시대보다 지금 더 나아졌나요? (p.147)

 

그리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아무도 구름이 오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위에 검고 부어오른 게 있었죠. 그리고 그것은 세상 모든 사람이 우는 것처럼 쏟아집니다. 눈물처럼요. (p.137) 

 

삶이란 흘러가 버리고 마는 것 같지만, 그런데도 무언가를 향해 매듭짓기 위해 나아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화 중에도 자기만의 독백으로 빠져들었던 인문들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면 그들이 연결한 희미한 선이 보이고, 옅은 행복과 희망의 기운마저 감지할 수 있는 것처럼요. (p.186)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처음 읽었을 때 감히 그녀가 가졌던 생각이나 아픔과 절망을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녀와는 별개로 나는 나만의 깊은 절망을 느꼈다. 그때만 해도 무척이나 강렬히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기에 먹을 걱정 없이 글을 쓸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하리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손톱을 물어뜯게 했던 것 같다. 한참이나 지나 그 책을 다시 읽었을 때야 버지니아가 촘촘히 기록해간 문장들에 대해 감탄했다. 내가 좀 나아졌기 때문인지 어른이 된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비로소 이해했던 것 같다. 

 

다시 시간이 한참 흘러,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이라는 책으로 그녀를 다시 만났다. 손끝에 감성이 묻어나올 것 같은 표지 색과 쓸쓸해 보이는 버지니아, 문장의 기억이라는 감각적인 제목에 매료되어 당장에 책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호기롭게 펼쳐 든 것과는 달리 나는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을 빠르게 읽지 못했다. 책이 어려웠냐고? 천만에.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이 많아 적어가며 읽느라 오래 걸렸다. 만약 나처럼 사심을 담아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은 금방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다. 그렇지만 부디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은 느리게 읽으시면 좋겠다. 그녀의 문장을 한 줄 한 줄 읽어보고, 역자가 살을 붙여준 내용들을 천천히 음미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을 읽으며 앞으로는 단순히 필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옮겨적은 이유를 짧게라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원래도 문장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에 대한 나의 감상을 기록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니, 좋아하는 문장을 만나고 읽고 소화하며 기록된 과정들은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나아가 타인에게도 그 감동을 전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버지니아의 문장보다 역자의 문장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온전한 이해가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 “어떻게 살 것인가”, “초월적인 존재를 사랑하게 되다” 등에 담긴 내용이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에 담긴 문장들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특히 버지니아가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일순간 표면으로 떠오른 조각들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랐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읽는데 울컥하는 마음이 들 만큼 공감이 일었다. 그 문장은 나에게 “찢기고 부서져도 소중한 나의 순간들”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센텐스에서 다음 「문장의 기억」에서 누구의 문장을 전해줄지 무척 기대된다. 바쁘고 버거웠던 1월이었지만,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은 나의 깊은 저 어딘가까지 위로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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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
홋타 슈고 지음, 정지영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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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나의 행동 패턴이 모든 행동 패턴으로 전파된다. 예를 들어 정보가 너무 많아지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어떤 일을 할 때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인터넷 검색을 먼저 하려고 한다. 

일을 시작할 때나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검색부터 하지 않는가? 혹은 무심코 일을 미루거나 중간에 관두지 않는가? 그럴 때는 용기를 북돋우는 매직 워드를 말해보자. 나는 “뒤로 미루는 건 바보다 하는 직이야”라는 매직 워드를 자주 사용한다. 졸리고, 피곤하고, 내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뒤로 미루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라고 소리 내 말하고, 해야 할 일에 착수한다. 짧든 길든 상관없으니 자기만의 매직 워드를 몇 개 준비해보자. (p.78) 

 

 

요즘 가장 유행하는 것은 단연 “숏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야 하니 강력한 느낌이 들기도 하나, 어쩌면 현대인의 집중력이 딱 그 정도 시간이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끄는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슬프지만, 최근 가장 몰입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생각해보면 대답하지 못할 사람이 꽤 많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는 이런 우리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오늘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짧은 인생을 얼마나 더 가치 있게 살 것인지 말이다. 최근 읽었던 몇몇 책들에서 집중력이나 오늘을 도둑맞았다고 표현한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 역시 우가 놓치고 사는 중요한 것들에 대해 짚어준다. 오늘은 왜 소중한 것에 집중하지 못했는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최고의 하루를 만드는 방법,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 등 읽어볼 만한 이야기들이 꽤 다양하게 들어있었다. 

 

특히 최고의 하루를 만드는 5단계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시간을 관리하고, 이것을 보다 명확하게 사용하는 법을 무척 상세히 기록하고 있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했다. 사실 나는 바보 같으리만큼 한 가지에 빠지면 그것만 파는 성격이라 '집중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던 것 같아 이 책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에서 내가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조건”이었다. 책의 가장 뒤 페이지, 몇 장도 채 되지 않는 분량이었지만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해 확신을 하고 무엇인가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만약 스스로의 하루를 자신이 설계하지 못하고 대충 살아가며 답답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쯤 만나보기를 권해드린다. 『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를 통해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알차고 계획적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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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23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독서중인 도서인데 서평이 올라와서 읽어 보앗어요. 잘 요약하셨네요.

renai_jin 2024-01-23 23: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
급 추워진 날씨입니다. 감기조심하세요 ^^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 - ㄱㄴㄷ으로 만든 로맨스 그림책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5
이루리 지음, 유자 그림 / 북극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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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감성과 개성 가득한 출판사 북극곰 알지?

ㄴ 누구나 한번 보면 빠지는 그림책이야. 그 출판사에서 

ㄷ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가 출간되었는데, 글쎄

ㄹ 라면 갖고 싸우는 애들이 나온대

ㅁ 말도 안 된다고? 못 믿겠으면 너도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

ㅂ 보면 되잖아. 

ㅅ 상상력을 말도 안 되게 자극하고 

ㅇ 일러스트도 정말 재미있어. 

ㅈ 재미도 정말 대단하지만

ㅊ 초성 그림책을 읽다 보니 한글의 우수함과 

ㅋ 코리아의 대단함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더라.

ㅌ 태극기를 온 몸에 두르고 뛰어다니고 싶을만큼 뿌듯해지는 그림책! 

ㅍ 푸하하 웃고 즐기기만 했는데 나도 모르게 

ㅎ 한글의 매력에 풍덩 빠지는 그림책,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 읽지 않고 못 배길걸?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님, 이루리 작가님. 우리 아이는 영광스럽게도 우리 작가님을 두 번 만났는데, 처음에 먼발치에서 작가님을 뵙고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녀석이 “북극곰 그림이랑 닮았어”라고 표현했고, 두 번째는 “너무 떨려서 어떻게 그런 멋진 그림책을 쓰시는지 말도 못 했어!”라고 아쉬워했다. 그런 아이가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를 읽었을 때의 반응? 말해 뭐해. 자기도 이루리 작가님처럼 멋진 글을 쓰고 싶다고 난리가 났지. 아이와 ㄱ~ㅎ을 써놓고 이런저런 문장을 조합해보고 이야기를 만들며 아이가 한 말은 “어라, 나도 꽤 그림책 작가님 같은데?”였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우리 아이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아마 초성으로 이런저런 문장 만들기를 하다 보면 모든 집에서 작가탄생을 맛볼 수 있다. 한글은 원래 그렇게 멋진 거니까.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 언어의 연금술사니까.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는 일단 유자 작가님의 익살넘치는 일러스트가 너무 매력적이다. 젓가락 위에 앉은 고릴라와 너구리라니. 더욱이 그 자세라니! 그저 일러스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피식, 나온다. 그뿐인가. 라면 위에 고명으로 뿌려진 한글, 감정의 변화까지. 일러스트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재미가 정말 엄청나다. 아직 글씨를 읽지 못하는 꼬꼬마들이라도 이 책을 충분히 사랑할 수 있게 만들 만큼, 풍부한 감정을 느끼는 일러스트다. 

 

일러스트의 매력에서 신나게 헤엄치다 보면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의 두 번째 매력을 절로 느끼게 된다. 초성을 맞추어 이렇게 재미있는 문장을 만든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거야? 이렇게 짧은 문장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이루리 작가님의 재치에 또 한 번 반하게 된다. 가장 어려운 글은, 가장 짧은 글이라는 말을 다시 깨닫는다. 

 

사실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의 진짜 매력은 책을 다 읽은 후 시작된다. 모든 집에서 그림책 작가님이 탄생하는 세상, 얼마나 멋진가! 아이들과 초성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보다 보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절로 깨닫게 되기도 한다. 우리집에서는 원래도 초성 퀴즈를 즐겨왔는데, 초성 놀이를 하다 보면 어휘력이 발달하고 상상력과 창의력도 커진다. 그래서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를 아이와 읽으신다면 꼭 초성 놀이를 해보길 추천해 드린다. 꼬꼬마라면 단어 만들기, 꼬마부터는 문장 만들기 놀이를 하다 보면 우리 칩처럼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리아이의 기발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터. 북극곰 블로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독후활동지로 초성 카드를 만들어 놀이를 해보는 것도 추천해 드린다. 특히 한글을 배우는 중인 아이들이라면, 이 독후활동지로 한글 놀이까지 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 같은 그림책을 만나면 그림책이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할 친구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어 마음이 힘든 날에도, 버스정류장의 초성으로 말놀이를 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주길 바라며, 전국이 초성 놀이하는 날까지~ 『돌아온 고릴라와 너구리』야, 활약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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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단단한 아이의 비밀 정서 지능 - 공부보다 중요한 정서 교육의 힘 바른 교육 시리즈 36
레이첼 카츠.헬렌 슈웨 하다니 지음, 정윤희 옮김 / 서사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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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내가 지금 경험하는 신체적 감각은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연결되어 있는가?

 

지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집중해서 질문하면, 현재 순간에 더 충실할 수 있다. 그러면 생각과 감정이 얼마나 빨리 왔다가 사라지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 불안,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유발하는 생각의 고리에 갇히면, 그 생각과 감정이 계속 맴돌아 당신을 불안하게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p.191)

 

 

내가 서사원 출판사의 책을 덮어놓고 좋아하게 된 것은 「바른 교육 시리즈」의 첫 권이었던 「누리보듬 홈스쿨」을 읽고 나서였다. 물론 그 이전의 책들도 분명 즐겨 읽었지만 “이 출판사의 육아서는 아이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었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36번째 「바른 교육 시리즈」, 『영혼이 단단한 아이의 비밀, 정서 지능』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내가 읽은 20번째 「바른 교육 시리즈」(아들, 고학년, 입시 등을 제외하고 읽었더니 딱 20권 읽었더라)였는데, 나를 또 한 번 생각하고 고민하게 했다. 미리 말하자면, 『영혼이 단단한 아이의 비밀, 정서 지능』 술술 읽히는 육아서는 아니다. 그러나 엄청난 지혜와 통찰, 다양한 예시와 방향을 담고 있는 책이니 꼭 한번 만나보길 추천해 드린다. 

 

 『영혼이 단단한 아이의 비밀, 정서 지능』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장에서는 사회성과 정서 지능의 발달을 풀이하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제시된다. 아이의 마음, 의사소통, 언어, 실행기능 등의 발달과정을 살피고, 이러한 기능들이 가족의 역할이나 배경 등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장에서는 MIND 체계라는 육아지침을 풀이해준다. 이는 아이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을 측정하고 관찰하는 실용법으로, 우리에게 다소 낯선 언어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성과 정서적 안정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교육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 내가 『영혼이 단단한 아이의 비밀, 정서 지능』가 쉬운 책이 아니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 이런 점에서였는데, 대부분의 육아서가 부모의 마인드를 보듬는 형태라면, 이 책은 기능적인 측면, 발전적인 방향을 목적으로 두기 때문에 다소 학술서의 느낌이 들었기 때문. 하지만 이 안에 담긴 여러 문장은 분명 “엄마로서의 현주소”를 생각해보게 하고, 조금 더 나은 모습이 되도록 끌어줌이 분명하다. 그 가운데 가끔 만날 수 있는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는 응원과 격려도 만날 수 있어 힘을 얻는 책이기도 했다. 

 

『영혼이 단단한 아이의 비밀, 정서 지능』의 앞부분에서 감명 깊었던 것은 아이의 정서발달을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한 점이었다. 그저 낳기만 한다고 부모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매일 성장해야 함을 우리는 매번 잊곤 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을 기억하고 마음에 깊이 새기게 되더라. 나의 실행능력이나 가족의 분위기, 가족관이나 양육유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읽으며, 우리 아이를 위해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영혼이 단단한 아이의 비밀, 정서 지능』의 뒷부분에는 MIND 체계를 자세히 풀어낸다. 사실 처음에는 용어가 낯설다고 느꼈는데, 내용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친밀함을 느꼈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를 존중하고, 사회성 등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요즈음의 우리 사회가 무척이나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에 대한 대처능력, 요즘 아이들에게 점점 사라지는 사회적 대처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아이의 행동에 대응할 시점이나 순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 무척 뜻깊었다. 그중에서 가장 도움을 받은 것은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역량을 가지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큰 도움을 얻었다. 

 

영혼이 단단한 아이. 무엇이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아이. 정서가 똑똑한 아이. 생각해보면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상처가 많은 요즈음의 사회에서, 우리 아이가 '잘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면, 『영혼이 단단한 아이의 비밀, 정서 지능』만큼 필요한 책이 또 어디 있나 싶어진다. 한참 육아에 느슨해질 무렵, 이토록 견고한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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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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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때 만화책 나쁘다고 뺏고 못 보게 했던 김00 선생님! 

제 코난 빼앗아가셨던 김00 선생님, 저 좀 봐요. 제가 30년 만에 진짜 각잡고 따질게요. 물론, 진즉부터 만화책의 장점을 여러 개 알고 있었어요. 일단 재미있는 거! 솔직히 어른도 재미있잖아요? (제 동생은 지금도 저보고 그런(?) 책들 말고 만화책 리뷰하래요.) 두 번째는 그림책에서 문고본으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거, 세번째는 예쁜 일러스트로 어쩌고저쩌고~ 네 번째는 지식을 쉽게 습득하게 하고~ 어쩌고저쩌고 아무튼! 만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감동의 포인트가 있어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그러면 속는 셈 치고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 한 번만 읽어보세요. 저 정말 울고, 웃고 골고루 했단 말입니다!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가 도대체 뭐길래, 30년 만에 만화책의 장점을 각잡고 따질 수 있을 것 같은지 찬찬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는 「올해의 미숙」을 그리신 정원 작가님의 신간으로, 2021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2023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양성 만화 선정 등 이미 여러 검증을 거친 알찬 만화책으로 김소영 작가와 오은 시인도 강력추천한 만화책입니다. 사실 저는 꼰대(?)라 누가 추천했다고 해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편인데, 정말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는 보는 내내 울고 웃으며 “그래 이러니 추천하지”하는 소리만 수십 번 내뱉을 정도로 찡하고, 웃기고 골고루 다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의 소제목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소중하다는 겁니다. 사실 제목만 볼 때는 짜장라면, 급식, 떡볶이 등 참으로 소박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것 같아 저도 커피에, 레몬 사탕에 소중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마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사람은, 소소한 소중함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별 얘기 아니네, 하는 생각으로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를 읽으면 네, 정말 별 얘기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도 그렇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하다못해 떡볶이 하나를 먹어도 “그냥 떡볶이”라고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만, “사랑하는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며 나눠 먹은 떡볶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무척이나 특별한 것 아닐까요? 이 책에는 그런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예민해져서 친구에게 함부로 굴었던 바보스러운 내 모습, 어렵지만 용기 내 하는 사과,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구름을 선물 받은 이야기 등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평생 잊히지 않을 소중한 추억이 가득합니다.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를 아이와 함께 본다면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처럼 열한 살의 아이라면 찰떡, 그보다 더 어리거나 더 컸어도 분명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를 읽으며 경험이나 마음을 나누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와는 다른 성격의 친구를 대하는 방법, 다른 문화의 친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과정,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는 일들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실제 접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 책을 통해 진짜 소중한 것, 진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2학년이 되는 우리 아이는 요즘 만화책에 풍덩 빠져있습니다. 물론 엄마가 슬쩍 행로를 차단해두었기에 한껏 나빠 봐야(?) 그 인기 많은 남매들까지가 전부지만,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를 읽고 난 후 문득- 아이가 오래오래 만화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내가 어릴 때 만화책을 보며 상상하고, 웃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는 아마 모든 독자에게, 일상의 반짝이는 행복을 깨닫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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