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 - 나답게 헤어지고 나답게 다시 사랑하면 돼
조니워커 지음 / 허밍버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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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30대 후반이 된 지금 처음 경험해 보는 게 점점 낯설지 않아졌다. 나이와 새로운 경험은 반비례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참 좁은 세상에 갇혀 있었구나,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세상의 진실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62) 

 

현재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이 20대 때보다 더 크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시한부 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30대 후반의 돌싱에게 평범한 만남과 연애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다. 나이가 전부는 아닐 테지만 나이를 빼놓고 만나기도 쉽지 않다는 걸 잘 아니까. (p.165)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세상이 '돌싱'(특히 돌싱녀)에게 거는 잣대가 얼마나 오만한지를 느껴본 적이 있다. 한때 A도 식당에서 밥만 먹어도 입방아에 올라야 했고, 웃기만 해도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평소 이성적이라 느꼈던 사람들조차 “A 이혼했어?” 를 물어보는 것을 보며 사람이 쓴 가면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느끼곤 했었다. 이 말을 쓸 수 있는 것은, A는 그 시간을 잘 지나왔기 때문이다. 타인의 평가보다 스스로의 행복에 집중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대견함과 감사함, 안도감 등이 든다. 그래서 조니워커의 『다시, 사랑』을 읽으며 A 생각이 많이 났다. 행복이나 평온함이 비교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기에 조니워커 작가님과 A, 둘의 마음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매일매일 더 나아지길 바랐다.

 

맞다. 조니워커 작가님은 브런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돌싱녀' 작가님이다. 그래서 『다시, 사랑』이라는 제목은, 제목만으로도 그녀가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해보게 했던 것 같다. 당연히 누려도 되는 것들을 고민해야 하고, 결심해야 하는 과정은 속이 상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읽는 내내 이 책은 분명, 그 시간을 지나는, 또 지나온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리라 생각했다. 아니, 나에게도 그녀의 문장들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더라. 나이를 먹을수록 두려움은 커지고, 나이를 핑계로 포기하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아지는가. 나 역시 점점 그렇게 현실에 안주해왔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또 상처받아도, 또다시 해보자”하는 마음을 품게 했다. 그것이 사랑이든 꿈이든 중요하지 않다. 다이어리에 크게 적어놓은 “중요한 건 다시 마음먹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곱씹어보게 하는 책이었다. 『다시, 사랑』이라 적고 “다시, 무엇이든”이라 읽는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시, 사랑』은 작가님의 일기처럼 기록되어 있기에 무척이나 편안하게 읽힌다. 어떤 페이지는 로맨스처럼 달콤했고, 어떤 페이지는 다큐멘터리처럼 쌉사름했다. 무척이나 섬세하게 기록된 문장 때문에 마치 나의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었고, 이런 마음은 어떤 마음일지 고민해보게 하는 문장도 있었다. 잔잔히 읽던 마음에 파도를 일게 한 말은 “이 관계는 대체 뭘까”라는 문장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 말이 온 마음에 담긴 고민과 걱정과 기대 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득, 20대때는 너무나 당연했던 감정조차 고민할 일이 되었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시렸다. 

 

책을 읽고 리뷰를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하며, 점점 책을 추천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감히 누군가를 평가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서점에 별점을 매기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있다.) 그런데 『다시, 사랑』은 비슷한 아픔, 비슷한 시간을 겪는 이들이 한번쯤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사랑』을 읽으며 좀 울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행복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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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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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은 일상생활 속에서 잠깐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따위는 한순간도 할 수 없는 삶의 순간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p.64) 

 

인내하는 것은 어렵다. 인내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고행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힘든 일이면서 그와 동시에 유일하게 배울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 세상의 자연과 성장, 평화, 번영, 아름다움은 모두 인내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인내는 시간과 침묵, 그리고 신뢰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인내는, 개인의 일생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믿음이 필요하며, 개인의 판단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것과의 연관성도 고려해야 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또한 '인내'와 더불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랑, 지혜, 천진난만함, 그리고 소박함이다. (p.188) 



생각 없이 그저 '살고 있다'싶은 마음이 들 때면 헤르만 헤세의 글을 찾아 읽는 것 같다. 혹자는 헤르만 헤세의 글이 침울하다고 표현하기는 하지만, 삶이 힘겨울 때 사람은 본성을 만나게 되고, 맺고 있는 것들의 민낯을 보게 된다는 말 역시 무척이나 공감하기에 그의 문장에서는 나는 오히려 생생한 삶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삶을 견디는 기쁨』은 나의 '생'에 대해 고민하는 마음으로 읽어왔던 그동안의 헤르만 헤세와는 달리,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 책을 펼쳤다. 오지랖 넓게도 최근의 나는 “저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사는 것일까?”를 수없이 생각했는데, 그 오지랖과 오만함, 그 사이의 묘한 감정을 좀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었지만, 애초의 물음에 답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또 한 권의 헤르만 헤세를 만나며 역시 무엇인가를 이겨내고, 견뎌내는 것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이 책의 제목, 『삶을 견디는 기쁨』은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이질감이 든다.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도 아닌데, 그의 문장들은 단 한 번도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살아낸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런 제목을 붙이셨을까. 물론 그간의 그의 문장들에서 이는 행복은 고스란히 느끼고, 고통 또한 부지런히 감내하라는 말임을 상상해볼 수는 있다. 사실 이 책에서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조금 더 스스로를 정진하는 방향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삶을 견디는 기쁨』은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은 순간, 삶에 대해 고민이 드는 순간에 만난다면 더욱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책을 시작하며 품었던 마음은 해소하지 못했지만, 타인의 삶을 걱정하기엔 나의 삶에서 해결하여야 할 것들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되더라. 진정한 행복, 제대로 사는 것, 내면을 부유히 채워가는 것 등 나 스스로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생각에 닿고 보니, 처음 품었던 고민이 너무 부질없어 웃음이 났다. 


내 삶도 어찌하지 못하면서 타인의 삶에 궁금증을 가지는 오만함을 번복하지 말아야겠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며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하여 훗날, 나는 삶을 견디는 게 아니라, 부지런히 쓸고 닦으며 채워왔다고 말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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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동물들 - 행복한 공존을 위한 우정의 기술
박종무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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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제는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오랜 시간 상호 적응해온 자연 숙주와 공존 관계를 유지하는 바이러스는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문제는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자연 숙주와 바이러스의 공존 관계가 깨지면서 발생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는 코로나 19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인구는 급증하는 데 반해 열대림은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기후 온난화로 인해 환경이 급변하며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형태로 변이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생태계의 진짜 '괴물'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생명의 관계망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인간이 아닐까요? 코로나 19 이후 자연의 생명체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p.152)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는 저자 박종무 수의사의 신간, 『문밖의 동물들』은 독자의 생각에 따라 다소 불편하다는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타 생명보다 귀하지 않고, 때때로 타 생명을 앗는 '괴물'로 묘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편한 마음은 책의 내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타 생명에게 잔인하지 않아!”라고 당당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어떤 측면에서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잔인한 괴물이 맞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 말에 “그렇게 동물이 귀하면 소고기도 먹지 말고 돼지고기도 먹지 말아라”고 하겠지만, “생존”의 범위를 넘어서는 살육과 과욕이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나. 

 

『문밖의 동물들』은 반려동물에서부터 유기동물, '식용동물'의 범위, 동물원 등의 '일상화된 동물문제'에서부터 치킨이나 마블링, 옥수수와 축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동물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그뿐 아니라 세균과 바이러스, 진화와 멸종, 동물복지와 권리, 생태계의 비극에 이르기까지 점차 세계적 쟁점이 되어가는 생명권까지 너르게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보게 하더라. 하지만 주제 때문에 미리 겁먹고 뒷걸음질 치지는 말 것. 중고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을 수준의 쉬운 문장과 명료한 풀이로 여러 주제에 대해 너른 이해를 주는 책이니 말이다. 

 

『문밖의 동물들』을 읽으며 세상을 뒤흔들었던 코로나 19에 대해,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숨은 인간의 잔혹성에 대해, 여전히 올바르게 인정받지 못하는 동물권리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동물들의 생명과 모성 등에 관련한 영상도 쉬이 볼 수 없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도 반려동물에 대한 욕구가 없었지만, 엄마가 된 후로는 아주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내 배로 낳은 아이도 올바르게 기르기 힘든 세상에, 타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묵직한 일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 『문밖의 동물들』을 읽으며 또 한 번 생명의 무게에 대해, 인간의 경솔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 색안경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육식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동물과 식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반려동물을 향한 애정에는 책임감도 따라야 함을, 무분별한 욕심으로 윤리적이지 못한 사육환경을 방조해서는 안 됨을, 필요 이상의 동물실험을 하지 말아야 함을, '호기심'이라는 단어로 동물의 존재를 '이용'하지 말아야 함을 새겨본다. 다시 “함께 살아가기”를 생각하게 하는 책, 『문밖의 동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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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
박규동 지음 / 새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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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는 시키면 하는 사람들이잖아.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우리가 운전하는 게 아니잖아. 우리는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아. 다른 길로 가고 싶어도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어. 매 순간 선택하고 선택당하는 거야. 작은 선택들, 시간의 흐름이 있지. 우리는 같이 흘러는 것뿐이야. (p.118) 

 

어떤 사람들이 그러잖아. 자기의 삶은 넘어져도 꽃밭이었다는 사람들. 정말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야. 복 받은 사람들이지.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고. 이번에는 네가 넘어졌는데 꽃밭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어때? (p.179)

 

 

박규동의 장편소설 『대마왕』의 뒤표지를 덮으면서 생각했다. '미친 거 아니야?'. 

이 생각은 사실 놀라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이런 온도로, 이 정도의 감정변화로 표현해낼 수 있지, 하고 말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야기 속 화자 '나'는 무척이나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의 심리는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거다. 상대방은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데 나만 놀라고, 열 받고, 긴장하는 등의 미칠 것 같은 관계. 약오르는 마음. 그게 이 책을 만나는 나의 마음이었다. 

 

『대마왕』은 요즘 뉴스에 빈번히 등장하는 마약을 주제로 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느끼지 못했지만, 이 책의 표지가 어쩌면 대마를 온전히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모양의 풀, 얼굴을 가린 쾌락, 그리고 점차 자신의 진짜 얼굴을 잃게 되는 중독성. 『대마왕』은 그렇게 마약에 중독된 이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이 논픽션인지 픽션인지 헷갈렸다. 더욱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누군가의 회상을 바탕으로 한다는 느낌이 들어 그 헷갈림은 더욱 짙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스토리를 더욱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화자의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죽음을 목도에 두고 자신의 과거를 하나하나 풀어놓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이 책 속의 '나'가 죽었든 죽지 않았든, 정말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고 박규동 작가가 약간의 살을 붙여 허구로 포장해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현실 도피차 떠난 여행, 그곳에서 만나게 된 '예술가', 그에게서부터 접하게 된 대마초. “이것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기도 전에 이것과 사랑에 빠졌어. (...) 나에게는 어떤 향수보다 향기로웠어. (p.21)”라는 문장에서 화자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해보기도 했지만, 그 예상의 정확도와 관계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더라.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가 너무 담담히 흘러 오히려 힘든 마음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하게 한다고? 이게 이렇게 감정의 변화가 없을 일이야? 하는 마음에 분노하고, 버겁고, 놀라는 등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해야 했다. 순식간에 책 한 권을 뚝딱 읽고 나서도 이 책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더라. 이 이야기가 소설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몰입감이 너무 커, 괴물이 되어버린 '나'가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을까 봐 무서웠고, 수많은 '중독'에 노출되어 사는 현대사회가 걱정스러워졌다. 

 

우리나라에서 마약은 불법이다. 하다못해 양귀비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경찰이 출동하는 나라다. 그래서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인지 맛있는 음식에도 '마약'이라는 단어가 붙곤 한다. 박규동의 소설 『대마왕』을 읽으며 문득 그 단어에 대한 무게를 우리가 너무 모르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무지'와 '무식'은 다른 것인데, 우리는 무지함으로 인해 무식할 만큼 쉽게 그 단어를 가벼이 입에 올리고 산 것은 아닌지. 아무튼, 이 책이 반드시 픽션이면 좋겠다. 현실이 더 잔인하고 무섭다는 사람들의 말에, 그래도 끝까지 반기를 들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대마왕』이 완전한 픽션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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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는 화가야!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4
딕 브루너 지음, 이루리 옮김 / 북극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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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신기한 일이 어디 한두 개겠냐마는, “나같은 너”임을 발견할 때 가장 놀랍고 신기하다. 쪼그려 앉아 신발을 신는 자세라거나, 웃을 때 코를 찡긋거리는 것, 뭔가 화가 날 때 일단 한숨을 한번 쉬는 포인트까지. 어찌나 똑같은지. 그 똑같음은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취향도 닮아간다. 음식이나 색깔이야 많이 봐서 좋아한다지만, 좋아하는 캐릭터도 어찌나 같은지. 종종 아이와 쇼핑몰에 갔다가 “엄마, 이거 너무 귀여워!”하는 소리에 돌아봤다가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던 캐릭터임에 놀란 경험이 꽤 있다. 입이 없어 늘 호기심을 자극했던 토끼, “미피” 역시 그랬다. 아이가 3살 무렵 귀여운 사이즈의 보드북이 출간되었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을 보며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함을 깨달았었다. 

 

그런 미피가 돌아왔다. 『미피는 화가야』로. 심지어 사이즈도 더 커지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플랩북으로! 꼬꼬마를 키우시는 엄마들! 눈 크게 뜨고 따라오세요. 『미피는 화가야』를 소개합니다. 짜잔~

 

북극곰에서 출간된 딕 브루노의 『미피는 화가야』는 일단 사이즈가 커졌다. 물론 아이들 손 사이즈에 딱 맞는 미니북도 너무 좋지만, 온 가족이 같이 들여다보려면 큰 사이즈가 더 좋잖아? 또 이렇게 선명하고 예쁜 책은 좀 커 줘야 책장을 장식하는 맛도 나지. 이 편하게 펼쳐볼 수 있는 사이즈에 플랩북이니 아이와 놀이북으로 활용하기 너무 좋은 사이즈라는 생각이 든다. 

 

말 나온 김에 자랑을 좀 하자면, 북극곰의 『미피는 화가야』는 플랩북으로 출시되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너무 좋다. 『미피는 화가야』에 숨은 플랩들로 어떤 색깔의 토끼가 숨어있는지 기억하는 놀이도 해보고, 어떤 색깔이 나오는지 유추도 해볼 수 있다. 또 도형으로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무엇인지 맞춰보기도 하고, 각 색깔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등 아이와 다양한 방향으로 『미피는 화가야』를 즐길 수 있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난 후 아이와 그림을 그리기까지 하면 미피만 화가인가. 우리 꼬마도 화가지! 

 

아! 혹시 아이가 미피 책 위에 그림을 그렸다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 것. 물티슈로 잘 지워진다. 또 원래 그 나이 때는 책도 좀 찢고, 먹기도 하고, 물고 빨고 하며 배우니 아이 마음대로 책을 즐길 수 있도록 너그러이 기다려주시면 좋겠다. (힘 조절을 못 해서 찢는 거다. 또 찢는 소리를 재미있어하면 전단이나 신문 찢기 놀이를 추천해 드린다. 찢기 놀이를 하면 손에 힘 조절도 연습할 수 있고, 더이상 책을 찢지 않게 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딕 브루노의 일러스트는 선명한 색상 때문에 더욱 추천해 드리고 싶다. 사실 요즘은 육아용품도 엄마들을 겨냥해 파스텔톤이나 모노톤으로 생산되곤 하는데, 아이들은 선명한 색도 보고 배워야 하지 않나. 인테리어를 해친다고 물건은 사지 않더라도 책으로라도 부디 원색도 만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미피는 인테리어도 해치지 않아! 귀엽자나!!) 

 

오늘도 우리 동네에는 비가 내린다. 아마 이 비가 내리고 나면 여기저기 새싹이 움트고, 봄의 꽃들이 고개를 내밀겠지. 『미피는 화가야』도 아이들에게 그런 봄비가 되어 줄 것이다. 상상력과 호기심, 색깔에 대한 감각 등을 자라게 하는 “생각 봄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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