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은 나누고 싶은 법 -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 수업 이야기
최지혜 지음 / 롤러코스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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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는 시의 맛을 살려준다. 비유란 원래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인 원관념을 보조관념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다. 가령 '사과 같은 얼굴'이라고 했을 때 표현하는 것은 얼굴이니까 얼굴이 원관념이고 빙그레하고 동그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과는 빗대어 표현하기 위해 빌려온 보조관념이다. 이 둘을 연결하는 데는 '발그레하고 동그란'과 같은 유사성이 고리가 되어준다. 즉 비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같은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다. 효과적인 비유란 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지도(식상한 비유) 너무 멀지도(이해하기 어려운 비유) 않은 것이다. (p.189)

 

 

내가 소위 '책육아'에 발을 들인 첫걸음은 '동시'였다. 다른 아기들이 '흑백초점 책'을 볼 때, 우리 아이는 “의성어 의태어 동시”를 듣고 있었으니 상당한 '조기교육'이려나. 아무튼, 나는 아이에게 초점 책을 펼쳐주고 틈만 나면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이 포함된 동시를 읽어주었다. 내가 학창시절 내내 시를 쓰던 사람이라 시를 좋아한 까닭도 있었지만, 아이의 삶이 동시처럼 반짝이고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기도 했다. 다행히 아이는 여전히 시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지만,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과연 내가 시를 알려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수백 장의 원고지를 채운 과거도 자신감이 되지 못한다니 좀 슬프던 차, 『좋아하는 것은 나누고 싶은 법』이라는 제목의 책을 만났다. 

 

『좋아하는 것은 나누고 싶은 법』은 시를 사랑하는 국어교사 최지혜 작가님의 책. 이미 두 권의 책을 내셨지만, 내가 그녀의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은 나누고 싶은 법』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마음이 가더라. 시를 좋아해서 아이들에게 시를 들려주고 가르친다니. 이 얼마나 '나'스럽나. 때마침 나는 아이에게 시를 잘 전달하고 싶었기에 이 책을 더욱 꼼꼼히 읽었다. 이 책은 시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필두로 하여 시와 친해지는 법, 온라인 시 창작 수업, 마음을 시로 담는 법 등에 대해 무척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을 기반으로 아이들에게 시를 사랑하게 하고 알려줄 수도 있지만, 어른들에게도 큰 의미를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나누고 싶은 법』을 읽으며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부분은 시 창작 수업에 관련한 이야기였다. 나는 비록 선생님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와 늘 읽고 쓰는 것을 연습하는 사람이기에, 아이에게 더욱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얻고 싶었고, 이 책을 통해 아이가 시를 조금 더 가까이, 또 자연스럽게 여길 팁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나 역시 한동안 시를 쓰지 않아, 막상 원고지 앞에서는 한 글자도 쓸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시를 떠올리고, 시를 사랑했던 나를 떠올릴 수 있어 행복했다. 

 

떠올려보면 학창시절, 친구들이 가장 어려워하던 문학이 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힘을 빼고 바라보면 가사도 곧 시인데, 시험이라는 무게로 인해 시를 온전히 느끼지 못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더욱 큰 의미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시를 느낄 감성조차 잃어버리기 전에 시가 얼마나 멋진 문학인지를 배우게 하니 말이다. 

 

『좋아하는 것은 나누고 싶은 법』은 마치 나의 선생님처럼 시를 좋아하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문득 이 책을 덮고 보니, 여전히 세상에는 시로 옮길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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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이하영 지음 / 토네이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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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면 어제와 똑같이 살면 된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게 살고 싶다면, 당연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다. 사는 게 즐거워지고 영화를 보듯 삶을 즐기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람보르기니를 타는 부처가 되어 있을 것이다. (p.62) 


작은 행동의 변화로 무의식을 바꿔야 한다. 그 변화로 얻은 작은 성취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하루를 즐겁게 만든다. 이 좋은 느낌을 바탕으로 변화는 일상이 되고, 일상은 습관이 되며, 습관은 삶이 된다. (p.147) 


당신의 내면이 풍요로울 때 미래는 찬란할 것이다. (p.201)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라는 소위 흙수저에서 대한민국 상위 1%의 부자가 되었다는 이하영 의사의 책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힘들었던 과거'는 더욱 짠하게 포장되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물론 나 역시 '성공 필터'는 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의 과거를 모두 믿는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현재 그의 모습은 '보이는 지표'들을 많이 갖고 있기에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바꾼 '마음가짐'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라는 그의 유년기부터 20대를 시작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습관, 부를 일으키는 법, 인생을 사는 여러 가지 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다면 한없이 편안하게 읽힐 테고,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고 읽는다면 꽤 묵직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젊은 시절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큰 공감을 하지 못했지만, 그가 세운 루틴이나 마음가짐 등의 이야기는 인상 깊다 여겨지는 부분이 꽤 많았다. 


특히 그 이야기들은 언제나 '내' 루틴, '내'경험에 기반한 것이라 더욱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인상 깊었던 점은 그가 '기본'에 무척 집중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지만, 독서와 운동, 그리고 명상 등의 기본 루틴, 기본적인 감정관리, 기본적인 건강관리 등에 무척 집중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더불어 그가 긍정적이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큰 공감이 되었다. 즐거운 감정이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미 깨달았기에, 또 한 번 마음에 꾹꾹 새겨넣었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는 마지막 장이었던 '오늘이 미래의 걱정으로만 채워질 때'는 소리 내 다시 읽었다. 며칠간 느슨해졌던 마음이 따끔거렸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라는 내가 다이어리에 꽤 자주 적는 말, “오늘은 어제 만들어둔 것이고, 지금은 내일을 만들고 있다”라는 말을 상기시키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 책은, 세상이 깜깜하다고 불평하기 전에, 스스로 빛이 되어볼 생각은 했는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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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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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인생은 게임과 다르게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얼굴을 씻고 '아, 새롭게 태어났다'라고 생각하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자'라고 생각해보세요.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겠지만, 삶의 방식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p.92) 

 

기다리지 않기

기다리지 않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이 사실을 터득하면 세상의 스트레스가 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기다리지 않는다면,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흐를 거에요. (p.168) 

 

 

 

1월이 한 해의 시작이기는 하나, 정서상의 시작은 아무래도 3월 같다. 아무래도 봄이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고, 새 학기 등이 시작되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순간 간간히 우리가 만나기 좋은 책이 명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짤막해서 바쁜 순간순간 읽기 좋고, 무엇인가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될지도 모르니. 일본 베스트셀러작가, 정신과 의사 토미의 신간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을 소개해드린다. 

 

토미의 전작이 출간된 지 알 년이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새 책이라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아무튼, 이번에 출간된 책,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의 부제는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이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인생 후반전의 시작 즈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마흔을 기점으로 하는 책들이 꽤 많은데, 이 책 역시 딱 마흔이 된 지금의 나에게 꽤 깊은 감상을 주더라. 물론, 마흔이 아니라도 좋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어느 순간에는 꼭 한번쯤 도움이 될 문장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책은 모든 페이지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읽으며 마음이 닿는 문장에는 깊게 머무르고, 공감되지 않는 문장은 쿨하게 넘겨버리면 된다. 그날그날, 내 마음이 닿는 문장에 위로를 얻고, 공감을 얻으면 그로써 충분하지 않나.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역시, 가벼이 읽으며 공감되는 문장들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수 있는 책.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에는 총 221가지 주제의 명언들이 담겨있다. 전작들에도 좋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이번 책이 좋다고 느낀 점은, 다소 힘을 뺀 느낌 때문이었다. 이번 책에는 '다른 사람을 실망시켜도 괜찮아요', '인간관계는 사실 개선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진짜 고민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아요.' 등의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억지로 힘내라는 말은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너무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모든 것에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느낌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다. 

 

가볍게 읽었지만, 다이어리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이 많았던 책이었다. 과연 후회하지 않는 삶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인생의 후반전은 더 힘 빼고 나의 소리에 귀 기울여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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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 - 전교 1등 의대생이 알려 주는 최고의 공부법과 최상의 자기관리법
임민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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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탄력성을 기르기 위해 초등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세 가지.

1.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하라 : 영화 보기, 운동, 맛있는 음식 먹기 등 아이만의 방법으로 “즐겁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도와주기

2. 칭찬하기 : 공부이든 운동이든 아이가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확신의 칭찬하기. 단, 이 칭찬은 꼭 말로 표현해주고 스스로 인정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

3. 감사일기 쓰기 : 감사일기는 일상을 돌아보고 사소한 것에 감사할 수 있는 긍정의 힘과 회복의 힘을 기르게 도와줌. 아이가 건강하게 실패를 극복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 도와주실 것.

(임민찬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 발췌) 

 

 

좋은 대학에 보낸 시간을 기록한 책은 무척 많다. 특히 의대는 언제나 등장하는 단골 주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현실화하면 이런 책이 더 강세를 보이게 될지 희소가치를 잃게 될지 모르겠지만 의대생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책은 늘 인기 육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일까.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를 만난 나의 첫인상은 “또 야?”에 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이 조금 남달랐던 이유는 “잘난 의대생 자녀”를 둔 부모의 기록이 아니라, 그 “의대생”의 기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부모님이 기록한 잘난 아이의 시간들을 읽으며 종종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에 그 속마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정말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 안에는 그 어떤 책보다 실질적인 공부법과 생활습관이 알차게 들어있었다. 꼭 의대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도움이 될 엄청난 정보가 들어있으니 초등생 학부모라면 꼭 한번 만나보시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와 가까워지는 것보다 멀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시작된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를 읽으며 여러 번 느낀 것은, 그 무엇보다 회복 탄력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맞다. 어른보다 좁은 세상에 사는 아이들이기에, 어른 눈에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실패가 더 크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 순간을 잘 이기는 아이들이 결국 공부에서도 '실패'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아마 작가님이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았던 것은 부모의 역할이 컸으리라. 나 역시 우리 아이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를 읽으며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과목별 공부법이었다. 아직 저학년이기에 체계적인 학습보다는, 그 과목에 대한 흥미를 느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작가님이 제시한 방향이 큰 도움이 되었다. 또 현재 의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나이 초등 생활'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있던 점도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기에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상에서 좋은 점을 많이 얻고 싶었는데, 그들의 인터뷰에서 그런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의대가 성공의 지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요즘의 뉴스를 보며, 성적과 인성이 비례하지 않음도 느꼈다. 하지만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의 임민찬 작가님의 매일매일 발전하고자 하는 태도는, 그 어떤 길을 걷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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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 - 마스다 미리 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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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파란색이 아니라 까만색이었다. 주변에 친 울타리 너머로 들여다봐도 헤엄치는 물고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있다. 보이지 않지만 어두운 바닷속에 물고기들의 세계가 있다. 깊을까? 고등어를 이렇게 많이 낚았으니까 당연히 깊을 거다.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있잖아. 내가 바다에 떨어지면 어떡할 거야?” 옆에 있는 아빠에게 물었다. “바로 뛰어들어서 구해야지”아빠가 말했다. 나는 아빠가 구해주는구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p.135) 

 

 

각잡고 앉아서 읽어야 하는 책도 좋지만, 소파 등에 아무렇지 않게 기대어 앉아 졸릴락 말락 한 상태로 읽는 책들도 너무 좋다. 그런 책을 읽을 때면 마치 온 세상이 내 휴식을 위해 기다려주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읽는 책은 소설이거나, 추억을 야금야금 꺼내먹는 편이 최고인데, 지난 주말 나에게 완벽한 휴식을 선물했던 책, 마스다 미리의 『작은 나』를 소개한다. 

 

『작은 나』는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의 마스다 미리 작가가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소환하여 쓴 에세이. 어떤 페이지는 여전히 너무나 천진한 모습을, 어떤 페이지는 그리운 시절에 대한 간절함을 만날 수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나의 어린 시절이 아른거렸다. 「어린이라는 세계」의 저자 김소영 작가님이 이 책을 두고 “누구나 이 책에서 '작은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큰 나'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 까닭을 너무나 공감하며 읽은 책이랄까. 정말, 이 착안에는 그 시절의 내가, 또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지금의 내가, '작은 나'시절을 보내는 우리 아이가, 그 아이를 '큰 나'의 눈으로 바라보는 내가 다 들어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을 큰 주제로 50가지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소재들 자체가 추억이 떠오르더라. 네 잎 클로버, 피아노학원, 친구들과의 놀이, 동전 초콜릿, 산타할아버지 등 '큰 나'가 된 지금도 생각하기만 해도 피식 웃음이 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작은 나'를 떠올렸고, 이미 커버려 이해하기 어려운 '작은 딸'을 이해하는 고리가 되기도 했다. 『작은 나』에는 골목길에서 하곤 했던 고무줄놀이가 떠오르는 추억이 가득하기에 책을 읽은 뒤에 느끼는 온도는 무척이나 따뜻했다. 분량이 많지도 않고, 어려운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는 책, 『작은 나』. 심지어 책을 넘기며 계속 만나게 되는 미스다 마리의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휘리릭 읽어도 되는데, 마음에 노을이 지듯 훈훈해지는 책이랄까. 

 

지난주에 이 책을 다 읽어놓고도 이제야 감상문을 남기는 까닭은, 『작은 나』를 덮고 난 후에도 한참이나 야금야금 추억을 꺼내먹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작은 나』시절의 나를 급하게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사진첩도 뒤척이고 일기장도 다시 읽어보며 그때의 나를 천천히 만났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책. 혹시 오늘이 행복하다 느끼지 않았다면- 오늘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마스다 미리의 『작은 나』를 만나보면 좋겠다. 분명 그 시절의 우리는 모래만으로도, 크레파스만으로도 많이 행복했으니까. 

 

아참! 지금 알라딘에서 마스다 미리의 『작은 나』를 구매할 경우, 귀여움 가득한 키링이 굿즈로 포함되어 있으니, 이왕이면 알라딘에서 데려오시길 추천해 드린다. -굿즈 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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