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사교육은 없다 - 사교육을 이기고 상위 1%로 도약하는 힘
김현주 지음 / 청림Life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원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학부모의 눈빛과 발걸음만 봐도 어떻게 공략할지 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형학원일수록 학원 상담실장들의 공세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학부모에 따라 건네는 말은 다양하겠지만 공통된 점은 불안감을 심고 경쟁심을 건드린다는 것입니다. 학부모가 불안감을 내비칠수록 더더욱 그러합니다. 또 규모가 클수록, 레벨을 나누는 곳일수록 명성이 더 자자할수록 학원은 부모의 불안으로 먹고삽니다. (p.39) 

 

 

사실 나는 아이의 입시나 입시학원, 입시컨설팅 등에서 아직은 조금 먼 '저학년' 엄마지만, 때때로 “지금부터 가르쳐야 늦지 않는다” 등의 말을 듣곤 한다. 실제 나는 소위 '강남'에서 '시골'의 여유를 느끼고자 이사 왔고, 아이의 중학교 때는 다시 서울로 가기 위해 집도 안 팔고 왔단 엄마에게서 “지금 영특하다고, 나중에도 그럴 것 같아? 진지하게 이사를 생각해봐”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림자만 보여도 피해 다닌다) 그때의 징글징글함 때문인지 사교육이 없어도 되고, 아이를 위한 교육은 따로 있다는 책, 『내 아이를 위한 사교육은 없다』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들더라. 혹자는 내게 입시나 입시학원으로부터 아직은 덜 '불안'해할 나이라 그렇다고 말하며 이런 책 말고, 하루빨리 입시컨설팅을 받으라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아이를 위한 사교육은 없다』에 등장하는 교육관으로부터 얻은 것이 무척 많았다. 

 

더는 공부로만 먹고사는 세상이 아니라지만, 여전히 교육열이 높고 입시나 입시학원에 대한 열망이 강한 나라에 살고 있다지만 『내 아이를 위한 사교육은 없다』 같은 제목의 책이 여러 학부모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아이를 대신에 입시컨설팅 학원에서 킬러문항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엄지로 이 리뷰를 튕겨내며 우스운 소리 한다 비웃을지도. 하지만 그런 엄마들일수록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스스로 공부를 못해서, 아이가 '뭔가' 되지 못할까 봐 불안해서 사교육에 목매다는 부모들에게, 그런 사교육이 없이도 과학고 입학까지 이루어낸 비밀을 모조리 공유하고 있기 때문.

 

내가 『내 아이를 위한 사교육은 없다』를 믿고 읽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최소한 내 아이에게 늦었다고 말하면서 불안을 조성하는 학원은 피해야죠” (p.41)라는 문장에서였다. 어쩌면 우리의 사교육이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외에도 아이의 생각을 묻는 방법, 우리 아이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에 대한 깨달음은 책을 읽는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기도 했다. 

 

'책육아'에 대해 기록한 부분에서도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나, .부모가 양에만 집착해 아이가 책 읽는 즐거움을 잊어버리게 한다는 것 등에 대해 깊이 동의하고, 우리 집 독서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학습만화 때문에 며칠 부글거리던 마음을 잠재워보기도 했고) 

 

이 책, 『내 아이를 위한 사교육은 없다』는 사교육이나 입시, 입시학원, 입시컨설팅 등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아니, 넓은 폭에서는 사교육 없이 입시에 성공한 '잘난 엄마의 잘난 척'도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아이가 성적이 좋아지려면 어떤 것들이 기반을 두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당장 입시를 준비해야 할 나이의 학부모에게도 필요하지만, 나처럼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저 좋은 입시학원에 내 아이를 들여보냈다고 해서, 입시컨설팅을 잘 받았다고 해서 부모의 역할을 다했고, 공부와 성적 올리기는 아이의 몫이라 생각하는 모든 학부모가 부디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과 지구가 다툰 날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5
데이비드 더프 지음, 노에미 볼라 그림, 강미숙 옮김 / 북극곰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이 배달온 날, 택배를 뜯으며 아이에게 “달이랑 지구가 싸웠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아이의 대답. “아니 왜? 그렇게 수천 년 수만 년 같이 태양계로 묶여 살아놓고, 갑자기 왜!”. 아니, 왜 싸웠는지만 궁금해하던지, 달과 지구는 싸울 수 없다고 말하던지 둘 중 하나만 해야지, 양다리 걸치는 대답은 뭐야~ 너는 T니 F니? 그런데 바로 이 그림책, 『달과 지구가 다툰 날』이 정말 “너는 T니 F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귀여워 죽을 것 같은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계 친구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읽다 보면 태양계의 순서, 특징을 알게 된다니! F의 감성적인 재미와 T의 사실적인 과학상식 둘 다를 잡게 하는 그림책, 『달과 지구가 다툰 날』이다.

 

먼저 『달과 지구가 다툰 날』의 반짝반짝 빛나는 표지! 까만 배경 위에 반짝이는 달과 별들을 보니 정말 밤하늘을 바라보기라도 하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표지를 열고 들어서자마자 태양계 친구들이 가득 들어찬 속표지는 웃음이 피식 날 정도. 익살 넘치는 태양계 친구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누가 누군지를 맞추는 재미가 시작부터 쏠쏠하다. 롱다리 달이 철철 울고, 이티가 위로하는 장면이나 지구와 달이 싸워 등돌린 장면 역시 웃음 포인트. 

 

『달과 지구가 다툰 날』의 일러스트는 익살과 재미가 가득하다. 세상에 이렇게 귀엽고 개성넘치는 표정부자 달이라니! 달 뿐만 아니라 달이 만나는 태양계 친구들 모두 각각의 특징을 너무 잘 표현해두어, 아이가 척척 맞추며 신날 뿐 아니라 각각의 특징을 머리에 새길 수 있어 무척 좋다. 실제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태양계를 배우며 각각의 크기나 특성을 무척 헷갈린다고 하는데, 『달과 지구가 다툰 날』의 일러스트와 실제 모습을 비교한다면 그런 고민은 뚝딱, 사라질 것 같다. 

 

아이가 뽑은 베스트 장면은 위성을 95개 가지고도 달에 96번 위성이 되라는 목성과 행성인지 위성인지 묻는 달의 질문에 “난 그냥 나아”라고 모호한 대답을 하는 명왕성이었고, 엄마가 뽑은 것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며 “난 멈출 수 없어”를 외치는 수성! (사실 모든 페이지가 너무 재미있고 개성 넘쳐서 베스트장면을 뽑기 너무 힘들었다) 더욱이 한참이나 일러스트를 바라보던 아이는 “엄마, 페이지마다 달이 다른 크기야. 아마 실제 차이를 나타낸 건 가봐”라고 말해 엄마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림책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상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니, 이거 왜 안 봐요?

 

아직도 『달과 지구가 다툰 날』의 매력은 한참 남았다. 실컷 일러스트를 즐기고 난 후 만나는 텍스트에는 각각 행성들의 특징을 무척이나 잘 설명하고 있다. 태양계를 처음 만나는 아이들도, 이미 몇몇 책을 통해 만나본 아이들도 『달과 지구가 다툰 날』과 함께라면 더욱 재미있게 태양계 상식을 쏙쏙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이와 태양계에 관련한 책을 몇 번 시도했는데, 한번도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달과 지구가 다툰 날』를 읽으며 일러스트에 한 번, 상세한 내용에 또 한 번 감탄했다. 그야말로 감성과 상식 둘 다를 잡은 “엄친아”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정말 강력추천하고 싶은 멋진 그림책, 『달과 지구가 다툰날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 국민서관 그림동화 280
제프 맥 지음, 정화진 옮김 / 국민서관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는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 궁금한 것이 많고, 무엇인가를 그리기 좋아하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모든 어린이들이 만났으면 하는 그림책이다. 아니, 수정한다. 궁금한 것이 많고,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만났으면 하는 그림책이다. 예술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저명한 에술가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멋진 그림책,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를 소개한다.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는 귀여운 꼬마화가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집에는 “꼬마예술가”들이 산다. 이 아이들이 한번쯤은 했을 말, “뭘 그리지?”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이자 폭넓은 이해를 주는 그림책을 고르라면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가 아닐까 싶다. 

 

먼저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의 일러스트는 무척이나 알록달록 하다. 그 색감을 보는 것 만으로도 시각적으로 감성적으로 큰 자극이 된다. 하지만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의 진짜 매력은 그림책 사이사이에서 만나는 명작들과 예술가들의 모습. 미켈란젤로에서 몬드리안, 프리다칼로 등 무척이나 유명한 예술가들의 귀여운 캐리턱화를 만나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동굴벽화, 스톤헨지, 에릭칼의 콜라 주 등을 아기자기하게 변화시킨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다. 아이와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를 읽으며 이 예술가는 누구인지, 이 작품은 누구인지를 맞춰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사실 그림책을 읽을 때 내용보다 그림에 집중하는 편이지만,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만큼은 그 내용이 너무 좋아 마음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예술은 무엇인지, 어떤 색을 칠해야하는지, 어떤 감정을 담아야 하고, 어떤 재료를 써야하는지, 생각의 전환에 따라 어떤 범위까지가 에술이 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어, 그동안 예술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엄마도, 예술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었던 것 같다. 또 실수도 생각이 전환되면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헬렌 프랑켄탈러의 충고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실수에 대해 겁이 많아지는 어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에 등장하는 수많은 질문들은 독자에게도 에술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멋진 시간을 선물한다. 더불어 아이들의 개성넘치는 작품들을 어른이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말이다. 여러 작품을 위트넘치는 표현하고, 예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도 만들어준 멋진 그림책, 『이런 것도 예술이 되나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세요, 타! 우리 그림책 47
허아성 지음 / 국민서관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 꼬마들, 특히나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풍덩 사랑에 빠질 그림책,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귀여운 그림책, 『타세요, 타!』를 소개하고자 한다. 「꿈의 학교」, 「어흥 회장의 비밀」 등의 허아성 작가님의 신간, 『타세요, 타!』는 표지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가득 숨어있으니 꼭 한번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먼저 『타세요, 타!』는 귀여운 동물들과 멋진 배경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특별한 동물들이 버스에 타기도 하고, 속이 트이는 배경을 만날 수도 있어 여러모로 나눌 이야기가 많은 그림책. 우리 집은 아이와 수다 떨 일이 많은 책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기에, 『타세요, 타!』를 읽는 내내 아이와 퀴즈를 내기도 하고, 그림에 숨은 이야기들을 찾기도 하는 등 신나게 수다를 떨며 『타세요, 타!』를 즐겼다. 혹 그림책 수다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타세요, 타!』를 통해 수다를 떨어보면 어떨까?

먼저 『타세요, 타!』에 어떤 동물들이 타는지, 이 동물들은 어디를 가기 위해 버스에 타는지를 이야기해본다. 물론 일부는 무엇 때문에 버스를 탔는지 내용에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않아 아이들의 상상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 있어 좋다.

두 번째로는 『타세요, 타!』 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보자. 배경에 등장하는 마을, 나무, 등대, 아파트 등을 통해 『타세요, 타!』 버스가 다니는 마을을 상상해본다. 우리 아이는 벚꽃이 날리는 배경에서, 나무가 푸른 여름까지 시간이 빨리 흐르는 마을이라며 하루에 4번 계절이 바뀌는 마을을 상상해보기도 했고, 코끼리 때문에 버스가 기우뚱해지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정류장을 펼쳐보며 어떤 가게가 있는지, 무엇을 파는지 관찰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아이가 가장 재미있어한 부분은 돼지의 초상화를 그리는 늑대! 저렇게 그려주고 나서 잡아먹으러 쫓아가고, 돼지는 벽돌집에 들어가, 벽난로에 물을 끓이는 거 아니냐며 깔깔 웃더라. 역시 그림책은 어느 페이지 하나, 작은 글씨, 작은 그림 하나 버릴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해졌다.

만약 『타세요, 타!』를 만나는 아이가 꼬꼬마라면 이 정도까지만 즐겨도 충분하지만, 우리 아이처럼 조금 더 큰 꼬마라면 『타세요, 타!』를 현실로도 가지고 와보면 좋겠다. 종알종알 쉴 새 없이 떠드는 아기들에게 엄마 오리가 뭐라고 하는지, 느리게 버스에 타는 거북이를 어떻게 기다려주는지 등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고, 감사하고 미안해하는 모습들을 찾아보면 좋겠다. 공공장소를 이용하며 아이들이 떠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부터, 개미처럼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은 이들을 바라보는 애정이 어린 시선, 옆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몸을 최대한 움츠린 코끼리의 태도, 조금 느리게 등장해도 잠시 기다려주는 배려 등을 관찰하고 이야기해보며 우리 아이가 공동체 속에 살아갈 준비를 잘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더불어 사는 작은 세상을 엿보게 해주는 고마운 그림책, 『타세요, 타!』처럼 누구나 타도되고, 어디든 가는 버스가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를 배려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따뜻한 마음이 우리 세상에도 가득하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같이 있을까?” “물론 우리는 같이 있을 거야.” 월럼은 말했다. “그 부분은 똑같아.” (p.332, 2권)

어쩌면 부모님께 사랑을 요구하는 건 지나친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은 아이들을 너무 많이 잃어서, 그냥 지금 있는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마음을 주지 않으려 했을지도, 혹은 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국엔 윌럼과 헤밍 역시 선택에 의해서든 아니든 부모님을 떠날 테고, 그때 그들의 상실은 완전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런 식으로 부모님을 바라볼 수 있기까지는 아직 수십 년이 지나야 한다. (p.75, 1권)


너무 뻔한 말이라 하고 싶지 않지만, 진짜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천장에 달하는 엄청난 서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놓을 수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금요일 밤에 시작하여 토요일 아침이 다가올 무렵까지, 나는 『리틀라이프』와 함께 했다. 아 그런데 이 책을 추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미친 듯이 몰입되는데, 정말 미친 듯이 괴롭다. 책을 읽는 내내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대는 감정 때문에, 책을 다 읽은 새벽녘에도 잠들지 못했다. 책을 읽은 뒤에도 나는 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 스토리 안에서 갇혀있었던 것 같다. 그들의 삶에 대해, 또 나의 삶에 대해.

『리틀라이프』 에는 네 친구가 등장한다. 윌럼은 이미 죽고 없는 형제 둘과 뇌성마비를 앓는 형 헤밍 아래로 태어난 넷째다. 아이를 많이 잃다 보니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을 주기에 이미 지쳐있었고, 서로의 상실을 바탕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삶을 산다. 제이비는 다행히 할머니와 이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만, 무엇이라 딱히 집어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지녔다. 멀쩡한 집(?) 아들인 멜컴은 자신에게는 애정이 없는 부모 아래서 약간의 삐딱함을 지녔으나,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으로 산다. 마지막 주드. 주드,는 태어남과 동시에 쓰레기 봉지에 담겨 버려진 주드와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의 아픔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주드는 과거의 기억을, 아팠던 감정들을 선명하게 복기시킨다.

사실 『리틀라이프』의 초반에는 너무 많은 인물이 엮여있어 머릿속에서 그들을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만 지나면 휘몰아치듯 이야기에 빠져 그들의 삶에 대해,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공감하고 생각하게 된다. 과거의 불행과 현재의 행복 간의 격차가 커질수록 괴로워하는 주드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인생이 무엇인지, 사람은 과연 스스로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 수없이 생각해야 했다. 그동안은 진짜 “인생 소설”이라 부를만한 몇몇 대작들을 제외하고는 소설을 두세 번 읽는 일이 없었다. 바쁘면 제일 빠르게 '제쳐놓고' 읽은 책이 소설이기도 할 만큼, 소설은 “재미” 혹은 '감동' 외에는 얻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부분도 대작들 제외) 그런데 『리틀라이프』는 그런 내 생각을 통째로 흔들어놓았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감히 타인의 삶에 “이해한다.”라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누구의 삶도 결코 쉬이 말할 수 없고, 우리는 그 삶 속에서 수없이 흔들리고 아파하며 때로는 성장하고 때로는 넘어지는 작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혹 『리틀라이프』를 읽고자 한다면 긴 문장 호흡, 자해나 학대 등에 대한 수위, 복잡한 등장인물 등을 고려하면 좋겠다. 정말 그 부분만 참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심리에서보다 깊이 생각하고, 삶에 대해 숙고할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