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수밭 대산세계문학총서 65
모옌 지음, 심혜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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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수밭은 영화가 먼저 한국에 알려졌고 뒤이어 소설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작가는 지난 201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모옌 작가다. 나에게 중국문학은 변두리 문학이나 다름없었다. 중국 문학이 아니더라도 읽어야 할 한국작가의 책은 끝없이 있었고, 익숙하지 않은 중국 문학까지 손에 댈 여유는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읽었던 책들은 김용 선생의 무협소설정도였다. 그러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고 교수님께서 1학기 안으로 읽어봐야 할 책들을 소개해 주셨다. 이 책은 그 중에 한 권으로 예전에 출판된 작은 소책자 형태의 책이라 분량이 적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의 배경은 산둥성 동북 지방의 까오미 마을이다. 오랫동안 그 땅에 살아온 중국인들은 땅에 붉은 수수를 잔뜩 심어놓고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화자인 는 까오미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가는 가문의 손자로 오랜만에 마을로 돌아와 대대적인 조사 끝에 가족 3대에 걸친 역사 정확히는 항일 운동 역사를 조사한다. 이 소설은 그가 조사한 가족사를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해주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의 아버지인 또우꽌은 이른 아침에 안개 속을 걷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그의 양아버지인 위잔아오 사령관이 함께 있었다. 또우꽌의 어머니(나의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 둘이 안개로 뒤덮인 수수밭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과 위잔아오 사령관이 이끄는 부대는 일본 수송부대를 공격하기 위한 작전을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나가고 있었다. 소설의 시간대는 이 작전이 시작돼서 끝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항일군사 작전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 사이 사이에 까오미 마을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다. 그 과정은 농후하고 아름답다. 묵직한 역사적 배경을 인간을 묘사하기 위한 곁가지 정도로 사용하는 작가의 원숙한 솜씨는 이 소설이 단순한 역사 소설을 넘어서 중국 문학의 손꼽히는 작품으로 발돋움 시키는 원동력이다.


붉은 수수밭의 배경에 어울리게 피가 나오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그 피는 일본인에게 무기력하게 당하는 중국 민초들의 피가 아닌, 용기를 가지고 불의에 맞서는 용감한 사람들의 피다. 불의에 맞서는 사람들의 용기는 내가 이전에 읽었던 무협지의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들은 오직 중국 문학에서만 탄생할 수 있으리라.


짧지만 강렬한 독서였다. 책을 읽다보면, 잘 설명할 수는 없어도 이 책은 명작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많은 책을 읽다가도 이런 느낌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한동안 이런 책을 만나지 못하다가 이번에 만나게 되니 기분이 좋다.


내가 읽은 얇은 책은 장편의 일부를 때어내서 따로 출판된 책이다. 원래 장편의 이름은 홍까오량 가족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이니 도서관에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해주신 교수님은 장편은 조금 실망스럽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대가 꺾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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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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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 때는 그의 소설인 1Q84가 한참 베스트셀러였던 때여서 소문을 들은 나는 그 책을 빌리기 위해서 동네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실을 찾았다. 도서관에서는 신간 소설, 거기에다 한참 잘 나가던 소설은 다른 사람도 잘 찾았으므로 책을 빌리기가 어려웠다. 여러 번 허탕을 친후, 나는 꿩 대신 닭이라고 그의 다른 소설인 해변의 카프카를 빌려 읽었다.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해변의 카프카는 19금딱지만 안 붙었다 뿐이지 그(?)장면이 아주 적나라하다. 정사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하루키의 소설들 중에서도 아주 강한 편에 속한다. 그런 사전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교실에서 책을 읽다가 당황했던 기억이 있었다. 이 강렬했던 첫 만남 덕에 나에게 하루키=야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 인식은 후에 그의 다른 소설을 읽어가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이런 부분만 보고 그의 소설들을 외설로 취급하는 독자들도 많이 있어서 안타까울 노릇이다.


웬만한 작가들은 자신의 문학관이나 창작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한 권씩 내고는 한다. 이 책도 그런 책과 같이 하루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학에 대한 생각과 창작에 임하는 자세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소설을 창작하라는 식의 얘기는 없기에 하루키가 소설을 창작하면서 느끼는 생각을 정리한 에세이 정도로 이해하면 적당할 것 같다.


소설가로서의 하루키 자신을 묘사한 이 책은 꽤나 흥미로운 장면이 많다. 우선 하루키가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재미있는데, 야구장에 갔다가 자신 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불연 듯이 소설이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재즈 바의 주방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완성한 소설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처음 쓴 초고는 소설을 써본 적이 없는 자신이 봐도 엉망이어서 고쳐 썼고 그걸 잡지에 응모했더니, 신인상도 받고 함께 책도 꽤나 팔려서 소설가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날아오는 공을 보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라는 말은 성경 속에서 기독교 신자가 신에게 계시를 받는 것 하고도 비슷하게 보인다. 작가의 말이 어이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창과에 다녔던 나의 경험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자신이 글을 쓰고 싶다고 결심한 계기도 하잘 것 없는 것에서 시작되었고 오히려 거창한 이유로 문학을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설가로서 겸손한 편인 하루키는 자신이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그저 글을 쓰는 것이 즐겁고, 좋은 독자를 만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소설가로서 가장 큰 책무는 독자에게 양질의 소설을 제공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고도 하는데, 어찌 보면 이 말은 앞의 말과 모순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을 위해서 하는 소설 쓰기로 타인까지 만족시킬 수 있다니. 그거야말로 재능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하루키의 소설은 꽤나 오해를 많이 받고는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적나라한 정사 장면을 넣기도 해 몇몇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단순한 외설 취급하기도 하고, 그의 가독성 높은 문체는 가벼운 문체로 여겨져.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일반적인 팔리기 위해서 쓰여 진 소설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하루키 다운 것 이 책에서도 설명하는 오리질내러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작가 본연만의 매력은 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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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마저도 코니 윌리스 걸작선 2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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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읽은 코니 윌리스의 화재감시원은 여러모로 기분 좋은 독서를 선사해 주었기에 이 책의 다음 권인 여왕 마저도를 읽는 데는 딱히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영국 여왕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지만, 소설에서 여왕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 책도 화재감시원과 같이 코니 윌리스의 중, 단편을 모아 놓은 선집이다. 오랫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해 온 작가의 단편이고 그 중에서도 좋은 소설만을 선택한 선집이라 하나 같이 좋은 소설들이다. 개인적으로는 화재감시원의 소설들 보다 이 책의 소설들이 더 좋았다. 중편 3편과 단편 2편이 수록 돼있는데, 단편들이 하나같이 명랑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소설이라 내 취향과 맞기도 했다.


첫 번째 단편인, 모두가 땅에 앉아 있는 데는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왔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외계인의 반응을 이끌기 위해서 각계의 과학자로 이루어진 위원회가 탄생하지만, 워낙 일을 개판으로 처리해서 외계인에 대한 연구는 지지부진하다. 외계인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여러 장소로 끌고 다니지만, 역시 성과는 미미한 상태에서 쇼핑몰을 방문한 날. 외계인이 자리에 주저앉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리에 주저앉은 것이 뭐가 대단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외계인들이 몇 달 동안 아무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처음으로 반응을 한 거라고 생각해봐라 그것만으로 대단한 반향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최초의 반응을 힌트로 주인공이 어째서 외계인이 반응을 했는지를 알아내려고 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인 여왕마저도는 페미니즘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 속의 세계는 여성이 생리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신약의 개발로 여성이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게 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여성의 자연스러운 생리를 숭고하게 여기는 집단이 생겨나고 주인공의 딸이 여기에 가입하게 되면서 온 가족들이 모여서 딸이 그 집단에서 탈퇴하도록 설득하는 스토리다짧고 유쾌하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었다. 여성이 생리를 통제하게 되자. 가족이 모계를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묘사나, 이론은 그럴싸하지만, 막상 실제 생활과는 유리되어 있는 여러 이론들(꼭 페미니즘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에 대한 담론들을 소설의 귀감이라고 할 정도로 훌륭하게 포장되어 있다.


마블아치에 부는 바람은 런던에 오랜만에 찾아온 남자가 튜브(런던의 지하철)에서 불길한 바람을 느끼고 그 바람의 원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런던대공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므로 작가의 다른 소설인 화재감시원과도 조금은 연결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를 다룬다. SF소설이라기 보다는 스티븐 킹의 소설처럼 한 사람이 초자연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묘사한 소설이다.


영혼은 자신의 사회를 선택한다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소설이었다. 19세기의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과 H. G 웰즈의 우주전쟁의 소재를 엮은 소설이다. 논문과 같은 형식으로 쓰여 진 소설인데, 영문학에 조예가 없으니 무슨 이야기인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패러디가 가지는 단점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마지막 소설인 마지막 위네바고는 개가 살아진 미래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기자의 시점에서 개가 수수깨끼의 질병으로 사라지고 기형적으로 변한 사회를 볼 수 있다. 개가 사라지는 것이 충격적이었는지 애완동물 협회가 비대한 권력을 얻고 동물을 죽이게 되면 중형을 선고 받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말이 안 될 것 같지만, 뛰어난 소설이 그러하듯 그럴 듯하게 들린다.


매 소설 마다 뒤편에 실린 작가의 후기는 소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작가 본인은 작품론을 논할 생각이 없었겠지만, 이 좋은 소설들이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오랫동안 글을 써온 깊은 관록을 가진 작가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어느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소설가는 몇 개의 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문장의 벽, 소재의 벽. 주제의 벽이 그것이다. 어떤 소설가는 이 벽을 차례로 돌파하기도 하고 반대로 평생 동안 돌파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단언하건데 코니 윌리스는 이 모든 벽을 돌파하고 장인에 반열에 이른 작가다. SF소설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소설로서도 충분히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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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6 - 구부의 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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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많이 읽는 작가 세 명을 꼽아보라면 김진명, 귀욤 뮈소, 더글라스 케네디. 이렇게 세 명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들은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통하지만, 군인들 사이에서의 위상은 따라올 작가가 없다. 이 세 명중 그나마 좋아하는 작가는 더글라스 케네디. 나머지 두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군인이었을 때나 읽었고 전역을 한 지 일 년이 넘은 지금은 아예 읽지 않는다. 이 두 작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 십 권의 책을 출판하면서도 그 소설들이 비슷한 내용과 주제, 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귀욤 뮈소의 경우. 그의 소설에는 항상 잘 생기고, 잘 나가는 남자가 등장하고 마찬가지로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이 등장해 그 둘은 사랑에 빠지고 우역곡절 끝에 사랑은 좋은 결말로 끝이 난다. 모든 로맨스 소설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런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그 스토리가 수십 권 동안 이름만 바뀌어서 다시 등장한다면? 그건 작가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귀욤 뮈소의 소설은 재미있다. 이번에 새로 영화로도 개봉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이렇게 작가를 비판하는 내가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그 소재가 잘 먹혔다고 비슷한 소재로 다른 소설을 쓰는 건 심하지 않는가. 이런 식으로 작가가 비슷한 소설만을 쓰는 것을 자기 복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작가를 싫어한다.


김진명도 자기 복제를 하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다. 그의 소설은 항상 똑똑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 주인공은 한 민족에 관련 된 음모에 휘말려서 이리저리 쏘다니다가(고생도 아니다 진짜 쏘다닌다.) 새로 알게 된 한 민족의 위대함에 감동하며 소설이 끝난다. 이런 식의 내용이 계속 반복 된다. 문장은 평이하고, 플롯은 반복되며, 등장인물은 평면적이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는 한 페이지를 읽을 때. 세 문장만 읽으면 내용파악이 가능하다. 이런 작가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책을 판 작가 중 하나라는 게 신기할 노릇이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인 고구려를 6권까지 읽었다. 읽었을 뿐만 아니라 꽤나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하필 고구려 1권을 읽었을 때가 책을 한참 읽지 못했던 훈련병시절이었던 게 문제였다. 두 달 동안 책을 못 읽었는데, 수료식 때 외출을 나갔던 동기가 그 책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활자에 목마르던 나는 미친 듯이 책을 읽었고 그 기세는 자대에 전입할 때가지 이어져, 선입에게 책을 빌려 당시 출간되었던 고구려 5권까지 모두 읽었다. 그런 기억 때문에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실망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그렇기에 피 같은 돈으로 고구려 6권을 사고, 소중한 젊음을 낭비해가며 그 책을 읽은 것이다.


소설은 사유의 아들인 구부가 왕으로 즉위한 이후를 전개해 나간다. 소설 처음부분부터 어이가 없는 장면이 나오는데, 유학자들이 모여서 세계정세를 논하고 중국민족의 기상을 위해서 음모를 꾸미는 장면이 나온다. 뭐냐? 이건? 흑막인가? 이 장면에서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유학자라는 양반이 나오는데, 작가는 분명히 소수림왕이 집권한 시기에 유명한 유학자 이름만 빌리고 역사적인 배경 같은 건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세계를 조종하는 흑막이 있다는 설정부터 유치하지 않는가. 음모론으로 소설을 팔아먹는 양반이 쓸 만 한 장면이다.


소설의 소개 글에도 등장하는 ()의 바다를 멸하리라와 같은 문장에서도 보이듯이 국수주의에 심취해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주장을 펴는 문장은 신경 쓰이는 것을 넘어 역겹다. 예를 들자면 유교를 공자가 만든 거대한 사기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물론 유교에 의한 폐해도 존재하지만 유교는 한국인의 근본적 정신을 이루는 요소다. 유교가 중국인인 공자에 의해서 탄생했다고 유교를 부정하는 것은 여태까지의 한국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전 권까지는 이런 부분이 덜하고 소설적인 재미를 추구해서 그나마 나았는데, 6권에는 이런 식의 주장을 대놓고 서술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17년 동안 고민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고민 한 건지.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고민인가 아니면, 역사의 고증을 위한 연구인가. 이 소설에서 나오는 주장이 확대되면,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이 되고, 중국의 동북공정이 되는 것이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홍보하는 문구를 볼 때마다 민망하기만 하다. ‘앞으로는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읽을 것이다라던지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보급 소설'이런 문구가 눈에 띤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이 국보급이면 한국 문학은 이미 멸망한 것이다. 이런 자화자찬을 홍보를 넘어서 작가 스스로 하고 있다니 작가가 아닌 장사꾼의 마인드가 아닌가 싶다.


고구려 7권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는 읽지 않으려 한다. 최소한 돈을 주고 그 책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자면 부디 이 책을 돈을 주고 사거나 젊음을 낭비하며 이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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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와 딸의 10일간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영미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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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족이 사고로 서로간의 영혼이 뒤 바뀌는 내용의 소설이다. 사실 이런 소재를 사용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영화, 드라마, 만화 등등. 일일이 새본다면 아마 수백 개는 될 법하다. 그 중에는 이야기를 잘 만들어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이야기도 있다. 작년에 화제가 된 길라임이 등장하는 현빈, 하지원 주연의 시크릿 가든이 그 예다. 서로 다른 생활을 하던 사람이 서로가 뒤 바뀌게 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의 전작인 아빠와 딸의 7일 간은 소재를 잘 사용한 덕분에 매력적인 소설로 느껴졌다. 그 소설에서는 아버지와 딸이 기차 사고로 서로의 영혼이 뒤바뀌게 된다는 내용인데, 아빠와 딸의 관계를 잘 조명하고 남자와 여자간의 성 차이를 부각해 나름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서로가 뒤바뀌다 보니 당연히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각자의 인생이 있을 태니 갈등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소설 안에서도 여러 애피소드가 균형 있게 어우러져 걸작은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작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출간된 후속작인 아빠와 엄마와 딸의 10일간’. 중고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고 전작을 괜찮게 봤기에 구매했다. 저렴한 가격과 손에 딱 맞는 사이즈 그리고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활자는 마음에 들었지만, 마음에 든 건 그것 까지였고 전작과 비교하고 소설 자체로만 보더라도 실망스러웠다.


소설의 스토리는 전작에서 이 년이 흐른 뒤다. 여고생이었던 딸 고우메는 대학생이 되고 새로 시작 될 캠퍼스 라이프를 준비한다. 아버지는 전작의 사건 덕분에 한 부서의 부장까지 되지만, 출세와는 거리가 먼 부서였고 덕분에 예전보다 더 한가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가족이 도시 한복판에서 벼락을 맞고 또다시 몸이 바뀌게 된다. 거기다 이번에는 엄마까지 포함되었다. 가뜩이나 꼬인 일에 새로운 캠퍼스 라이프와 회사 안에서의 음모와 같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이유는 여러 개가 있지만, 우선 이 책에 전작이 있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전작이 있고 당연하게 전작과 유사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당연히 전작을 읽은 사람들이다. 반복이 소설의 재앙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유사한 사건을 반복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엄마를 포함했지만, 새로 갈등할 만한 요소가 딱히 없다. 남녀 간의 신체구조 차이로 일어나는 갈등은 전작에서 이미 써먹어 버렸다. 엄마는 가정주부이고 가정주부는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를 주기에는 어렵게 느껴진다.


소설의 사건들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전작에서 회사 안에서의 사건 사고는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였지만, 이 소설의 경우에는 이미 그런 사건을 겪은 딸이 다시 아버지의 몸으로 들어가 딱히. 긴장감을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은 이십대 초반의 아가씨인데 행동은 평범한 직장인보다 낫다. 여대생이 된 엄마의 시점은 너무 시시콜콜하고 평범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가정주부가 된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다.


소설의 화자가 연달아서 바뀌는데, 한 장면을 여러 시점에서 보여주는 것은 각 등장인물의 심리를 폭넓게 이해하기 이전에 지루하게 느껴졌다. 각자의 상황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정작 필요한 묘사나 사건의 진행은 빈약하고 급 전개가 되었다. 결말도 얼렁뚱땅 끝나버려서 이렇게 끝나나 싶을 정도였다. 형보다 못한 아우라는 말을 딱히 신뢰하지는 않지만 이 소설은 그 말을 증명하는 작품이 돼버렸다.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인 아빠는 딸은 이 소설의 전작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무한도전의 멤버 중 하나인 박명수가 까메오 출연하는 것으로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까지 했기에 국내에서의 인지도에 비하면 꽤나 유명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듣기로는 원작자가 영화를 보고 극찬했다는데, 극장가에 개봉해서 흥행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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