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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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은 항상 먼저 찾아 읽는다기 보다는 어쩌다가 마주치게 되어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남녀가 자주 보는 사람에게 설렘을 느끼는 것처럼 내가 결국 읽게 되는 청소년 소설은 베스트 샐러가 된 책들이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나 구병모 작가의<위저드 베이커리>같은 소설들이다. 아니면 우연히 눈에 띈 소설을 읽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종이접기 클럽> 때문일 것이다.

 

<종이접기 클럽>의 저자인 이종산 작가는 <커스터머>의 작가로 내겐 인식되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커스터머>를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았다. <머드>나 다른 여러 지면에 발표한 소설을 은근히 자주 접한 편이었다. 이번 <종이접기 클럽>은 이종산이라는 작가의 소설이 아니었다면 고르지 않았을 것이었다. 물론 표지가 예쁜것도 이유중 하나였다.

 

오래된 여고 안의 도서반에서 활동하는 세 친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소재인 이야기다. 세연, 소라, 모모가 주 등장인물로 주로 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장르로 치자면 미스터리, 약간의 공포에 오컬트적인 설정도 더해진 소설이다. 뭔가 읽으면 세 아이가 노닥거리는 게 귀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일 뿐 소설 자체의 이야기는 산발적인 에피소드가 여럿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그 아기자기함 때문에 강한 사건이 등장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했다.

세연에게는 타인의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어서 그걸 활용한 에피소드가 더 강하게 드러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학교 안을 떠도는 소녀 귀신에서 시작해서 소문을 추적하고 역사적 비극과 마주하는 장면은 나름의 울림이 있지만, 그 과정이 좀 밍숭밍숭 하달까. 어쩌면 이건 성인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영어덜트라는 장르는 주인공이 10대라는 점만 공통적이고 한쪽은 성인 소설 부럽지 않은 하드한 내용이 이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이렇게 기존 청소년 소설처럼 좀 심심하기도 한 느낌이다. 그래도 세 사람이 수다를 떠는 장면은 숲에서 새들이 노는 걸 지켜보는 것처럼 기분 좋은 감각을 선물해 주었다. 약간 아쉬운 경험을 한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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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처럼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7
임솔아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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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40페이지 그것도 판형도 작은 책인데, 그 안에 수 많은 관계성을 꾹꾹 눌러 놓은 괴물 같은 소설. 감탄을 넘어서 무섭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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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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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의 젊은 작가상 서점의 상품 페이지는 올해도 개판이었다. 백래시든 무엇이든 상관은 없으나 작가들 면면은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미상, 김멜라 작가는 이전에도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서 자주 보았던 이름이고 이중 이미상 작가는 대상까지 수상했다. 수상작의 경향은 여전히 여성-퀴어가 강세이고 그 점이 불만인 사람들은 이 소설에 1점을 남겨 주는듯하다. 반대로 이 소설집을 열럴히 지지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나는 잘 모르겠다. 올해 수상한 작가나 작품들은 대부분 내 취향이 아니었고 이미상 작가나 김멜라 작가는 그다지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었다. 몇해 전 박상영 작가가 한참 주목 받을 때는 그래도 재밌게 읽고 승승장구 하는 것에 내가 다 뿌듯했는데 이제는 너무 내 취향과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대부분의 작품을 지금은 사라진 문예지인 에픽에서 보았거나 다른 소설집에서 보아왔다. 대상인 <모래고모...>는 처음 읽었을 때도 난해하더니 다시 읽어도 난해하더라. 김멜라 작가는 퀴어 쪽의 소설만 쓰는 줄 알았는데 죽은 후의 사신과의 대화라는 소재라서 의외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서수 작가의 <젊은 근희의 행진>은 작가답지 않게 꽤 유쾌하달까. 작가의 다른 작품은 젊은 여성 세대를 소재로 다루는데 현실적인 이야기나, 경제적인 궁핍 등을 다루기 때문에 항상 읽기 버겁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점이 좀 덜 하긴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함윤이 작가의 <자개장의 용도>이다. 물론 주인공이 자기랑 헤어진 연인을 찾아 헤매는 부분이 뒤의 작가의 말처럼 왜 저렇게 애정에 목을 매는가 싶었지만, 그런 감정은 또 그 나이 대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기에 귀엽기도 했다. 이 소설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같이 자개장을 사용한 어머니가 타클라미칸 사막에 갔다던 부분 때문이었다. 이상하게 그 부분이 마음에 남았다. 그냥 진부할 것 같았던 캐릭터가 의외의 모습이랄까 하는 부분이 보여서 좋게 느껴진 것 같았다.

 

현호정 작가는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인 <단명소녀 투쟁기>를 읽었을 때도 난해하다고 생각했는데, <연필 샌드위치>도 마찬가지였다. 실험적인 것 좋지만... 나는 이런 걸 즐길 수 있는 인내심이 없어서...

 

매해 챙겨 읽으며 새로운 작가가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는 소설집이다. ‘젊은이라는 수식어가 그러하듯이 급진적이며 한국 문학계의 트렌드를 포착하려고 노력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경향이 비슷비슷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30대가 되면 취향이 정해진다는데 내가 젊기보다 어리기까지 했던 시절에 한참 활동하던 젊은 작가들은 이제 문학계에 깊게 자리 잡은 중견 작가가 되었다. 나도 그들과 함께 늙은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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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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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를 표방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양심과 도덕심이 결여된 인간. 통칭 사이코패스가 자주 등장한다. 이제는 식상해져서 영화를 보다가 그런 인물이 나오면 뭐야 또 사이코패스인가싶지만, 이런 식상한 소재도 원조 순대국밥 집처럼 처음으로 소개 될 때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전에도 대중매체 속에서 사이코패스를 묘사한 것은 많지만, 용어를 사용해 사이코패스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정립한 소설은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의 소설은 천사의 속삭임이라는 소설을 읽어 본적이 있다. 기생충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는데, 기생충이 인간의 뇌를 조종하고 숙주가 된 인간은 기생충의 생존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장면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묘사되어있다. 영화인 연가시와도 비슷한 내용이지만 이 소설이 먼저 출판되었기에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다른 소설인 ‘13번째 인격은 다중인격과 고베 대지진을 소재로 한 호러소설이었다. 이쯤 되면 이 작가가 호러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은 집은 그의 대표작이며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소설자체가 완성도가 있는 수작이기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이 10년 전임에도 아직까지도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2007년인가에 우리나라에서 영화화된 적이 있는데, 영화는 원작의 이름에 흠집을 낸 완성도를 자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엇뜬 본 기억으로는 소설의 내용을 어설프게 비틀어 반전을 만들려고 하다가 내용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을 통해서 얻은 즐거운 기억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 소설을 읽고 있지 않다가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소설을 읽지 않았음에도 소설의 반전을 알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덜했음에도 이 소설은 이틀 만에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고, 호러 소설이 주는 재미를 충실이 주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보험사에 근무하는 직원이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호러 소설에 웬 보험사 직원이냐 싶었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소설의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형태가 바로 보험사 직원이었다. 보험사 직원은 일상과 범죄의 중간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형사는 아예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존재이므로 한쪽에 치우쳐져 있으며, 보험사 직원이 아닌 다른 인물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세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보험사 직원도 평범한 직원에 불과하지만, 보험료를 노리고 살인도 불사하는 세태와 결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어두운 범죄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악한 인간의 표적이 된 느낌을 알 수 있다고나 할까.


특히 뛰어났던 부분은 사건을 일으키는 범인의 캐릭터적인 입체성이다. 작가는 범인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증언을 통해서 사이코패스라는 존재가 어떤 모습인지 형상화 시켰으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인간이 일반 사회에서 아무런 재제 없이 섞여 있는 공포를 묘사한다. 이 소설의 가장 두려운 점이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남에게는 무심한 도시의 인간관계와 발달된 사회보장 제도로 가족이 아이의 양육에 책임을 덜 지게 되는 세태. 인간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지 못하는 가전제품의 전자파들. 무능한 경찰과 느슨한 행정능력. 이러한 것들이 이 소설에서 범인이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사회에 섞여있을 수 있는 원인으로 존재한다.


소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마음껏 보여주고는 희망적인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그나마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앞에서 언급한 작가의 다른 소설의 결말이 암울한 결말로 끝이 난 것보다는 그나마 났지만, 그럼에도 뒷맛이 씁쓸한 것은 범인은 사라졌지만 범인을 잉태한 사회는 그대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이 소설로만 끝났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현실 사회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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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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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켤 때마다 내가 찾고 있던 동영상이 떠 있으면 놀라고는 한다. 아니면 책을 살 때 추천 마법사에 뜬 책이 내 취향을 따를 때. 이게 4차 산업 혁명인가 싶었다. 몇 년 전부터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 빅데이터라는 말은 이젠 완전히 사회에 자리 잡았고 현대 소비 사회의 한축이 되었다.

 

몇몇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은 이러한 빅데이터를 소유한 기업이 차차 국가보다 더욱 강력해지며 그들을 적절히 제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천생연분>은 그런 전망이 극한까지 벌어지는 일종의 디스토피아 물이다.

 

<천생연분>은 탈리라는 AI비서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그에 맞춰서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리 사회도 이런 추천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소비가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강화된 빅데이터가 점점 비대화해지고 나아가서는 그 선택이 인간이 아니닌 AI가 주도 한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은 몰개성해지고 점차 파편화 개인화 된다. 소설에서는 이러한 폐해를 황폐화 된 도시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예측 자체는 과학자나 사회학자들이 충분히 예측한 상황이어서 딱히 새롭다 할만한 건 없었다.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해커들의 성공할 뻔한 시도도 여전했다. 다만 그런 해커들의 시도도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방식으로 전략을 짰다는 것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과 동료 해커가 센틸리언의 이사와 만나는 장면은 <멋진 신세계>가 떠오른다. 멋진 신세계에서도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이 세계의 지배자와 대면하며 세계의 진실을 깨닫는다. 이 소설에서도 센틸리언 이사의 설명은 그래 이 체제가 나쁜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런 장점도 있지? 어때 이제 우리가 같이 단점을 보안 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해볼래?’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사의 말에 동의한다.

현대 물리학의 해석에 따르면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타고난 유전자는 선호를 만들고 인간은 그 선호에 따라서 움직이는 존재다. 센틸리언의 AI기술은 그런 선호를 강화함으로써 인간을 더욱 고정된 존재로 만들 것이다. 설령 자유의지가 착각이라 할지라도 인간은 착각을 진실이라 믿을 것이고 그런 믿음 하에선 이 소설이 그리는 결말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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