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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최진영 외 지음, 곽기영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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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내는 무슨 무슨 시리즈의 새로운 소설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다른 출판사처럼 특정한 주제에 맞춰서 엔솔러지를 기획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소설들에서 키워드에 맞는 소설을 선정해 책을 낸다는 점이다. 이전에 읽은 <가슴 뛰는 소설>은 사랑에 관련된 소설들 모음집이었다. 이번 <숨 쉬는 소설>의 테마는 바로 환경이다. 한국 소설 중에서 환경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은 보통 아포칼립스 적인 분위기의 SF소설이나 고발 소설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분위기의 소설을 선정했다. 그 덕분에 키워드가 통일되지 않는 것 같은 소설들도 많았다.

 

최진영의 <돌담>은 작가의 다른 소설집에서 봤던 소설이었는데 도시에서의 상처를 자연이 충만한 고향으로 내려와 회복한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돌담이 만들어지는 사연도 굉장히 인상깊게 남았다. 단순히 힐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던 소설.

 

단순히 가해자 인간- 피해자 자연의 관계라는 스테레오 타입보다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에 집중에서 좋았던 소설이 많았다. 김기창 작가의 <약속의 땅>은 본격 북극곰 소설이었고,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는 태평양 쓰레기 섬을 다룬 풍자 소설에 가까웠다. <노찬성과 에반>은 소년과 개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임솔아의 <신체 적출물>은 제목에 어울리듯 약간 그로테스크한 소설이었다. 어쩌면 가장 키워드에 어울리는 소설은 조시현 작가의 <어스>였던 것 같다.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이지만 그것이 주는 재미 또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한 권의 소설 여행이 끝났다. 한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은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 한 권의 좋은 책을 읽었고 그만큼 즐거웠다. 다음 책도 충분히 재미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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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과학 -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꿀잼 과학 이야기
이재범 지음, 최준석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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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통해서 과학 지식을 알게 된다. 복잡한 연구와 수식의 세계인 과학은 예전에는 몇몇 과학자 저술가를 통해서야 그 의미가 일반 독자들에게 알려지는 케이스도 많았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고전이다. 그리고 지금은 대 유튜브의 시대. 어렸을 때부터 유튜브를 사용하는 세대인 요즘의 10, 20대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기도 한다. 그리고 과학은 어쩌면 책보다는 유튜브 같은 영상으로 보는 것이 더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1분 과학>은 유튜브의 내용을 만화화한 내용으로 쉽고 재미있게!를 모토로 제작된 것 같았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만 한 내용이어야 하니 소재도 다양하다. 기억에 남는 건 우유가 건강에 좋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우유를 지속적으로 마실경우 몸의 염증 수치가 올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 (물론 과학에서 정설은 있을 수는 있어도 확답은 있을 수 없다.) 통념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과학의 최신 연구가 만들어낸 새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 때 억지로 우유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 나는 이런 연구가 진즉에 통설이 되었다면 어땠을 까 싶었다.

 

또 노화 역행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난다. 현재까지 노화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이론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과학이 보장하는 노화 방지 기술은 바로 운동이라는 것이다. 운동은 유일하게 인간의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 덕에 나이 들어 몸 관리가 빡세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된 건 정말 이 책의 얘기를 듣고 나서였다.

 

과학 유튜버는 다양하고 또 보다 보면 재미있다. 딱딱한 내용이기에 그 과학을 잘 풀어내기 위해서 하는 유튜버들의 노력이 참 좋다. 더 많은 과학 유튜버가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을 보태는 것으로 이 리뷰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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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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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이 낸 짧은 소설 시리즈가 어느새 스무 권 가까이 발매되었다. 보통 짧은 소설은 여느 소설집에 잘 수록되지 않는 감이 있는데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그런 점을 잘 파고들어서 많은 작가의 미발표 원고를 모아 이런 시리즈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한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성공한 이후에도 작가의 여러 작품이 연달아 성공해왔다. 작가의 특징이자 개성이라면 특유의 맑고 순한 문장과 서사다. 그럼에도 최은영은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증언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최은영이 묘사하는 사건들은 보통 일상적이거나 개인의 사건에 머물어있어서 맞아 그렇지.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이런 점이 최은영 작가가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비결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에서 가장 좋았던 소설은 <애쓰지 않아도><데비>일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성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재미있고 마음을 울리는 서사를 썼다는 점에서 좋은 소설이었다.

뭔가 아슬아슬한 인물이나 상황을 묘사함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거침없이 묘사하는 자극적인 방식도 좋지만, 솔직히 그런 서사나 소설이 난무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피곤해지고는 했다. 최은영의 작품들은 그런 지점에서 살짝 빗겨서면서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맹렬히 응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좋았다.

 

<저녁 산책>은 초반 부분이 신앙을 가지는 것이 나만의 자유를 누린다는 해주의 선언은 참으로 즐겁고 흥미로운 서두였지만 그러한 서두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흐릿해진다는 점에서 약간은 아쉬웠던 소설이었다. 해주의 딸이 성당에서 신을 믿는 마음과 성당 내부에서의 실질적인 성차별에 반발하고 싸우는 과정은 너무 현실적이다. 당돌한 여자아이를 보는 것 같아서 즐겁기만 했다. 세상은 잘 변하지 않지만 이런 사소한 변화가 조금씩 누적되면서 더 나은 세상이 다다를 거라는 작가의 믿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해주는 성당에서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딸이 성당에서의 다툼이 상처로 남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은 부모의 마음으로 이해되었지만 이내 그런 걱정에서 벗어나 딸의 성장을 목격하고 그를 뒤쫓는다는 결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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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의 말 - 마음을 주고받은 명배우와 명감독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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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처음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 <바닷마을 다이어리>였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그 기운이 정말 좋았고 감독의 영화가 개봉하면 빠짐없이 보고는 했다. 그의 영화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몇몇 배우가 있다. 소설가이자 배우인 릴리 프랭키 씨와 아베 히로시, 그리고 키키 키린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인<태풍이 지나가고>는 그 세 사람이 모두 등장하는 영화인데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 이 책 <키키 기린>의 말은 배우 키키 키린의 인터뷰를 모은 책으로 이웃 나라인 한국에 사는 관객에 지나지 않은 내게는 배우 키키 키린의 인생과 철학이랄까 그런 점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저술하기도 했는데 감독이 이전에 쓴 에세이집에서 읽고 느낀 거지만. 글을 또 굉장히 잘 쓰는 사람이라 이 책도 내용뿐만 아니라 문장이라든지 책의 완성도도 훌륭했다.

 

배우 키키 키린은 한국에는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 알려졌지만, 일본에서는 경력이 수십 년에 달하는 국민배우로 유명했다. 연기 경력의 시작은 연극에서 드라마, 영화로 이어졌다. 불행한 결혼 생활과 그런 가정사 때문에 약간 독기를 품은 배우의 모습도 나온다. 내게는 영화를 통해서 간간이 접하는 파편 같은 모습이었는데 키키 키린은 실제 삶에서 그런 모습을 체화하고 그를 연기를 통해서 분출하는 것이었다.

그런 에너지 덕분에 자상하면서도 무자비한 독설을 내뱉는 모순적이지만 그렇기에 인간적인 캐릭터가 완성되는 것이다. 감독은 키키 키린이라는 인간을 이해함으로써 그런 에너지를 충분히 끌어올렸다고 말한다.

배우 키키 키린은 2004년 암에 걸린 이후, 완치되었으나 재발하여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사망했다. 영화 <어느 가족>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을 때였다. 히로카즈 감독이 키키 키린을 생각하며 한 상념이 인상 깊었다. 오랜 페르소나 같은 배우를 잃고 슬픔을 울거나 소리치지 않는 어찌 보면 감독 자신의 작품들과 비슷한 감상이었다.

 

한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그릇이며 결과이다. 인터뷰집에서 묘사된 키키 키린은 내가 간접적으로 보았던 스테레오 타입이랄까 하는 자상한 할머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로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였기에 자연스럽게 자상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키키 키린에게 덧붙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는 사람이었고 책의 저자인 감독은 그런 모습을 숨김없이 묘사함으로써 배우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삶이란 무엇이고 나이 든다는 건 무엇인가.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을 알면 알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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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사람
정소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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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 가면 보이는 무슨 무슨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외국 작품에서 보이던 문구였는데, 최근에 OTT가 확산되면서 영상 제작사측에서 원작을 자주 사가는지 국내 소설에서 원작을 찾는 경우도 많아지는 모양이다. 그중에서 <너를 닮은 사람>이라는 소설이 유독 눈에 띄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읽고나니 어쩐지 이 소설이 낯설게 느껴졌다. 뭐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읽어본 소설이었다. 2012년 젊은 작가상 수상집의 수상집에 이 소설이 실려 있었다.

 

<너를 닮은 사람>은 화자인 의 아이가 선생에게 폭행되는 것으로 시작되어서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을 향해서 곤두박질친다. 비밀이라는 것이 그러하 듯이 그 내용이 심히 막장이어서 정말 재미있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서늘함이 이 소설이 드라마화하는 원작이 되지 않았나 싶다. <너를 닮은 사람>외에도 소설집에 실린 다른 소설들도 요즘에 나오는 한국소설과는 다른 결을 가진 소설들이었다. 쓰인 것이 10년 전이라고 하는 데 그때는 이런 소설이 자리잡을 공간이 있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졌다.

하긴 2012년 젊은 작가상 수상집과 최근 2022년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그 내용이나 형식, 소재나 주제가 정말 많이 달라지기는 했다. 과거에는 비주류로 불렸던 이야기들이 주류가 되었고, 과거에 주류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비주류가 되었다. 세상일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너를 닮은 사람>에 실린 소설들은 작가의 훌륭한 문장력과 함께 서늘한 분위기가 서스펜스를 만드는 소설이었다.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었으며 <너를 닮은 소설>은 그중에서 백미이며 소설 속 인물들의 만듬세가 가장 뛰어난 소설이었다.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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