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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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고르다 보면 세스펜스의 대가혹은 서스펜스의 여왕같은 수식이 담긴 소설을 발견하게 된다. 그놈의 서스펜스가 무엇인가... 딱히 깔끔하게 규정할 방법은 없는데 쉽게 말해서 공포 영화를 봤을 때 쫄리는 느낌 그 자체라고 보면 된다. 혹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느낌 같은 것. 외국 작가 중에는 그런 걸 잘 활용하는 작가가 스티븐 킹일 것이다.

 

<카디프, 바이 더 시>의 작가인 조이스 캐롤 오츠는 영문학계에서 대표적인 소설가로 유명한데 사실 나는 잘 읽어보지는 않았다. 사실상 이번 소설집을 통해서 처음 만나는 작가인 셈이다. 먼저 말하자면 <카디프, 바이 더 시>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놈의 서스펜스를 강렬하게 느끼며 책 페이지를 넘기니 거의 500페이지(거기에 판형도 두꺼운)에 가까운 책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분량이 긴 네 편의 소설이지만 인물들이 살아있고 그 인물들이 겪는 상황이 내가 다 겁이 나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 알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 책에서 구현되는 서스펜스란 약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공포에 가깝다. 자신을 성추행하는 의붓아버지, 폭력적인 남편, 자신의 부모를 죽였다고 생각되는 삼촌 등. 여성의 입장에서 겪는 폭력과 공포를 적나라하게 구현함으로써 킬러니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 못지않은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책에 수록된 네 편의 소설 모두 균일한 완성도를 자랑하며 독자에게 깊은 몰입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이 책의 기존 리뷰 칸에서 짜증난다는 평이 많은 것이다. 특히 세 번째 소설인 <환영처럼: 1972>는 결말 때문에 많은 분들이 불호의 평을 남기지만, 그만큼 잘 쓰인 소설이기에 사람들이 주인공의 행동과 운명에 답답함을 느낀 것이다. 소설 속 개새끼들 같은 경우에도 극악무도한 살인마가 아니라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서 더욱 열 받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공감이나 감동 같은 요소가 없더라도 좋은 소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결이 다른 미국 출판계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요즘 한국 소설들은 너무 공감이나 힐링등의 코드로 이야기가 수렴하는 경향이 있으니... 완전히 다른 결의 소설이 이토록 좋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읽는 경험을 긍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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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담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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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유독 좋은 책을 많이 읽은 느낌이다. 11일부터 역대급 소설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에도 기억에 남는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다. 작년 12월에는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읽은 권수도 줄어들었다. 그런 와중에 새해에는 유독 좋은 소설을 여럿 읽었다.

 

아작에서 출판된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담>은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멀리가는 이야기>에 수록된 소설이었다. 그 중 <종의 기원담><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에 작가가 새로 추가한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까지 추가해 새로운 책으로 묶여 나왔다. 각 소설이 쓰인 시기는 각각 다르다고 작가는 말한다. <종의 기원담>은 젊은 시절에 쓰기 시작하고 그후 시간이 지나서 완성되었고,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는 같은 해에 마지막인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는 이 책을 복간하는 과정에서 완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작품인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는 앞의 두 작품과도 시간 차이가 꽤 나는 편이다.

 

<종의 기원담>은 만약 로봇이 지구의 지배적인 종족이 되었을 때 생명이란 어떻게 증명될 것인가?’라는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다. 드라이아이스가 고체(영하80도는 되어야 한다)로 존재하는 세계는 로봇에게는 친숙한 환경일 수밖에 없으며 그 세계에서 생명의 정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존재한다. 모든 로봇은 공장에서 생산되며 활동을 멈춘 로봇은 공장에서 재활용되어 새로운 로봇의 부품이 된다. 로봇 외에는 존재하는 것이 없기에 생명의 정의도 로봇을 중심으로 맞추어져 있다. 우리 인간에게는 주위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이 있기에 생명의 정의는 다양한 생물군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있다. 하지만 <종의 기원담>의 세계에서는 로봇만이 존재하기에 생명의 정의가 굉장히 좁다. 생각이 가능한 로봇만이 생명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서 간혹가다 등장하는 유기 생물은 로봇 학자들 사이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골칫거리였다. 그리고 한 대학원생 로봇이 그 유기 생물에 주목해 논문을 쓰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 편의 소설은 케이 히스테온이라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시작되어 유기 생물의 발견, 인간과의 관계, 마지막으로 인간과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착실히 나아간다. 그리고 미친 듯이 재미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2편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수수께끼의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이 일종의 서스펜스를 부여해 주었다.

SF작가마다 김보영, 김보영 연호하는 이유가 있었다. 김보영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볼 때도 이 사람은 최고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번 <종의 기원담>을 읽으며 정말 머리를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참신하고,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소설이 있다니 하며 감탄만 했다. 젊은 시절의 야심과 숙성된 작가로서의 테크닉이 어우러진 최고의 SF 소설집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김보영 작가가 한국에서 SF를 가장 잘 쓰는 작가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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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주식책
최정희.이슬기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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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식책을 읽는 건 많이 늦은감이 있다. 재작년과 작년은 그야말로 주식 열풍으로 너도 나도 주식을 하면서 돈을 버는 때였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 각국 정부가 돈을 무제한 적으로 풀었고 그 결과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가 폭등하였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주식책은 경제 용어와 흐름을 대략적으로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예 주식에 관심이 없다가 호황기에 주식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으로 주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책들이다. 사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없는 안복이 길러지지는 않는다. 사실 그런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 있으면 자기만 알고 자기만 돈을 벌지 왜 책을 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식 전문가가 단순한 이유로 투자를 하는 주부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든 생각은 주식이란 일종의 주술이 아닐까? 싶었다.

 

이제 주식의 전성기는 지났다. 비단 주식만이 아니라 부동산, 가상화폐 등의 투자 가치들이 점차 폭락하는 시대다.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주식 책이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는 못 했을 거라고 생각 한다. 서점 베스트 셀러 코너에서 주식책이 내려간지 오래고 2년간의 짧은 전성기는 이제 끝나는 듯하다. 투자할 돈도, 무모함도 없는 나는 이책을 읽고도 제대로 된 주식하나 사지 않았다. 다음 호경기, 다시 이 책을 펴들 때는 언제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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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스타 안전가옥 앤솔로지 5
심너울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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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의 엔솔러지인 <대스타>스타라는 용어를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타는 신화가 사라진 현대 시대에 구현된 신의 형상이며 신화이며 화신이라는 정의는 이 엔솔러지 소설집을 읽는 내내 계속해서 생각났다. 작가들이 그 발제문의 정의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발제문을 쓴 PD가 소설을 읽고 발제문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설집은 색색의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를 품고있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소설로 가득했다. 기획을 잘 한 소설집이라고 할까.

 

심너울 작가의 <대리자들>는 가까운 근미래의 한 배우가 엔터테이먼트 회사에 얼굴, 외모를 제공하고 회사는 그 얼굴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스토리다. 발달할 기술이 현실과 다름없을 때 초래할 문제를 그렸다는 점에서 소재 중심 SF소설로 봐도 좋지만 그래도 많이 쓴 작가가 써서 그런가 꽤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어서 쉽게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는 스토리라던가 근 미래의 첨단 기술에 익숙한 세대가 아닌 현재 즉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근미래의 세계에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여자친구의 열정을 동경하던 주인공이 실은 여자친구도 발달한 기술을 바탕으로 연기를 했다는 반전은 기술의 발전이 현실을 뛰어넘는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연예계는 하나의 산업이었고 스타를 육성하는 사업은 이제는 고액의 투자를 필요로 하며 동시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하나의 산업이되었다. 이 소설집의 소설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곳은 이러한 산업 즉 자본주의가 발달 된 기술이 접목할 때 우리의 윤리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얼마나 쉽게 무너트릴 수 있는지를 사유한다. <대스타>는 연기와 영화라는 예술이 산업과 기술이 개입했을 때 얼마나 무참하게 예술을 파괴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혹자는 그런 예술 파괴 행위가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리라 그것은 이 된다고.

 

이경희 작가의 <x Cred/t>는 그의 작품집인 <모래도시 속 인형들>의 모체가 되는 소설이다. 그의 장편 소설인 <태세우스의 배>와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지만, 그 연작 소설집의 세계관의 토대가 되는 것은 이 <x Cred/t>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 소설집에서 그 소설을 한 번 보고 그 다음에도 읽었지만 둘 다 재미있었다. 페이지 터너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SF라는 장르를 잘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작가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x Cred/t>를 읽으면 그 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계속 읽고 싶다면 <모래도시 속 인형들>을 꼭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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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3 소설 보다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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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책 이름이 <소설보다: 여름>이니 여름에 읽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이 책을 겨울에 읽었다. 사실 이 책이 나온 시점이 여름이어서 그렇지 책에 수록된 작품들이 쓰인 시기는 겨울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이 출판되는 시간도 있을 것이고, 그전에 작품들이 지면에 실릴 시간도 더 필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소설들이 실제로 쓰인 것은 겨울 즈음이 아니었을까? 신간을 쌓아놓고 늦게 읽고는 하는 독자의 변명이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역시나 처음 보는 작가들의 이름이 다수 보였다. 김기태 작가는 이상 문학상 수상작에서 한 번 보았지만, 나머지 두 작가는 아예 처음 본다.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에서 결국 문단에서 잘 나가는 작가들을 선정하거나 특정 코드를 가진 작품만을 선정하는 것에 비해서 이 소설보다시리즈는 나름 한국 소설 애호가인 내 눈에도 처음 보이는 작가들을 선정하고는 한다. 선정된 작품들도 코드라는 게 보이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고는 한다. 신인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충실한 소설 시리즈이다.

 

공현진 작가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지구 온난화를 맞이한 우리 세대의 일상을 소소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제목은 뭔가 암울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내용으로 그 제목이 작품의 등장인물을 담아내는 이야기로 들렸다. 쉽게 말해서 세상은 망할 텐데 우리가 왜 남들이랑 힘들게 경쟁하고 살아야 하나 이런 느낌의 소설이었다. 등장하는 두 인물이 실제로 본다면 심심한 인물로 느껴졌지만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고 나면 나중에 또 보고 싶은 그런 매력이 있는 인물로 변화한다. 제목답지 않게 잔잔하고 고요한 소설이다.

 

김기태 작가의 <롤링 선더 러브>는 요즘 유행하는 연애 예능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상 문학상 수상 집에 수록된 작품은 아이돌을 소재로 했는데 이렇듯 현실의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지만 한국 소설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내게는 점수 하나를 더 먹고 들어가는 소설이었다. 뭔가 정말 나는 solo에서 나올 것 같은 여자 주인공이 나와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잘나고 잘난 연애가 아니라 정말 사랑에 관심이 있는 소소하고 소박한 주인공이 눈에 띄었다. 소설의 문체는 진지하려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주인공에게 진지하게 관심이 가는 소설이었다.

 

마지막 소설인 <재와 그들의 밤>은 딸과 어머니의 복잡한 관계를 그려나가는 소설이다. 서로 떨어진 가족 사이에서의 변화와 그 변화를 맞이하는 변화를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그렇기에 여백이 많았고 그 여백에 채워나갈 감정이나 해석도 많을 수밖에 없는 소설이었다. 내게는 이런 미로 같은 소설이 참 좋았고 여운도 남았다. 산불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무언가 파문을 남긴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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