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 - 앤솔러지 소설집 -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
정세랑 외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절연>이라는 주제로 쓰인 이 책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홍보 단계에서는 기획자가 정세랑 작가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도 그 문구가 흥미로워서 구매했다. 하지만 책을 펴보니 국가가 다른 작가들의 원고는 일본 쪽 출판사에서 수집하고 일본어로 번역한 후, 한글로 번역한 것 같다. 책은 한국, 일본에서 동시 출간되었다고 한다.

 

아시아 각국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소설 중에 <절연>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작품을 찾아서 수록하거나 그에 맞는 소설을 창작한 것 같다. 수록된 작가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일본, 싱가포르, 중국, 홍콩, 대만, 태국, 티베트, 베트남, 한국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했다. 작가들은 절연이라는 키워드에서 세대를 떠올리기도 관계의 단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수록된 작품이 많아서 기억나는 작품들 위주로 적어본다.

 

첫 작품인 무라타 사야카의 <()>는 딱 읽자마자 무라타 사야카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가 기괴한 작가만의 작품. 일본 호러 만화나 소설을 볼 때마다 느끼고는 하는 음습한 기분이 생경하다. 이런 느낌은 비단 나만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기괴함이 현실의 어떤 모습을 본뜻 것 같기도 해서 더 흥미롭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알파안 사이트의 소설인 <아내>는 싱가포르의 무슬림이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일반적으로 싱가포르인이라면 중국계 인사를 떠올리기에 더욱 생경하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하오징팡은 국내 SF소설의 팬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로 SF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교상을 수상한 <접는 도시>의 작가다. 접는 도시 때도 느낀 거지만 이 작가는 장면 묘사를 잘한다. SF소설은 기본적으로 현실과는 다른 풍경을 묘사하다 보니 모호한 표현을 지양하는 편이다. 그리고 하오징팡은 장면 묘사와 이야기를 통한 스토리 전개를 잘 하는 작가이다. 이 소설에 수록된 <긍정 벽돌>은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며 나는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었다.

 

위왓 럿위왓웡사의 <불사르다>는 내가 난생처음 읽은 태국 소설이다. 5월에 태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기에 이 소설에서 묘사된 태국의 풍경이 반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소설은 좀 난해하게 느껴졌다. 태국은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거의 안 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았다. 태국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조용하게 투표를 통해서 표현되거나 한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보이는 것이 그러한 모습을 소설화 한 것은 아닐까 한다.

 

홍라이추의 <비밀경찰>은 코로나 시기를 바탕으로 고양이와의 만남을 그린다. 위의 <불사르다>처럼 좀 난해하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라샴자의 <구덩이 속에 설련화가 피어 있다>는 티베트 청년들의 애환을 담으면서도 헬조선담론처럼 채념하는 것이 아닌 희망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집에서 가장 좋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베트남 작가인 응우옌 응우 뚝의 <도피>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어머니상을 배반하는 결말이 좋았다.

 

대만 작가인 롄밍웨이의 <셰리스 아주머니의 에프터눈 티>는 대만 작가가 배경이면서 카리브 해의 세인트 헬레나 섬이 배경이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대만적인 특성은 잘 안 끄져지고 이민자 가족이 주인공인 디아스포라 문학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수록된 작품은 한국의 정세란 작가의 <절연>이다. 자신의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시도하는 남성에게 권력을 준 사람들이 주인공과 친한 선배들이라는 사실에 사실상 절연을 하는 내용이다. 키워드를 가장 피상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할까? 정세랑 작가의 작품이니 읽는 맛이야 있었지만은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여러 번 본 내용이고 구도이기도 해서 익숙하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쉬운 전개에 소재가 빛을 잃었다-

 

유독 제1K스토리 공모전 수상작들과 자주 만난다. 대상작인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책들의 부엌>을 읽었다. 악마의 계약서는 설정이 재밌지만 소설로써는 그저그랫고, 책들의 부엌은 요즘 유행하는 힐링물의 정석 그 자체라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새롭지가 않으니.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는 제목부터 꽤 흥미로운 소재였다. 대상작이나 우수상을 수상한 다른 작품이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흥미로워서 읽기 시작했는데 금방 후회하고 말았다.

 

어느 날 잘 연락되지 않았던 친구에서 연락이 오고 그 친구는 주인공에게 투명인간의 시신을 매장하는 걸 도와달라고 한다. 그런데 곧 친구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다. 스릴러 영화에서 잘 보여지는 구성이며 주인공이 의문의 사건에 휘말린다는 설정은 정석적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으니 바로 인물의 성격들이다. 주인공은 일하는 것도 잘 풀리지 않으며 늦은 나이에 연기에 도전을 한다. 속으로 곪기 딱 좋은 배경 설정이며 그 때문에 자격지심도 굉장히 크다는 설정이다. 다 좋다... 문제는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감정 쓰레기통 정도로 여긴다.

 

자격지심이 심한 주인공도 그런 건 마찬가지다.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건 남들이 그러는 것의 반발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그나마 친구의 형? 정도가 남들보다 인격이 나은 정도지만 주인공이 자격지심을 느끼고 그것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서로를 모욕하고 뭐...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캐릭터에 깊이나 매력이 없었다. 1차원적인 욕구를 추구하며 성장이라곤 하나도 없다. 결말 부분에서 뭔가 변하나 싶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그건 뭐 작가가 사회를 보는 관점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아니 근데 그놈의 일제강점기 때 생체실험 한다는 이야기는 안 나오면 안 되나? 731부대 때문에 그런 연구부대가 있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너무 자주 사용된 만큼 너무 진부하게 느껴졌다. 한국 영화 감독 중에는 어린 시절의 미스테리 책에서 나오는 음모론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는 하는데, 인체 실험 부대나 야마시타 금광 같은 이야기는 요즘 관객이나 독자의 입장에서 왜 이런 걸 봐야하나 싶다. ...

 

초반에는 흥미로운 소재로 꽤 재미있는 스릴러가 되려나 싶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한숨만 나온다. 매력없는 인물, 개연성 없는 전개,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의 올드함... 좋은 평을 해주는 독자들이 있으니 이런 리뷰가 하나쯤은 나와도 상관없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 고흐 - 오베르쉬르우아즈 들판에서 만난 지상의 유배자 클래식 클라우드 30
유경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쉬운 반 고흐 전기


아르테 출판사에서 발매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에세이 아무튼시리즈와 더불어서 꼬박꼬박 구매하는 책이다. 물론 가끔 신간 출간을 놓쳐서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가급적 구매하는 편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특징은 특정 인물을 하나의 작가가 전담하여 일종의 전기를 써나가는 것이다. 주인공이 되는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구성 덕분에 어떤 책은 여행기처럼, 어떤 책은 전기처럼 느껴진다. 이런 클래식 클라우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예술, 그중에서 화가를 다루는 편이다. 2만원 대라는 비교적 비싼 값의 책임에도 수록된 그림의 삽화가 너무 뛰어난 화질을 자랑해서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소장하고 싶을 정도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빈센트 반 고흐다. 당시 살았던 화가나 작가들이 그러하듯 아니 그중 유독 격정적인 인생을 산 탓에 유독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그림이 오늘날 많은 사랑을 받고 반 고흐를 모르더라도 그의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흐는 생전에 단 한 점밖에 그림을 팔았을 뿐이다. 당대의 사람들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러니함이 고흐의 그림과 삶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이유일 것이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형식은 기본적으로 자유롭다. 이 책 <반 고흐>는 기본적으로 고흐의 인생역정을 다룬다. 그의 불행한 가정환경과 그로 인해서 사회와 불화하게 된 고흐의 인생을 그려나간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을 읽어 나갈수록 내가 너무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흐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잘 알려져 있기에 생긴 부작용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의 수준 높은 그림 일러스트에 눈이 즐겁기는 하지만 그를 설명해주는 텍스트에서는 그다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이 책의 주인공인 고흐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대다수의 문장은 ‘~것이다.’와 같은 가정형의 문장이었다. 이런 가정형의 문장은 저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글의 힘을 빼놓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무엇보다도 전기는 완성된 이야기를 새로이 편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가는 주인공인 고흐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삶과 공명하는 지점이 있는지를 찾아야 했으며, 그 지점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에 고흐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 지를 말해야 했다. 이 책은 그점에서 미진했다. 세계와 불화하던 고흐의 대중화된 이미지를 그려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 우리가 왜 고흐를 좋아하는지를 말해야 했다. 심하게 말해서 책을 위해 수집한 자료를 재배치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고흐의 기행이나 비사회적인 태도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도구로 사용해 해석하려는 대목이 눈에 밝혔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러한 해석은 정신분석학을 도구로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작가의 의견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전기는 대상이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새로이 편집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정신분석학을 도구로 사용한 해석은 그러한 시선을 드러내는데 오히려 해가 된 것 같았다.

 

지난해에 베스트 샐러가 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앞서 내가 말한 과정을 훌륭하게 성취한 책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는 그러한 지점에 보이지 않아서 아쉽게 느껴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 고흐가 세계와 불화하면서도 끝없이 그림을 그려낸 생산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저자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그가 마음의 평안을 얻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나는 거기에 한마디 의견을 더 얹고 싶다. 빈센트 반고흐는 자신이 사회와 불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무능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그림을 그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그림을 통해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고흐의 동생인 태오도 마찬가지였을 거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고흐의 삶과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이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청년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무모하게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야망이 있으며 야망이란 자신의 실패에 불안하면서도 그보다 더욱 성공을 확신할 때에 지닐 수 있었다. 고흐는 자신이 그릴 때 유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고흐에게는 야망이 있었고 그것을 성취하기 직전에 죽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불일치에 아이러니를 느끼며 그의 존재에, 그의 그림에 더욱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특별보급판)
이신주 외 지음 / 아작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4회째를 맞은 문윤성 SF문학상 단편 수상집이다. 대상 부분과 단편 부분이 나누어져 있는데 대상은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 우수상은 <조선 사이보그전>이다. 단편 부분의 대상 수상자는 이신주 작가의 <내 뒤편의 북소리>이다. 이신주 작가는 지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로 그때도 상당한 필력을 느낀 작가였으나 2, 4회 수상자인 김초엽, 황모과 작가가 수상한 이후 SF분야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잡는 동안 이상하게 이신주 작가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문윤성 문학상에 단편 부분이 새로 생기자마자 소설을 제출했고 바로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내 뒤편의 북소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멸망한 지구를 우산과 닮은 촉수 외계인이 방문하고 그들의 멸망 이유를 사유한다는 스토리다. 독특하고 개성적인 문체는 유머러스하지만 야유를 보내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문체는 과하면 소설의 분위기를 깨버리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문체자체가 하나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성공한 케이스다. 지구에 닥쳐온 위기와 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역으로 지구를 멸망시켰다는 아이러니가 제시되는데 그 멸망의 이미지가 이전(소설 속에서 제시한 여러 멸망의 이미지)에 다른 매체에서 답습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생소하고 낯설다. 흔히 시간은 모든 것을 무로 만든다고 하는데 그 ()’를 이미지화에 성공한 것만으로 이 소설의 성취는 놀라울 만하다.

또 개인적으로는 대상 수상작인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와도 결이 비슷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쪽도 작가 특유의 문체가 인상적인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백사혜의 <궤적잇기>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광대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그 때문에 어슐러 르귄의 소설들이 생각났다. 시력을 잃은 대신에 파동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트라피스트인인 아빠와 기존의 지구인처럼 생활하는 화성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의 시점에서 이어진다. 나는 혼혈아이기에 두 세계의 중간자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이 소설은 합쳐지려던 두 세계가 끝내 어긋나다가 멀어지는 이야기로 그 과정에서 소수자로 세상을 본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융합해낸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메시지만 본다면 대상 수상작보다 더 훌륭하며 단순히 PC적인 소재나 설정만으로 그러한 메시지를 달성하려고 하는 게으른 작품과는 상이한 훌륭한 작품이다.

 

<한밤중 나타난...>은 앞의 두 소설보다는 조금 일상적이고 SF치고도 소프트하지만 그 때문에 재미있던 소설이었다. 육아를 다루는 두 시선은 크게 축복저주일 것이다. 그러한 간극이 너무 크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에 시선을 둬야할지 모르는 난감한 마음만 생긴다. 현실의 육아란 두 간극 사이의 외줄타기로 처음 부모가 되는 젊은이들이 그러한 간극을 메워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가며 그러기 위해선 대단한 조언이 아닌 를 살펴주는 세심한 시선에서 시작됨을 시사해준다. 최근에는 인간이 인간성을 잃어간다면 AI가 인간성을 지키는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는 하는데 그러한 시점에서 봤기 때문인지 더 재밌었던 듯하다.

 

마지막 작품인 <신의 소스코드>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큰 스케일의 세계관을 지닌 소설이며 SF작품으로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신에 대한 믿음과 세계를 건너뛰는 세계관이 결합 된다. 후반부까지 주인공이 애타게 찾는 대상인 쥬시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소설의 진행을 끝까지 견인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대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수상까지는 주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 작품의 작가인 존 프롬은 한국과학문학상에서도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최근에는 소설집도 출간하였는데 나도 필히 구매할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밍웨이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대학로의 연극 기획사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신청해서 1달 정도를 인턴으로 일하는 과정이었다. 연극을 보는 것은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그 분야에 관심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고, 방학 동안에 할 것도 없는데, 용돈이라도 벌어보자는 마음 때문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의 동기가 인턴에 지원했는데, 실무적인 일을 하게 된 두 사람과는 달리 나는 사무실에서 여러 잡무를 처리해야만 했다.


연극에 크게 관심 있는 것은 아니어서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좋지도 않았다. 대게 내가 하는 일은 서류를 정리하고, 청소를 하고 여러 잡일을 돕는 것뿐이었다. 나는 낯가림도 많은 편이었기에 사람들하고도 어색해서 점심시간이 되면, 따로 밥을 먹고 근처를 산책하거나 근처의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는 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는 그런 날들 중에 구입하게 된 책이다. 처음 봤을 때는 디자인이 예뻐서 마음에 들었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것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소설자체도 마음에 들어서 그의 다른 소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읽지는 않아서 그의 다른 대표작들을 몇 년이 지난 며칠 전까지 읽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단편집을 읽기로 결심한건 학교 도서관에 빌릴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음사 판으로 나온 단편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얇아 보여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헤밍웨이는 굵직한 장편들도 유명하지만, 그전에 단편 소설로도 유명한 작가다. 이 단편집에는 그의 단편들이 열편도 넘게 실려 있다. 작가가 10페이지 안쪽의 단편도 많이 써서 많은 단편을 이 책 한 권에 들어갈 수 있었다. 헤밍웨이의 유명한 캐릭터인 닉 에덤스가 등장하는 초기단편들도 실려 있다.

헤밍웨이 특유의 문체라고 할 수 있는 건조한 문체는 내 취향과 맞지 않았다. 이런 문체가 두드러진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이 제시되고 그들의 심리상태는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방식을 비평가들은 하드보일드혹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소설에서는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대화만을 보여줌으로서 소설의 메시지와 의미를 독자가 알아서 도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것을 자연스럽게 도출하기에는 짧은 소설들이 많았고 억지로 쥐어짜낸다 하더라도 거의 창작 수준이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아직 독서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명한 킬리만자로의 눈이라던가 병사의 집’, ‘와이오밍의 포도주등은 마음에 들었고 뛰어난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세 작품은 그나마 묘사가 많은 편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헤밍웨이는 꽤나 남자다운(?) 삶을 살았다. 사냥과 투우를 즐겼고,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과 같은 전쟁터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아프리카로 사냥여행을 자주 떠났고, 그 와중의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그를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글로 쓰는 타입의 작가라고 평가했다. 그렇기에 스릴과 위험을 자발적으로 찾았던 것이라고 말한다.


취향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실망까지 한 것은 아니니 단편집 2권도 나중에 읽어 볼 생각이다. 작가에게 실망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내 책장에 꽂혀있는 그의 다른 책이 있다. 대표작 까지 읽고 나서 작가를 평가하는 것이 공평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