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님께
박방희

도둑님 도둑님 좀도둑님
우리 집 좀, 좀 훔쳐 가세요.
우리 엄마의 좀
우리 아빠의 좀
까칠쟁이 누나의 좀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좀 훔쳐 가세요.
우리 집에 차고 넘쳐
나만 따라다니는 좀
껌처럼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좀
공부해라, 좀
일찍 일어나라, 좀
조용해라, 좀
그 모든 좀들 훔쳐 가세요, 좀!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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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밤새 비가 내려서 땅이 물에 푹 잠겼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 종일 보도블록 위에서 보내야 했다.

사방치기를 하며 팔짝팔짝 뛰는 아이들은 정말
무시무시하게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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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일이었다면 자식에게 물려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공부를 해서 농사는 짓지 말고 살기를 간절히 바랐고, 나는 그 바람만큼은 충실하게 따랐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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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를 실시할 때 우의와 보호 장구를 잘 갖추고 소독을 하라는 안전 지침이 있지만, 그 안전 장구가 여전히 우의 한 벌이다. 전문 방역사들이 입는 방제복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십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삼천 원하는 일회용 방제복도 있지만 한 번 입고 버리면 그게 다 돈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우의에 마스크 하나 쓰고 농약을 친다. 보호 장구를 잘 갖추라는 것은 권장사안이지 의무 사안이 아니다. 아니 할 말로 보호 장구 안 갖춘다고 벌금 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생산물에 농약이 묻었는지 안 묻었는지가 중요할 뿐.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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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하숙생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신세를 지게 되면 부모들은 어떻게든 인사를 전하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아이가 친구네서 밥을 자주 얻어먹으면 손에 주스라도 한 병들려 보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내 아이 밥을 12년이나 챙겨 주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 아이가 맛있게 돈가스 반찬을 먹고 온 날은, 누군가는 뜨거운 유증기를 마시면서 돈가스를 수백장 튀겨 내고 뜨거운 소스를 졸인 날이라는 것을떠올리지 못한다. 비닐 앞치마와 비닐 장화, 위생모와 마스크, 팔토시까지. 한증막과 같은 급식실에서 바람 한 점 들어오지않는 복장으로 밥을 하고 국을 끓여 내 아이의 밥을 챙겨 주는 이들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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