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한 칸이다
부엌 방 거실 구분 없이
창고를 리모델링한
우리 집
숨길 곳도 숨을 곳도 없어
웃음은 크고 눈물은 환하고
때 묻은 몸도 가려지지 않는
한 칸이 무너질까 봐
엄마는 젖은 몸 말릴 새 없이
새벽 물질 밤 물질 나가고
아버지는 배를 끌고 다닌다
한 칸이 쪽팔려서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다
창밖을 보니 바다도 한 칸
하늘도 한 칸 길도 한 칸
한 칸 안에 있을 때
서로의 얼굴이 가장 크게 보여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한 칸 교실 안에서
선생님은 우리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