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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일열 > 인간과 인간간의 신뢰는 삶의 근본된 가치이다
신뢰의 법칙 - 함께 승리하는
존 맥스웰 지음, ㈜웨슬리퀘스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직장 초년 시절. 그 당시 직장상관은 무척 능력 있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호인형의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부서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 난다. 날 믿어. 내가 너를 뽑았는데 니가 잘 되야 나도 잘될 것 아니겠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일만 열심히 해! 그 말을 자주 듣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상관을 믿고 의지하게 되었고, 그런 상관을 위해서라도 하루하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부서 직원과 퇴근 후 술 한잔을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갑자기 그 직원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과장님, 부장님에게 찍힌 것 있어요? 나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아니 라고 대답했다. 나와 그 부장 사이에서 안 좋을 일이 생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또 내가 내가 그 사람에게 찍힐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동안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해 왔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것 같은 일은 미리 가서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조정하면서 결정한 것으로 기억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 보니 궁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직원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그 직원 왈 ! 얼마 전에 부서장 회의가 있었는데 그 때 그 곳을 지나면서 부장님이 사람들 앞에서 과장님을 씹고 있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씹어? 나를 씹어!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그 날 아침만 해도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양반이!!!

 

  그 후, 몇 년이 지나 내가 부서장 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 부서원들에게, 특히 신입사원에게 반드시 해 주는 말이 하나 생겼다.

 

  내가 자네에게 약속할 것이 하나 있어. 그리고 자네도 나에게 약속해 줘야 할 것이 있고. 그건 바로 나는 자네 없는 데서 자네 욕을 하지 않겠다는 거야. 절대로. 그리고 만약 자네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자네 앞에서 이야기를 해 주겠네. 그렇지 않다면 아무 일도 없는 거야. 자네도 그걸 약속해 줄 수 있겠나?. 상대가 없는 데서는 절대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욕은 하지 않기로.

 

  이와 같은 나의 의식은 내 앞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줄 것처럼 행동했던 한 상관이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비난했다는 말을 듣게 된 순간, 내가 받은 충격과 인간에 대한 배신감과 같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않겠다는, 직장생활 속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었다.

 

  나는 어느 날 이중적일수밖에 없는 한 상관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변해버린 내 자신을 바라 보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것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일에서, 그리고 한 인간의 삶 속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분명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상관, 능력 있는 상관, 말을 잘하는 상관, 정치를 잘하는 상관. 이러한 모든 모습은 상관으로서 갖춰야 할 바람직한 모습인 것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되는 모습, 바로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사이에 신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관이라면 이 모든 것은 하나의 로만 느껴 지는 것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일은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 진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관계를 그저 떡에 묻히는 떡고물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결국 우리의 삶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 기술과 우리가 함께 나아가기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원칙을 단 한마디로 인간과 인간간의 '신뢰의 법칙'이라고 말하며, 저자 자신이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즉 문화와 인종이 다를지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항상 적용 가능한 원칙들이라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모아 이 책에 정리해 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내 머리 속에서 하나하나 떠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철없이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시절,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 의견만을 주장했던 직장 다닐 때의 모습, 세상의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살아 왔던 수 많은 세월들.

 

  이 책의 내용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저자의 표현을 빌려 말해 보면, 상황의 법칙101%의 법칙'이었다.

 

  ‘상황의 법칙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종종 상황을 관계보다 더 우선으로 여길 때가 있는데, 그 이유는 오직 하나다. 관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족관계에서의 실수했을 때도 그랬고, 리더로서 실수했을 때도 그랬다. (중략) 상황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재산, 지위, 권력, 관심 등은 순간적인 것이다.

 

  나는 이 내용을 보면서 내 가족들의 모습이 하나씩 눈 앞에 떠 올랐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여 하나의 가정을 이룬 후, 나는 그 가정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 왔던가? 말로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내 자신이 만든 수 많은 상황 속에서 말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며 살아 온 나날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일을 위해 일을 하고, 그리고 일을 해야 했기에 가정의 문제는 그 다음으로 접어 버려야 했던 나의 모습들. 그럴 때마다 나에게는 항상 그 당시의 상황을 가지고 나를 합리화했다. 바로 가정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된다는 것. 그러나 가족들이 나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상황은 순간적인 것이다. 내 앞에 놓여진 모든 일들은 흐르는 시냇물처럼 오늘은 내 발을 간지럽게 하지만, 내일이면 언제 내 앞에 있었는지 찾아 볼 수도 없을 만큼 저 멀리 달아나 버리는 것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위해 영원히 함께 해야 할 내 가정의 일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가장 얼마나 현명한 결정이었는지.

 

  ‘101%의 법칙은 특히 내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나의 무의식을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이는 인간과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가 공감되는 1%를 찾아 100%의 노력을 투자하라는 내용으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차이점을 찾느라 바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 본성에 내재된 경쟁의식 때문일수도 있다. (중략)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와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중략) 그것(1%의 일치점)을 찾았다면 거기에 100% 노력을 기울여라. 차이점이 크면 클수록, 일치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만큼 더 중요해지고 쏟아야 할 노력도 그만큼 더 커진다.

 

  지나간 나날들을 되돌아 보면 나는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서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찾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 차이점이 바로 그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주었다. 왜 그랬을까?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많은 공통점에는 눈을 가린 채 나와는 다른 차이점을 찾기에 만 몰두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질투심과 두려움, 그리고 경쟁의식이었다고. 

 

  내가 이 책을 통해 배운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하나, 사람과 사람간에 신뢰를 쌓고 말고를 결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이다. 내가 먼저 남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나를 신뢰하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 그리고 이러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 내 것을 버리거나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 주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실천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아주 단순한 이치이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우리는 이 세상을 혼자서는 살아 갈 수 없기에 누군가와 함께 짐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짐을 나눠 지고 살아가는 안정된 삶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가장 근본적인 주춧돌은 바로 신뢰라는 것, 이것이었다. 

 

  이 책은,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그 동안 저술한 책들 중에서 가장 솔직하게 자기 스스로를 거울 앞에 세워 놓고 써 내려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론도, 학술적인 논리도 사용하지 않은 책. 거의 대부분을 자신의 경험과 지난 세월 동안 거쳐온 삶의 파편들을 모아 놓은 책. 그리고 사람들간의 수 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이 실수했던 일, 잘했던 일, 그리고 아쉬움과 아픔의 기억들을 통해 만든 참회록 같은 책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내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통해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그러한 관계를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들이 느껴 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 바람을 이 책이 내 아들에게 충분히 전달해 주리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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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태환 > '시장의 위력' 에 대해 또 한번 깨닫게 해준 최고의 책
변호사 해? 말어?
이규진 외 지음 / 고려원북스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많은 직업들의 부침을 목격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경해왔

던 전문직들이 ‘고소득’과 ‘평생 직업’이라는 메리트를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을 겪

게 되었다.

‘변호사 해? 말어?’ 라는 책은 그 동안 우리가 최고의 특권 계층이라고 믿고 있었던 법률사

회와 법조인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우선 주목할 점은 이 책의 저자는 현직 변호사가 아닌 경제 신문의 기자라는 점이다.

경제지 기자들이 쓴 책인만큼 이 책은 ‘법률사회’에 관한 책이 아니라, ‘법률시장’에 관한

책이다. 철저하게 시장의 입장에서 법조인들의 향후 위치를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국가의 철저한 공급제한 덕택에 엄청난 특권을 누려왔다.

그 속에 전혀 경쟁이 없었다 하더라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였다.

반면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는 소비자들에게 그 문턱은 한없이 높기만 했다.

그렇게 불과 몇 년 전까지 한정된 공급량 속에서 엄청난 혜택을 봐왔던 것이다."

...추천사 中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법률 시장은 ‘변호사 공급확대’, ‘시장개방’, ‘로스쿨 도입’ 등 전대미문의 파격적인 변

화를 맞고 있다.


2008년 로스쿨(법과전문 대학원)도입이 확정 되었으며, 현재 치르고 있는 사법시험은 2013

년부터 완전히 폐지 된다고 한다. 또한 2011 년부터 로스쿨 배출자를 고려해 사법시함 합격

자 수를 대폭 줄이게 된다. 그만큼 사시합격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법 시험 후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우수한 성적을 올린 사람이 판검사로 직

행하는 관행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법조 일원화’가 되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변호사를 3000~4000명까지 늘이자고 주장하며, 대한변협(대한민국변호사협회)

측은 되도록 변호사 수를 늘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익단체들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써부터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02 년 5073명이던 변호사 수가 3년만인 올해 1.5배인 7623명으로 급증, 2005년 1월 18일

현재 34기 사법연수생 진로현황은, 15.9%인 152명이 로펌․ 법률사무소로, 20%인 191명이 법

원․경찰로, 15% 인 144명이 군공익․ 법무관으로, 12.3%인 117명이 개업, 결론적으로 33.4%

인 320명이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개업변호사는 잠정적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33.4%라는 수치는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이다.

이러한 공급 과잉 현상은 변호사 스스로를 변화하게 만들었으며, 몸 값 파괴 현상과 부의 극대

화 현상을 불러왔다. 즉 같은 변호사라도 개개인의 경쟁력에 따라서 수입이 천차 만별로 달라지

게 된 것이다.

시민들의 과거에 비해 높아진 교육수준과 시민의식도 한 몫을 했다.

실제로 행정소송에서는 서울행정법원에 매일 제출된 소장의 80% 가까이가 ‘나홀로 소송’이다.

다소 질이 떨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법무사에게 맡기겠다는 고객이 많아지므로

변호사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느긋하게 앉아서 사건 수임을 기다릴 수도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들이 변호사의 앞 날을 한층 더 비관적으로 만든다.


자, 이제 현실을 직시하자. 법률 시장이 개방된다면 어떻게 될까?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의료계 발전 방향과 비슷한 형태로 법무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

고 전망'하며, 그는 '종합병원 형태의 몇몇 대형 로펌이 시장을 주도하고, 금융 등 특정분야에

특화된 클리닉 형태의 전문 로펌(부티크 로펌)이 허리를 받치고, 개인변호사들은 소기업과 개인

의 법률 주치의(향토 변호사) 역할을 하게 될 것' 으로 내다보고 있다."...본문 中

즉, 과도기를 거친 후의 최종 시스템은 세 부류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자신의 일이 되어버린다면, 즉 생계와 직결이 되는 일이라면 최종

시스템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문제는 ‘과도기’이다.

‘과도기’를 거칠 때 내가 ‘희생양이 되느냐’, ‘이익을 추구 하느냐’가 보다 절실한 문제로 다가오

게 된다.

현직 변호사와 예비 법조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상당 부분에 이 ‘과도기’가 걸쳐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결론은 현재와 장래에 법과 연관될 사람들에게 희망적이다.

‘법률시장’의 현실을 객관적인 자료와 설득력있는 어조로 풀어나가며, ‘변호사 그래도 유망하

다’로 결론을 내린다.


모든 시장이 그렇듯 제로섬게임(시장 규모가 정해져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잃어야 함)으

로 본다면 한없이 비관적이지만, 파지티브 게임(무한한 시장에서 가치가 무한정 창출됨)으로 본

다면 그 앞에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포진되어 있는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변호사의 현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유망한 직업이라는 이유에 대해서 그보다 더 많은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그 게임의 룰에 정통한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며 살아가려면 통용되는 법을 알아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분명 변호사는 매력

적인 직업임이 틀림없다.


현재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과 장래 변호사를 꿈꾸는 예비 법조인들,  그리고 자신이

속한 분야만큼은 개방의 압력을 피해가겠지 라며 안심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

으며,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그 어떤 책보다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법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서 살아갈 나조차도 이 책을 통해서 평소 알고 있던 지식에 또 한번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것은 시장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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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태환 > '시장의 위력' 에 대해 또 한번 깨닫게 해준 최고의 책
변호사 해? 말어?
이규진 외 지음 / 고려원북스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많은 직업들의 부침을 목격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경해왔

던 전문직들이 ‘고소득’과 ‘평생 직업’이라는 메리트를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을 겪

게 되었다.

‘변호사 해? 말어?’ 라는 책은 그 동안 우리가 최고의 특권 계층이라고 믿고 있었던 법률사

회와 법조인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우선 주목할 점은 이 책의 저자는 현직 변호사가 아닌 경제 신문의 기자라는 점이다.

경제지 기자들이 쓴 책인만큼 이 책은 ‘법률사회’에 관한 책이 아니라, ‘법률시장’에 관한

책이다. 철저하게 시장의 입장에서 법조인들의 향후 위치를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국가의 철저한 공급제한 덕택에 엄청난 특권을 누려왔다.

그 속에 전혀 경쟁이 없었다 하더라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였다.

반면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는 소비자들에게 그 문턱은 한없이 높기만 했다.

그렇게 불과 몇 년 전까지 한정된 공급량 속에서 엄청난 혜택을 봐왔던 것이다."

...추천사 中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법률 시장은 ‘변호사 공급확대’, ‘시장개방’, ‘로스쿨 도입’ 등 전대미문의 파격적인 변

화를 맞고 있다.


2008년 로스쿨(법과전문 대학원)도입이 확정 되었으며, 현재 치르고 있는 사법시험은 2013

년부터 완전히 폐지 된다고 한다. 또한 2011 년부터 로스쿨 배출자를 고려해 사법시함 합격

자 수를 대폭 줄이게 된다. 그만큼 사시합격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법 시험 후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우수한 성적을 올린 사람이 판검사로 직

행하는 관행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법조 일원화’가 되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변호사를 3000~4000명까지 늘이자고 주장하며, 대한변협(대한민국변호사협회)

측은 되도록 변호사 수를 늘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익단체들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써부터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02 년 5073명이던 변호사 수가 3년만인 올해 1.5배인 7623명으로 급증, 2005년 1월 18일

현재 34기 사법연수생 진로현황은, 15.9%인 152명이 로펌․ 법률사무소로, 20%인 191명이 법

원․경찰로, 15% 인 144명이 군공익․ 법무관으로, 12.3%인 117명이 개업, 결론적으로 33.4%

인 320명이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개업변호사는 잠정적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33.4%라는 수치는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이다.

이러한 공급 과잉 현상은 변호사 스스로를 변화하게 만들었으며, 몸 값 파괴 현상과 부의 극대

화 현상을 불러왔다. 즉 같은 변호사라도 개개인의 경쟁력에 따라서 수입이 천차 만별로 달라지

게 된 것이다.

시민들의 과거에 비해 높아진 교육수준과 시민의식도 한 몫을 했다.

실제로 행정소송에서는 서울행정법원에 매일 제출된 소장의 80% 가까이가 ‘나홀로 소송’이다.

다소 질이 떨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법무사에게 맡기겠다는 고객이 많아지므로

변호사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느긋하게 앉아서 사건 수임을 기다릴 수도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들이 변호사의 앞 날을 한층 더 비관적으로 만든다.


자, 이제 현실을 직시하자. 법률 시장이 개방된다면 어떻게 될까?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의료계 발전 방향과 비슷한 형태로 법무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

고 전망'하며, 그는 '종합병원 형태의 몇몇 대형 로펌이 시장을 주도하고, 금융 등 특정분야에

특화된 클리닉 형태의 전문 로펌(부티크 로펌)이 허리를 받치고, 개인변호사들은 소기업과 개인

의 법률 주치의(향토 변호사) 역할을 하게 될 것' 으로 내다보고 있다."...본문 中

즉, 과도기를 거친 후의 최종 시스템은 세 부류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자신의 일이 되어버린다면, 즉 생계와 직결이 되는 일이라면 최종

시스템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문제는 ‘과도기’이다.

‘과도기’를 거칠 때 내가 ‘희생양이 되느냐’, ‘이익을 추구 하느냐’가 보다 절실한 문제로 다가오

게 된다.

현직 변호사와 예비 법조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상당 부분에 이 ‘과도기’가 걸쳐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결론은 현재와 장래에 법과 연관될 사람들에게 희망적이다.

‘법률시장’의 현실을 객관적인 자료와 설득력있는 어조로 풀어나가며, ‘변호사 그래도 유망하

다’로 결론을 내린다.


모든 시장이 그렇듯 제로섬게임(시장 규모가 정해져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잃어야 함)으

로 본다면 한없이 비관적이지만, 파지티브 게임(무한한 시장에서 가치가 무한정 창출됨)으로 본

다면 그 앞에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포진되어 있는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변호사의 현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유망한 직업이라는 이유에 대해서 그보다 더 많은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그 게임의 룰에 정통한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며 살아가려면 통용되는 법을 알아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분명 변호사는 매력

적인 직업임이 틀림없다.


현재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과 장래 변호사를 꿈꾸는 예비 법조인들,  그리고 자신이

속한 분야만큼은 개방의 압력을 피해가겠지 라며 안심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

으며,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그 어떤 책보다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법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서 살아갈 나조차도 이 책을 통해서 평소 알고 있던 지식에 또 한번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것은 시장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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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카루스 > 대통령과 리더십
대통령과 리더십
김호진 지음 / 청림출판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미시사'에 대한 관심이 잠깐 인 적이 있습니다.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시민들의 일상을 시대별로 엮은 책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그 책은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밥짓고 빨래하고 노동하는 등의 소소한 일상사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배우지 않은’ 역사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역사를 눈앞에 두고 ‘역사 인식’에 대한 오래 전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불현듯 맞닥뜨린 상황이지만 이런 작은 경험 속에서도 역사를 기술하는, 또는 보는 관점이 적지 않게 드러나 있습니다. 크게 나누면 왕조 사관과 민중사관이 그것입니다. 역사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관점의 차이)에 따라 결과물(역사 기술)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왕조(영웅)중심으로 역사를 보는 한 민중은 피동적인 존재로 각인되고, 결과적으로 민중은 영웅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 민중의 분출되는 요구와 상황의 숙성이 특정 인물(영웅)로 하여금 역사적인 성취를 이루지 않을 수 없도록 추동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주된 역할을 전자에서는 영웅이 수행하는 반면 후자에서는 그 역할을 민중이 대신합니다.

과거 정통성을 상실한 정권이 역사를 지배이데올로기의 억압적 강제 수단으로 파악해 온 이후 우리 역사관은 국정교과서 수준을 전혀 넘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런 강제와 억압이 오히려 시민의식을 고양시키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니라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통제를 강화할까‘ 하는 의문 속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려는 일군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역사적 진실이 세간에 떠돌게 되었습니다. 민중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한 책의 출간도 있었습니다. 그 책이 인식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불러온 것은 당시 시대상을 적실하게 반영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그 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역사를 정의해 왔습니다. 최근 우리 학계의 노 교수는 역사를 일컬어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같은 역사라도 전혀 다르게 기술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기술된 역사가 후대에 정사로 자리매김되고 계속적으로 학습될 것을 생각하면 역사를 정의한다는 것의 중대성을 어림짐작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는 이데올로기에 이용되지 않는 시민적 생활상과 시대상을 반영한 역사책이 기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야 역사가나 우리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비판과 역사적 성찰을 거듭하고 계신 노 교수와 소장학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최근 나온 어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부류의 책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리뷰로서야 그 책에 한정해 읽은 후의 소감을 쓰면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겠지만 일종의 결벽증이라고 할 수 있을 개인적인 제 책 선택기준에 비추면 한눈팔았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보다 솔직한 표현이겠습니다. 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지만 ‘처세서’라든지, ‘비현실적인(듣기 좋은 말로 도색한) 에세이’라든지, ‘상투적인(농후한 마초이즘과 말초적인 자극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소설’이라든지, ‘경박한(역사의식 없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사서’ 등 본질은 가린 채 현상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책을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책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고집이 만든 결과입니다.

이런 독서 습관에서 『대통령과 리더십』은 위에서 말한 처세서와 역사서의 경계 어디쯤에 어설피 놓여있는 책과 다름없었습니다. 마음이 바뀐 것은 여전히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 그 책 속에 있다는 것과 그들이 몸소 겪은 세월에 동시대인으로 엮인 내 삶을 어쩌면 지금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평가할 수 있지 않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현 정치 경제 사회의 제반 역학 구도를 보고 있노라면 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지난 세월에 대한 자기평가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리더십』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노동부 장관과 노사정 위원장을 지낸 김호진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썼습니다. 그는 콤플렉스를 권력추구의 주요동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승만에서부터 김대중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태생적 또는 상황적 콤플렉스를 대의에의 열정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었는지를 성장과정과 시대상황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마치 씨줄과 날줄이 촘촘히 엮인 편직물처럼 그려내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부분이 이 책의 최대의 강점이 될 것 같습니다. 콤플렉스라고 하면 거칠게 말해서 좌절된 의식이 배태한 병리현상으로 보는 기존의 관념을 일정부분 돌려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권력추구의 동인에 한정하고는 있지만 그들의 콤플렉스가 그들이 권력을 얻는 데 있어서 순기능으로 작용했다는 저자의 설명이 다소 도발적으로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 같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싶은 대의에의 열정이 정치인을 권력의 세계로 유인하는 것이다. 물론 정상배같은 아류 정치인은 당연히 제외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콤플렉스가 대의를 추구하는 열정과 결합될 때 권력충동을 유발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를 등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권력동기 = f(콤플렉스*대의에의 열정) + e
(f는 함수를 뜻하고, e는 여타 요인을 뜻한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의 콤플렉스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역대 대통령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꼼꼼히 추적함으로써 그들이 지닌 콤플렉스를 특정 용어로 단순화하고 있습니다. 유형별로 구분하면, 이승만은 선지자적 우월 콤플렉스를 지녔고, 박정희는 가난의 한, 친일 및 좌익 콤플렉스, 전두환은 주변인적 콤플렉스, 노태우는 편모 콤플렉스, 김영삼은 외아들 콤플렉스, 김대중은 출생 콤플렉스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콤플렉스가 권력욕구와 결합된 후 그들의 리더십은 전혀 다른 형태로 전개되었습니다. 저자가 언급한 역대 대통령 중에서 몇몇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과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박정희는 관용의 빈곤이라는 칼을 품은 교도적 기업가형의 리더십을 통해 빵과 자유를 바꾼 근대화의 기수라는 평가를 남기고 10.26사태를 맞아 피살되었으며, 전두환은 군사적 전투주의로 무장한 저돌적 해결사형의 리더십을 강제하다 6월 항쟁에 직면한 후 5공 청문회와 백담사 유폐, 투옥을 반복했습니다.

김영삼은 감각적 판단에 기초한 공격적 승부사형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정치적 돌파에 능할 수 있었던 반면 경제환란의 주범으로 청문회에 오르고 아들과 측근 또한 투옥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김대중은 완벽주의를 내장한 계몽적 설교형의 리더십을 통해 환란을 극복하고 햇볕 정책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한반도의 안정화에 기여한 반면 대북 관련 특검과 아들과 측근의 투옥 등 악재가 있었습니다.

우리 현대사엔 7명의 대통령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느 나라와 같이 산에 얼굴 조각이 새겨지고 시민들 사이에 그 이름만으로도 큰 울림을 동반하는 대통령은 아직 없습니다. 저자 또한 그 점을 못내 아쉬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역대 대통령의 행적(성과와 오류)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을 것입니다. 저자가 각 장에서 특정 대통령을 조명하면서 대통령의 콤플렉스와 그 콤플렉스의 발현, 리더십 특성을 순차적으로 기술한 후 말미에 '이승만의 교훈', '박정희의 교훈' 하는 식으로 특별히 별도의 절('.....의 교훈')을 마련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 역사에서, 그 거울을 통해 들여다 본 실패는 쓰리고 아픈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그 실패 속엔 그것과 반대되는 이름이 기록되리라는 여지가 담겨있습니다. 희망은 그 지점에서부터 피어오를 것입니다. 

처음 우려와 달리 실패를 담담히 드러내고 있다는 데서 이 책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주례사 비평'과 '인정비평'이 한데 뒤섞여 어지럽게 춤을 추는 세상에서 스스로 함량미달임을 선언하는 일이란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균형감각을 잃은 많은 책들의 시종이 그랬습니다. 모쪼록 독자들에게 또 다른 가치가 발견됨으로써 이 책이 많이 읽혀지는 책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저자가 시민과 그 시민들이 리더를 세우고 그 리더를 통해 이루려는 시대적 소명과 가치 등에도 깊은 시선을 가져가 주길 바랍니다. 지난한 과정이 되겠지만 그럼으로써 그가 이 책, 『대통령과 리더십』에 필적할만한 또 다른 책을 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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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심해(深海, 心海)의 물길을 바로 잡는 일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서중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다닐 무렵 나의 대학 진학 목표는 대학에 진학해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는 것이었다. 비록 그 목표를 이루진 못했으나 지금도 역사학이 주는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 보면, 애초에 당시 공부의 끈을 놓아도 완전히 놓지는 말았어야 할 일이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어 그 때의 꿈과는 다소 다른 삶을 살게 되었지만 요사이도 역사와 관련된 책 읽기는 즐겁고 때로 고통이다. 고통인 사연인즉 우리 역사를 살피다보면 나도 모르게 슬퍼지기 때문이리라. 예전에 한국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 영화에 가장 적합한 장르는 "느와르"라고 자못 근거를 대어가며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 근거는 우리 근현대사가 느와르적이었기 때문이다. 암살과 모략, 음모와 권모술수 속에서 숱한 이들이 그들의 뜻을 마저 펼쳐보이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우리 영화 속에서의 히어로, 히로인들은 죽음으로, 혹은 비극적으로 영화를 종결짓는다. 해피엔딩이 없는 사회다 보니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가상의 사건들 속에서도 해피 엔딩은 리얼리티가 한껏 떨어지는 결말로 코미디가 되고 만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는 승리의 기억은 과소하고, 패배의 기억은 과다하다는 것이다.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서중석 선생님이 쓴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는 교양으로 읽는 한국의 근현대 역사서다. 예전에 "옥스포드 영국사"를 읽으며 우리 역사에 대해서도 이런 통사가 하나쯤 나와야 하지 않을까. 책 만드는 사람으로 그런 기획이 부재하(거나 여전히 충분치 못하)다는 사실에 마음 아팠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필자를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런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필자와 함께 편집/기획하는 이의 만만치 않은 노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이란 설명이 붙는 책들은 만들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우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부터 몇 배의 수고가 든다. 그런 점에서 '웅진'이 이런 기획을 하고 실행에 옮겨준 것은 개인적으로도 고마운 일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 책의 23쪽에는 내가 몸담고 있는 잡지에서 인용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반가운 마음도 든다. (다만, 인용하고 있는 글의 저자 이름이 잘못되어 있다. "내가 겪은 해방 - 인중 시절과 태극기에 대한 추억"에 대한 필자는 "임명박"이 아니라 "임명방" 선생이다.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우리 근 현대사에 대한 좋은 책이 나온 것만큼은 사실이다.

사실 이 책을 집필한 서중석 선생이나 추천사를 쓴 이이화 선생님, 두 분 모두 개인적으로 뵈온 적이 있고, 두 분 모두 우리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을 위치에 계신 분들이며 실제로 내 개인적으로도 존경하는 분들이기도 하다. 사실 이이화 선생이 쓴 이 책의 추천사부터 만만치 않다. 상례적으로 추천은 말 그대로 추천, 칭찬으로 일관되기 쉬운데, 이이화 선생은 원고를 꼼꼼하게 읽어낸 뒤 부족한 부분들도 함께 지적하는 추천사를 썼고, 서중석 선생은 그에 못지 않게 튼실한(일반적인 저자 서문에 비해 매우 길다는 점에서도) 저자 서문을 썼다. 사실 이 책의 서평은 이이화 선생의 추천사나, 서중석 선생의 저자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다른 평자의 리뷰를 읽지 않아도 될 정도의 함량을 담아낸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신뢰는 충분히 보증할 만한 것이다.

2005년은 해방60년, 을사조약 100년, 한일협정 40년, 남북정상회담 5주년이면서 동시에 카쓰라, 태프트 밀약이 우리 민족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 비밀리에 체결된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러일전쟁 직후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짓는 비밀 협약을 맺었다는 것은 장차 포츠담선언, 얄타협정에 의해 한반도의 운명이 다시 열강에 의해 결정되었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한반도의 현대를 기술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믿지만, 이 책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00년까지를 기술 대상으로 삼는다. 물론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한 기술은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엮고, 웅진에서 펴낸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의 역사1.2.3"에서 다뤄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는 외따로이 떨어진 책이 아니라 이전의 시리즈들과 연계된 일반 시민들을 위한 교양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의 완결본에 해당하며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별권격이다.

물론 서중석 선생의 이 책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대중사회의 도래라는 한국 현대사의 또 하나의 특기할 점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단 점이다. 즉, 정치사와 경제사에만 치중하지 않고, 사회사를 두루 아우른 측면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대중문화와 예술, 그리고 생활사에 대한 측면은 이 책을 넘어서는 기획, 혹은 개정판이 필요한 요구가 될 것이다. 그것은 이 책 혹은 이 시리즈가 한반도와 우리 민족이 살아온 역사를 통사 형태의 개설서로 대중이 읽기 쉽게 기술한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고, 이 책이 발간되기 이전의 기획들과 연속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현대사 분야에만 월등한 분량을 허락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는 현재와 가까운 시점에서 더욱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아쉬움은 가시질 않는다. 어떤 이들은 정치권력의 변화만으로 세상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권력이 천해(淺海)라면 역사에 대한 인식이 바르게 서는 것, 우리들의 상식이 바로 서는 것이야말로 민중의 마음 속 깊은 심해(深海, 心海)의 물길을 바로 잡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런 첫 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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