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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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쏟아져나오는 스토리텔링책들의 지시사항을 따라가면서, 이렇게 하면 제대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건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 일시정지 버튼이 눌러진다. 그런 의심따위는 한구석으로 몰아넣고 책에서 시키는 대로 한번 해봐도 좋을텐데 '여기서 그만!'을 외치고 만다. 그동안 몇권인가의 책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해야할 것들은 잔뜩 제시하기만 하지 결국은 그들에게서 비슷비슷한 모습을 발견했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이 책에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따뜻한 글쓰기 특강'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글을 쓰는 기술이 아닌, 글을 쓰기 위한 마음을 준비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 했었다.

글을 쓰려면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가 항상 궁금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다면 최소한 내 마음이라도 잘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러면 섣부른 오해나 편견으로 상대나 세상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그러면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내가 바라왔던 태도로 일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일상의 기록을 멋지게 남길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예전부터 일기를 잘 쓰고 싶었다. 얼마전에 책장 정리를 하다가 초등학교때 쓰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는 역시 남이 쓴 걸 봐야 재미있는 것 같다. 내가 쓴 일기는 속이 울렁거리고 손발이 오그라들어 한페이지를 마저 읽지 못했다. 이 일기장을 어찌 해야 하나 지금도 고민중이다. 봉인을 해버려야 할까, 아니면 슬쩍 재활용박스에 넣어야 할까. 후자를 택할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지고 있어서 어쩌자는 건지도 모르겠다. 읽어낼 자신도 없으면서 말이다.  

강압에 의해서긴 했지만 6년이나 일기를 작성했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우는 때에도 무언가 적어오기는 했었다-물론 그때의 기록은 그때그때 적당한 때에 전부 파기한 것 같다. 가지고 있는 게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수납과 정리의 기본과정인 버리기를 선택했던 그 당시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기쓰기가 영 서툴다. 쑥스럽기도 하고, 일기에서마저 미화하고 포장하며 허술하게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허탈하게 웃으며 넘기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다. 그래서 가끔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아 읽었더랬다. 언젠가 멋진 일기를 써보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거해라, 저거 해라에 지쳐서 금새 책장을 덮어버려서 별다른 성과도 없고, 일기글은 이전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일기를 쓰는 시도라도 했지만 요즘은 아예 손을 놓고 있으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따뜻한 글쓰기 특강이라는 '천년습작'에 또다시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바라보며 선택적인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는 종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런 근거없는 희망은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그렇다고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것도 아니라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긍정적 측면도 있으니까 나름대로 가치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따뜻하게 진심을 담은 글을 쓸 수 있는 훈련을 다시 한번 시작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던 것 같다.

책표지를 보면서 저 책상과 컵을 가지고 싶다부터 시작해서 온갖 잡념과 공상의 실타래를 풀고 있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티타임을 가져야 했으니까.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쓸 때 입는 옷부터 시작해서 기타등등 글쓰기 플랜을 위한 허무맹랑한 준비물품들이 한도 끝도 없이 줄을 지어 떠올랐다.

그런 꼬리에 꼬리에 무는 잡생각의 파워에 순간 멈칫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알찬 독서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동안 찾고 있었던 글쓰기 책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느낀게 있다면 글 쓰는 삶이란 참 고단하겠구나였다.

어느 하나 허투로 해서는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 한 줄, 단어 하나가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잡아채서 종이 위에 묶어두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기 위해서 준비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은 듯 하다.

이 책을 다시 한번 더 읽어 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함께 읽을 작품 목록에 있는 책도 구해서 말이다.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있지만, 예전에 읽었던 책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나의 기억에는 없는 책의 일부분을 이 책에서 읽으면서, 안 읽은거나 다를 게 하나도 없겠다 싶었다. 이번 기회에 꼼꼼히 다시 한번 읽어 볼 참이다. 영화 두편은 이미 봤던 것이지만 이 역시 다시 한번 볼까한다. 그리고 아니 에르노의 책을 꼭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정식으로 강의를 듣듯이 이 책을 읽어나가면 좋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무언가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을 펼치기 전에 가졌던 목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한다.

이미 한번 읽었지만 다시 한번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일기 쓰기가 그다지 즐겁지 않고 만족스럽지도 않아 항상 불만스러웠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후회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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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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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런던스타일 책읽기라고 일반화하기에는 그만의 독특한 재치가 넘쳐난다.

닉 혼비, 그만의 독서법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닉 혼비 런던 스타일 책읽기'에는 빌리버(believer)에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요즘 내가 읽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에세이들이 실려있다. 요즘 그가 읽는 책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아직까지 연재는 계속하고 있을까도. 농담이라고는 하나 어쩐지 진심이 느껴지는 농담에서 '귀찮아', '내가 이걸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아냐'가 느껴졌는데 말이다.

 

챕터마다 그가 사들인 책들과 읽은 책이 제일 먼저 소개하고 있다.

닉 혼비가 구입한 책과 그가 읽는 책 목록 사이 괴리감에 마음에 편안해진다. 나만 그런게 아니니까 말이다.

언제 읽을지 기약할 수 없는 책들의 시선이 등뒤에서 느껴지는 때가 있다. 한밤에 인터넷 서점에서 장바구니에 신나게 책을 담고, 결제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특히나 그렇다. 대부분 무시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그 책들을 읽어야 할 의무감같은 게 생기고 만달까. 그렇다고 그 책을 읽게 되는 일도 그닥 많지 않지만 이미 생겨버린 의무감을 완벽하게 없던 것으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튼 그런저런 심리적 부담이 훌쩍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가 말하지 않았던가. 즐기기 위한 독서야말로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말이다. 책장을 넘기는 일이 진창을 걷는 일과 같아서는 안된다고. 그래서 요즘은 그의 충고를 열렬하게 받아들여서 지루한 책은 즉각 내려놓고 있다. 그리고 다른 책을 시작하고 있다. 아주 작은 문제가 있다면 그 다른 책도 즉각 내려놓고 있다는 정도.

이러다가 독서습관이 지금보다 더 형편없어질거라는 위기감이 들기도 한다. 닉 혼비가 자기 책이 누군가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적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런 상황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준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불안해지도 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선은 즐겁게 책을 읽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몰아쳐서 읽는 책은 재미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는동안 닉 혼비의 책 목록에 있는 책들을 찾아내서 책장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서 꽂아 두었다. 물론 읽겠다는 불타는 의지가 있어서는 절대 아니었고, 그냥 그래보고 싶었을 뿐이다. 어쩌면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가 또 알랴.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 가까이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디킨스와 화해하게 될지도.

 

결국 디킨스와 책으로 조우하는 건 먼훗날 언젠가로 미루었지만,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영화화한 아카데미 6개부문 수상의 걸작 뮤지컬 영화 '올리버!'를 팝콘을 생략한채 진지하게 시청했다. 오랜만에 다시 봐도 재미있었다. 올리버는화면 속에서 말갛고 수줍은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올리버역은 마크 레스터만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만드는 얼굴로 말이다.

 

그리고 축구를 봤다. 닉 혼비 책을 읽다보면 축구를 보고 싶기도 하고,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하지만 오전 3시 45분은 깨어있기에는 늦은 시간이고, 일어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이다보니 결국은 다음날 재방을 보게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골을 넣을테니까 지금부터는 절대 움직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는 스포츠 경기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크게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는 물론 아니다.  

 

그의 생활의 단면과 유머러스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이었다. 키득거리게 만들고, 어느 순간은 곰곰히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책 목록으로 마련한 책장 공간에서 꺼내서 읽고 있는 책도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제대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다. 정곡을 찌르는 그의 독서기록을 읽으면서, 변죽만 울리다가 기운이 빠져서 정작 쓰고 싶고 써야하는 말은 미처 하지 못하는 그런 이상한 서평들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반성을 했다. 그리고 생활 속의 유머감각과 재치를 연마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역시 닉 혼비는 좋다. 그의 책도 에세이도. 그리고 그의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까지도!

앞으로도 그의 책이 나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결제버튼을 클릭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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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병실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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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데뷔작'이라고 하면 멈칫하게 된다.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어느 작가의 데뷔작에 조금 많이 실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던 그만의 독특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구나 처음은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자신만의 문장과 스타일을 찾아가는 중일테니까.

하지만 턱을 만지작거리며 이쯤에서 책을 덮을까 말까를 고민하면서 난감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는 순간과의 조우는 그다지 즐겁지 않다. '기대는 차곡차곡 쌓아야 해. 데뷔작을 먼저 읽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고 중얼거리는 자신을 보는 것도 유쾌하지는 않다.

단어와 문장 사이를 헤매며 그 작가의 흔적을 찾고 또 찾으며, 헛된 기대인줄 알면서도 조금뒤에 엄청난 반전이 반드시 일어날것이라고 기대하고 만다. 게다가 여기에서 끝날리가 없다며 스토리 전개를 부정하는 정도에 이르게 되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데뷔작포비아에서 비롯된 잔걱정을 단박에 날려주었다.

데뷔작 전부가 그런 건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는 작가의 투명하고 절제된 문장이 더욱 멋지게 느껴졌다.

 

성냥갑에 전화번호를 적는다던가, 도서실의 색인카드 케이스 같은 것에서 꽤 오래전에 이야기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지만 시간적인 거리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촌스럽다거나 어색하다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련하게 감지되는 시간적 공백이 차분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단편의 주인공들은 묘하게 닮아있다. 어쩐지 그들이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환생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완벽한 병실'에서의 그녀가 '식지 않는 홍차'에서 20대를 보냈고, 어쩐지 '다이빙 풀'의 추억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다이빙 풀'의 그 소년의 모습에서는 '완벽한 병실'의 그 의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의사가 '식지 않는 홍차'에서 그 친구와 외모만큼은 똑같이 생기지 않았을까라고 상상하고 있다. 만약에 그들이 마주친다면 도플갱어를 만났다고 주저앉았을만큼 말이다.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들의 유사점을 찾아서 선을 긋는 행동이 이 책의 어두움을 옅게 해주었고 무게감을 한참을 줄여줬다.

 

'사람은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울 수 있다'라는 문장이 이 한권의 책에 실려있는 모든 이야기의 분위기를 대신 설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습도가 낮은 장마철이라고 한다면 이 분위기를 설명하기에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어두운 회색으로 감싸여져있고 한적하지만 눅눅하지는 않다. 그리고 습도 인해 밀려오는 짜증과 불쾌감이 배제되어 있다고 하면 제대로 설명한 것일까.

줄거리 자체만으로도 그리 밝은 이야기는 아니다. 상실감이라는 끈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유쾌하다면 말이 안된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통제된 문장이 그 완급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감이 지나치게 감상으로의 흐름을 단절하고 있어서 담담하고 침착하다는 느낌이 주기도 한다.

 

초기단편걸작선을 꽤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오가와 요코의 다른 소설에도 관심이 부쩍 생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외에도 많은 소설들이 출판되어 있었다. 다음번 도서관에 가면 오가와 요코 소설 몇 권을 빌려와야 겠다. 그녀의 단정한 문장을 다음책에서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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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 - 일본 최고의 빈티지카페 성공기!
Mana, Takemura 지음, 김희정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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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라는 말을 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구체적 계획 없이 공상에 가까운 카페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면 이 책으로 구체적 계획에 한걸음 다가갈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작은 카페를 시작하기 위한 세세한 정보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는 일본의 작지만 그들만의 색채를 선명하게 가지고 있는 카페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한결같이 가까이에 있다면 집에 오는 길에 들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길 만큼 아담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넘친다.

카페소개는 창업주에 대한 인터뷰로 시작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그들의 창업 동기나 컨셉 잡는 과정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에 대한 창업주들의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표를 만들어 정리하고 있고, 구체적인 창업자금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솔직히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이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는데, 통합해서 뭉퉁거리지 않고 비용내역별로 제시해주고 있어서 대략적인 예산을 세워볼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창업주들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가에서부터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기 전에 어떤 경력을 쌓아왔는지까지 언급되어 있어서 창업준비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카페에서 절찬리에 판매중인 메뉴가 멋드러진 사진과 함께 자리잡고 있다. 식사, 음료, 디저트가 골고루 소개되고 있는데, 꽤 맛있어 보인다. 메뉴고안 포인트까지 짚어주는 세심함까지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맛있는 커피와 홍차를 끓이는 방법도 따로 장을 만들어 알려주고 있다.

 

카페 오너의 일상적인 하루 일과같은 것도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식당일에 맞물려 규칙적으로 착착 돌아가는 하루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창업주들의 공통점이었다. 카페를 운영한다라고 하면 시간적으로 여유있고 자유롭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식사 시간과 생활리듬까지도 카페의 영업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고, 카페의 규모상 창업주가 처리해야 하는 일도 상당히 많은 것 같았다. 응석부리는 마음으로 시작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치밀하고 열정적인 사람만이 제대로 된 공간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책 한권 들고 카페에 찾아드는 걸 좋아한다.

그날 기분에 따라 선택한 커피나 차 한잔을 기다리며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는 순간도 좋아한다.  

대규모 프랜차이즈도 물론 좋지만, 그 카페만의 분위기가 공간을 가득채우고 있는 작은 가게는 나른한 오후에 발길을 잡아챈다.  

하지만 '카페를 왜 좋아해? 어떤 카페를 좋아하는데?'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를 읽으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시간도 가졌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모아놓은 카페들만의 편안한 멋스러움을 만나면서 내가 어떤 카페를 멋지다고, 매일이라도 들리고 싶다고 느끼는지 한참을 생각해봤던 것 같다.  

밥이나 커피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만들어 주는 게 제일 맛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금은 게으른 카페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고 책장을 덮고 한참이나 지나서 문득 떠올랐다.

테이블에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주문한 음료가 찰카닥하고 나오는 스피디함은 없겠지만, 그만큼 정성과 시간을 조미료로 사용하는 작은 공간 말이다. 집근처에 그런 작은 공간이 생긴다면 단골카페가 또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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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완벽한 하루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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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정적을 흔드는 총성이 누군가의 잠을 깨운다. 연이어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며 경찰이 출동한다.

 

그리고 시계바늘은 하루 전으로 되돌려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창문을 마주보며'로 감독으로 유명한 페르잔 오즈페텍이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Un Giorno Perfetto, A Perfect Day

 

우리 나라에서 이 영화는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운수 좋은 날이라니!

 

그리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떠올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유명 소설을 토대로 그 영화의 내용을 짐작하게 될 것이다.

 

엔딩을 짐작하게 하는 영화표를 사는 일은 드물다.

 

작년에 이 영화를 스쳐지나 간 적이 있다.

 

영화 프로그램에서 보고 싶은 영화 고를 때, 그런 이유로 이 영화를 예매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의 제목이 '어느 완벽한 하루'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하루동안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 외에는 제목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

 

물론 총성으로 시작해서 '설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책을 읽어가며 주인공들을 파악하면서 그 불안감은 짙어지지만

 

그래도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까지 작가가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이런저런 상상을 접어두게 된다.

 

'어느 완벽한 하루'도 '어느'라는 수식어 때문에 미심적인 눈초리를 보낼 수 밖에 없지만

 

생뚱맞게 발랄한 해피 엔딩이 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조차 박탈해버린 '운수 좋은 날'이란 영화 제목보다는 마음에 든다.

 

이 소설에는 두 가족이 등장한다. 그 가족들의 완벽한 하루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었다.

 

일상 해부학이라는 설명에 완벽하게 화목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가족의 모습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가까이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것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거리에 공존하는 것이다.

 

자신에게마저 감추고 싶은 초라함과 치사하고 구질구질한 면모를 들켜버릴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섬세하고 미묘한 무언가를 감지할 수도 있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게 있다.

 

520페이지, 하루를 담아내기에는 넘치는 쪽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의 두께에 뒷걸음을 치고 책장 한 구석으로 밀어내 버리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홉명의 등장인물이 만들어내는 자잘한 사건과 그들의 마음 한켠을 들여다보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가족 잔혹사라는 부제가 붙었다해도 억울할 게 별로 없어 보이는 이 소설은

 

일상의 모순을 통해서 잔인함과 흔들림이 드러나지만 얼어붙을만큼 냉혹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작가의 동정어린 시선이 담겨있는 문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차곡차곡 마일리지 적립하듯 쌓여가던 불안과 갈등의 폭탄에 불이 붙던 어느 하루의 기나긴 여정에 대한 긴장감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영화 검색은 책을 읽고나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영화 리뷰에서 알 수 있는 건 감독과 배우 소개만이 아니니까 말이다.

 

영화 리뷰를 몇 편 읽어봤는데, 조만간에 영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완벽한 하루'를 읽고 멜라니아 마추코에 신뢰가 생겼다. 그녀의 다른 책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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