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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평점 :
자유, 소년시대, 헬프...!
최근에 읽었던 소설이다. 같은 미국이니까 괜찮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동시에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자유 50페이지 읽다가, 소년시대를 읽고, 그러다가 다시 자유, 이제는 헬프를 읽어볼까...
라며 마구마구 섞어 읽었더랬다.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재미있어서 어느 하나를 콕 집어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었다는거다.
그런 무리수를 둔 독서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소설 각자의 개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섞어 읽어도 등장인물이 다른 소설 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없었다.
이 소설은 이 소설, 저 소설은 저 소설...바꿔 읽을 때마다 그 분위기에 맞게 코드 전환이
간단했을만큼 이 소설들은 각자 뚜렷한 분위기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셋 다 모두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면 이 책들 모두 엄청난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이 책들을 찾아봤었고, 그 결과 '이 엄청난 평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인상적인 평점과 감상평들을 이끌고 있는 책은 단연코 자유였다.
이 책을 화려하게 수식하고 있는 이력들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은 느꼈지만,
그래도 내가 재미있지 않으면 그만이지...라며 쿨한 척 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세상은 의미없는 이름을 기억하지 않고, 흥미로운 구석이 없는 책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했다. 이 소설의 내용 자체가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온갖 갈등과 다양한 관심사를 잘 버무려 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즐거운 독서였다.
이 책은 두껍다. 전화번호부나 전공서적같이 자칫하면 벽돌 노릇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두께는 아니지만 소설치고는 제법 묵직하네 싶은 정도다.
그러니까 한나절 정도면 쉬엄쉬엄 뚝딱 읽어낼 수 있는 그런 책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그러다가 페이지 밖에서 관찰하고 있었던 등장인물들을에게
어느 순간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어느새 교감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때 즈음이 되면
이제 그 페이지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책의 페이지가 많은 것을 탓하지 말고, 페이지 탓을 하게 만드는 책의 지루함을
탓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중산층 가정의 부부월터와 패티가 이 소설의 핵심축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그 축을 둘러싸고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각자 맡은 비중에 따라 등장하고 사라졌다
다시 등장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등장인물이 바뀌는 과정에서
그 부부는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그들이 꾸려나가는 삶은 매끈하게 다듬어진 평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월터와 패티 각자가 성장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었고,
학창시절을 거치고 이들이 부부가 되었지만 그 상처는 아물어서 흉터가 되지는 못했다.
그들이 가진 상처는 치료하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을 작정인지 여전히 고통을 수반한채
남아있었고, 그 상처는 그들이 살아가는 내내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새로운 문제들에
더욱 상처를 받고만다. 물론 그들만이 선량한 피해자라는 건 아니다.
그저 세상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듯이, 월터와 패티도 그런 아픔이 있었고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서 결국은 제대로 행복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불행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와 의욕마저도 그다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대로 침전할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걸렸다.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불행이라는 이름의 늪에서 기어나오기까지 말이다.
조금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과 과정이 이 소설의 거의 대부분이다.
아마존 평점과 이 책에 쏟아진 찬사를 믿고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추천 스탬프 하나 찍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