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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눈 - 그들은 우리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
플로리안 하이네 지음, 정연진 옮김 / 예경 / 2012년 2월
평점 :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천재들이다. 그들이 그린 그림을 볼 때면 늘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천재구나...!’라고. 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라는 부제에
마음이 끌렸었던 것 같다. ‘그래, 그들은 천재들이지...! 그럼 과연 그들은 어떤 시선으로
자연을, 사물을 바라보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긴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도출이었다.
이 책의 좋았던 점은 우선 많은 화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름만 대면 누군지
알만큼 유명한 이들, 어디에선가 많이 봐서 낯이 익은 그림들을 그린 이들이 이 책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그 화가 자체와 그림만으로 놓고보자면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알고 있는
범위에 속해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있고, 그 부분에서
이 책을 읽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화가가 본 풍경과 장면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그가 살아왔던 그 순간의 그 풍경과 장면에 대해서 말이다. 그 당시에 그가 그 씬을 잡아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성심껏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화가와
그림에 대한 이해가 아주 조금은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는 그저 천재 화가와
유명한 그림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그 화가가 그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그들이 그 장면을 담던 그 순간에 대해서 더욱 알고
싶어졌다. 이 책에서 페이지가 허락하는 최대한에서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어느 정도
그 궁금증과 의문이 해소되기는 했지만, 이 책을 읽은 지금 알고 싶은 게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러니까 이전에 궁금하지 않았던 것을 궁금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궁금증과 의문을 만들어 줄만큼 이 책은 그림과 화가에 대해서 새로운 각도와
방향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화가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건, 그 그림에 대해서도
한걸음 다가가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에는 존 컨스터블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었다.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라고만 생각했었을 뿐, 별다른 감흥이 없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그리고 그
독서를 계기로 이 화가에게 조금 흥미가 생겼었다. 그리고 우연히 누군가와 이 화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대화로 인해서 이 화가의 그림을 꼭 한번 보고 싶어
졌다. 영국에는 이 화가가 그린 그 풍경이 남아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그림을 보고 직접
그 풍경을 찾아가면 말로할 수 없는 감동이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감동이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도 그 풍경의 사진이 담겨있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직접 그 풍경과 그 그림을
마주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몹시 궁금해졌었다. 언젠가 영국에 가면 꼭 가보고 싶다.
존 컨스터블의 풍경 속에 말이다.
평소에도 좋아했었던 벨라스케스, 고야, 모네, 카유보트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난 것도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조금은 낯설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이제는 낯설지않게 된 화가들을
만나 것도 의미있었다. 앞으로 이 화가들을 만날 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문장이 있을지도...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천재들의 향연을 보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군데군데 등장하는
화가의 일생을 한 페이지로 요약한 부분을 읽으면서 왠지 인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천재적인 화가라도 그의 일생도 결국은
인간의 삶이라는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천재, 천재였던 그들이 이 책을 읽고나서는 이제 인간으로 보이고 있다.
그들 역시 인간이었던거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남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