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하라, 나는 자유다 - 허핑턴 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이 여성들에게 전하는 용기 있는 삶의 지혜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이현주 옮김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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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허핑턴, 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이만큼 유명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었다. 허핑턴 포스트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그것의 존재에 대해서는 분명

인식하고 있었다...게다가 읽기 전에 책 표지에 있는 저자 약력도 분명 읽었었다.

거기에는 허핑턴 포스트에 대한 언급이 있었음에도 그냥 지나쳤다. 그러려니 하고...

이 여성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는 상태로 이 책을 읽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유명 인사의 책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책이 허핑턴 포스트의 그녀가 쓴 것이라고 알았더라면 몰입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녀가 일구어 놓은 대단한 결실과 차근차근 밝아갔던 성공의 과정에 정신이 팔려서 이 책의

작가가 들려주는 그 모든 조언들을 어쩌면 당신이니까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라고 받아치지

않았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엉뚱한 정보의 충돌이 이 책을, 이 작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들었고 그게 도움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작가는 말한다. 이십년 전에, 삼십년 전에 자신이 했던 고민들을 자신의 딸들이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노라고. 그리고 그게 비단 자신의 딸에만 국한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내게 되었단다.

담대하라, 나는 자유다라는 한 권의 책을... 원제로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한데 이 제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어서 오히려 마음에

든다고 해야하나, 원제를 그대로 옮겼다면 옹색한 면모가 없잖아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내 자신을 되돌아 보았고, 현재의

내 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객관적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을 시도했었던 것 같다.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스스로에 대해 참 많은 의심과 질문을 던졌고 그 시간들은 비단 괴로움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결단을 내린 게 하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실제로 행동으로 옮겼다. 마음에 불편할 줄 알았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질 것 같아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것이었는데 몹시 개운해졌다. 이전보다 훨씬

편해졌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조금 놀랐고, 이 책의 다른 조언들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몇몇 조언들을 조금씩이라도 실현해보려고 한다.

이 작가의 엄청난 약력은 이후에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에.

그녀의 엄청난 성과가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두 딸이 있고, 한 여자로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깨달았던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만난다면 분명 얻는 게 있으리라 본다. 당신이 하고 있는 고민 중에 이 책이 조언해

줄 무언가가 반드시 있으리라 본다. 우리 같은 지구 위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당신의 고민도 누군가가 이미 클리어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니까 혼자서 괴로워

하지 말고 멘토를 찾으시길. 주변에 멘토가 되어 줄 사람이 없다면 이 책도, 이 책이 아닌

다른 책이더라도, 꼭 책이 아니라도 괜찮다. 내 마음이 정말로 원하고 시키는 정답을

끄집어 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꼭 발견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이전보다 행복해졌으면 한다.

내가 행복한 게 얼마나 중요한지, 내 자신을 스스로가 인정해 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확고하게 인식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내가 인정해주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런 멋진 사람이 정말 되고 싶어졌다. 그렇게 되도록, 이런 기분이었단 걸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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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주얼리 - 120년 주얼리 디자인의 역사
캐롤라인 콕스 지음, 마은지 옮김 / 투플러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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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구나, 참 예쁘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악세사리라던지 보석이라던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번거롭고 귀찮게 여겼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그게 사랑스럽다고, 왜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날이 올지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런데 그럴수도 있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 이유가 나의 이유가 되는 경우가 절대 없지는 않았다. 주얼리에서도

그랬다. 주얼리의 매력에 수긍하는 날이 올줄이야!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주얼리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만들어 주었고, 주얼리에

대해 갖고 있었던 오래된 편견을 정리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주얼리를 만든 사람들의

철학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주얼리라서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주얼리 제작에 관여했던 몇몇 사람들의 철학이자 조언은 주얼리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특히 코코 샤넬의 말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비싸다고 좋은 주얼리는 아니었다. ‘이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어요라는 느낌의 주얼리는

주얼리 자체로서도 아름다울지 의심이 들었다. 아름답지만 어쩐지 주얼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품위가 그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수준만큼 올라갈 것 같지 않았다.

이건 제대로 된 주얼리도 없고, 주얼리에 이제 막 입문하려고 하는 사람으로서의 짐작일

뿐이지만. 하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 예감이 틀릴 것인지, 틀리지 않을 것인지는 조금

시간이 지나고 주얼리와 친해지고나면 알 수 있을 듯. 어쨌든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정말 예쁜 주얼리들이 등장한다. ‘120년 주얼리 디자인의 역사라는 부제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100년 전, 70년 전, 50년 전의 주얼리들이 실려있다.

그런데 예쁘다. 주얼리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구나, 유행에 휘둘린다면 정말 예쁘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드리 햅번도, 비비안 리...그레이스 켈리는 지금봐도

이쁘니까 아름다움이 유행과 상관없다는 이 말이 그다지 틀린 건 아니겠지? 확신이 살짝

없긴 하지만... 그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이을 정도로 이 책에 실려있는 주얼리는

아름다웠다. 이 책을 통해 주얼리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보석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보석이라고 해서 다 비싼 건 아니었다. 이 책에는 종이나 아크릴 그리고

모조품으로 만든 주얼리들이 소개되고 있기도 한데 그 역시 너무 예뻤으니까.

그러니까 비싼 보석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보석을 찾아내고, 상황과 분위기를 잘 읽어서

적재적소에 주얼리를 착용할 수 있는 센스를 가지고 싶었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된다면,

그런 재능을 가지게 된다면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그런 사람을 향해

반걸음 정도 걸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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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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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보석같이 반짝이는 책을 추천받기도 하고, 때로는 그 책을

읽으면서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자책하고 싶었을 정도로 멋진 부분인데 놓쳐 버렸던 걸

찾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읽어볼 책을 고르기도 한다. 별로라고 기억하는데

누군가가 애정하고 있는 책이라면 한번 더 읽어본다. 그런데 그렇게 읽은 책 중에서

여전히 별로인 건 없었다. 내가 성장한 건지, 그 책을 읽을 당시의 변덕스러운 기분 탓인지

복잡적 문제의 결합 때문인지 확실하게 알 순 없지만.

특정한 책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내 독서가 표류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고, 이 책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고 중얼거리기 위해 책에 대한 책은 지금까지 읽어왔고

앞으로 쭉 때때로 읽게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이제까지 읽었던 책에 대한 책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건

이 책의 차례에서 내가 언젠가 읽었던 책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은

내가 아직 읽지 않은, 하지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많아서 나의 독서는 편협하기

짝이 없다며 자괴감에 빠져서 인터넷 서점 보관함을 대대적으로 비우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거대한 지출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었으니까,

이미 읽었던 책이었으니까. 그리고 자괴감도 프리한 독서를 선물해 주었다.

이미 읽었던 책들이라서 공감하는 독서가 가능했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그 책의 그 구절을

발견하기 위해서 대굴대굴 머리를 굴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렴풋이라도 생각나지 않으면

그 책을 찾기 위해서 책장을 뒤졌다. ,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 책이 어디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기억력이 애달팠지만, 이 책의 235쪽부터를 이미 읽었기에 격앙된

슬픔을 느끼지는 않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만큼, 그 책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 책이 특별하게

의미있는 존재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은 이 책을 읽고 있는 생각 많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선사하지 않을까. 생각만 많은 내가 그랬듯이.

바퀴벌레 두 마리에 얽힌 에피소드는 얼마 전에 날개가 달린 바퀴를 발견하고 말그대로

멘붕에 빠져서 이사를 도모할지 세스코를 불러야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고, 막내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기본 원칙을 정립하는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고,

주인 의식에 대한 오해를 이제야 말로 완벽하게 정리했으며, 꿈이 있는 자리를 지우고 목표를

써넣었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고민하는 것들은 나도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었고,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대한 작가의 현재까지의 결론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결론들이 생각을 간략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음을,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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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제
츠네카와 코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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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제 막 읽으려하고 있던, 이미 읽었던 간에 책소개글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초제를 읽기 전에 책소개글을 제일 먼저 읽었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면서 에이~

정말 이런 느낌의 소설을 쓸 수 있단 말이야!‘라고 생각했었음을 고백한다.

책을 읽기 전에 책소개글을 대체적으로 읽고 있다. 책소개글은 나에게는 그 책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정보원이었고, 그래서 그 글의 도움을 받아서

무척 좋은 책을 많이도 만났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엉뚱한 책을 만나기도 했었다.

엉뚱한 책을 만났을 때 책소개글을 읽으면 정말? 정말 이런 책이 있단 말이야?’라는 반응을

이끌어낸다. 이런 책이라면 진작에 읽지 않는게 후회될 정도라고 생각하며 재빠르게 결제하고

택배를 기다린다. 배송추적을 했던 때도 있었던가? 그랬을거다. 그리고 읽고나면 느끼는 건...

소설가보다 책소개글을 쓴 사람이 작가가 되었어야 했다는 것. 황당하지만 그런 매혹적인

글을 쓸 수 있는 그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며 대체적으로 책은 멀리 떠나보낸다. 안녕~하고.

이 책의 소개글을 읽으면서도 이 생각했다. ‘정말, 정말 이런 분위기의 소설이 가능할까?’

하지만 어쩐지 이 책은 다른 느낌이 슬핏 끼어들었다. 제목의 분위기라던지, 야마모토 슈고로

수상작이라던지...상이 중요한 건 아니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나에게 딱 맞는 책이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수상작이라면 다른 사람도 그만큼 인상적으로

읽은 책이라는 것이기에 그만큼의 신뢰감은 갖고 있다. 그리고 역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소설이라는 매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약간의 걱정을 가지고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걱정을 한 것일까? 그럴 필요 전혀 없었는데.

정말 필요 없었다. 이 책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한 이야기가 맞았다.

이 소설의 전반에는 나직한 슬픔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고 늪처럼 사람을 감정의 어두운

터널로 끌어들이는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애잔한 정적인 슬픔이 기저에 깔려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이 책을 읽는 동안 현실에서 환상으로, 환상에서 현실로 자유자재로

이동하게 만든다. 판타지 좋아하지만, 판타지에서 현실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 소설은 환상에서 현실을, 현실에서 환상을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그만큼 그 사이의 경계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척 즐거웠음을 말해두고 싶다.

이 책을 읽고나서 작가의 다른 소설도 찾아보았더랬다. 번역되어 나온 책은 아직 많지

않았다. 그건 앞으로 기다리는 즐거움이 그만큼 커진다는 게 아니겠는가. 아니면 이 작가를

계기로 일본어가 늘거나. ‘야시라는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었는데, 그 책 소개글을 읽으며

이 작가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참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만간 이 책도

읽어볼 생각이다. 이 책이 이 작가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더 확고하게 만들어 줄까?

그러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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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자의 문제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윤정숙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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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그랬단다. ‘하워드 제이콥슨은 현존하는 작가들 중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고. 작가가 유머러스하다고 했지 이 소설이 유머러스하다는 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말에 맨부커상 43년 역사상 처음으로

유머러스한 소설이 수상되었다는 책소개글이 겹쳐지면서 난 이 책이 바닥을 대굴대굴

구를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고민했었다. 내가 유머를 읽어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의심했었고,

의식적으로 유머 포인트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안쓰러운 짓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치

산삼이라도 캔 듯이 찾았다! 이 부분이 유머러스한 포인트였어!’라고 기뻐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 뒤로 바로 따라붙은 자괴감으로 또 풀이 죽었다. 어쨌든 유머가 내가 생각했던

유머와는 한참이나 다른 모습이어서 조금 당황했었지만, 읽다보면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적응이 된다. 그리고 그 세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너의 정체성을 발견하는데나 신경쓰라는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은 없지만...

이 책에는 세 명의 남자가 어쨌든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들의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들 주위에 등장하고 사라졌던 인물들도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 세 명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어쩐지 몹시 우울해진다.

기운이 없어진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그건 어쩌면 그들 역시 우울하고 기운없이 책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다. 그리고 정체성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세월이 지난다고해서 저절로 확립되는 건 아니구나 싶기도 했었다.

그들을 반면교사 삼았다고 해야하나. ‘저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이렇게 살면 안 돼

라는 생각을 참으로 오랜만에 해보았다. 너무 피곤해 보여서 저들과 같은 모습의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았다.

살만 루시디, 이완 맥큐언을 단숨에 꺽어버리고 상을 거머쥐었다기에 그만큼 기대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을 받아 마땅한 부분을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 부분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약간 의기소침해졌었고

그런 감정 상태가 이 책의 독서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시간을 들여서 읽으면, 조금만 더 여유로운 때에 읽었다면 이 책의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고나서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에는 조금 바쁜 일이

많았고 그러다보니까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기지도 못했던 것 같다. 빨리 읽고 싶은

욕심에 서둘러서 페이지를 읽어내렸었는데, 그런 욕심쟁이 독서에는 이 책이 어울리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다시 읽어볼까 한다.

처음 독서에서는 씁쓸한 웃음과 간간이 재치를 발견했을 뿐이지만,

두 번째에는 또 다른 어떤 것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누가 알겠는가! 그 독서에서는

유머를 발견할 수 있을는지. 유머코드 업그레이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책으로

영국 남자의 문제를 기억하리...!

왜 이 책 제목이 영국 남자의 문제일까 궁금했었는데, 읽다보면 왜 이렇게 지었는지 알 것

같기도 싶어진다. 이 책만큼은 역자 후기가 간절했었다. 내가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확인받고 싶었으니까...그런데 없었다. 좋은 길잡이가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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