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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평점 :

읽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후루룩 읽게 되었던 소설.
읽다보면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마무리가 좀 아쉽다.
약간의 열린 결말 같은 끝맺음이라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이다.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긴 하지만,
확실한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이 부분이 참 아쉽다 느껴졌다.

예전에 비해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미혼의 남녀에게 '결혼'은
빠질 수 없는 주제이고 관심이다.
나이가 찰수록 주변의 지극한 관심은 더해진다.
그 때문에 당사자는 불편한 마음으로
연애든 결혼이든 더 조바심을 내게 된다.
마유미가 그랬다.
찬란하고 화려했던 20대 시절을 지나 30대가 되니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소리까지 듣는다.
그래서인지 스스로도 왜 자신에게 결혼이라는
티켓이 주어지지 않는지 고민하는 날이 많다.

때마침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그녀 앞에 도모아키가 나타났다.
홍보팀 취재차 야구팀을 찾아갔다가
공에 맞고 병원에 갔을 때
그녀를 진료해준 의사가 대학선배 도모아키였던 것.
도모아키는 그녀의 가억 속에 최악의 인물로
자리잡고 있던 남자였다.
집안 좋고, 공부 잘하고, 잘 생기면 뭐하나.
뒤로는 그런 일이나 저지르는 나쁜 놈인걸!
그랬는데.. 도모아키가 그녀에게 필사적으로
그날의 일을 변명한다. 이제와서 굳이..?!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의 말이 또 맞기도 하다.
그녀가 오해했을 수도 있는게 아닌가.
그렇게 마유미는 도모아키와 교제를 하게 된다.
이 교제가 어떤 일을 불러올지..
이때만해도 마유미는 절대 예상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 앞에 놓이게될 꽃길만 생각했을 뿐!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사고사로 혼자가 된 미도리.
꽤 많은 재산을 남겨주신 부모님 덕에
미도리는 자신이 내키는 대로 살아간다.
언뜻보면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은
부럽기만 한 삶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도리의 삶은
결코 부러운 삶이라 할 수 없었다.
그녀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아픔이 있었으니까.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건 아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곁을 멤돌고 머물고 싶어하는
한 사람에게만은 사실대로 털어놨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녀의 결말은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텐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유카리는 손주를 바라는 시부모님의 압박을
남편 도모아키에게 말한다.
안그래도 해가 갈수록 관계가 줄어들다 못해
올해는 가진 적이 없는 부부인데, 아이가 생기겠는가!
이렇게 말을 꺼내면 도모아키도 지금의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겠지 싶었던건데
남편은 그런 유카리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려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시부모님께는 자신이 얘기 잘 해보겠다고 하더니,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아 유카리만 곤란해졌다.

최근 남편이 영 수상쩍다. 아무래도 바람을 피는 듯하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문득 지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보던 유카리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친정집에서는 부잣집에
시집간 딸의 근황을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 듯 했고,
시댁에서는 그녀를 거의 하녀 취급할 뿐이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지도 않고.
취미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 결혼은 왜 성사가 되었던 걸까?
평범하기 그지 없었던 그녀에게 도모아키 같은 남자가
왜 결혼을 하자고 했던 걸까.

우연한 일로 마유미는 도모아키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유카리는 남편의 불륜 상대가
마유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뜻밖에도 마유미는 헤어지지 말아달라는
애인의 부인의 말에 당황하고 만다.
보통이라면 욕을 하고 떨어지라고 하던가
당장 헤어지라고 해야 정상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거지?!
마유미, 후배 A, 유카리, 미도리. 그리고 도모아키.
한 남자를 둘러싼 네 여자의 얽힌 인연,
그리고 그들의 범죄 행각.
이들이 뭉치게 된 이유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범죄는 도가 너무 지나쳤다.
특히 A의 행동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애초에 그렇게 사라져버릴게 아니라
오히려 그 집안에 처들어갔어야 하는거 아닌가?
어떻게든 그 당시에 해결을 했어야지..
그래놓고 또 모든 걸 내버려둔 채 친정에도
연락을 안하고 찾아가지도 않더니만
이제와서 왜 이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등장인물들 중 제일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이 A 캐릭터 때문에 결말이 아쉬운 거였다.
뭐 유카리도 굳이 왜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가서 일을 만드나 싶긴 했지만.
하여튼, 여자에게 한을 품게 만들면 안된다는걸
또 한번 보여준 이야기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