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무려 <해리포터> 조앤 롤링을 제쳤다는 한 문장에 호기심이 생겼던 책이다. 표지만으로도 눈길이 가진 했지만, 아마존 작가 랭킹 1위라니..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런걸까 싶었다. 줄거리를 찾아보니 궁금해졌다. 책을 집어들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니.. 와... 갑자기 이야기 속에 퐁당 빠져버린다. 초반은 '내 스타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만큼 살짝 지루했다. 초반부터 이런 느낌이라니. 읽는데 한참 걸리는거 아닌가 싶어 걱정했는데, 인물 파악이 되고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자연스럽에 이야기 속에 빠져서는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 질주했다. 아.. 이런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구나.. 그 여운이 참 오래갔던 이야기다.



너무 늦게 암이 발견된 엄마. 그런 엄마의 권유로 받았던 검진에서 발견된 초기 유방암. 이모와 할머니도 난소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걸 보면 '조'의 암 발병은 큰 확률로 당연한 일이었을거다. 다만 평상시에 너무 건강해서 암 유전을 전혀 생각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그녀가 불과 24살에 초기 암을 발견한 것은 엄마 덕분이었다. 조는 치료에 그치지 않고 높은 확률로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검사 결과에 가슴과 난소를 절제하기로 했다. 자신의 치료, 그리고 엄마의 간병을 동시에 해내야 했지만 조는 최선을 다해 그 시간을 보냈다. 엄마와 이별을 하고, 치료를 마친 후 학교로 다시 복귀를 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달라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아픈 사람 취급하며 거리를 뒀다. 그 상황이 조에게는 얼마나 상처였을까. 힘들게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는 없었을까? 때때로 사람들은 시선과 동정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잊는 것 같다.



조류를 연구 중인 조는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여름의 몇 달 동안 키니 교수님의 산장에 머물게 되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둥지들을 살피고 조사를 하며 돌아오면 한밤중. 파김치가 되곤 하는 그녀 앞에 자신이 외계에서 온 외계인이라 소개하는 한 아이가 나타난다. 8~10살 정도로 보이는 그 여자아이는 더럽고 배고파 보였다. 조는 집으로 보내려고 애를 써보지만 외계에서 왔기 때문에 지구에 자신의 집은 없다며 한결같이 말하는 아이 때문에 난감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아이를 내버려둘 수도 없는 상황. 몸에 멍이 있는 걸로 봐서 학대의 의심도 들었기에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하지만.. 아이는 도망쳐 버렸고 방문한 경찰은 친부모와 아이와의 분리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발언과 나쁜 위탁부모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며 되려 그녀를 비난하고는 아이를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돌아가 버린다. 뭐 이런 경찰이 다 있담?! 이 부분에서 너무 황당했다.


하지만.. 그 덕분이랄까. 조는 아이의 처지에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이웃 남자 게이브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데리고 있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얼사. 게이브 역시 아이의 성향상 경찰에 신고하는 건 미루는게 좋겠다고 했고, 조가 연구를 위해 집을 비우는 동안은 자신이 아이를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그렇게 타인이었다 세 사람이 한 가족처럼 조금씩 서로에게 물들기 시작한다. 사회불안, 우울증, 경미한 광장 공포증을 앓고 있던 게이브는 조와 얼사로 인해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게 되고 극복하려 애를 쓴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경찰에 신고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몇달 뒤에 돌아가야 했고, 게이브도 그의 가족들의 방해, 그리고 자꾸 움츠러드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마냥 조와 아이를 도와줄 수가 없었다. 다툼과 고민이 오고가던 중.. 진짜 일이 벌어지고 만다. 누군가 아이를 해치려 나타났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는 일이 너무 마음 따뜻하고 뭉클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일 줄이야. 초반 지루함을 느꼈던 이유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만큼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스스로 인지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으려 할 뿐. 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음에도 말이다. 이런 현대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을 줄 알게 되는 따뜻한 감성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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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응켱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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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눈길을 확 사로잡던 책.

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저자는 남들이 다 좋다고 여기는 직장을

5년만에 퇴사하고서야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문득 내가 퇴사하던 때가 떠올랐다.

10여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정년까지 다니겠다며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던 때가 말이다.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나는

아무런 이유없이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주변에서 아이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끊임없이 해댔고, 그 역시 스트레스였다.


퇴사를 하고 1년여를 몸 케어에 써야했을 정도로

내 몸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쉬이 아이가 오지 않았던 것은.


퇴사를 하고 비로소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내 시야는 참 좁았더랬다.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고 잊고 있었다.

나 역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뒀지만,

지금까지도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가끔 사람들은 내게 독특하고 특이하다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나고, 내 취향이라고 말하며 넘어간다.

존중 받는 것 같으면서 아닌 것 같을 때가 종종 있다.

때때로 남의 생각을 강요받는다 여겨질때가 있다.

그 덕에 인간관계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진짜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봤던 일이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까?

모르겠다. 어떤 면에선 행복할지 몰라도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버리는 순간,

더 이상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 할 수 없지 않은가.

물론 일반적인 직장의 일보다는

좀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어려운 일이다.



벌써 결혼한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나는 결혼 전에 비해

요리실력이 크게 늘지 않았다.

할 줄 아는 요리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요리를 너무 잘하고 싶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 되는 것과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재료비용,

남은 재료의 뒷처리는

선뜻 요리를 할 수 없게 만들고는 한다.

(여러번 남은 재료가 버려졌고,

실패에 가까운 요리경험이 다수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지금 특히

진짜 요리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마저도 아이들 때문에 쉽지 않다.

덕분에 그동안 쳐다보지 않았던,

요리실력이 늘지 않았던 초기에도

잘 먹지 않았던 레토르 식품을 자주 찾게 되었다.


정말로 '요리'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닌

잘하는 '누구나' 하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 정말. 직장인일 때 월요일만큼 싫었던 요일이 없었다.

월요일만 앞두면 왜 그렇게 괜히 짜증나고 힘들었는지.

지금이야 육아에 정신없이 살면서 요일 개념이 한번씩 사라지지만..

그때는 금요일만 되면 즐겁고, 월요일만 되면 만성피로가 몰려왔었다.



꿈을 크게 가져야 좋다는 말.

나도 그냥 생각없이 한번씩 하는 말이다.

하지만, 진짜 꿈을 크게 가져서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런데 왜 여태

꿈을 크게 가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을까?


저자의 말대로 꿈을 크게 가져서 허황된 이미지를

쫓는 것보다 현실의 행복한 순간들을

캐치할 수 있는 요령을 배우는 것이 삶을 더

즐겁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에는 더더욱 말이다.


술술 잘 넘어가던 에세이 한편이었다.

깨알같은 현실적 조언들도 괜찮고!!

어떤 삶을 선택하든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조금 느리고 너무 풍족하지 않아도

여유를 가지고 부족하지 않다면 괜찮지 않을까?

'낭만'적이라는건 이런게 아닐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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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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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과 소개를 보자마자 궁금했던 책.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어봤다.

그런데 읽다보니 내가 예상했던 이야기가 아니다?!;;

난 유품 박물관이라고 하길래,

감동적이면서 따뜻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내 생각과 달리 묘하기만 했다.


결말도.. 설마 이렇게 끝이야?! 했으니;;

좀 당황스러운 결말이라고나 할까?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책의 결말도 별로였는데,

이 책의 결말도 내 마음엔 썩 차지 않는다.



박물관 기사로 한 마을에 도착한 나.

그러고보니 등장인물들 모두 이름이 없다.

그냥 나, 소녀, 노파, 정원사, 가정부 등으로

지칭할 뿐. 이게 또 독특하다.

아무튼, 나는 조용하지만 아름다운 마을의

커다란 저택에 도착한다.

그의 고용인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노파.


노파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박물관을 만들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녀가 만들고자 하는 박물관은 유품 박물관!

그런데 그 유품이라는 것이 죽은 사람이 생전에 얘기했거나

혹은 그 가족들이 기능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을의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노파가 찾아가서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을만한

물건 하나를 훔쳐오는 것이었다.

노파가 11살때부터 시작된 이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으니 얼마나 많은 유품이 모여있겠는가..


그 유품들을 잃어버린 가족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할테니

찾아볼 생각도 못했을터.

하지만 박물관을 개관 하면 그간 노파가

무슨 짓을 해왔는지 다들 알게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파는 왜 유품 박물관을 만들고 싶은걸까?



좀 당황스러웠다. 박물관을 만들고자 하는 의미가.

하기사. 그 누구도 물건을 수집한 노파가 아니고서야

물건의 의미를 알 수 없고, 히스토리도 알 수 없다.

때문에 다른 사람이 봤을 땐 그냥 쓰레기일 수도 있다.

죽은 당사자나 가족들이 큰 의미를 부여한 물건이

아니고선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알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박물관을 만들려고 하는건..

그저 자신이 수집한 물건들에 대한 집착이었나?

그저 물건을 보존하고 싶을 뿐이라니..?!


그래서일까. '나'가 물건에 담긴 히스토리를

노파에게 듣고 정리해서 물건과 같이

배치하고자 했던건.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누가 살인범인이 알게 되었음에도

어째서 덮어두려는 걸까? 유품 박물관이 왜 그렇게 중요해졌지?

갑작스러운 형의 부재는 또 뭘까?...

아이가 곧 태어난다고 했던 형 부부에게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걸까, 아니면 노파 가족들이

'나'를 이곳에 묶어두려고 하는 걸까?

왜 나는 형에게 바로 가보려 하지 않는걸까?...

충분히 가볼 수 있음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끝으로 갈수록 당황스러웠다.

소녀는 어째서 노파의 양딸이 된건지,

마을에서는 박물관 개관을 몰라서 방문을 안하는건지,

형사들은 박물관을 보고서도 왜 조사를 제대로 안하는건지.

책을 다 읽고나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투성이였다.


가독성은 좋은 편이다. 후루룩 읽었으니까.

하지만, 여러가지 부분에서 많은 의문을 남긴채

이야기가 끝나버려서 책을 들고 한참 당황했다.

감동적인 이야기일거라 생각하고 읽어서인가?

애초에 기묘한 이야기로 분류하고 읽었어야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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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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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후루룩 읽게 되었던 소설.

읽다보면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마무리가 좀 아쉽다.

약간의 열린 결말 같은 끝맺음이라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이다.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긴 하지만,

확실한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이 부분이 참 아쉽다 느껴졌다.



예전에 비해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미혼의 남녀에게 '결혼'은

빠질 수 없는 주제이고 관심이다.

나이가 찰수록 주변의 지극한 관심은 더해진다.

그 때문에 당사자는 불편한 마음으로

연애든 결혼이든 더 조바심을 내게 된다.


마유미가 그랬다.

찬란하고 화려했던 20대 시절을 지나 30대가 되니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소리까지 듣는다.

그래서인지 스스로도 왜 자신에게 결혼이라는

티켓이 주어지지 않는지 고민하는 날이 많다.



때마침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그녀 앞에 도모아키가 나타났다.

홍보팀 취재차 야구팀을 찾아갔다가

공에 맞고 병원에 갔을 때

그녀를 진료해준 의사가 대학선배 도모아키였던 것.


도모아키는 그녀의 가억 속에 최악의 인물로

자리잡고 있던 남자였다.

집안 좋고, 공부 잘하고, 잘 생기면 뭐하나.

뒤로는 그런 일이나 저지르는 나쁜 놈인걸!

그랬는데.. 도모아키가 그녀에게 필사적으로

그날의 일을 변명한다. 이제와서 굳이..?!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의 말이 또 맞기도 하다.

그녀가 오해했을 수도 있는게 아닌가.

그렇게 마유미는 도모아키와 교제를 하게 된다.

이 교제가 어떤 일을 불러올지..

이때만해도 마유미는 절대 예상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 앞에 놓이게될 꽃길만 생각했을 뿐!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사고사로 혼자가 된 미도리.

꽤 많은 재산을 남겨주신 부모님 덕에

미도리는 자신이 내키는 대로 살아간다.

언뜻보면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은

부럽기만 한 삶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도리의 삶은

결코 부러운 삶이라 할 수 없었다.

그녀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아픔이 있었으니까.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건 아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곁을 멤돌고 머물고 싶어하는

한 사람에게만은 사실대로 털어놨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녀의 결말은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텐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유카리는 손주를 바라는 시부모님의 압박을

남편 도모아키에게 말한다.

안그래도 해가 갈수록 관계가 줄어들다 못해

올해는 가진 적이 없는 부부인데, 아이가 생기겠는가!

이렇게 말을 꺼내면 도모아키도 지금의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겠지 싶었던건데

남편은 그런 유카리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려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시부모님께는 자신이 얘기 잘 해보겠다고 하더니,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아 유카리만 곤란해졌다.



최근 남편이 영 수상쩍다. 아무래도 바람을 피는 듯하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문득 지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보던 유카리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친정집에서는 부잣집에

시집간 딸의 근황을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 듯 했고,

시댁에서는 그녀를 거의 하녀 취급할 뿐이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지도 않고.

취미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 결혼은 왜 성사가 되었던 걸까?

평범하기 그지 없었던 그녀에게 도모아키 같은 남자가

왜 결혼을 하자고 했던 걸까.



우연한 일로 마유미는 도모아키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유카리는 남편의 불륜 상대가

마유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뜻밖에도 마유미는 헤어지지 말아달라는

애인의 부인의 말에 당황하고 만다.

보통이라면 욕을 하고 떨어지라고 하던가

당장 헤어지라고 해야 정상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거지?!


마유미, 후배 A, 유카리, 미도리. 그리고 도모아키.

한 남자를 둘러싼 네 여자의 얽힌 인연,

그리고 그들의 범죄 행각.

이들이 뭉치게 된 이유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범죄는 도가 너무 지나쳤다.

특히 A의 행동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애초에 그렇게 사라져버릴게 아니라

오히려 그 집안에 처들어갔어야 하는거 아닌가?

어떻게든 그 당시에 해결을 했어야지..

그래놓고 또 모든 걸 내버려둔 채 친정에도

연락을 안하고 찾아가지도 않더니만

이제와서 왜 이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등장인물들 중 제일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이 A 캐릭터 때문에 결말이 아쉬운 거였다.

뭐 유카리도 굳이 왜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가서 일을 만드나 싶긴 했지만.

하여튼, 여자에게 한을 품게 만들면 안된다는걸

또 한번 보여준 이야기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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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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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난 후, 내 블로그를 검색해 보고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알고보니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는 사실을 알고 말이다. 나는 당연하게도 작가의 작품 중 읽은 책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작가의 이름이 익숙하고, 작가의 작품 몇몇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한두권 정도는 읽기 전이긴 하지만 책장에 꽂혀 있기도 하고. 블로그 이웃들을 통해 전작들에 대한 리뷰들을 접하고 나도 모르게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작가였던 걸까? 뭐 어쨌든, 앞으로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보는 걸로. 이 책은 먼저 출간 되었다는 <데드 인 헤븐>의 앞선 이야기라고 한다. 이렇다는건 이 이야기도 시리즈로 좀더 출간될 예정인걸까? 주인공 진자이 아키라를 내세운 형사 시리즈로 말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스노우 엔젤>로 만난 진자이 아키라의 캐릭터도 괜찮고, 이야기 분위기도 좋았어서 시리즈라면 반가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드 인 헤븐>이 이 다음 이야기라고 하니, 위시에 넣어두고 읽어봐야겠다.


"가늘고 길게라고는 해도 매달 몇만 엔씩 약을 사다니, 주부 쌈짓돈으로는 한도가 있지 않나?"

진자이가 의문을 던지자 이사는 바로 해답을 주었다.

"용돈이 떨어진 주부는 우선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습니다. 한도액을 꽉꽉 채워 빌리고 나면 다시 새 카드를 만들어요. 현금서비스를 못 받을 정도가 되면 카드로 상품권을 사서 상품권 판매업소에 팔죠. 견제 한도액도 초과할 것 같으면 갖고 있는 명품이나 귀금속을 팔아요. 아까 그 아줌마는 현재 이쯤 되려나. 손목시계가 싸구려로 바뀌어 있었으니까."

보행로를 걸으며 이사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라도 하듯 계속 지껄였다.

"팔 물건도 없어지면, 다음엔 드디어 남편 돈에 손을 댑니다. 처음엔 은행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죠. 한도액까지 빌리고 나면 예금을 모조리 인출하고, 잔고가 바닥나면 정기예금이나 재형저축을 해약해요. 은행계좌가 다 비어버리면 남편의 생명보험이나 주택화재보험을 해약합니다. 그쯤 되면 카드빚에 쫓기다 못해 대부업체로 뛰어들죠."

진자이는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이사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가정이 각성제로 인해 붕괴되고 빚더미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할 정도가 되면 결국 불법 사체, 고리대로 가는 게 코스죠. 여기까지 오면 이미 남편도 함께 개인파산을 하는 수밖에 없죠."

"그 지경이 되도록 용케도 남편에게 들키지 않는군."

진자이의 그 말에 이사는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마누라한테 살림을 전부 맡기니까요. 은행 통장도 생명보험 증서도. 그러니까 파산할 때까지 눈치를 못 채는 겁니다. 마지막에는 전부 들키고 이혼, 그리고 일가가 뿔뿔히 흩어지게 되지만요."

"이혼당한 후에 뽕쟁이 마누라는 어떻게 되는데? 그래도 약을 끊지 못하면?"

이사는 흥미 없다는 양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매춘이나 도둑질이라도 하지 않을까요? 좀 더 이른 단계부터 하는 사람도 있지만요. 뭐, 약값이 어디서 나오든 우리하곤 상관없는 일이에요."

(중략)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남편이 불쌍하다 싶을지 모르겠지만요."

진자이의 속마음이 들렸나 싶게 이사가 덧붙였다.

"평범한 주부가 약에 빠지는 건 대체로 남편에게 불만이 있기 때문이에요. 일에만 빠져 사느라 아내를 거들떠보지 않는다거나, 집안일이며 육아며 아내에게 죄 떠넘긴 채 자기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고민을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다너가. 그러니까 남편도 자업자득이라는 거죠."  - P. 143~145


"도쿄도의 전체 세수에 맞먹는 금액이 폭력단의 자금원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폭력단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폭력단의 자금원 중 35퍼센트가 각성제, 15퍼센트가 도박장 개장이 차지합니다. 각성제와 도박으로 자금원의 절반이 조달되는 셈이죠."  - P. 177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다. 그간 읽고 봤던 다른 영화, 소설 속 마약 관련 이야기랑 겹쳐 보면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평범한 일반인들이 마약 거래를 하는 일 말이다. 우리나라도 마약 청정국이었으나 이제는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했으니 어디선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섭고 답답하고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디 내 아이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안전한 사회이길 바란다.) 그저 '돈'이 된다면 그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상관없이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인간들 때문에 왜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한단 말인가. 이런 못된 사람들만 따로 격리되어 살아가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로부터 아에 분리해 버리게 말이다.


9년전, 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눈앞에서 잃어야 했던 진자이는 그 자리에 있던 폭력단원 5명을 사살하고 모든 것을 상사에게 보고한 뒤 달아났다. 이대로 복귀하면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도망자 신세가 되어 사건을 조사해 보지만 조그마한 단서 하나 제대로 찾지 못했다. 불현듯 찾아온 자괴감에 잠깐이지만 이제 그만둬야 하는 걸까 생각하던 찰나, 옛 상사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마약단속반 미즈키 쇼코와 함께. 신종 마약을 조사하기 위해 마약반 혹은 경찰과 그 어떤 연결 고리 없이 우수한 조사 능력을 갖춘 이를 찾던 쇼코에게 진자이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진자이는 공식적으로(서류상) 2년전 죽은 사람으로 되어있으니 말이다. 망설이던 것도 잠시, 진자이는 쇼코의 의뢰를 받아들여 최근 돌고 있는 합성 약물의 최상위 인물을 잡기 위해 마약 판매상 노릇까지 하며 차분하게 계획을 실행해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보스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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