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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조 올로클린 시리즈 순서
1. 용의자 (The Suspect. 2004)
2. Lost (국내 미출간)
3. 산산이 부서진 남자 (Shatter, 2008)
4. 내 것이었던 소녀 (Bleed for me, 2010)
5. The Wreckage (국내 미출간)
6. 미안하다고 말해 (Say You're Sorry, 2012)
7. 널 지켜보고 있어 (Watching You, 2013)
8. 나를 쳐다보지 마 (Close Your Eyes, 2015)
9. 디 아더 와이프 (The Other Wife, 2018)
마이클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이자 9번째 이야기인 <디 아더 와이프>를 만났다. 이번 이야기에는 조의 아버지 윌리엄의 충격적인 사생활이 밝혀지면서 그동안 존경하던 아버지의 이중적인 모습에 충격을 받고, 가족의 의미와 아픔을 되돌아 보게 되는 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출간된게 이번이 마지막이다. 국내에는 아직 두 권이 미출간인 상태로 앞으로 그의 이야기를 두 권 정도 더 만나볼 기회가 있는 셈이다. 출판사에서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정보를 찾아보니 '조'의 첫번째 이야기에 해당하는 '용의자'는 낯설었다. 검색을 해보니 '용의자'는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을 했는데, 이미 오래전 절판되어 책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태인 듯 보인다.

중고로도 찾기 힘들다고 하니, 그의 대부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나로서는 시리즈의 첫 이야기를 만나기 힘들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가끔 내가 언제 이렇게 모아놨지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이번 9번째 시리즈를 만나고서 책장을 살폈다가 다 있었네 하고 깜짝 놀랐다. 내가 모아놓고도 이렇게 잊을 때가 있다. 그러니 가끔 중복 도서가 발생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번 시리즈는 용의자를 빼고 국내 출간작을 다 가지고 있는 셈이라 은근 뿌듯했다. 이왕이면 같은 출판사에서 이번 국내 미출간작 두 작품과 첫번째 이야기인 '용의자'를 출간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루룩 9권을 모두 꽂아놓은 책장을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생긴다.

그나저나, 윌리엄의 사생활은 너무나 충격이었다. 20년이 넘도록 아버지의 이중혼을 몰랐다는 건 자식으로서도 한 남자로서도 '조'에게 아버지에 대한 신뢰도 하락, 행복했던 가족의 이미지와 믿음이 깨지는 충격 그 자체였을 거였다. 왜 아니겠는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해 긴급 수술을 하고 의식을 찾지 못한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곁에 20년동안 결혼생활을 해온 아버지의 또 다른 와이프라 주장하는 젊은 여자를 마주해야 했으니 말이다. 올해 여든인 아버지와 쉰 하나인 여자. 그녀가 32살이 되었을 때 시작되었다는 불륜. 조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내민 증거들 앞에선 더이상 거짓이라 얘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 또한 아버지의 두번째 결혼생활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두집 살림을 알면서도 왜 지금껏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았으며, 왜 그냥 두었단 말인가. 아버지가 감추고 있던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신생아 의료과실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올로클린 재단에서 사라진 9백만 파운드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16개월 전 수술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빈자리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12살인 둘째딸 에마의 일까지. '조'의 일상은 순식간에 거대한 회오리 한가운데로 떨어져 버렸다.
읽는 내내 은은한 분노가 솟구쳤다. 아버지의 이중혼. 진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최악의 남편상이다. 그런데 아내는 왜 알면서도 외면했을까. 네 아이를 홀로 책임지기 힘들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라며 흐린 눈을 했을 뿐일까. 뭐였든 결국 아내는 남편의 이중생활을 허락한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세월이 무려 20년이라니. 기가만힌다. 이쯤되면 아버지의 두번째 가족을 가족으로 인정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뒤늦게 알게된 형제들의 상처만 보듬어야 할까. 또 아버지를, 어머니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어야 할까. 아내를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그 자신과 아이들의 마음도 아직 추스르지 못한 조에게 너무 가혹한 미션이 아닌가 싶다. 썩 마음에 드는 주제의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역시나 흡입력 하나는 최고였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