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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있다 1
제인도 지음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2년 전쯤. 우연히 웹소설로 무속신앙을 소재로한 오컬트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읽을 때만해도 무속과 관련된 지식은 전무했으나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가 완전 푹 빠져서 읽었고, 그덕에 무속과 관련된 용어나 말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덕분에 그뒤로 오컬트 소재의 소설, 특히 우리나라의 무속신앙과 관련되어 있다면 주저없이 선택해서 읽었고, 대체로 그 선택들은 옳았다. 공포와 호기심, 재미, 신비로움이 뒤섞여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 역시 무속신앙과 관련된 오컬트 소재임을 알자마자 바로 선택했다. 꽤 두툼한 두께로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였으나 읽다보면 두께감은 조금도 느낄 틈이 없고,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페이지는 더 빠르게 넘어갔다.

주인공은 20대의 여성 임소희. 듬직한 남자친구가 있고, 대학 동창이자 의지가 되는 친구인 혜리가 곁에 있다. 혜리와는 대학 졸업 후에도 한집에 살며 함께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광고디자인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신지 20년 정도 되었고, 그녀를 홀로 키워주신 어머니가 몇일 전에 돌아가셨다. 친가, 외가로 연결된 친척이 없어 이제 정말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았을 소희에게 난데없이 유산을 남긴 고모가 있다는 소식과 있는 줄 몰랐던 친가의 친인척들의 존재를 알리는 전화가 소희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게 될 줄 이때만해도 전혀 알길이 없었다.

유산은 친척 언니 오빠들과 공동으로 상속을 받게 되었고, 상속을 받기 위해선 하나의 조건을 만족 시켜야 했다. 유산을 상속 받기로 한 인원수만큼 고모가 남긴 시골집에서 머무는게 조건이었다. 예비 상속인은 총 6명. 이중 한명은 상속을 포기했고, 5명이 상속을 받기로 동의를 하면서 시골집에서 머무는 기간은 5일로 정해진다. 그렇게 시골집에 모인 5명. 소희는 기억엔 없지만 자신에게도 핏줄이 있다는 사실에 안정감이 생기는 듯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만난 친척들이다보니 거리감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다들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이는 소희로 하여금 여러모로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대체 언니 오빠들이 감추고 있는게 뭘까..?!

시골집에서의 단 5일. 그런데 5일을 견디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툭하면 다투고, 이기적으로 굴며 때때로 이상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언니 오빠들로 인해 소희는 점점 피로해진다. 그러다가 3일째 되던 날, 외출은 하지 말라는 변호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마을을 한바퀴 돌고 돌아온 이후부터 소희와 가장 나이 차이가 적은 종현이 이상 증세를 보인다. 그러다 급기야 저녁에 시골집을 뛰쳐나갔고 모두들 종현이를 찾으러 뒤쫓았지만 찾지 못한채 하루가 지난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종현이는 익사 상태로 발견된다.

이후로도 소희에게는 연달아 불행이 찾아왔다. 시골집에서 돌아온 후, 인턴에서 잘리고 정직원으로의 전환도 물건너 갔다. 친척 언니들 중 한명인 현선 언니도 이상 증세를 보이더니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고, 친구 혜리가 계속 상태가 이상하더니 쓰러져 입원까지 한다. 혜리는 부모님에 의해 본가로 돌아간 후 연락이 두절되고, 여러가지로 고민을 하던 소희는 함께 살던 집을 정리하고 공동 재산인 건물의 비어있는 2층에 전세로 들어가기로 한다. 이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소희가 그 건물에 들어가면서 더 큰 불행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물론 소희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으나 상황이 그렇게 흘러만 갔다.
읽으면서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것 같은 소희의 성격이 너무 답답했다. 자기 주장도 없고, 할 말은 속으로만 꾹 눌러담고, 말도 안되는 일을 겪으면서도 핏줄에 연연하는 모습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죽을 뻔 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도 왜 미련스럽게 가해자를 걱정한단 말인가. 연을 끊어도 그 누구도 욕을 할 수 없는 상대방을 챙기는 듯한 행동들은 읽는 내내 고구마를 삼킨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사실 주인공이 빌런이었나 싶을만큼. 암튼, 그럼에도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너무 궁금해서 바로 2권을 집어들었을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