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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있다 2
제인도 지음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1권을 읽자마자 2권을 바로 읽었다. 그때가 새벽 3시쯤. 이미 자야할 시간이 훌쩍 넘었고, 본래 계획은 이렇게 밤새 책을 읽으려던게 아니었다. 1권 중반 정도까지만 읽고 자려고 했는데, 읽다보니 생각대로 할 수가 없었다. 뒷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에 잠을 자는게 더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2권까지 다 읽은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정리를 하고 누울 수 있었다. 1권의 이야기는 2권을 위한 준비였나 싶을만큼 이야기 전개가 엄청 났다. 흡입력 진짜 최고. 끝까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주인공이었으나 그걸 넘어설만큼의 재미와 스릴이 넘치는 소설이었다.

이사한 집에서 자살을 할 뻔한 상황에 놓여있었던 소희. 엄마와 함께 미용실을 운영하며 친자매처럼 지냈던 이모가 아니었다면,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스러운 마음을 행동으로 보였던 남자친구 도진이 아니었다면, 소희의 이상 행동이 자신이 겪었던 일과 닮았다는 것을 알아채고 자신이 도움을 받았던 무당을 부른 친구 혜리가 아니었다면 소희는 더이상 산 자가 아니었을 거였다. 알고보니 집 자체에 빼곡하게 부적이 붙어있었고, 소희를 챙겨줬다던 3층을 임대해 살며 건물 관리까지 도맡고 있는 세입자는 사라졌다. 경찰 조사는 충격적이었다. 3층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서와 달랐고, 2층은 소희 이전의 세입자들 모두 죽거나 실종된 상태였다.

소희는 혜리가 데려온 무당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무당은 본래라면 돕지 않았을 일이나 소희 곁에 있는 어머니 덕분에 돕게 된거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리고 이제는 명확해졌다. 그간 이상했던 친척 언니들의 행동들의 의미가 말이다. 아마도 소희 집안은 무당업을 이어야 하는 집안이었을 거고, 무당업을 넘기려고 이런 비방들을 행했을 거라는 무당의 설명 덕분이다. 믿고 싶지 않아도 죽을 뻔한 상황이라 믿지 않을 수 없었던 소희. 그나마 위안인건 엄마가 떠나지 않고 소희의 곁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나타난 친척들의 존재 그리고 유산. 기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한번쯤은 생각해 봤어야 했다. 살아생전 엄마가 왜 친인척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왜 숨기고 살았는지 말이다. 한편으로는 엄마가 죽기 전에라도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야 하는게 아니었나 싶다. 알아야 대비를 하고 조심을 하지 않겠나. 딸이 아예 집안과 엮이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이런 일이 무작정 외면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말이다. 혼자 남겨지게 될 딸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렸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뒤늦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엄마가 세상을 뜨자마자 소희에게 연락이 닿은것도 의심스럽다. 모든게 계산된 일이었을까?

연이어 이어지는 상황들은 진짜 수습이 되긴 하나 싶을 정도로 복잡해졌고, 그에 따라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은 경악스러웠다. '왜 네가 아니지?, 왜 너만 아무렇지도 않아?!' 등 친척들이 소희에게 한 이 말들의 진짜 의미를 알고나니 소름이 끼쳤다. 핏줄이라면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나 싶어서 말이다. 물론 누구도 이어받고 싶지 않은 집안의 업 때문이란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미루는건 아닌거다.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맞지 않을까. 완전 몰아치는 2권의 이야기는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을만큼 재미가 있었다. 오컬트 소재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