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랙 서머 ㅣ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줄거리를 본 순간, 궁금함에 집어들 수밖에 없었던 소설이다. 주인공은 중범죄수사국의 형사 워싱턴 포. "6년전 포가 잡아넣은 유명 셰프 재러드 키튼의 죽은 딸 엘리자베스 키튼, 아니 친아버지 재러드에 의해 살해된(비록 시신을 찾을 수 없었지만) 엘리자베스가 살아 돌아왔다."라는 이 단 한 문장은 단번에 여러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정말 포가 실수로 무고한 이를 잡아 넣은 건지 아니면 재러드가 무슨 수를 쓴거라면 감옥에 있는 그가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는지, 재러드가 범인이 아니라면 누가 범인인지,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딸이었으니 진짜 살아있었던건지, 6년간 어디서 어떻게 생활을 해오다 이제야 나타난건지 등등 궁금증을 폭발시켰다.

궁금함과 호기심은 치솟았는데, 그에 비해 가독성은 이상하게 떨어졌다. 책장 넘기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이 책을 다 읽는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야기가 탄탄하고 디테일 한 것은 좋으나, 그만큼 이야기 진행 속도감이 떨어지다보니 수사 진행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다. 머리가 너무 좋은 범인과 자신의 두뇌만 믿고 자만하던 자의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은 수사팀의 대결은 꽤 볼만했다. 그래서 속도감만 있었다면 더 좋았을 하는 아쉬움이 자꾸 남는다. 현재 영국에서는 7권까지 출간되었고, TV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쩐지 드라마가 더 쫄깃한 긴장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궁금해진다.

포는 6년전 엘리자베스 키튼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껏 시신은 찾지 못했으나 현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된 치사량의 혈액의 양은 재러드가 범인임을 입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치사량의 혈액은 분명 그의 딸 엘리자베스의 혈액이었다. 그랬기에 그의 딸은 분명 다시 돌아올 수는 없는 거였다. 하지만 혈액검사 결과는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그녀가 엘리자베스 라는 것을 입증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포는 자신의 직감과 수사를 믿었고, 재러드가 범인임을 재차 증명하기 위해 여러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재수사를 진행한다.

수사는 난항을 거듭한다. 당연한 일이다. 6년전 사건이고, 현재 단서라고는 고작 엘리자베스라며 나타난 여성의 팔에서 뽑아낸 혈액이 전부였으니까. 병원도 거부하고 다른 검사를 모두 거부한 여성에게서 얻을 수 있었던건 혈액 뿐이었기에 포는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상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고가의 검사를 진행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 검사는 포에게 단서를 하나 쥐어주었고, 그 사이 엘리자베스는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재러드의 반응 역시 이상했다. 딸이 6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는데도 딸에 대한 안부는 묻지 않는다?! 그로 인해 그의 무죄가 입증된다는데 감옥에서 나오는데만 관심을 보인다?! 이런 행동은 예리한 포의 감각을 건드렸고, 의심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없을 것 같은 단서를 찾아내는 그 예리함, 분명 자신의 수사는 틀리지 않았다는 스스로의 수사 감각에 대한 믿음과 행동력 그리고 끝까지 의심을 놓지 않는 눈썰미. 이 모든 것은 그에게 형사가 천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 같았다. 분명 누군가는 포기했을 법한 치밀하게 짜여진 사건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리는 포의 모습은 멋있었다. 점점 지능적으로 변하는 것 같은 범죄. 이런 범죄,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생각하면 소름이 돋고 무섭다. 그저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길.. 두번째 사건이 이 정도면 대체 다음 사건은 어떤 사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