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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나
루퍼트 스파이라 지음, 주잔나 첼레이 그림, 김주환 옮김 / 퍼블리온 / 2025년 8월
평점 :

“나는 언제나 나야.”
짧게 반복되는 이 문장이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주어서 놀랐던 책이 여기에 있다.
루퍼트 스파이라의 그림책 『나는 언제나 나는』을 부모가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문득 나 자신이 위로 받게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실수했을 때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 모든 순간에 과연 나는 나였을까?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감정과 역할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았을까?
“나는 언제나 나야”라는 말은 그렇게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장이었다.
이 책은 명상가 루퍼트 스파이라가 어린이를 위해 쓴 동화책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다. 스파이라는 “나는 존재한다(I am)”는 사실 자체를 중심에 두고, 어떤 감정이나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짜 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가 화가 나든, 외롭든, 기쁘든, 그 감정은 모두 지나가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을 경험하는 ‘나’는 여전히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을 부드럽고 반복적인 문장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아이에게 조용히 말해준다.
“너는 언제나 너야. 어떤 감정을 느끼든, 어떤 상황에 있든, 그건 너의 일부일 뿐이지, 너의 전부는 아니야.”
이 메시지는 비단 아이에게만 필요한 말이 아니다.
어른인 우리도 종종 ‘나’라는 존재를 감정이나 평가, 사회적 역할에 묶어두고 살아간다.
“나는 엄마야”, “나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야”, “나는 실패했어” 같은 말들이 어느새 자아를 규정하는 이름표가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름표를 조용히 떼어내며 그 너머에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
책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문장, 따뜻한 색감의 부드러운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슬퍼, 그래도 나는 나야”, “나는 놀고 있어,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나야”처럼 감정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모든 것을 경험하고 바라보는 변하지 않는 나를 강조한다. 이는 명상에서 말하는 ‘알아차림(awareness)’의 감각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감정이 흘러도 그 감정을 인식하는 존재는 늘 그대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옮긴이 김주환은 이 책을 스파이라의 철학서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과 『사물의 투명성』의 핵심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옮겨온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 책이 단순히 철학을 쉽게 풀어낸 책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내면을 안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정서적 안식처가 되어주는 책이라고 말한다. 반복되는 문장을 통해 아이는 감정과 자아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우고, 점차 자신 안에 변하지 않는 ‘존재의 중심’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아이와 함께 읽는 것이 좋다.
중요한 건, 책의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 옆에 조용히 앉아, 천천히, 따뜻한 목소리로 한 문장 한 문장 읽어주는 시간 자체가 이 책의 핵심이다. 그 시간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집중하고, 감정에 대해 말하며, 결국에는 ‘나는 언제나 나’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씩 체험하게 된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간단한 질문을 건네보자.
“너는 언제 외로워?”, “화가 나면 어떤 느낌이 들어?”, “그럴 때도 너는 너 같아?”
이런 질문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관찰하게 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존재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감각을 키워준다.
또한 아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몸으로 표현하거나, 자신만의 언어로 감정을 풀어내는 활동으로 확장해도 좋다. 중요한 건 아이의 반응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다.
『나는 언제나 나는』은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아이가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도록, 가까운 자리에 두는 것이 좋다. 반복해서 읽을수록 책 속 문장 하나하나가 아이의 마음 깊숙이 닿게 된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아이가 살아가면서 겪게 될 수많은 감정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내면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시간이다. 책을 읽는 동안 아이 옆에 함께 앉아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부모나 교사의 존재는 그 자체로 아이에게 ‘나는 지금 이 순간 존재한다’는 감각을 가르쳐준다. 말보다 더 깊게, 존재 자체로 느끼게 되는 평화. 그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나는 언제나 나는』은 아이에게 ‘마음의 면역력’을 길러주는 책이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존재의 본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능력. 이 힘은 아이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때 가장 든든한 내면의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작고 조용한 순간, 엄마 아빠와 함께 이 책을 읽는 그 순간이다.
“기뻐도 나는 나고, 슬퍼도 나는 나야.”
그 말을 아이도, 어른도 함께 되뇔 수 있다면,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위로와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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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온 서포터즈 2기' 활동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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