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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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심미안 수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책이 말하는 ‘심미안’이 단순히 미술관에서 명화를 감상할 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작품을 마주했을 때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묻고, 그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 심미안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유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감탄할 필요도, 평론가의 해석에 휩쓸릴 필요도 없다. 심미안은 결국 내 안에서 길러지고 완성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책은 저자가 ‘망막박리’ 진단을 받으며 시작된다. 낯선 도시에서 운전하던 중 시야의 3분의 2가 가려졌고, 급히 귀국해 수술을 받았다. 시야는 불편해졌지만, 대신 소리·냄새·맛·촉감이 전보다 세밀하게 다가왔다. 음악 속 숨소리, 음식의 질감, 공기 중의 결까지—그는 미적 감각이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자신을 ‘딜레탕트(dilettante)’라 부른다. 이는 예술을 깊이 연구하지는 않지만 폭넓게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사진·음악·미술·글쓰기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사물에 남다른 시선을 두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그 경험은 다른 어떤 일로도 대체할 수 없었다. 그는 한 분야를 깊이 파는 연구가도 필요하지만, 자신처럼 폭넓게 경험하는 사람 또한 필요하다고 말한다. 감상자라면 더 많이 아는 것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고, 열린 마음으로 예술을 만나면 된다는 것이다.

미술 파트는 특히 흥미롭다. 일본 아다치 미술관, 파리 오르세 미술관, 간송·리움 미술관 등 국내외 공간을 소개하고, 마크 로스코, 고야, 쿠르베, 폴록, 리히터 등 서양 화가와 동양화를 함께 다룬다. 그는 추상화를 보며 “나도 그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는 작품의 진면목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온라인 이미지로는 전달되지 않는 색과 질감, 크기, 공기까지 현장에서 느끼라고 권하며, 작품을 무심히 넘기지 말고 오래 바라보며 질문과 호기심을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건축 파트에서는 기능뿐 아니라, 채광·바람·재료의 질감이 주는 온도까지 포함해 공간이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고이게 하는지 이야기한다. 사진 파트에서는 장비보다 피사체를 대하는 태도와 빛을 기다릴 인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순간 포착은 우연이 아니라 준비와 관찰의 결과이며, ‘발견의 미’가 사진의 본질이라 말한다. 음악 파트에서는 음악이 ‘사라지는 예술’이라는 점을 짚으며, 현장에서 느끼는 강렬함을 강조한다. 그는 국악을 현장에서 경험하며 편견이 깨진 이야기를 들려주고, 산조음악 같은 독주곡을 추천한다. 디자인 파트에서는 유기그릇 ‘놋이(NOSHI)’와 백열전구만 만들어온 ‘일광전구’를 사례로, 좋은 디자인은 오래된 본질을 오늘에 살아 있게 하며, 질감·정교함·조화에서 안정감을 구현한다고 말한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작은 욕망을 잘 수용하면 그것이 불필요하게 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적절히 욕망을 해소해야 진짜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고, 그 과정이 좋은 취향과 삶을 만든다. 사물의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며 미술을 보는 눈, 음악을 듣는 귀가 더 자유로워졌고, 불필요한 열등감도 사라졌다. 좋아하는 것은 외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어야 의미가 있다. 매일 쓰는 그릇을 더 아름다운 것으로, 듣는 음악을 나의 취향으로 채우는 것—이 사소한 선택들이 심미안을 만든다.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경험하는 순간 인식과 판단은 확장되고, 무용해 보이던 것이 유용한 가치로 바뀌며 행복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심미안 수업』은 결국 심미안이란, 일상의 결을 더 고운 방향으로 다듬어 가는 꾸준한 선택의 힘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힘을 기르는 방법을 끝까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지완지 출판사 @jiwain_'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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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놀 인스타 @hagonolza


중국 회화에서 예술의 최고 목표를 ‘기운생동’으로 삼았다. 자연물이 인간이 만든 작품이 살아 있는 듯한 에너지를 뽐어내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인간의 손끝에서 나온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살피는 능력 또한 인간만의 것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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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 - 삶을 뒤흔든 열두 번의 만남
김민희 지음 / 미류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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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의 『어른의 말』은 20년 넘게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700여 명의 사람을 만난 저자가, 그중에서도 자신의 삶을 깊이 흔들고 성장시킨 12명의 이야기를 고른 인터뷰집이다. 표지는 단순히 ‘어른의 말’이지만, 그 속뜻은 ‘닮고 싶은 어른의 말’이다. 나이가 어른을 만들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저자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눈이 많은 사람, 공적 쓰임을 아는 사람, 선택과 실수를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붙잡고 있다가, 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떤 그릇에 담겨도 형태를 바꾸되 본질을 잃지 않는 유연함, 그러나 생명을 지탱하는 강인함.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경쟁과 비교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자신을 잃고, 타인의 기준에 휩쓸려 공허해진다. 저자를 구해낸 건 ‘인터뷰’였다. 타인을 별처럼 관찰하고 탐험하는 과정에서 그는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올 수 있었다.

12명의 인터뷰이는 ‘나다움, 일, 자아, 공부, 사랑, 선의, 걷기, 자유, 시간, 무해함, 괴짜력,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엮였다.

이 중 책 초반에 실린 이어령 편은 단연 가장 뜨겁고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그를 운명을 다하기 며칠 전, 병상에서 만났다. 여전히 맑고 단호한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하루를 살아도 자기 머리로 살아야 하네.” 그는 나다움에 대해 “이미 결정해 놓는 것이 아니라, 되고 싶은 나를 향해 끝없이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나답다는 건 명사형의 ‘있다’가 아니라 동사형의 ‘되다’에 가깝다. 완벽한 나에 도달하는 순간은 결코 오지 않으며, 평생 조금씩 나에게 가까워지는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곧 인간의 길이라는 말이었다.

또한, 이어령은 시선의 높이를 이야기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나이, 지위, 외형의 차이가 사라진다고 했다. 관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며, “No where”와 “Now here”의 한 끗 차이를 예로 들었다. 같은 것을 다르게 바라볼 줄 아는 시선, 그것이 삶의 넓이와 깊이를 결정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 대화를 읽으며 저자뿐 아니라 독자도 품위 있는 어른이 남긴 마지막 지혜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책 속의 다른 목소리들도 각기 강렬하다.

김창완은 진정한 어른은 ‘채움’보다 ‘비움’에 가깝다고 말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는 여백, 나이 들수록 고집과 아집 대신 틈을 남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새들은 주머니가 없다”는 비유로, 자유롭기 위해선 마음속에 담아 두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타일러 라쉬는 “한국인은 개인을 모르는 개인주의자”라는 도발적인 분석을 내놓는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알지 못한 채 정해진 성공의 궤도를 따라가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그는 나다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삶의 핵심이며, 타인의 기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문화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김민섭은 ‘선의의 연대’의 힘을, 윤홍균은 ‘잘 사랑하는 법’을, 박연준은 혼자 걷기에서 발견하는 내면의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12명의 대화는 각각 다른 색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공통적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는 의지와 깊이를 담고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과거의 미숙한 질문까지 숨기지 않고 그대로 담았다는 점이다.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 속에서도, 그는 그 시절의 자신을 분칠하지 않고 온전히 인정한다. 이는 ‘완벽보다 완전’을 추구하는 태도이자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어른의 말』은 정보성 인터뷰집이 아니라 길을 잃었을 때, 무언가에 부딪혀 멈칫했을 때, 페이지를 펼치면 작은 등대처럼 방향을 비춰 줄 수 있는 책이다.

각자의 나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는 어른들의 목소리는 자기 삶의 축을 다시 세우게 만든다.

책장을 덮고 나면, ‘나다움’이라는 단어가 이전보다 훨씬 무겁고 귀하게 다가온다.

이어령이 말한 대로, 나답게 산다는 건 완벽하게 도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평생 도전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어른의 말』은 그 여정을 앞서 걸어간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가게 하면서,

독자 스스로도 자기만의 세계를 지어 나가게 만든다.

물처럼 유연하면서도 강인하게, 그리고 품위 있게~!


‘미류책방’으로 부터 『어른의 말』 퀴즈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 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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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산다는 건 내가 늘 얘기하는 ‘온리 원Only One’,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잃지 말고 산다는 거예요.
남과 구별됨으로써 자기만의 삶을 살 수 있어요."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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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삼국지 -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기는 신개념 삼국지
tvN STORY 〈신삼국지〉 제작팀 지음, 김진곤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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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 중 하나다. 2세기 후반부터 약 100년 동안 이어진 후한 말의 혼란, 위·촉·오 삼국 시대, 그리고 서진의 통일까지는 수많은 영웅들의 세력 다툼, 치열한 전략, 배신과 의리, 이상이 얽혀 있다.


《신삼국지》는 tvN STORY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프런트 출판사가 책으로 엮은 작품이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뿐 아니라 진수의 정사 《삼국지》까지 함께 다루어, 역사와 소설을 균형 있게 보여준다. 덕분에 독자는 같은 사건이 역사서와 소설에서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설 속 도원결의는 의리의 상징이지만, 책에서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맺은 현실적인 동맹으로도 설명한다.

책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지 않는다. 황건적의 난, 동탁의 전횡,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 적벽대전 같은 굵직한 전투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선택과 심리를 풀어낸다. 동탁이 여포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명마 적토마와 보물을 주고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설득하는 장면, 조조가 동탁 암살에 실패한 뒤 《삼십육계》의 ‘주위상계(走爲上計, 불리하면 달아나는 것이 최선)’로 목숨을 구하는 장면처럼, 병법과 속뜻까지 곁들여 설명한다. 덕분에 독자는 ‘도원결의(桃園結義)’, ‘허장성세(虛張聲勢)’ 같은 사자성어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삼국지의 큰 줄기는 간단하다. 황건적의 난 이후 조조, 유비, 손권이 각자 세력을 키우고, 관도대전과 적벽대전을 거쳐 위·촉·오 삼국이 형성된다. 유비 사후, 제갈량이 북벌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263년 사마씨 가문의 위나라가 촉을 멸망시킨다. 이후 사마염이 조위를 대신해 서진을 세우고, 280년 오나라까지 병합하며 통일을 완성한다.

《신삼국지》를 읽다 보면, 각 장면마다 나관중이 쓴 서사와 정사의 기록이 나란히 제시되어 서로 다른 내용과 해석을 비교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역사서적의 시선과 서사의 시선을 오가며 읽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삼국지가 수백 년 동안 변주되며 사랑받아온 이유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영웅들의 이야기 속에서 ‘의(義)’라는 가치를 중심에 둔다. 유비·관우·장비의 의형제 결의, 제갈량의 충성, 손권의 정치적 선택, 조조의 현실주의적 판단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의리를 해석한다. 이를 선악 구도로 단순화하지 않고, 인간이 처한 상황과 선택의 문제로 풀어내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고전 해설서를 넘어 인간 본성과 권력, 관계의 본질을 다루는 인문서에 가깝다.


흥미로운 장치도 많다. ‘침GPT’ 코너는 독자의 질문에 답하듯 인물과 사건을 풀어주고, ‘신삼국지’ 코너에서는 현대의 사례와 언어로 고대 사건을 해설한다. 덕분에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부록 ‘기묘한 삼국지’에서는 본편에서 다루지 못한 영웅들의 숨겨진 모습과 엉뚱한 일화를 소개해, 삼국지를 잘 모르는 독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결국 《신삼국지》는 역사와 소설, 사실과 상징을 모두 품은 책이다. 초심자에게는 사건과 인물, 배경을 쉽게 알려주고, 여러 번 삼국지를 읽은 독자에게는 역사와 소설의 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삼국지가 단순한 옛날 영웅담이 아니라, 오늘날의 권력·이상·의리와 생존 사이의 갈등을 비추는 거울임을 보여준다.


'프런트페이지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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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관매직(벼슬이나 관직을 돈 주고 사는 것)을 일삼던 십상시들이 죽임을 당한 십상시의 난 이후, 기사회생으로 목숨을 구한 황제와 원소는 다시 수도 낙양으로 돌아오고 있었죠. 그런데 낙양에 도착할 무렵, 수천의 군사를 대동한 한 남자가 황제 일행을 막아섭니다. 황제가 앞에 있는데도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말이지요. 다들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있을 때, 황제 소제의 동생이자 겨우 아홉 살에 불과한 진류왕이 그 남자를 향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가를 호위하러 왔는가, 핍박하러 왔는가?"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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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스파이크 제로 - 서울대 내과 명의 조영민 교수의 맛있게 먹고 건강해지는 법
조영민 지음 / 서삼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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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민 교수의 『혈당 스파이크 ZERO』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생활 습관이

혈당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 근거와 실제 사례로 풀어낸 책이다.]

핵심 주제는 ‘혈당 스파이크’다.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올라갔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이 현상은 일시적인 불편함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당뇨병, 심혈관 질환, 비만, 만성 피로 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 책은 위절제 수술을 받은 한 환자의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위 유문이 제거된 탓에 탄수화물이 한꺼번에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면서 빠르게 흡수되고,

혈당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과도한 인슐린 분비로 급격히 떨어지는 전형적인 ‘혈당 롤러코스터’가 나타난 것이다. 환자는 하루 여섯 번으로 식사를 나누는 방식과, 탄수화물 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아카보스)을 활용해 증상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혈당 스파이크가 식사 패턴, 음식 종류, 소화 속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혈당 스파이크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정제 곡물과 당분이 많은 음식의 과다 섭취다.

둘째, 식이섬유가 부족하거나 소화가 지나치게 빠른 음식으로 인한 위 배출 속도 증가다.

셋째, 운동 부족과 비만으로 인한 인슐린 작용 저하다.

넷째, 인슐린 분비 자체의 이상이다.

저자는 이 각각에 대해 대응책을 제시한다.

복합 탄수화물과 통곡물을 선택하고,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해 흡수를 늦추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생활 습관의 힘이다.

핀란드에서 진행된 ‘생활 습관 교정 치료’ 연구에서는 체중 5% 감량, 지방과 포화지방 섭취 줄이기,

식이섬유 섭취 늘리기, 주 150분 이상 운동하기 등 다섯 가지 목표 중 네 가지 이상을 지킨 사람에게서는 당뇨병이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대로 한 가지도 지키지 않은 사람의 40%는 당뇨병이 생겼다. 저자는 약물 치료보다 생활 습관 변화가 비용과 부작용 모두에서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운동에 대해서는 ‘신체 활동’과 ‘운동’을 구분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가벼운 산책은 신체 활동이지만, 심박수를 높이고 숨이 찰 정도의 활동이 되어야 운동이다. 빨리 걷기, 조깅, 수영, 줄넘기 같은 중강도 운동은 하루 30분, 주 5일이 기본이고, 고강도 운동은 하루 15분씩 주 5일이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틀 연속으로 쉬지 않는 것’이다. 운동 후 인슐린 감수성 증가는 24~72시간 지속되지만,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섭취에 대해서는 무조건 줄이는 방식이 아닌, 좋은 탄수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제 곡물은 도정 과정에서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이 제거되어 혈당을 빠르게 올린다. 반면 통곡물은 소화와 흡수가 천천히 이루어져 혈당 변화를 완만하게 하고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탄수화물을 적으로 돌리지 말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책에는 절제와 균형의 철학도 담겨 있다. 파라셀수스가 남긴 “모든 것은 독이며, 용량이 약과 독을 가른다”는 말처럼, 먹는 양과 강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본 오키나와의 ‘복팔분’ 문화, 즉 배가 80% 찼을 때 식사를 멈추는 습관 역시 과식 방지와 장수의 비결로 소개된다.

저자는 역사 속 사례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세종대왕이 물을 많이 찾고 고칼로리 식사를 즐겼다는 기록을 근거로, 현대인들이 세종대왕처럼 운동 부족과 과식의 생활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혈당 스파이크 ZERO』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혈당 관리와 건강은 하루아침의 노력이 아니라, 식사, 운동, 생활 전반에 걸친 꾸준한 습관에서 비롯된다. 정제 탄수화물 대신 통곡물, 규칙적인 운동, 식이섬유와 단백질의 조화, 적당한 식사량, 그리고 균형 잡힌 생활이야말로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 책은 의학적 설명과 실천 방법이 균형 있게 담겨 있어, 읽는 즉시 ‘오늘부터 무엇을 바꿀지’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만든다. 읽고 나면 혈당 스파이크라는 개념이 단순한 의학 용어가 아니라, 매일 실천해야 할 건강 수칙으로 자리 잡게 된다.

'서삼독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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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는 세계적인 장수 지역으로 유명하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가 ‘복팔분’이라는 철학이다. 말 그대로 배가 80% 정도 찼다는 느낌이 들면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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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아이네이스 1~3 세트 - 전3권 아이네이스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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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는 나라의 탄생이 사랑과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보여준다.”

고전은 왜 지금 읽을 가치가 있을까?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펼치면 답이 선명해진다.

이 작품은 한 영웅이 도시를 세우는 신나는 모험 이야기가 아니라,

나라의 전설이 한 사람의 마음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들려주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점은, 서구 비평사에서도 이 작품을 새롭게 읽기 시작한 시점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역자 해설에 따르면 서구에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였다. 이전에는 호메로스의 모방으로 폄하됐지만, 이제는 ‘단순한 모방 이상의 일’로 본다.

그리고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영웅 아이네아스를 중심으로 읽는 해석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오비디우스가 시도한 디도의 시점은 베르길리우스의 의도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시선을 전환하면, 『아이네이스』는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한 사건을 어떤 인물의 시선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일깨우는 작품임을 알게 된다.

이 번역본은 라틴어 원전의 12권을 4권씩 묶어 총 3책으로 완역한 열린책들 판본이다.

역자는 라틴 서사시의 헥사미터 운율을 우리말에서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한 줄 18자 내외로 옮겼다.

우리말 어순에 맞추면서도 원문의 어휘·구성·시행 순서를 최대한 보존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인물·지명·신화 설명과 원문 행 번호, 촘촘한 주석이 함께 실려 있어, 원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길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작품의 작가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70년 만투아 근교에서 태어나, 『목동가』와 『농경가』로 이름을 알린 후 마지막 11년을 『아이네이스』 집필에 바쳤다. 그러나 기원전 19년, 작품의 무대를 직접 답사하려 떠난 여행에서 병을 얻어 브룬디시움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미완성 원고를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뜻으로 친구 바리우스와 투카가 편집만 마친 채 지금까지 전해졌다. 그래서 작품 곳곳에는 사건의 흐름에 비해 길거나 미묘하게 이질적인 부분들이 남아 있는데, 이는 결함이라기보다 완성을 향해 치열하게 공사 중이던 흔적으로 보는 편이 맞다.

1권 (원전 1~4권)

이야기는 유노의 질투가 부른 폭풍 속에서 시작된다. 난파한 아이네아스 일행은 카르타고에 표착하고, 여왕 디도의 환대를 받는다. 그는 불타는 트로이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를 회상한다. 목마 속임수, 라오쿤의 경고, 프리아모스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를 어깨에 메고 아들의 손을 잡은 채” 떠나는 장면은 이 서사의 정서를 단번에 압축한다. 이어지는 여정에서 그들은 폴리도로스의 음산한 표징, 잘못 해석한 신탁, 예언자들의 경고와 불길한 예언을 거쳐 시칠리아로 향한다. 4권에서 서사는 가장 비극적인 고비를 맞는다. 유노와 베누스가 꾸민 함정 속에서 아이네아스와 디도는 사랑에 빠지고, 디도는 그 관계를 혼인으로 믿는다. 그러나 아이네아스는 “로마의 운명이 나를 부른다”며 떠나고, 디도는 절망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장면은 국가적 소명과 개인의 사랑이 어떻게 양립할 수 없는지를 보여 준다.

2권 (원전 5~8권)

시칠리아에서 아이네아스는 부친 앙키세스의 1주기를 기리는 장례 경기를 연다. 배 경주, 권투, 활쏘기, 소년 기마대 등 다양한 종목은 공동체가 애도를 의례로 승화해 결속을 다지는 과정을 그린다. 이어 쿠마이로 향한 아이네아스는 시빌라의 안내로 저승을 여행하며, 엘리시움에서 아버지에게 로마의 미래와 후손들의 영광을 듣는다. 7권부터 무대는 라티움으로 옮겨지고, 라티누스 왕은 아이네아스에게 딸 라비니아를 주려 하지만, 유노가 보낸 알렉토가 이를 방해해 전쟁의 불씨를 지핀다. 아이네아스는 에우안드로스와 동맹을 맺고, 젊은 팔라스가 그와 함께 전장에 나선다. 베누스가 불카누스에게 부탁해 만든 새로운 무장은 아이네아스의 사명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다.

3권 (원전 9~12권)

아이네아스가 부재한 틈에 트로이군은 포위당하고, 니수스와 에우리알로스가 목숨을 건 돌파를 시도하다 전사한다. 아이네아스가 돌아와 전세를 뒤집지만, 팔라스가 투르누스에게 쓰러진다. 분노한 아이네아스는 메젠티우스를 무찌르고, 그의 아들 라우수스와의 싸움에서 인간적인 슬픔과 전쟁의 잔혹함이 교차한다. 11권에서는 잠시 휴전 속에 장례가 치러지지만, 여전사 카밀라가 창에 맞아 전사하며 다시 전투가 격화된다. 12권에서 마침내 아이네아스와 투르누스가 일대일 결투를 벌이고, 양 진영은 승자의 조건을 따르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나 전투 끝에 쓰러진 투르누스를 살리려던 아이네아스는 팔라스의 허리띠를 보고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그를 죽인다. 장엄하지만 씁쓸하게 끝나는 결말은, 로마의 영광이 결코 값없이 얻어진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 번역본의 진짜 매력은 원문 헥사미터의 리듬을 살린 18자 구성에 있다. 좀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원래 시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한 줄에 비슷한 길이의 글자를 맞춰 읽기 좋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운율 덕분에 서사시의 장중함이 문장 호흡에 그대로 살아나고, 촘촘한 각주와 인명·지명 설명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해설은 베르길리우스의 생애와 집필 과정, 미완성 원고의 사정까지 꼼꼼하게 짚어 주어 작품을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감상하고 해석하는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아이네이스』는 영웅을 미화하기보다 국가의 영광 뒤에 가려진 희생과 상실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 작품은 로마의 찬가이자 동시에 한 도시의 탄생이 누구의 삶 위에 세워졌는지를 끝까지 묻는 기록이기도 하다.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 고전을 완역으로, 운율의 호흡까지 느끼며 읽고 싶은 분

- 로마사·신화, ‘국가와 개인’의 문제에 관심 있는 분

- 서사시가 지금-여기의 질문과 만나는 지점을 찾는 분


'열린책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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