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365 드로잉 - 하루 한 장 즐거운 그림 놀이!
김민경 글.그림 / 더디퍼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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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대한민국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365 드로잉』은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누게 하는

따뜻한 안내서다.

책의 첫 장에는 한 아이와의 짧은 대화가 나온다.

“엄마, 공주 그려줘.”

“아빠는 못 그려. 엄마한테 부탁해.”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나는 그림 잘 못 그리니까, 엄마가 좀 그려줘.”라고 말했을 때,

저자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마음속에 이미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이라는 기준이 생겨버린 건 아닌지,

그리고 그 기준이 어쩌면

어른들이 먼저 만들어준 것은 아닌지 되짚어본다.

저자는 그림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상상을 자유롭게 펼치는 것이야말로

그림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종이 한 장, 색연필 몇 자루만 있어도 충분하고,

부모가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바라보고, 느끼고, 그리는 그 시간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처음 선을 긋는 순간,

“이렇게 해도 돼?”라고 묻는 눈빛을 마주하며

“응, 같이 해보자.”라고 답하는 그 짧은 대화가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응원이 된다.

그렇게 함께한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림 속에 추억이 되어 남는다.

책 속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365개의 그림 주제가 실려 있다.

공룡, 바닷속 생물, 귀여운 강아지, 계절별 풍경 등

다양한 소재들이 하루하루 아이의 흥미를 자극한다.

하루에 한 가지씩 그려 나가다 보면,

1년간의 그림 일기가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그림 실력뿐 아니라 상상력과 관찰력, 집중하는 힘을 기르게 되고,

무엇보다 부모와 함께한 시간이 마음속 깊이 새겨진다.

이 책은 아이에게 그림을 잘 그리도록 지도하는 대신,

틀려도 괜찮고, 하고 싶은 대로 그려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는 그 속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그림은 아이의 언어가 되고,

부모는 그 언어를 함께 배우고 응원하는 동반자가 된다.

『대한민국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365 드로잉』은

결국 그림 그리기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책이다.

그림 한 장이 단순한 낙서로 끝나지 않고

사랑과 추억의 기록이 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오늘 그린 그림이 내일의 소중한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이 다시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한다는 사실을!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더디퍼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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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 - 포니 픽업 야채 장수에서 물류 기업 CEO까지
이강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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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사를 시작한 그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서 있었다.

목련은 곧 몽우리를 터뜨리고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정작 나는 움츠린 채 한마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다가와 말했다.

“뭐라고 말을 하든, 소리를 지르든 해야 사람들이 듣고 나오지 않겄어유?”

그 말에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외쳐보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없었다.

결국 그는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옆에 있던 돌멩이를 집어 들고,

땅바닥을 노트 삼아 꾹꾹 눌러 글을 써본다.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할 수 있다!’

그 말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이었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저자의 경험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온

남편의 이야기가 동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 부부가 함께 써 내려간 인생 이야기였고,

그 안에는 사랑과 믿음, 신뢰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저자가 20대 중반이었을 무렵,

일을 위해 방문했던 가락시장에서 커피가 제일로 맛있다는

손수레 카페에서 있었던 일은 참 인상 깊다.

커피를 2잔 주문했는데, 아주머니가 말했다.

“총각은 꼭 색시랑 올 때만 커피를 마시네?”

그제야 알았다. 남편은 혼자 있을 때는 작은 커피 한 잔도 아꼈지만,

아내와 함께일 때는 꼭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마음이야말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인가?

예비 신랑이 직장 없는 ‘야채 장수’라는 주변의 시선에도,

저자는 그의 성실함과 따뜻한 심성을 믿었다.

‘부모 형제에게 잘하는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은

그녀의 선택을 믿고 확고히 하는데 힘이 되었다.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1999년에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된다.

회사를 두 갈래로 나누어 남편은 ‘(주)날개물류’를, 저자는 ‘황금날개’를 세워 운영하기로 한 점이다.

하나는 창고 관리, 하나는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트럭 장사 시절의 절박함과 성실함이 더 큰 비상을 준비하게 했다.

책 중간쯤에는 지방으로 보내는 마지막 출고 차량을 출발시키던 새벽녘에,

현장 직원들이 한 줄로 서서 기사님께 90도로 인사하며 “조심히 가세요”라고 외쳤다.

차량이 출발하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또 한번 해냈다”고 외쳤다.

그 모습을 지켜본 관계자는 “이 회사가 잘 되는 이유가 있구나” 하고 느꼈다고 한다.

성공이란 결국 같은 목표와 마음가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방향을 바라볼 때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현장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저자가 이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처음과 같은 마음’이었다.

위치가 좋아지고 규모가 커져도 감사와 의리, 겸손을 잃으면,

고객은 하루 아침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이 정신을 ‘날개’의 뿌리로 삼아 10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고 다짐한다.

책 속에는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방송국 사연을 듣고 농산물을 기부하겠다는 전화,

빨간 스포츠카를 탄 대학생과의 접촉사고가 남편에게 준 다짐,

출판사 사장들이 한목소리로 칭찬한 성실함… 등등.

이 모든 순간들이 모여 두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는 회고록 같지만, 읽다 보면 자기계발서 같은 울림을 준다.

경쟁과 시기, 이익만을 좇는 세상 속에서 이 부부의 이야기는

여전히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고 진심과 성실이 통하는 길이 있음을 일깨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어려운 문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린다면

결국에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말이다.

첫 장사 날, 바닥에 꾹꾹 눌러 썼던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말!

그 간절한 다짐을 마음속에 새기고 산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간절함만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없다.

어려운 고비를 경험하는 사람도 힘을 내서 살아볼 수 있게 힘을 주는 책 같다.

그러한 이들 부부에게 남은 여정도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지원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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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관계든 정성을 다하면 서로가 행복해진단다!’
엄마는 늘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예의를 갖추고 정성으로 대하라고….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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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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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의 《성스러운 도둑》(원제 The Holy Thief)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열아홉 번째 장편소설로, 성스러움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도둑질과 살인, 그리고 성물(聖物, 종교적으로 신성시 되는 물건)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신념의 충돌을 예리하게 그려낸다. ‘성녀 위니프레드는 정말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욕망으로 오염된 신앙에서부터 연대의 가능성까지 인간 사회의 복잡한 관계와 윤리를 유려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폐허가 된 램지 수도원에서 원조를 요청하기 위해 슈루즈베리를 찾아온 인물은 부원장 헤를루인과 젊은 수사 투틸로다. 때마침 슈루즈베리에 큰비가 내려 강물이 범람하고, 수도사들은 귀중한 성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느라 분주하다. 그중에는 수도원의 수호성인 위니프레드 성녀의 성골함이 있었다. 그러나 홍수가 잦아든 뒤 성물 보관 상태를 점검하던 수도사들은 성골함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더 큰 비극은, 범인의 얼굴을 봤을 것으로 여겨지는 유력한 목격자가 끔찍하게 살해되면서 사건이 단순한 도난에서 살인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다양한 관계와 감정이 얽혀 있다. 수도원 사제들 간의 미묘한 긴장, 귀족과 하인 사이의 권력 구조, 그리고 여가수 달니와 젊은 수도사 사이의 섬세한 감정선까지, 각각의 이야기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린다. 특히 투틸로는 음악적 재능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그의 과거와 행적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기부금을 모으고 설교를 하며 사람들을 사로잡는 한편, 달니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

사건이 복잡해지자 수도원장 라투루푸스는 ‘스트레스 비블리카’라는 성경 점괘 방식을 통해 신의 계시로 해법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캐드펠은 이런 종교적 해석보다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눈빛과 침묵 속에서 진심을 읽는다. 그는 추리보다는 이해와 연민, 인간에 대한 통찰로 진실에 접근한다. 작품 속 다음과 같은 대사는 캐드펠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제게는 돌봐야 할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거짓말쟁이요, 도둑에 사기꾼이긴 하지만, 세상이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 아이는 불성실한 아이인 동시에 좋은 아이입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충격적이다. 성골함 안에는 위니프레드 성녀의 유골이 아니라, 콜롬바누스라는 젊은 죄인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이는 성물 도난이 단순한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은폐와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범인은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성물을 훔쳤고, 그로 인해 공동체 전체의 신앙은 깊은 상처를 입는다.

작품 속 대사들은 성과 속, 인간과 신앙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성녀님도 뼈를 두고 다투는 개들처럼 당신을 두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이들에게 진저리를 내실 거요.”

“만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이라면, 그걸 왜 기적이라 부르겠소?”

“발견하는 건 도둑질이랑은 다르잖나.”

결국 성골함은 제자리를 찾지만, 독자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 성스럽고 무엇이 속된가’라는 질문이다. 성스러운 것은 절대적으로 순수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속된 것도 반드시 타락한 것만은 아니다.

《성스러운 도둑》은 성물 절도와 살인이라는 미스터리 구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 신념, 연대, 그리고 용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캐드펠은 법과 규율보다 인간적인 이해를 우선하며, 이를 통해 범죄 너머의 인간성을 드러낸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s of Brother Cadfael)’는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 생생한 캐릭터, 그리고 선과 악·삶과 죽음·신과 인간이라는 인간사의 난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역사추리소설의 고전이다. 그중에서도 《성스러운 도둑》은 종교적 권위와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인간사의 미묘한 심리를 촘촘히 엮어낸 수작으로, 미스터리의 재미와 함께 오래 남는 사유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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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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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기로 마음먹으면 자신의 모든 것 다 바치며 임하는 사람이요.
하지만 스스로 확신과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하게 지금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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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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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의 《반란의 여름》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8번째 이야기로,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역사추리소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이번 작품은 중세의 정치와 종교, 개인의 신념과 감정이 얽힌 세계를 세밀하게 담아낸 지적인 미스터리다.

이번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인물과 사건을 치밀하게 엮어낸다. 웨일스 내부의 권력 다툼, 교회 조직의 변화, 그리고 각 인물이 마주하는 신념과 충성의 갈등이 중심에 놓인다. 캐드펠 수사는 사건 속에서 정의라는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관찰자로서 균열과 진실을 들여다본다. 덴마크인들과의 대치, 웨일스와 잉글랜드 간의 미묘한 신경전, 성직자의 결혼 문제 등 중세 교회의 갈등이 살인과 납치 사건의 배경이 되어 시리즈 중에서도 유난히 묵직한 긴장감을 만든다.

이야기는 교회의 사절로서 캐드펠이 마크 수사와 함께 웨일스를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웨일스의 왕 오아인 귀네드는 암살 사건에 연루된 동생 카드왈라드르를 추방한 상태다. 카드왈라드르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피신해 덴마크인들을 끌어들여 형에게 빼앗긴 영지를 되찾으려 한다.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경계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형제의 갈등은 긴장감을 높인다.

그 한가운데, 한 젊은 웨일스 여인이 사건의 중심에 선다. 그녀를 보호하려는 오아인의 뜻은 곧 정치적 파장으로 번지고, 이를 두고 주변 인물들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힌다. 표면적으로는 실종 사건이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 충성, 사랑이 교차한다. 캐드펠과 마크 수사는 그녀를 지키려다 덴마크인의 포로가 되고, 이어지는 살인 사건은 숨겨져 있던 진심과 죄를 서서히 드러낸다.

이번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캐드펠이 중심에서 직접 지휘하기보다 한 발 물러서 관찰자의 위치를 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표정과 침묵 속에서 진심을 읽어낸다.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상대방이 스스로 선택하게끔 길을 터주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범인은 누구인가?’보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를 묻게 한다.

작품 속 가장 긴장감 있는 장면 중 하나는 캐드펠이 포로로 잡혔을 때다. 그는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오히려 상대의 심리를 읽고 대화를 이끌어간다. 이 장면에서는 단순한 사건 해결 능력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드러난다. 또한 카드왈라드르가 명예와 충성을 말하면서도 권력욕을 숨기지 않는 모습은, 충성심이란 결국 개인의 이익과 맞아떨어질 때만 유지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중세 웨일스라는 무대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잉글랜드 교회의 영향력 아래에서 성직자의 결혼 문제, 종교 개혁 논의, 왕족 간의 권력 다툼, 귀족과 성직자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시대상은 이야기에 역사극 같은 밀도를 더한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촘촘하게 재현해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살아 숨 쉬는 역사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줄리언 크루소라는 젊은 여인의 실종 사건은 사랑과 보호의 복잡한 양면성을 드러낸다. 보호하려는 마음이 갈등을 부르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명분이 구속으로 변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이 충돌하는 순간, 인물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캐드펠은 그 과정에서 정의와 연민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결말에 이르면 사건은 겉으로는 매듭지어지지만, 작가는 독자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사람을 지킨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캐드펠은 승리보다 평화를, 응징보다 이해를 선택한다. 처음엔 그 온건함이 답답하게 보일 수 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해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반란의 여름》은 화려한 반전이나 속도감 있는 전개보다, 서서히 스며드는 깊이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정치와 종교, 개인의 신념과 감정이 얽힌 복잡한 세계 속에서, 인간의 두려움과 자존심, 사랑과 신념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고요함과 웨일스의 여름 하늘은 책을 덮은 뒤에도 선명히 남아, 다시 한 번 캐드펠과의 여정을 꿈꾸게 한다.

'공백작가 @gongbaek_bookdressup'님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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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갑자기 예기치 않은 문이 열렸을 때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문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
이는 그동안 캐드펠에게 큰 기쁨을 주는 일이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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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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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제목이 참 마음에 들어왔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ㅡ 이 ‘단단하다’는 말이 참 좋았다.

체력이 부족한 탓인지 멘탈이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요즘 이 단어가 가슴에 와닿는다.

어쩌면 그런 감정은 지금 내가 바라는 모습이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이 책 명나라 말기 학자 홍자성이 400년 전쯤에 쓴 『채근담』에는 삶의 해답 같은 문장들이 가득했다.

채근(菜根), 채소 뿌리라는 소박한 이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단단하게 버티는 삶의 힘 말이다.

이 책은 전집과 후집으로 나뉜다. 전집은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방법을, 후집은 한 발 물러서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다. 말하자면 ‘바쁜 일상 속의 나’와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나’가 균형을 이루게 하는 책이다. 그 균형이 깨지면 우리는 쉽게 지치거나, 반대로 세상과 멀어져 버리기 쉽다.

읽다 보면 마음에 콕 박히는 문장이 많다. 예를 들어 이런 말이 있다.

“복잡함은 인간관계를 피로하게 만들고, 지나친 계산은 진심을 해친다.”

사람을 대할 때 이런저런 계산이 앞서면 더 불편해지고, 결국 관계가 금방 식어버린다.

차라리 조금 서툴러도 솔직하게 대하는 편이 오래 간다는 말이다.

또 이런 구절도 있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막는 깨끗함보다 안에서 지키는 고요한 절제가 더 깊은 품격을 드러낸다.”

아무리 주변 환경을 바꿔도 내 마음이 시끄러우면 평화로울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내 안을 다스리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삶에서 마주하는 쓴맛도 그냥 흘려보내지 말라고 한다.

듣기 좋은 말, 편안한 상황만 찾아다니면 마음은 자라지 않는다.

불편한 말, 거슬리는 일을 견디고 그 안에서 나를 다듬는 과정이야말로 참된 수양이라고 말한다.

또한, 뿌리가 없으면 꽃은 오래 피지 못한다.는 말도 참 좋았다.

업적이나 권력으로 얻은 명예는 잠깐은 화려해도 금세 시든다.

진짜 오래 가는 건 사람의 인품과 덕에서 나온 명예다. 남들이 잠깐 주는 박수보다, 오래 기억되는 신뢰를 쌓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은 치열함과 여유의 균형을 강조한다.

죽도록 달리기만 하면 마음이 메마르고, 반대로 여유만 누리면 발전이 없다.

뜨겁게 달리다가도 봄바람처럼 숨을 고를 줄 알고, 고요 속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오래간다고 말한다. 이 구절은 요즘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숨 돌릴 틈 없이 살아가다 보니 행복과 재미라는 단어가 점점 멀어지고, 마음이 마르고 건조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생기 있는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시작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고마운 문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비움’에 대한 얘기도 참 인상 깊었다.

가득 찬 그릇은 아무것도 더 담을 수 없지만, 비워진 그릇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다 채우려고만 하면 쏟아지기 마련이지 않나?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인간관계에 관한 가르침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지만, 그걸 들춰내기보다 조용히 덮어주고 보완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고집 센 사람을 부드럽게 대하면 마음이 열리지만 거칠게 맞서면 더 단단히 닫히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험담과 아첨에 대한 경고도 인상 깊다.

험담은 결국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고, 아첨은 영혼을 해친다.

관계를 지탱하는 건 정직과 절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은 400년 전 쓰인 문장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이 가득하다.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하게 다잡아 주는 구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위로나 방향이 필요할 때, 그 순간에 맞는 한 장을 꺼내 읽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마음이 지치거나 산만해질 때, 이 책은 잠시 숨을 고르게 해 주는 벗이 되어줄 것이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 그 말은 지금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자, 앞으로 지켜가고 싶은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 길 위에서 이 책이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리텍콘텐츠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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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 치열함과 여유, 삶을 지탱하는 두 기둥
삶에는 긴장과 여유가 함께 흐를 때 비로소 균형이 생깁니다. 자신을 갈고닦고자 하는 치열한 마음은 성장의 불꽃이 되지만, 거기에 유연함과 소박한 즐거움이 더해질 때 그 불꽃은 타인을 따뜻하게 데우는 빛이 됩니다.

만일 고된 자기 수련에만 매몰된다면, 가을의 찬바람처럼 모든 것을 시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봄바람처럼 생기를 불어넣는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따뜻하게 변화시킵니다.

치열함 속에서도 웃을 수 있고, 고요 속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 사람,
그것이 진정으로 학문하는 사람의 모습일 것입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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