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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뇌 활용법 - 임상 신경과학으로 밝혀낸 뇌 기능 향상의 비밀 코드
요시 할라미시 지음, 박초월 옮김 / 심심 / 2025년 8월
평점 :

이 책 제목을 본 사람들은 아마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일반 사람의 뇌는 10%만 쓴다고 들었는데, 100%라니 사실일까?”라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10%라는 숫자는 흔한 속설일 뿐이고 사실이 아니다.
fMRI·임상 연구에 따르면 휴식 중에도 넓은 뇌 네트워크가 계속 활성되고 작은 손상도 즉시 기능 저하를 낳기 때문에, 우리는 한순간에 전부를 동시에 쓰지는 않지만 하루 동안 영역을 바꿔 가며 사실상 뇌 전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메이요클리닉 신경과 전문의 John Henley도 “증거를 보면 하루를 통틀어 우리는 뇌의 100%를 쓴다”고 말한다. MIT 맥거번 연구소도 “‘10%만 쓴다’는 주장은 100% 잘못이며, 실제로 우리는 매일 뇌 전체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결국 제목의 ‘100%’는 안 쓰던 퍼센트를 끌어올리자는 말이 아니라, 뇌의 원리(브레인 코드)를 이해해 일상에서 뇌를 더 똑똑하게 쓰자는 제안이다.
나는 바로 이 지점이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정말로 100%를 쓴다면, 무엇을 바꾸어야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의사이자 임상 신경과학자인 요시 할라미시가 뇌의 생존 알고리즘(브레인 코드)을 바탕으로 기억·감정·집중·감각·운동·수면·식습관·사랑까지 15개의 주제로 정리한 실전 안내서다.
뇌를 100% 쓴다는 건 동기부여 문구에 가깝다. 대신 이 책은 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뇌가 따르는 기본 규칙, 이른바 ‘브레인 코드(생존 알고리즘: 살아남기 위해 뇌가 기본으로 따르는 규칙)’를 풀어 설명하고, 그 원리를 일상에 적용하는 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읽다 보면 ‘의지로 나를 밀어붙이는 방식’에서 ‘뇌의 언어로 나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전문 용어가 나와도 곧바로 생활 예시가 뒤따르고, 15개의 주제를 관심사부터 골라 읽어도 흐름이 깨지지 않는다.
이 책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뇌의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다.
그래서 뇌는 과거의 정확한 기록보다 다가올 일을 예측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이 관점으로 보면 가끔 겪는 거짓 기억(실제로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 착각하는 현상)도 이상하지 않다.
뇌는 ‘정확한 기록 장치’라기보다 ‘살아남기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망각은 결함이 아니라 전략으로 설명된다.
너무 많은 것을 붙들면 현재 판단이 느려지고 에너지가 고갈된다.
핵심은 ‘무조건 기억’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의 균형이다.
기억 향상 파트는 실전적이다. 저자는 기억을 의식 기억(우리가 자각하며 저장하는 기억)과 무의식 기억, 곧 직관(깊은 곳에 쌓여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판단)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훈련법을 제시한다. 의식 기억을 오래 가게 하려면 집중–감정 연결–다감각 활용–기존 지식과의 연결이 필수다. 새 정보를 읽을 때 감정 점화(흥미·보상·의미 부여)를 하고, 다감각 입력(눈으로 보고·입으로 읽고·손으로 쓰는 방식)을 동시에 쓰면 훨씬 잘 남는다. 직관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규칙 파악 + 반복 실전으로 다듬어진다. 작은 성공과 피드백이 쌓일수록 신경망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감정 조절은 이 책의 실용성이 가장 또렷한 장이다. 저자는 편도체(위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정 경보 센서)를 “중립” 상태로 훈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틈(반 박자 쉬기)을 만드는 호흡법, 몸 감각으로 주의를 돌리는 기법, 트리거(유발 요인: 감정을 과도하게 흔드는 상황·말·장소 같은 방아쇠)를 미리 파악해 동선을 바꾸는 방식 등이 그것이다. 포인트는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회로를 재배선(반응 경로 자체를 바꾸기)한다는 태도다.
감각 파트는 우리가 흔히 잊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다섯 감각(시·청·후·미·촉)만이 아니라 여덟 감각—
여기에 균형감각(넘어지지 않게 몸을 잡는 감각),
고유수용감각(근육·관절의 위치와 움직임을 느끼는 감각),
내장감각(배고픔·속 더부룩함 등 몸 안의 신호를 느끼는 감각)—이 한 신경망 안에서 협업한다.
그래서 손으로 만들고, 몸을 움직이고, 균형을 잡는 활동이 뇌 전체를 넓게 깨운다.
운동 챕터는 평소 루틴을 바꾸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파트였다.
유산소·근력 운동이 몸에는 분명 좋지만, 뇌 소프트웨어 관점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너무 높아 자극이 제한될 수 있다. 반면 균형·협응·소근육을 쓰는 활동—예컨대 한 발 스탠스, 공을 주고받는 리듬 연습, 라켓 스포츠, 악기 연주—은 변화가 잦아 뇌의 예측 회로를 더 넓게 자극한다.
수면과 식습관도 뇌와 직결된다. 야식이 당기는 밤에는 종종 보상 회로(수고했으니 달달한 걸로 보상받고 싶다는 자동 신호)가 켜지는 시간대다.
나는 여기서 내 트리거(유발 요인)를 바꾸기로 해본다. 단 것을 집에 두지 않고(잘 될진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보는 걸로), 대체 행동(미지근한 물·가벼운 스트레칭·짧은 산책)을 하여 야식의 욕구를 줄여보는 것이다.
의외로 흥미로웠던 건 사랑 장이었다. 낭만적 사랑은 피질하부(본능·애착) + 피질(의미·가치 판단)의 합작품이고, 자기사랑(자존감)도 둘로 나뉜다. 선천적 자기사랑(피질하부)은 자기 보존과 안전감에 가깝고, 학습된 자존감(피질)은 삶의 의미와 연결된다. 그래서 ‘나를 사랑한다’는 건 단순한 자기만족이 아니라 내 삶에 의미를 부여(왜 이 일을 하는가를 분명히 하는 것)하는 작업과 맞닿아 있다. 이 대목은 자기계발 문장을 뇌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느낌이라 설득력이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과학과 실용의 균형이 좋고, 불안·감정 조절 팁이 실제로 써먹을 만하며, 운동을 균형·협응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특히, 망각을 실패가 아니라 전략으로 이해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각 원리를 알게 되니 각자 응용이 쉬워 좋기도 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증발되는 기억을 붙들기 위해 아둥바둥 했다. 자주 실패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감정·감각·의미 연결>을 설계하고 실행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 배우는 내용에 작은 보상(끝나면 좋아하는 차 마시기)을 걸고,
다감각 입력(소리 내어 읽고 강조 표시, 손으로 요점 쓰기)을 기본값으로 실천한 뒤,
마지막에 연결 질문(“이건 기존 A·B와 어떻게 이어지지?”)을 적는 식으로 반복하다 보면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역시나 평소에 자주 실패하는 운동은 주 2-3회 러닝과 사이사이에 <균형·협응 연습>을 끼워 넣어 보기로 한다.
야식과 당 섭취는 트리거(유발 요인)를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해보도록 하자.
이런 행동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기억의 유지 시간이 길어지고, 감정 파도가 잦아들고, 작업 몰입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잘 해봐야지 하는 단순한 결심이 아니라 회로 설계의 차이였다.
물론, 제목의 “100%”를 과학적 수치로 받아들이면 실망할 수 있다.
이 책은 단번에 해결해 주는 비법서가 아니라, 원리 중심의 실용 가이드다.
대신 그 원리가 튼튼해 학생·직장인·창작자 누구든 자신에게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기 좋다.
한마디로 의지(힘)에서 설계(원리)로 시선을 돌리면 작은 변화가 오래 간다.
뇌의 언어로 나를 설계할 때, 변화는 의지 싸움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바뀐다.
그 전환을 돕는 길잡이로서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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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푸른숲)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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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놀 인스타 @hagonolza
뇌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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