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방성현(현사이트)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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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를 들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이 바뀌었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런 말은 언제나 결과 장면만 바라본 사람의 시선이다.

우리는 터널을 빠져나오는 마지막 순간만 보고 “와, 한 번에 성공했네”라고 감탄하지만, 정작 그 어두운 터널 속에서 수없이 무너지고 울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던 시간은 쉽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한순간에 달라졌다”는 말이 때로는 그 사람의 지난 시간을 통째로 지워버리는 가장 가혹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늘 마지막 장면이지만, 실제 인생을 만든 것은 그 장면 이전의 지독히도 길고 고요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진실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통찰을 뜬구름처럼 말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온 시간의 무게를, 현실에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보여준다. 저자가 들려주는 ‘대형마트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생활비를 위해 시작한 단순 업무였지만, 그는 그것을 시급만 받는 일로 소비하지 않았다.

언젠가 만날 중요한 고객을 미리 연습하는 시간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담당이 아니어도 먼저 다가가 안내했으며, 남들이 피하던 불만 고객에게 가장 먼저 다가갔다. 그리고 화난 고객의 마음을 돌려 재구매로 이어지는 순간들을 직접 경험하며, 그것이 나중에는 사업과 콘텐츠 운영을 할 때 고객을 설득하고 유지하는 힘으로 고스란히 작동했다. 그 이야기를 읽으며 확실히 알게 되었다. 기회는 늘 화려하게 오지 않는다. 소란스럽게 등장하지도 않고, “지금이야!”라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기회는 늘 일상의 가장 사소한 태도 속에 숨어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기회가 올 만한 자리에 나 자신을 계속 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단순히 열심히 살아라는 메시지로 끝나지 않는 점도 좋았다.

저자 역시 한동안 “왜 안 되는 걸까?”만 반복하며 제자리에서 맴돌았다고 말한다.

그러다 어느 날 질문을 바꿨다고 한다.

“왜 안 되지?”라는 생각에서 “뭐가 잘못된 방향이지?”로 바꿔 생각하기 시작했다.

성실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고, 그 후로는 의지만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회복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삶을 설계했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두려움은 본능이지만, 그 본능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인생의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불안과 공포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생긴 것인데, 그것을 방치하면 발목을 묶는 족쇄가 되고, 내가 먼저 다루기 시작하면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 된다. 감정에 끌려가는 사람이 될 것인가, 감정을 끌고 가는 사람이 될 것인가. 인생은 이 질문에 내가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저자는 삶을 바꾸는 방식도 아주 명확하게 설명한다.

삶의 본질은 상황이 아니라 해석이라고. 외부 환경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나의 시선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지금의 해석은 미래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다.

진짜 변화는 거창한 계획이나 결심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프레임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프레임 전환의 핵심은 ‘고통’에 대한 태도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 없는 삶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고통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쉽게 얻은 성취는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오래 걸린 성취는 평생을 이끄는 자산이 된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불행으로 남길지 성장의 에너지로 남길지는 나의 해석에 달려 있다.

결국 불행은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말이다.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내 고통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태도는 특별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깨우는 것이라고.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넘어져도 오래 눕지 않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그날의 컨디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하루를 설계한다. 그런 사람만이 같은 하루 안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

책 후반부에서는 메시지가 더욱 실천적으로 바뀐다. 저자는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지 말라”고 말한다. 70%만 준비되어도 시작하라. 나머지 30%는 직접 부딪히며 채워라.

실패는 당신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든다.

진짜 성장은 아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노력한다”는 말 대신 “오늘은 이만큼 해냈고, 내일은 이만큼 해내겠다”고 말하라고 한다.

측정할 수 없는 노력은 노력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것이다.

변화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성취가 쌓일 때 일어난다.

의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속 가능한 변화는 시스템과 환경의 설계에서 비롯된다.

결심은 무너지기 쉽지만, 구조는 사람을 밀어준다.

환경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결과도 따라 바뀐다.

그러니 의지력에만 기대어 살지 말고, 나도 모르게 반복하게 되는 시스템을 먼저 설계하라고 말한다.

인생은 좋은 것을 더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자리에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채워 넣을 때 진짜로 바뀐다.

결국 이 책이 끝까지 전하고 싶었던 말은 분명하다.

우리는 멈춘 적이 없었다. 그저 너무 조용히, 너무 묵묵히 견디고 있었을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느려 보였던 건, 제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터널이 어두워 길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다, 여기까지 걸어온 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부족해서 힘든 사람이 아니라, 살아내느라 지쳐 있는 사람이었음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리게 된다.

이 책은 멈춘 이유를 분석하기보다, 버텨온 흔적을 보여준다.

“왜 안 될까”라는 질문에 매달리던 시선 대신 “이제 어디로 향할까”라는 질문을 건넨다.

의지로 나를 몰아붙이기보다, 끝까지 갈 수 있는 리듬을 설계하라고 조용히 권한다.

성실함보다 방향이 중요하고, 폭발적인 의지보다 고장 나지 않는 속도가 더 멀리 간다는 사실을, 현실적인 예와 함께 증명해준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취해야 할 태도가 서는 것 같다. 이제는 그저 버티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이끄는 삶을 선택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지금의 나는 실패한 존재가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여기까지 잘 버텨온 내가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정할 차례라는 것을, 아주 다정한 방식으로 말해준다.


'요조앤 @yozo_anne'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딥앤와이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작사가 김이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20대는 찌질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때라고 생각해요.
3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객관적으로 감정들이 보이죠. 그때 보이는 내 장점이 진짜 장점이고, 그때 보이는 단점들이 진짜 단점이거든요.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다림질은 그때부터 해도 전혀 늦지 않아요. 그런데 20대부터 너무 다림질하기 시작하면, 그냥 ‘보급형’, ‘기성품’ 같은 사람이 되어 있어요."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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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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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쓸 수 없는 글.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신효원의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은 한 번에 읽어치울 책이 아니다. 책장에 꽂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책이다. 글을 쓰다 표현이 막힐 때,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가슴속에서 ‘사물거리다’ 할 때,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적확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이 책을 찾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단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단어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펼치며 단어 하나를 오래 바라보고, 입안에서 굴려 보며 ‘이 단어는 이런 맛이었구나’ 하고 맛을 보는 식으로 읽으면 더 좋다.

읽을 때는 먼저 순우리말이 주는 느낌을 머릿속에 그려 보고, 떠오르는 감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인 뒤에 뜻을 찾아보면 좋다. 내가 느낀 감정과 사전적 의미가 맞닿을 때의 기분이 오래 남아 그 단어도 오래 남는다. 이를테면 ‘그느르다’를 생각해보면 마음 어딘가가 포근히 덮이는 기분이 들고,

‘다사롭다’를 낮게 중얼거리면 굳어 있던 어깨가 풀리고 호흡이 깊어지는 느낌이다.

누군가의 미소를 보며 ‘상그레하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은 느낌에 덩달아 웃게 된다.

이유 없이 뒤숭숭한 날에는 ‘사물거리다’라고 스스로를 명명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정서를 안전하게 붙잡아 둘 수 있다. 단어 하나가 표정이 되고, 걸음이 되고, 하루의 태도가 되는 경험이 이 책에서는 자연스럽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과거의 순간을 기억나게 했던 문장은 ‘찬란한 내 밑줄의 역사’였다.

“오랜만에 불려 나온 밑줄 친 문장들에는 오래전 내 모습이 묻어 있다.

나는 그때 왜 이런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까.

그 시간의 나는 조용했고 말이 없었고 힘들었구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구나, 그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오래전 나를 고요하게 만난다.”

오래전에 밑줄을 그어 둔 문장들을 다시 불러내며 그 순간의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는 글이었다.

나는 왜 그때 그 문장에 줄을 그었을까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그 시간의 나는 조용했고 말이 없었고 조금은 힘들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멋있어 보여서 긋던 줄이 아니었다. 그때의 나를 지탱해 줄 말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었다.

막막함 속에서 손을 잡아 줄 문장, 혹은 언젠가 그렇게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둔 문장.

밑줄은 결국 내 감정의 연대기였고, 그 밑줄을 다시 읽는 일은 과거의 나를 덜 냉혹하게 이해하는 일이었다.

이 책은 단어의 사전식 풀이가 아니라, 일상의 장면과 몸의 기억을 통해 단어를 되살리는 글들로 이루어진다. 단어 하나와 그에 얽힌 개인적 사연, 그리고 그 장면을 응축한 짧은 시구와 이미지가 한 편의 시화전처럼 이어진다. 덕분에 독자는 단어를 알게 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실제로 겪게 된다. 이는 저자가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그 안에 순우리말을 자연스럽게 심어 둔다. 덕분에 다소 낯설 수도 있는 단어들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단어는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 사전에서 뜻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 속에서 단어가 어떻게 제자리를 찾는지를 몸소 보여주기 때문에 순우리말이 어렵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다가온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은 예쁜 말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다르다. 말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말을 쓰고 싶게 만든다.

저자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가 단어의 쓰임을 가장 정확한 온도로 전달하고,

그래서 독자는 “좋은 단어를 알게 되었다”가 아니라 “나도 오늘 이 말을 한 번 써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된다.

후반부에 가면 저자가 아끼는 말들을 접할 수 있다.

‘마음새’와 ‘마음자리’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를 묻는 말처럼 다가온다.

마음새를 감사의 일들로 다듬고, 마음자리엔 쉽게 상처 내는 칼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보짱’은 낙관이 아니라 지속의 언어다. 흔들려도 버티게 하는 침묵의 힘이 그 말 안에 있다.

‘돋되다’는 하루의 작은 상승을 기꺼이 인정하게 만들고, ‘도두보다’의 시선을 더하면 무엇이든 한 번 더 좋게 기울여 보고 싶어진다. ‘내풀로’는 타인의 기대를 과하게 짊어지지 않고 내 호흡과 속도를 회복하는 주문처럼 들린다. ‘또바기’는 사랑과 신뢰의 기준을 마련해 주고, ‘소롯이’와 ‘오롯하다’는 간직과 충만의 언어로 나란히 선다. 마지막으로 ‘아람’은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 준다.

성급한 성취 대신 익음의 시간을 통과하겠다는 약속, 그래서 떨어져도 품위 있는 무게를 얻겠다는 약속이 그 한 단어에 들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 갈 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쓸 때마다, 혹은 표현하지 못한 감정에 헤맬 때 참고하기 좋은 책이라서,

책장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아야 할 책이라고 느낀다.

오늘의 마음에 맞는 단어를 하나 고르고, 그 말을 입안에서 조용히 굴려 보다가,

그 단어가 이끄는 방향으로 하루를 조금 기울이면 충분하다.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리에게 순우리말을 알려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통해 자신을 돌보는 메세지까지 함께 전하는 것 아닐까.

오늘의 마음을 가장 잘 설명하는 한 문장, 한 낱말이 마음에 담기면,

그 언어는 태도가 되고, 하루의 질감을 바꿀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결국, 이 책이 가르쳐 주는 것은 말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함으로써 더 다정하게 살아가는 법인 것 같다.


'생각지도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오랜만에 불려 나온 밑줄 친 문장들에는 오래전 내 모습이 묻어 있다.
나는 그때 왜 이런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까.
그 시간의 나는 조용했고 말이 없었고 힘들었구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구나, 그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오래전 나를 고요하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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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회화 100일의 기적 - 개정판 100일의 기적
민 킴 지음 / 넥서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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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회화 잘하는 비결 – 100일의 작은 성취로 만드는 변화


끝없이 이어진 길을 두 사람이 걷는다.

앞만 보고 속도만 내는 사람과 길가의 꽃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즐기는 사람,

누가 목적지에 도달할까?

언어 공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언제쯤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까 조바심만 내는 사람은 쉽게 지치지만,

오늘 하루의 작은 성취에 집중하는 사람은 꾸준히 나아가 결국 목적지에 닿는다.


스페인어 학습은 긴 여행과도 같다. 매일 짧게라도 “오늘도 해냈다”라는 성취를 느끼며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습관은 어느 순간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낸다.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 구조가 눈에 들어오고, 매번 꼬이던 발음이 자연스럽게 풀리며, 듣기 실력이 점차 향상되어 마침내 스페인어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쌓인 경험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삶의 태도까지 바꾸게 된다.

스페인 속담에 Lo que fácil viene, fácil se va—“쉽게 온 것은 쉽게 간다”라는 말이 있다.

언어 습득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값지고 오래 남는다. 오늘 해야 할 것 하나를 정하고, 끝냈다면 스스로에게 체크하며 격려해 주자. 이 작은 체크들이 100일 뒤 분명히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사실 영어는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고, 중국어는 성조와 한자가 부담스럽다.

그에 비해 스페인어는 발음 규칙이 단순해 긴 문장도 상대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언어는 새로운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철학이나 역사, 예술처럼 책으로만 접해서는 한계가 있고, 직접 보고, 외우고, 말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낯선 사람과 소통하며 그들의 문화를 깊이 느끼고 싶다면,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정열과 열정의 나라 스페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스페인어가 바로 그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이제 부담스럽지 않게 한 걸음 내디뎌 보자.

100일 동안 매일 한 장씩, 혹은 그보다 더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책 한 권을 마스터했을 때, 학습 전과 후의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분명히 체감하게 될 것이다.


📌 100일 공부 루틴

- 하루 1개 핵심 강의 듣고 정리하기

- 본문 대화문 큰 소리로 3회 읽기

- 전날 학습 복습 및 복기하기


🎧 학습 도구 활용법

- 각 파트에는 mp3 듣기 / 저자 강의 / 복습하기 표시가 있다.

저자 해설 강의를 먼저 들으면 표현의 뉘앙스와 쓰임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 원어민 mp3 파일은 책 속 QR 코드로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여러 번 듣고 따라 말하는 연습이 효과적이다.

저자 강의는 QR 코드나 오디오클립(audio clip.naver.com)에서 ‘스페인어회화 100일’을 검색해도 볼 수 있다.

『스페인어 회화 100일의 기적』은 부담 없이 시작해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내는 여정을 돕는 책이다. 오늘의 한 장, 한 문장, 한 번의 소리 내어 읽기가 쌓이면 반드시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게 된다.

¡Muy bien! 이제 출발하자.

+

마지막에 ¡Muy bien! 문장 앞에 ¡가 있는 걸 궁금했던 사람 또 있으려나?

처음에는 난 이게 오타인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래. 이유를 알려줄게.


❗ 스페인어의 느낌표와 물음표 사용법

스페인어 문장은 느낌표(!) 나 물음표(?) 를 쓸 때 앞과 뒤에 각각 한 번씩 써야 한다.

문장 앞에는 거꾸로(¡, ¿) 를 쓰고, 문장 뒤에는 정상(!, ?) 을 쓴다.


📖 예시 문장

- ¡Hola! → “안녕!”

- ¿Cómo estás? → “잘 지내?”

- ¡Muy bien! → “아주 좋아!”


💡 왜 이렇게 쓸까?

문장 시작부터 감탄문인지, 의문문인지 바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알고 있으면 스페인어 문장을 읽고 쓸 때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넥서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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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도덕경 수업
이상윤 지음 / 모티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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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펼친 《노자의 도덕경 수업》 첫 문장은 강하게 마음을 붙잡았다. “네가 그것을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정답이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알쏭달쏭하고 모호해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생각이 났다. 며칠을 곱씹다 보니, 내가 옳고 그름으로만 잘라 버리던 사이에 수많은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틈이야말로 내가 숨 쉴 수 있는 여지였고, 이 책은 그 틈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성급히 결론부터 내리려는 습관 대신, 불완전한 흔들림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게 한다. 외발자전거가 좌우로 흔들리며 결국 전진하듯이 말이다.


저자는 《도덕경》을 학문적으로 풀어내는 대신, 자신이 삶에서 얻은 울림과 공부의 흔적을 바탕으로 노자의 말을 오늘의 언어로 옮긴다. “도라고 부를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는 문장은 단순히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길’이자 ‘삶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여행이 목적지에 닿는 과정만이 아니라, 그 사이의 수많은 경험과 이야기를 모두 포함하듯이, 우리의 삶도 시작과 끝 사이를 채우는 수많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은 깊은 공감을 불러왔다.

무명과 유명, 무와 유의 순환에 대한 해석 또한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겨울과 봄, 생과 사, 별의 탄생과 소멸처럼 눈앞의 자연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모호함은 불완전함이 아니라 세계가 유지되는 방식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책이 전하는 가장 큰 배움은 ‘중간에 머무는 용기’다. 어릴 적 나는 늘 좋고 싫음을 빨리 구분해야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노자는 침묵하고 관찰하라고 말한다. 빛과 그림자, 높음과 낮음, 앞과 뒤가 서로를 완성하는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멈추어 보면, 내가 옳다고 믿던 것의 반대편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다.

저자는 이 태도를 ‘무위’라고 설명한다. 간섭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공을 세워도 머무르지 않는 삶.

과거의 성취를 붙들고 자랑하며 제자리만 맴도는 사람과, 필요 없다면 내려놓고 다른 길을 찾는 사람의 차이를 읽다 보면, 지금 내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순함’의 가치를 다룬 장이다. 저자는 지식의 저주와 권위 편향을 지적하며, 어려운 말로만 자신을 드러내려는 태도에 경고를 보낸다. 어린아이에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얼마나 자주 복잡하고 화려한 것에 끌려 본질을 놓쳤던가. 우리는 쉽고 단순한 것을 얕보고, 어렵고 난해해야 깊이가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노자의 말처럼, 삶의 지혜는 대개 자연처럼 단순하고 명료하다. 그래서 저자는 동화책을 다시 읽어 보자고,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고 권한다. 단순함은 미숙함이 아니라 본질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SNS에 빗댄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귀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덜 귀히 여길수록, 탐낼 것을 덜 보여줄수록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는다.”

노자의 말은 오늘날 피드 속 풍경과 겹쳐진다.

문제는 정보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내 기준과 주체성의 부족이다.

사회가 정한 ‘훌륭함’의 잣대에 맞추려 할수록 우리는 자신을 잃는다.

남의 화려한 한 장면을 내 삶 전체와 비교하며 초조해하는 대신, 나만의 소소한 만족과 고유한 매력을 지켜내야 한다. 애쓰지 않을 때 드러나는 본연의 모습이 진짜 매력이라는 말은 상선약수(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않는 물)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었다. 노자가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라는 요구는 인간관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공자의 “말은 신중히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는 가르침, 성경의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렵다”는 구절과도 닮아 있다. 결국 신뢰는 화려한 말이 아니라 일관된 행동에서 나온다. 성인들이 존경받는 이유 역시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말한 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되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문장은, 선의가 욕심과 계산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경계하라는 신호처럼 다가왔다.


또 하나 중요한 가르침은 ‘모른다’고 인정하는 용기다.

소크라테스, 노자, 공자 같은 현인들이 반복해서 무지를 이야기한 이유는 단순히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아는 체하며 스스로를 과신하는 태도를 경계하고, 끊임없이 겸손하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지식이 조금 늘어나면 더 잘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기 쉽다. 반대로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깊은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터닝-크루거 곡선은 이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어떤 주제를 막 접했을 때는 금세 전부를 이해한 것처럼 느껴져 ‘무지의 봉우리’에 선다. 그러나 곧 깊이 알수록 부족함을 깨닫고 자신감이 바닥을 치는 ‘절망의 계곡’에 이른다. 이 과정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천천히 진짜 이해가 쌓이기 시작하고, ‘깨달음의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그리고 꾸준히 배움을 이어가면 어느 순간 안정된 ‘지속가능성의 고원’에 도달하게 된다.

이 흐름을 읽으며 나 자신도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혹은 어느 길목을 지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 볼 수 있게 한다.


저자의 독서 경험도 깊은 울림을 줬다.

그는 모든 일을 멈추고 3년간 책에만 몰입했던 시기를 회고하며,

우주의 이치를 제대로 읽어야 내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자는 “창문을 열지 않아도 하늘의 이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 구절을 인용하며, 책이 꼭 세상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 주지 않더라도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해 주는 도구임을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내 일상과 관계, 욕망과 불안을 더 차분하게 바라보게 됐다.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을지, 언제 말을 아끼고 언제 침묵해야 할지, 조금 더 또렷해졌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니체의 ‘힘에의 의지’를 불러오면서도 노자의 유연한 태도와 함께 놓아 설명하는 부분이다.

니체는 고난을 삶을 확장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말했고,

노자는 지나친 집착을 내려놓고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라고 했다.

얼핏 다른 말처럼 보이지만, 두 사상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완벽한 결심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이어 가는 작은 실천이다.

말은 줄이고 행동을 조금 더 늘리는 것, 남과 비교하기 전에 내 마음이 왜 흔들리는지 알아차리는 것,

타인의 잣대가 아니라 나만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것.

이처럼 작은 걸음들이 쌓여 결국 우리가 걷는 ‘도’가 된다는 사실을 책은 일깨워 준다.


결국 《노자의 도덕경 수업》은 고전을 오늘의 삶과 연결해 주는 다리 같은 책이다.

정답을 바로 알려 주는 지도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에 가깝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불안해하는 사람, 완벽주의와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는 사람, 관계 속에서 지쳐 답을 찾지 못한 사람, 그리고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삶이 당장 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말을 조금 줄이고, 세상을 조금 더 주의 깊게 바라보며, 정답 대신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삶은 한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노자가 말했듯, 완벽한 중심은 없다.

흔들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흔들림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강한엄마과 단단한맘의 서평모집>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조화‘라고 생각하는데,
<도덕경>을 통해 상대와 나 사이에 고정된 자아를 내려놓고, 상황에 자연스럽게 맞춰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덕분이다. 그 결과,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과 더불어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깊어졌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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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대화 : 인생에 관하여 (라티움어 원전 완역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남우 외 옮김 / 까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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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대화(라티움어 원전 완역판)』를 읽었는데, 책 속 몇 문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세네카는 선한 사람과 신의 관계를 덕에 기초한 우정이라고 표현했지만, 곧 그것보다는 오히려 친족에 더 가깝다고 설명한다. 신은 선한 사람을 내버려 두지 않고 더 많은 길을 걷게 하고, 더 험한 길을 오르게 한다. 마치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기에 더 단단하게 키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 대목을 읽는 순간, 내가 불운이라고 불렀던 장면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보였다. 고난을 언제나 적으로만 여겼는데, 어쩌면 그것은 나를 키워주려는 훈련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네카는 나아가 “선한 사람에게는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의 뜻은 분명했다. 나쁜 일이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선한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여 다른 성질로 바꾸어내기 때문에 나쁜 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폭풍이 바다의 맛을 바꾸지 못하듯, 역경도 굳센 마음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그는 운동선수의 비유를 들며, 더 강해지려면 강한 상대와 맞서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했다. 그 구절을 읽다가, 일이 꼬일 때마다 “이번만 조용히 넘어가자” 하며 피하던 내 습관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중요한 것은 고난을 피하는 법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견디고 버텨내느냐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또 불행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불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련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능력이 무엇인지 시험대에 올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운명은 가장 용감한 자를 찾아 힘을 시험하며, 그 과정에서 무키우스는 불로, 파브리키우스는 가난으로, 루틸리우스는 추방으로, 레굴루스는 고문으로, 소크라테스는 독약으로, 카토는 죽음으로 시험을 받았다. 위대한 본보기는 불운 속에서만 드러난다는 그의 말은, 시련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분노에 관하여」에서는 화가 어떻게 싹트고 자라나는지를 차근차근 짚는다. 화는 작은 자극에서 시작해 점점 커지다 결국 파괴를 불러온다. 순간의 분노는 달콤하지만, 그때 이미 패배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동안 화를 못 참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짧은 쾌감을 놓지 못하고 내가 키워온 것이었다. 세네카는 화를 억누르라고 하지 않고, 화가 커지는 과정을 늦추어 끊어내라고 한다. 목소리를 낮추고, 판단을 미루며, 장면을 한 발짝 떨어져 보는 것. 실제로 화가 치밀어 올랐을 때 그의 말대로 해 보았다. 그러자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단계가 있다는 걸 알았고, 그중 하나만 멈춰도 파국은 막을 수 있었다. 화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자라나지 않게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는 읽는 내내 내 일상을 비춰주었다. 세네카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낭비하기 때문에 짧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 구절을 보는 순간 습관처럼 켜는 휴대폰 화면과 ‘잠깐’이라며 빠져드는 무의미한 시간이 떠올랐다. 똑같은 하루라도 어디에 시간을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하루가 된다. 그는 시간을 아끼는 것이 추상적인 결심이 아니라,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나는 퇴근 전 30분을 일부러 비워 밑줄 친 문장만 다시 읽어 보았다. 그 작은 선택 하나로 하루의 인상이 바뀌었다. 짧은 순간이라도 다른 선택을 하면 하루가 달라진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후반부의 「은둔에 관하여」와 「평상심에 관하여」는 삶의 균형에 대해 말한다. 나는 물러서는 것을 늘 패배라 여겼지만, 세네카는 은둔을 삶의 리듬, 다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휴식으로 보았다. 시끄러운 바깥세상을 내려놓고 마음속 창고를 정리하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세상 속으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평정에 대해서도 그는 거창한 비법을 내놓지 않았다. 잠시 멈추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작은 습관 속에서 평정은 자란다. 그래서 평정은 약한 마음이 아니라, 언제든 맞설 준비가 된 마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책 속에서는 레굴루스와 마에케나스의 대비도 흥미로웠다. 레굴루스는 고귀한 목표를 위해 고난을 견디며 고통보다 그 이유에 집중했지만, 부와 쾌락 속에 살던 마에케나스는 오히려 작은 고통에도 크게 괴로워했다. 시련이 없는 삶이야말로 영혼을 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여기서 분명히 드러난다. 세네카는 “늘 행복하게 사는 것은 자연의 절반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며, 시련이 없었다면 덕을 보여줄 기회조차 없다고 강조한다. 덕은 위험을 열망하고, 고생조차 영광의 일부로 여긴다. 운명은 사랑하는 이들을 단련하며, 방치된 사람들은 결국 불행 앞에 더 유약해진다. 그래서 시련은 오히려 존엄의 증표이자 덕을 드러내는 무대가 된다.

죽음에 관한 구절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죽음은 영혼이 몸을 떠나는 아주 짧은 순간일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부풀려 두려워한다고 했다. 잠깐 사이에 지나갈 일을 오래 두려워하는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었다.

행복에 관한 짧은 글에서는 행복을 순간의 기분이 아니라 본성에 맞는 삶을 지켜 나가는 것이라 했다. 필요한 만큼의 재화, 절제된 욕망, 과하지 않은 칭찬, 그리고 이성에 따른 삶. 이것들은 특별한 성취를 위한 조건이 아니라, 덜 불행하게 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세네카의 대화』는 짧지만 밀도 있는 사색으로 이루어진 글들이라, 읽고 난 뒤에도 구절들이 오래 마음에 남아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른다. 어떤 날은 ‘분노’를 다룬 문장이, 또 어떤 날은 ‘평상심’을 이야기한 구절이 크게 다가온다. 언젠가 큰 어려움이 닥칠 때, 오늘 밑줄 그은 문장들이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세심하게 밑줄을 긋고, 더 진솔하게 메모를 남겨 두려 한다. 시련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견디고 버텨내느냐는 분명히 훈련될 수 있다는 믿음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믿음은 세네카가 따랐던 스토아 철학의 핵심과도 이어진다. 외부의 운명은 내 뜻대로 할 수 없지만, 내 마음과 태도는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는 가르침. 결국 이 책이 남긴 가장 큰 울림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자기 삶을 단단히 붙드는 것이 진정한 철학이라는 사실이었다.

'까치글방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늘 행복하며 마음의 고통없이 살아가는 것은 실로 자연의 절반을 모르는 것입니다. 당신은 위대한 사람입니다만, 운명이 당신에게 덕을 보여줄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제가 당신의 덕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당신은 올림피아 경기에 참가했습니다만, 당신 말고 다른 참가자가 없다면, 월계관을 썼어도 당신이 승리자는 아닙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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