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읽는 시간 -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클래식 이야기 207
김지현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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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나 역시도 그렇다.

악보는커녕 공연 프로그램 북에 적힌 짧은 표기 조차도 무슨 뜻인지 몰라 헤매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클래스 용어 풀이만 해주는 책을 만난다면 오히려 클래식과 더 멀어질 수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김지현의 『클래식을 읽는 시간』은 다르다.

클래식에 대한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아주 쉽게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의 1장은 클래식을 낯설게 만드는 기본 용어를 의미·역사·실제 쓰임새까지 묶어 차근차근 풀어준다. 계이름, 조성, 작품번호, 악보와 빠르기말, 성악·기악의 연주 형태는 물론 음악회 현장의 풍경과 지휘자의 세계까지 살핀다. 그래서 프로그램 북의 곡명·조성·작품번호 같은 기본 정보만 봐도 작품과 연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서들을 읽어낼 수 있게 해 주며, 클래식에 대한 서먹함을 자연스럽게 덜어 준다.


흥미로웠던 건 조성 부분인데, 평소에 클래식 제목에 적힌 번호와 영어 표기들이 난해한 문자같이 느껴졌는데,

이 파트를 통해 조금은 이해하게 된 부분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C Major」의 C처럼, 제목 옆 알파벳은 곡의 조성을 뜻한다. 메이저(장조)·마이너(단조) 체계는 바로크 시대에 자리 잡았고, 당시에는 장조를 기쁨, 단조를 슬픔과 연결해 이해했다. C장조(다장조)는 조표가 없고 피아노의 흰 건반(도레미파솔라시)만으로 구성되어 오래도록 순수·창조·동심의 정서를 상징했으며, 라모는 이를 “행복한 음악을 위한 열쇠”,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대묻지 않은 하얀색”에 비유했다. 실제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작은별 변주곡」, 베토벤의 첫 교향곡, 프로코피예프 「피터와 늑대」가 모두 C장조다. 이에 대응해 a단조(가단조)는 역시 조표 없이 ‘라–시–도–레–미–파–솔’ 음계로 이루어지며, 라비냑이 말한 대로 “소박한 슬픔”을 불러온다(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쇼팽 유작 「왈츠 19번」, 슈만 「피아노 협주곡」 등). 빠르기·편성·음색도 영향을 주지만, 곡의 첫인상과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는 축은 조성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작품번호(오푸스, Op.)에 대한 설명도 시야를 넓힌다. 원래 ‘일·노동’을 뜻하던 라틴어가 출판 관행 속에서 ‘예술작품’의 표식이 되었고, 한 권의 악보집 안에 여러 곡을 묶어 내던 바로크 관습(예: 비발디 Op.8에 「사계」와 다른 여덟 곡)이 왜 생겼는지까지 짚는다. 무엇보다 Op.1이 ‘첫 명함’이었다는 맥락이 설득력 있다. 슈베르트는 「마왕」을 Op.1로 내세워 자신을 ‘리트(예술가곡)의 작곡가’로 선언했고, 브람스는 과거 작품을 접어 두고 「피아노 소나타 1번」에 Op.1을 붙여 첫인상을 스스로 설계했다. 파가니니는 「24개의 카프리스」를 Op.1로 삼아 동료 연주자들에게 던지는 도전장으로 삼았고, 베토벤은 빈의 취향을 겨냥해 피아노 3중주 세 곡을 묶어 Op.1로 내놓았다. 숫자 하나에도 시대의 공기와 작곡가의 전략이 배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작품번호(오푸스 Op.)에 대한 설명도 시야를 넓힌다. 원래 ‘일·노동’을 뜻하던 오푸스(Op.)는 악보 출판의 편의를 거치며 ‘작품 번호’가 되었고, 바로크 시대에는 한 권에 여러 곡을 묶어 내며 번호를 붙이곤 했다(비발디 Op.8 안에 「사계」와 다른 여덟 곡이 함께 실린 방식). 그중에서도 Op.1은 작곡가가 대중 앞에 내미는 첫 명함이었다.

슈베르트는 생전에 직접 번호를 붙여 악보를 냈고, 그가 Op.1로 고른 곡이 가곡「마왕」(D.328)이었다. 리트(독일 예술가곡) 작곡가로서의 정체성과, 중산층 음악 애호가에게 잘 팔릴 성악 장르를 첫 번호로 택한 현실적 판단이 함께 읽힌다. 이후 「물레잣는 그레첸」(D.118), 「들장미」(D.257) 등 대표 가곡들이 연달아 출판됐다. 브람스는 이전 작품을 미뤄 두고 「피아노 소나타 1번」에 Op.1을 붙였다. 슈만 부부 앞에서 연주해 새로운 음악이라는 극찬을 받은 직후였고, 이 곡은 그를 세상에 알리는 표지가 되었다(헌정: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

파가니니는「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카프리스」를 Op.1로 내며, 아찔한 기교의 난곡을 특정 후원자가 아니라 모든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헌정했다. 가장 전략적 사례로, 베토벤은 빈 데뷔 초기 피아노 3중주 1·2·3번 묶음에 Op.1을 붙였다. 당시 귀족들이 특히 선호하던 편성을 겨냥해 악보 판매와 후원자 확보에 성공했고, 음악도시 빈에서 작곡가의 명함을 힘 있게 건넨 셈이다. 그래서 음악학자 알프레도 현장을 여는 지휘와 튜닝에 대한 설명은 읽는 즐거움을 높인다.

공연 시작 직전 오보에 수석이 길게 내뿜는 ‘라(A)’가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오보에는 안정적인 음정과 밀도 높은 소리를 큰 음량으로 내고, 중앙에 앉는 경우가 많아 기준음으로 최적이다. 오늘날 많은 오케스트라가 A=442Hz를 쓰지만, 세부 선호는 악단과 지휘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지점까지 간단 명료하게 정리된다. 지휘는 오른손으로 박자를 맞추고 왼손으로 소리의 세기나 들어올 타이밍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렇게 생각하고 무대를 보면, 지휘자의 손짓 하나에 음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훨씬 잘 보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륄리가 1.5미터 지팡이로 바닥을 쿵쿵 치며 박을 맞추던 바로크의 지휘 장면과 그 지팡이가 부른 비극적인 일화가 음악사의 장엄함과 아이러니를 동시에 전한다.


오케스트라에서 음정의 ‘기준’은 오보에가 맡는다.

지휘자가 무대에 오르기 전, 오보에 수석이 표준음 ‘라’(A)를 길게 내고,

관악기가 먼저 그 음에 맞춰 조율한 뒤 악장이 받아 현악 파트가 튜닝한다.

오보에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원추형의 검은색 목관악기로,

이름은 프랑스어 오부아(hautbois, ‘음이 높은 나무 피리’)에서 왔다.

겹리드(더블 리드)를 취구에 꽂아 소리를 내는데 소리 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기준을 맡는 이유는 안정적인 음정, 밀도 높고 쨍한 소리, 큰 음량,

그리고 무대 중앙 배치 덕분이다. 실제로 많은 악단이 오보에의 A를 442헤르츠로 맞추고

(지휘자 성향에 따라 441Hz를 선호하기도 함),

일반 청중에게는 미세하지만 오보에 주자에게는 큰 차이가 된다.


성악 파트에서는 네 개의 성부(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를 기본으로 삼는다.

이 가운데 테너(남성의 가장 높은 성부)는 라틴어 테네레(‘길게 지속하다’)에서 온 말로, 처음에는 테노르라 불렸다.

중요한 점은, 1250~1500년 사이 중세에서 르네상스 초기에 이르기까지 테너가 음악의 중심을 받치는 성부였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가곡·오페라·칸타타·오라토리오·미사·합창을 연표로 나열하기보다,

텍스트·선율·반주가 한 작품 안에서 어떻게 만나고 역할을 나누는지를 따라가며,

악기와 성부가 실제 무대에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까지 연결해 보여 준다.


이 모든 설명이 믿음직한 이유는 저자의 현장감 때문이다.

김지현은 클래식 음악 전문 작가이자 해설자로, 대학과 대학원에서 작곡 이론을 공부하고

(성신여대, 서울대 대학원), 《월간 스트라드》, 《인터내셔널 피아노》 등에 공연 리뷰를 썼다.

KBS교향악단·세종솔로이스츠·예술의전당 등에서 곡목 해설을 맡았고,

2010년부터 KBS 클래식FM 프로그램 집필을 이어 와 현재 「출발 FM과 함께」를 담당하고 있다.

학자·연주자·평론가의 언어를 잇되, 독자의 첫걸음을 배려하는 문장과 배열이 이 책 전반에 녹아 있다.


『클래식을 읽는 시간』에서 소개하는 음악을 먼저 감상하고,

책으로 관련 내용을 본 뒤, 다시 찾아 보게 되면, 조성과 작품번호, 지휘와 튜닝,

악기와 성부가 무대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지휘자에 대한 몰랐던 정보와 오보에가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음정의 기준을 맡고 있다는 사실과 같이 흥미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된다.

결국 클래식은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에 함께 숨쉬는 음악으로 가까이 존재한다.

이 책 한 권을 다 읽게 된다면 공연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감상 습관과 자신감을 얻게 되고,

멀게 느껴졌던 클래식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이 어려웠던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오퀘스트라 2기 활동으로

'더퀘스트 출판사'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피아노 소나타 16번 C Major>에서 알파벳 C는 이 곡의 조성을 듯합니다. 메이저major는 장조를 뜻하므로 우리말로 ‘다장조‘죠.
지금의 장,단조 체계는 바로크 시대에 완성되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음악으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장조는 기쁨과 연관이 있고 단조는 슬픔을 의미한다고 보았죠.
오랜 시간 음악사에서 C장조(다장조), 그러니까 올림표나 내림표 같은 조표가 붙지 않고 피아노의 흰 건반 일곱 개(도레미파솔라시)로 쓰인 곡은 순수, 창조, 동심 같은 정서를 뜻했습니다. 바로크 시대 이론가 장필리프 라모Jean-Philippe Rameau는 C장조를 "행복한 음악을 위한 열쇠"라고 말했고, 19세기 러시아의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는 "대묻지 않은 하얀색"에 비유했죠.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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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 상위 노출되는 상품 키워드 골라 꾸준히 팔리는 숏폼 마케팅까지!
이경근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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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비슷하다.

“사업자 등록은 꼭 해야 하나요?”, “자본금은 얼마나 필요하죠?”, “하루에 몇 시간 투자해야 하나요?”, “CS나 반품은 어렵지 않을까요?”, “회사 다니면서도 가능할까요?”

이경근의 《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이런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하며, 왜 ‘지금, 스마트스토어’인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다. 읽다 보면 저자와 1:1 멘토링을 받는 듯한 감각이 든다. 시작해야 하는 이유를 논리로 설득하고, 사업자 등록처럼 손이 가는 절차도 “따라 하면 되는” 단계로 풀어놓아, 처음인 사람도 2주면 스토어를 만들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준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온라인 쇼핑의 일상화를 짚는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하루 배송’을 당연하게 만들었고, 지마켓·옥션·11번가·컬리·카카오 등도 저마다의 무기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네이버 역시 쇼핑 채널을 고도화하며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이 과밀한 시장에서 굳이 스마트스토어여야 하는 이유를 책은 숫자와 실행 동선으로 차근차근 보여준다. 핵심은 단순하다. 초보가 시작하고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채널이라는 점. 브랜드가 없어도, 큰 자본이 없어도 계정 개설·상품 등록·첫 판매까지의 길이 단순하고, 네이버 검색·블로그·카페·숏폼으로 이어지는 자연 트래픽 덕분에 다양한 고객군을 만날 수 있다. 블로그에서 스토어로 넘어가는 흐름도 같은 네이버 안에서 이뤄져 광고처럼 이질감이 없다.

비용 구조는 특히 초보 친화적이다. 책의 예시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의 기본 판매 수수료는 창업 첫해 6.63% 수준이며, 통상 10~15%대인 타 플랫폼 대비 부담이 절반 가까이 낮다. 매출 구간이 커질수록 4.98%~5%대로 내려가는 사례도 소개한다. 정산도 빠르다. 구매확정이나 리뷰가 등록되면 다음 날 정산되고, 확인이 없어도 배송 완료 +8일에 자동 정산되어 발송 후 약 열흘 내 현금이 돈다. 여기에 ‘빠른정산’(3개월간 월 20건 이상·반품률 20% 미만)을 충족하면 집화 +1영업일에 정산된다. 초반엔 2주치 매입자금이면 돌리고, 세 달 차부터는 4일치 운전자금만 있어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본이 얇은 첫 창업자에게 이보다 현실적인 안전망은 드물다.

이 책은 기초 행정도 안내한다. 온라인 판매자는 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가 필수다.

미등록 상태에서도 스토어 개설은 가능하지만 월 거래 20건을 넘기면 판매가 제한되고,

무엇보다 네이버 광고를 쓸 수 없어서 성장의 벽을 만난다.

사업자 유형은 간이와 일반으로 나뉘며, 간이과세자는 연 매출 1억 4천만 원 이하일 때 신청 가능하고 부가세 신고가 연 1회로 간단하며 세율도 낮다. 다만 세금계산서 발행이 어려워 B2B가 많으면 일반과세가 낫다. 주소지는 자택을 써도 되지만 노출이 꺼려지거나 임대 조건상 곤란하면 연 20~30만 원대의 비상주 사무실을 임대해 임대차계약서와 전대동의서로 증빙하면 된다. 전 과정은 홈택스에서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복잡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2주면 끝낼 수 있다는 메시지로 독려한다.

이 책의 장점은 운영 방법을 아주 쉽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1회차부터 14회차까지 무엇을 해야할지 날짜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사업자 등록과 스토어 개설, 스토리·한줄소개 신청으로 시작해, 데이터랩에서 키워드를 조사하고 커뮤니티 홍보를 진행한다. 첫 상품을 등록한 뒤에는 광고 없이도 첫 판매를 노리는 결제 동선을 세팅하여 실습하고, 고객 문의 응대 매뉴얼을 정리하며, 상세페이지를 다듬는다. 정산표와 세금 대비 체계를 잡고, 쇼츠를 촬영해 업로드하며, 상위 리뷰 열 개를 분석해 좋은 문장을 모으고,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구매 멘트를 설계한다. 환불·교환 안내문을 정비하고 공급처 세금 정산 계획을 세운 뒤 자동화까지 연결한다. 각 장 끝에는 체크리스트가 붙고, 글로 막히면 QR로 연결되는 유튜브 강의를 바로 볼 수 있으며, 업무 일지와 정산표 같은 서식은 자료실에서 내려받아 손으로 쓰며 실행하도록 유도한다.

실무 파트는 디테일 해서 좋다. 상세페이지는 미리캔버스로 로고와 배너, 홈 프로모션을 빠르게 만들고, 본문은 문제 제기–해결–증거–제안–확신의 흐름으로 구성한다. 첫 상품은 수동 등록으로 구조를 몸에 익힌 뒤 반품안심케어 같은 네이버 내 신뢰 서비스와 연동해 노출과 전환의 신호를 강화한다.

검색 노출은 데이터랩으로 구매 의지가 뚜렷한 롱테일 키워드를 잡고, 제목·옵션·속성값을 일관되게 맞춰 적합도를 끌어올린다. 광고는 하루 1만 원 이하의 소액으로 탐색–수렴–증액의 사이클을 돌리며 클릭률과 전환, 비용 비중을 기준으로 키워드와 소재를 교체한다. 광고는 하루 1만 원 안에서 작게 시험하고, 반응 좋은 것만 남기며, 괜찮으면 조금씩 키운다. 클릭률·전환·비용을 보며 키워드와 문구를 바꾸다 보면, 광고는 매출을 내는 수단이 아니라 상품과 상세페이지를 계속 배우고 고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요즘 유입의 핵심인 숏폼은 이 책이 가장 자신 있게 다루는 분야다. 스마트폰 하나와 캡컷만 있어도 10분 안에 편집을 끝내는 루틴을 만들 수 있고, 촬영 전에 메시지를 삼각형 콘티(도입–핵심–행동요청)로 단순화하면 영상 완성도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 도입에서 관심을 붙잡고, 본문에서 장점이나 해결책을 한 문장으로 보여 주며, 마지막에 무엇을 클릭해야 하는지를 또렷하게 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제목·설명·해시태그를 구매 맥락에 맞춰 세팅하면 조회수가 자연스럽게 늘고, 영상 속 버튼이나 고정 댓글을 이용해 스토어로 넘어가는 길(CTA)을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다. 한 번 만든 원본은 규격만 바꿔 숏츠·릴스·틱톡에 재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쓰면, 같은 노력으로 더 많은 노출을 만들 수 있어 시간 대비 효율이 크게 좋아진다.

이 책은 판매 버튼을 누른 뒤가 진짜 운영의 시작이라는 태도를 보여준다. 정산표를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흐름을 주 단위·월 단위로 확인하고, 부가세·종소세 같은 기본 신고 일정을 미리 캘린더에 넣어 페널티를 미연에 방지하라고 권한다. 클레임과 환불은 그때그때 감으로 대응하지 말고, 상황별 응대 문장 템플릿을 마련해 두면 감정소모가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별점이 떨어졌을 때는 사후 보상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문제 원인을 파악해 상세페이지와 배송·포장 기준을 함께 고치는 회복 시나리오를 실행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구매 이력에 따라 고객을 태그로 분류하고, 재구매 시점에 감사 메시지나 간단한 사용 팁을 보내면 이벤트 없이도 손님이 다시 돌아온다. 책은 이런 루틴을 “운”이 아니라 “체계”로 만드는 과정을 여러 예시로 보여 준다.

초보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문에도 현실적으로 답한다. 시작 자본은 위탁 구조를 쓰면 50만 원 안팎으로도 가능하다. 재고를 미리 사지 않아도 되니 초기 부담이 적다. 마진은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를 제하면 대체로 20% 내외로 형성되는데, 이 숫자는 상품군과 경쟁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소액 광고로 테스트하면서 페이지와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 운영 시간은 하루 1~2시간 루틴으로도 충분하지만, 문의가 몰리는 날이나 신상품 등록이 있는 날은 더 필요한 게 정상이다. 촬영 장비는 별도로 살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고, 반품과 CS는 공급처와 정보를 공유하며 표준 절차+템플릿을 쓰면 어렵지 않다. 직장인이 부업으로 시작하려면 근로계약서의 겸업 조항을 먼저 확인하고, 세금은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신고로 정리하면 실무상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알려 준다.

결국 이 책은, 스마트스토어의 장점인, 낮은 수수료와 빠른 정산이 주는 현금흐름의 안전망, 네이버 검색·블로그·카페·숏폼으로 이어지는 자연 유입의 통로, 14회차 실행 계획표와 체크리스트로 대표되는 운영의 길을 차근차근 제시하며 초보를 설득한다. 읽고 나면 막연함이 사라진다. 오늘 무엇을 먼저 실행하면 될지, 내일 무엇을 고칠지, 다음 주에는 어떤 실험을 할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시작을 고민 중인 사람에게는 왜 지금 시작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고, 이미 시작한 사람에게는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방향을 잡아준다. 두려움의 대부분은 모름에서 온다. 이 책은 그 모르는 부분을 상세한 설명과 구체적인 방법으로 알려주어 두려움을 지워 준다. 오늘 한 시간, 계획표의 한 칸을 채우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며 이 책을 시작으로 두려워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이지스퍼블리싱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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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쓰다 고전 : 고전 같은 것 몰라도 살기는 살겠지만 - 논어, 채근담, 손자병법 백일 필사 1
주순진 기획 / 아템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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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순진이 기획하고 엮은 《인생 쓰다 고전》은 논어, 채근담, 손자병법이라는 고대의 문장을 원문(한자) 그대로 실어 두고, 그 아래에 지금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를 담백하게 풀어 쓴 책이다. 고전을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살아보는 태도’로 끌어내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첫 장은 《논어》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소인을 꾸짖지 않는다. “소인은 군자와 다른 종족이 아니라 아직 도달하지 못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민이 많다는 건 아직 성장 중이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마음에 남는다. 고전 속 군자상이 늘 현실과 멀게 느껴졌지만, 이 책은 군자처럼 살라가 아니라 소인답지 않은 소인이 되자고 권한다.

공자 말씀 가운데, 먼저 마음의 품에 대해 묻는다.

— 原文: 子曰 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

— 독음: 자왈 군자 탄탕탕 소인 장척척

— 뜻: “군자는 마음이 넓고 태연하지만, 소인은 늘 근심하고 조급하다.”

여기서 ‘탄탕탕’은 넓고 평탄하여 거리낌이 없는 마음, ‘장척척’은 자주 근심으로 좁아지는 마음을 가리킨다. 저자는 이 글에서 우리는 오르내리며 배우는 존재이고, 여유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태도라는 것을 알려준다.

비교 대신 성찰을 권하는 구절도 이어진다.

— 原文: 子曰 見賢思齊焉 見不賢而內自省也

— 독음: 자왈 견현 사제언, 견불현 이 내자성야

— 뜻: “좋은 사람을 보면 그와 같아지길 생각하고, 좋지 않은 사람을 보면 스스로를 돌아본다.”

저자는 먼저 ‘견현’, 즉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부터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지혜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찰과 공부,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된다.

부러움과 열등감으로 타인을 보지 말고, 배움의 거울로 삼으라는 제안이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가르침도 또렷하다.

— 原文: 子曰 君子恥其言而過其行

— 독음: 자왈 군자 치기언 이 과기행

— 뜻: “군자는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다짐과 선언이 넘쳐나는 시대에, 결국 타인을 설득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삶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말이 앞서면 언젠가 그 공백의 대가를 치른다. 공자가 경계한 것은 남을 속이는 수사보다, 자기 삶을 속이는 태도다. 그래서 저자는 “말을 줄이고 일상을 보정하라”는 실천으로 논어를 현대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채근담》이 알려주는 단 하나의 태도: 반성할 줄 아는 사람

“늘 자신을 반성하는 사람은 매일 부딪치는 일이 모두 자신을 단련하는 약이 되고, 남을 탓하는 사람은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마다 그 마음이 자신을 해치는 창과 칼이 된다.” 채근담은 날카로운 처세의 기술서라기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매뉴얼에 가깝다. 인생은 풀뿌리를 씹듯 질기고 쓰다. 그러나 그 쓴맛을 씹어내는 동안에 사람은 단단해진다. 책은 고통과 기쁨이 서로를 갈고닦을 때 오래 가는 복이 되고, 의심과 믿음이 서로를 시험할 때 비로소 참된 지식이 된다고 말한다. 검증 없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의심 없는 지식은 깊지 않다는 간명한 결론으로 삶의 균형을 가르친다.

《손자병법》에서 배우는 리더십 — 덕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장수가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위험이다. 죽기만을 각오한 무모함은 죽임을 부르고, 살겠다는 집착은 포로가 되게 하며, 성급한 분노는 계략에 빠지게 하고, 지나친 청렴은 외교적 모욕을 자초하며, 과한 자애는 군율을 흐트러뜨린다. 모두 좋은 덕목이지만 지나치면 약점이 된다. 손자는 덕과 전략의 균형, 감정과 원칙의 조절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또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가르침은 전쟁술을 넘어 삶의 태도로 가르친다. 자기 자신도 모른 채 타인을 이기려는 싸움은 애초에 불리하다. 결국 이런 글들을 읽다 보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너는 너 자신을 잘 알고 있는가?”

우리가 고전을 꾸준히 읽는 이유는, 그 안에 매일 흔들리고 고민하는 우리를 다시 세워 주는 문장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논어의 군자도, 채근담의 지혜로운 사람도, 손자병법의 리더도 처음부터 흠 없는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상적인 성인이 되는 일이 아니라 오늘 단 한 걸음이라도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는 것이다.

그 한 걸음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비교가 아니라 성찰에서 나온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 질투하기보다 어떻게 닮아갈지를 생각하고, 모자란 모습을 보면 비난보다 먼저 내 안의 같은 약점을 찾는다. 누구나 실수하며 산다. 다만 실수 뒤에 고치려는 태도가 있느냐 없느냐가 사람을 가른다. 특히 실수란 대개 관계 속에서 일어나기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내 잘못을 수습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인생을 운용하는 원리는 결국 균형과 절제다. 용기·자비·청렴 같은 덕목은 모두 소중하지만, 어느 하나에 치우치면 장점이 약점으로 바뀐다. 상황을 읽어 강할 때는 강하게, 물러날 때는 단호히 물러날 줄 아는 조절력이 진짜 힘이다.

그래서 고전은 외워두는 문장이 아니라 살아보는 태도다. 말로 앞서기보다 행동으로 증명하고,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다듬는 자세다. 겉으로는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워 보여도 안쪽의 중심을 세워두면 갑작스러운 흔들림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고전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완벽이 아니다. 작은 실천의 누적, 오늘의 한 걸음이다.

'교유당(아템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공자가 말씀하셨다.
"군자는 늘 마음이 여유로워 태연자약하고
소인은 언제나 고민한다."

子曰 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
자왈 군자탄탕탕 소인장척척
* 坦蕩蕩(탄탕탕)은 넓고 평탄하며 거리낌이 없는 마음 상태를 뜻하고,
長戚戚(장척척)은 늘 걱정하고 조급해하며 마음이 좁은 상태를 말합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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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구르미
남궁용훈 지음, 노은주 그림 / 태인문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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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구르미』를 읽는 동안 나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동심을 천천히 되찾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속 ‘구르미’가 올려다보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떠올리면, 길가의 민들레를 발견해 괜히 기분이 밝아지던 순간,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날 이유 없이 뛰어보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장미와 민들레, 낙엽 냄새가 가득한 비밀의 정원, 거미줄이 걸린 폐가의 이미지들은 과장되지 않은 문장으로 또렷하게 다가오고, 그 장면들이 내 기억 어딘가와 닿으면서 마음의 문부터 열리게 한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 어른이 된 나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는 순수를 조심스럽게 깨워 주는 책처럼 읽힌다.

간략히 줄거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상상을 좋아하던 아이 ‘은주’는 어느 날 민들레 홀씨를 따라 달리다 낙엽 더미에 넘어진 순간, 플라타너스 냄새와 거미줄 낀 폐가가 있는 ‘비밀의 정원’을 마주한다. 두려움과 설렘이 한꺼번에 밀려온 그 경험은 오래 남는다. 시간이 흘러 IMF로 집안이 흔들리고 아버지가 쓰러지자 은주는 가장이 되어 유년의 세계를 깊이 묻어 둔다. 마음이 메말라갈 무렵, 사람들의 소음에서 멀어지고 싶어 외딴 바람꽃섬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구름 같은 아이 ‘구르미’를 만난다. “사랑은 뭐야?”, “이름을 붙이면 왜 특별해져?” 같은 단순하지만 깊은 질문을 통해 은주는 잊고 지낸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민들레 ‘링크’와 구르미가 서로의 꿈을 나누는 장면을 통해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사실과 ‘꿈은 마음 안에 바람을 만든다’는 깨달음에 닿는다. 산정에서 구름 품에 안기듯 구르미의 존재를 다시 느끼며, 누군가를 안아주는 사랑은 결국 ‘나 자신’을 먼저 안아주는 데서 시작함을 배운다. 그렇게 은주는 잃어버린 유년의 호흡과 성인의 책임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장면은, 구름을 닮은 아이인 ‘구르미’와 민들레 ‘링크’가 나누는 말들이었다. 날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워 문 뒤에 숨어 있던 구르미에게 어느 날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날지 못해도,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존재란다.”

짧은 한마디인데, 마음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어른이 되어 하루를 버티다 보면,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성과를 내야 한다, 남들만큼 올라가야 한다’며 스스로를 몰아붙일 때가 있다. 이 책은 그 생각을 바로잡아 준다. 잘해내기보다 먼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 바탕이 없으면 꿈은 쉽게 힘을 잃고, 출발도 전에 지치거나 시작하고도 금방 꺾인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됐다. 마음을 돌봐야 할 때조차 ‘쓸모가 있는가’만 따지며 나를 평가하던 습관, 틈만 나면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태도. 그때 구르미의 장면이 분명하게 일러준다. 먼저 나를 안아 줄 수 있어야 그다음이 있다

오래 남은 또 한 가지는 이름 붙이기다. 구르미가 민들레에 ‘링크’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민들레는 더 이상 ‘그냥 꽃’이 아니다. “이름을 붙이면 특별해진다”는 말은, 사실 내가 보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라는 뜻이다. 꽃 하나, 마음 하나, 사람 하나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 주면, 그 대상은 다른 사람에게 여전히 ‘그냥’일지라도 내게는 더 이상 ‘그냥’일 수 없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시선이 머물고,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서 애정과 책임이 자란다.

결국 이 두 장면은 하나로 이어진다. 먼저 나를 인정할 것, 그리고 소중한 것들의 이름을 불러 줄 것. 이 두 가지가 갖춰질 때 우리는 비교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꿈은 비로소 힘을 얻기 시작한다. 그러면 마음속 바람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불어온다.

민들레 ‘링크’와 ‘구르미’가 “함께 하늘을 날자”고 꿈을 나누는 순간도 오래 남는다. 마지막 민들레 홀씨가 흩어질 때, 구르미가 그 홀씨를 살짝 쥐자 몸이 함께 떠오르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그 마음이 빛이 되어 방향을 잡아 주고, 그 빛을 따라 움직일 힘이 뒤따른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혼자만 품을 때보다 누군가와 말로 나눌 때 꿈은 더 커지고, 시작선 앞에서 발을 떼기가 한층 쉬워진다. 구르미가 떠오른 까닭도 새 재능이 생겨서가 아니다. 완벽한 준비가 갖춰져서도 아니다. 작지만 분명한 희망이 꿈을 이루게 해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 ‘꿈’은 거창한 결말의 이름이 아니라 오늘을 움직이게 만드는 작은 시작 버튼에 가깝다. 꿈을 떠올리고, 그 한 줄을 누군가와 나누는 순간 우리는 이미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힘이 생긴다.

또 하나는, 주인공의 “더 많이 물어봤어야 했는데”라는 짧은 고백 부분이다. 어쩌면 누구나 경험하는 익숙한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반가운 사람을 우연히 만났을 때도, 어렵게 시간을 맞춰 마주 앉았을 때도, 우리는 종종 듣기보다 먼저 말부터 꺼낸다.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할 수도 있고, 정작 묻고 싶던 질문은 삼킨 채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그 뒤늦은 후회가 이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깊이 새기고, 다음 만남에선 제대로 실행해보고자 한다. 눈앞의 사람에게 최대한 집중해보기로. 핸드폰을 들여다 본다던지, 한 눈을 파는 행동을 피하고 최대한 집중해보자는 생각이다. 판단이나 조언을 서두르기 전에 안부나 궁금한 건 충분히 물어 볼 것. 헤어진 뒤 “그때 그걸 물을걸” 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의 대화에 머물 것!

이 책은 읽는 내내 떠올려지는 풍경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책이다. 플라타너스 낙엽의 냄새, 거미줄이 빈 창을 메운 장면, 바람이 훅 스치며 하얀 구름이 안기듯 몰려오는 순간 같은 것들이 과장되지 않은 문장으로 차분히 다가온다. 문장 자체가 어렵지 않아 누구나 무리 없이 읽을 수 있고, 그 쉬움이 가볍다는 느낌보다 읽는 사람이 동심을 생각하듯 순수한 시절로 데려다 주는 책이다.

이 책 『안녕, 구르미』는 어른이 된 후 잃어버린 마음의 온도를 되찾는 이야기다. IMF 이후 가장이 된 은주는 외딴섬에서 구름 같은 아이 ‘구르미’를 만나고, 이름을 불러 주는 일과 먼저 들어 주는 일이 어떻게 상처를 덜어내는지 배운다. 민들레 ‘링크’와 구르미의 대화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먼저 인정해야 꿈도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보여 준다. 꿈을 함께 말로 나누는 순간 마음에 바람이 일고, 그 바람이 다시 한 걸음을 밀어 준다. 결국 이 책은 잊어버린 나를 부르고(호명), 안아 주고(인정), 함께 꿈을 말하는 일(희망의 공유)이 삶을 움직인다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해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태인문화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그때, 민들레가 따뜻하게 말했다.
"구르미야, 너는 너다운 너를 사랑하면 돼. 친구들처럼 될 필요는 없어."
그러고는 구르미를 포근히 안아 주었다.
민들레 ‘링크’와 구르미는 친구가 되었다. 구르미는 매일 문설주에 기대어 앉아 링크와 함께 하늘을 보았다.
둘은 서로의 꿈 이야기를 나눴다.
구르미는 하늘을 나는 꿈을, 링크는 희망이 필요한 친구에게 날아가는 꿈을, 그렇게 그 둘은 서로, 서로의 꿈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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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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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생기나?”라는 질문에 차근차근 답한다. 저자는 유전자를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라 실행되는 프로그램에 비유한다. 프로그램이 돌아가면 세포와 신경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 그 과정에서 몸과 뇌가 스스로 모양을 잡아 간다. 이 발달 과정에는 작은 우연과 변수가 많아서,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도 뇌의 배선과 성향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쌍둥이·입양 연구는 두 가지를 함께 보여 준다. 유전이 분명히 영향을 주지만, 환경과 발달의 우연이 그 위에 결을 더한다는 점이다. 같은 수업을 들어도 어떤 학생은 금방 이해하고, 어떤 학생은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정답 하나를 모두에게”보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과 속도를 찾는 쪽이 효과적이다. 심리 특성이나 지능, 성적 지향처럼 복잡한 특징을 한 방에 결정하는 단일 유전자는 거의 없다. 보통은 많은 유전자가 조금씩 작용하고, 성장 과정의 경험이 더해져 결과가 확률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개인의 성격이나 성취를 유전 정보만으로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확률을 이해하고 환경을 맞춤 설계하는 일이다. 선택적 번식으로 온순한 개체를 골라 키운 여우 실험은, 행동을 고르면 외형·생리까지 함께 변할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메시지는 단순하다. 행동도 유전과 발달이라는 바탕 위에서 바뀔 수 있다는 것. 다만 “한 가지 요인만 찾으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단순화는 경계해야 한다. 신경발달장애에 대해서도 책은 스펙트럼의 관점을 제안한다. 자폐 스펙트럼·조현병 등은 진단 이름이 달라도 겹치는 유전·발달 경로가 있을 수 있고, 문제가 생긴 발달 시점에 따라 겉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낙인을 줄이고, 사람마다 필요한 맞춤 지원을 찾게 해 준다. 결론은 명확하다. 유전은 출발선의 방향을 조금 정하고, 발달과 경험이 실제 경로를 바꾼다. 개인차는 정상이며,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교육·채용·정책은 획일 기준보다 개인 맞춤 설계로 움직여야 한다. 개인에게도 실전 조언은 같다. “왜 나는 다를까?”에서 멈추지 말고, 어떤 조건에서 내가 가장 잘 배우고 성장하는지를 찾고 그 방법을 꾸준히 반복하라. 그게 평균을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다.


'오픈도어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이다. 이는 그야말로 수천 년 동안 끊임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부터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 와 노엄 촘스키 Noam Chomsky 에 이르기까지 저명한 사상가들은 그 주제에 주장을 한마디씩 제기해 왔다. 사람마다 선천적 차이가 있다거나, 모든 사람이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 오로지 경험으로 심리 상태를 색칠해 간다고 말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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