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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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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묘사하는 사와자키 탐정은 책임을 져야 하기에 고독하고, 기약없는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어서 늘 피곤함에 찌들어 산다.  

   

“의뢰인을 만나지 못하는 탐정이 사무실로 가지고 돌아온 건 유통기한 지난 탄산음료의 거품 같은 피로감뿐이었다. 실력에 자신 없는 인간이라면 실패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편리한 재능으로 극복하겠지만, 내 이력서 어디에도 그런 재능이 있다고는 적혀 있지 않았다.”   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먹어본 적 없는 열대과일의 과즙을 짜내고 난 찌꺼기처럼 피로감이 쌓여 있었다. 나이 탓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탐정의 일이다.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면 탐정의 심신에 부담은 적다.” 내가 관여한 조사의 의뢰인이나 관계자들은 ‘나의 일’을 기억할까? 기억한다고 해도 대개 하루빨리 잊고 싶은 불쾌한 기억이리라. 불평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런 ‘탐정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작은 사건을 의뢰받았지만 큰 사건에 말려들었지만 사건에 끌려가지 않고 호기심과 책임감으로 사건을 끌고 돌아온다.  사와자키는 우연히 맞은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여러 사람을 탐문하면서 한걸음 다가간다. 

큰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아버지를 찾겠다는 청년을 만나면서 새로운 사연이 등장하고 의문점을 해소해준다. 작은 꼬리 안에서 여러 갈래로 분화하다가 결국에는 하나로 합쳐지는 듯한 소설이었다.    

작가의 문체는 간결하고 묘사도 상황에 어울리게 한다.,

“누군가 배관을 멋대로 잠근 수도꼭지의 물줄기처럼 주위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춘 채 이틀하고도 반나절이 흘렀다.”

 

지급부터의 내일이라는 제목은 현재에 충실하는 자에게 내일이 있다는 말로 마치 아버지를 찾겠다는 청년에게 던지는 메세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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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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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이제는 혼잡, 혼술족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고 불편하다. 일본 가면 좋은 점이 혼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 편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1인분은 안 파는 식당들이 많거나 4인용 식탁에 앉아야 해서 눈치가 보인다.

 

읽으면서 책의 내용에 공감하면서 어릴 때 추억이 떠올라 웃을 수 있었다.

 

“카운터가 있는 가게는 굉장히 편하다. 옆으로 늘어서 앉아서 혼자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혼자 먹가나 마시는 게 당연한 구조라 불필요한 자질구레한 일이 개입하지 않는 점이 고맙다. 멍하게 긴장을 풀고 있어도 다른 손님에게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면도 마음 편히 느긋해질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카운터에 앉으면 등은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 만큼 등은 곧게 펴고 반듯하게 유지하고 싶다.”

 

책에서는 혼자 먹을 때는 등을 곧게 펴고 레스토랑에 가서 ”오늘은 혼자예요”라고 말하면서 당당하게 먹고 한 템포 빨리 식당에 나오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명심해야 겠다.

혼자서 가기 편한 식당은 “손님과의 사이에 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주는 가게라면, 틀림없이 혼자일 때라도 부담 없고 편안하다.” 라고 조언을 한다. 적당한 거리감과 부담없는 가게를 골라야 겠다.

 

책에 나오는 음식과 식당들은 다양해도 각자에게는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고 추억이 어려 있다. 나만의 추억어린 음식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을 떠올렸다.

우리에게는 평범한 돌솔비빔밥이 일본인이 혼자 먹는 음식으로  등장하고, 인도 요리를 보면서 몇 년전 인도 여행할 때 먹었던 음식들과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추억에 잠겼다. 

소박한 프랑스 식당,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가던 백화점 푸드코트의 추억, 어머니가 싸주신 추억의 도시락,  선술집에서 퇴근 후의 한 잔, 나만의 사치인 가이세케 요리 먹기 등 사연은 다양하다. 혼자서 먹는 것은 초라함이 아니라 남의 눈치 안보고 그 시간만큼은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 것이다.  

 

“홍콩에 뻔질나게 다니게 된 후로 깨달은 것은 일본의 중국 요릿집에서 내놓는 탕수욕 정식이나 고추잠채 정식, 칠리새우 정식은 엄연한 일본 요리라는 것이다.”  일본도 한국하고 똑같구나 하는 웃음과 중국가서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책의 말미에 도쿄의 혼자가기 편한 식당 100곳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도쿄에 가면 이 책을 들고 찾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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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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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교토 게이분샤 이치죠지점恵文社一乗寺店 에서 이 책을  서서 읽으면서 오키나와 시장에서 헌책방이라니 대단하군 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번역서가 나오길 바랬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한국교포가 왜 오키나와에 온건지 물어봐서 책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이 책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다.

이 책의 매력은 헌책방을 이야기하면서 시장, 오키나와의 삶도 같이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역사책, 여행책보다 담담하지만 매력적으로  오키나와로 끌어들인다.

일본은 각 지역마다 향토사가 발전했는데 오키나와의 향토사에 대한 애정은 유달라 보이고 애정에 경애감도 느낀다. 일본 본토와는 다른 분위기도 있지만 책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나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점주인들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걸 책에서 보여준다.

미키시 시장은 가게에서 직접 만든 먹을거리, 물건들을 파는 상점들이 많고 끗끗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장사를 하는 곳으로 느껴졌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거리에 있는 시장에 찾아가서 한국에서 가져온 책에 사인을 받았다. 원서인『那覇の市場で古本屋 ひょっこり始めた〈ウララ〉の日々』와 한국어 번역책 2권 있었는데 물건너 온 것인지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은 2000엔에 판매중이었다.  비교해보니 원서는 사진이 더 첨부되어 있다. 사인만 해줄뿐 하고 있던 일을 계속할 뿐 달리 대화는 하지 않았다.

오키나와에서 한국으로 출국하는 날에 다시 방문해서 두번째 책인 『本屋になりたい』를 사서 사인받았는데 한국어 번역 책도 곧 나올것으로 예상한다.

두 권이었던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는 한 권으로 줄었으니 시장을 지나던 한국인이 그 사이 사간것일까.

번역은 역주 설명도 잘 되있고 우리말처럼 잘 되어 있다. 책에 등장하는 저자들 이름은 일본어까지 함께 써주면서 책 제목은 한글번역 이름만 나오고 , 헤이와 거리는 (平和) 라고 한자를 병기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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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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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도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데,

 

“그럼, 내가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 대회 같은 데 나가도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
211쪽

 

미즈 재팬이 맞지 않나?, 당시에 일본에 슈퍼모델이라는 개념이 있었나?

설마 일본 사람이 미스코리아에 나간다고 했을까.

 

2000년대초까지는 일본해를 그대로 일본해로 번역했는데

그 사이 나오는 번역책들은 반드시 동해라고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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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오다 마사쿠니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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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초반에는 장서가들의 흔한 책 이야기를 말장난으로 엮은 책인가 갸우뚱 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일본 근현대사와 요지로 집안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재미 속에 의미도 남긴다. 역자해설에는 JAL 기 추락사건과 2차 대전 당시 죽음의 행진만 설명하는데 요지로가 제국대학 교수로 있다가 30살에 군대에 간것은 일본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의 이야기다. 얼핏 다른 일본소설에서 본듯한 장면을 패러디 하거나 일본 근현대사의 사건들이 등장해서 알고 보면 무척 재미있다.

이런 소설이 통할 수 있는 일본 문학의 다양성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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