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배 섬의 비밀 세트 - 전2권 오르배 섬의 비밀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김용석 옮김 / 솔출판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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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자연의 단 한 번의 귀중한 실험이다. 모든 인간의 생애는 자기 자신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길이다. 그것은 크고 넓은 길을 찾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고, 작고 좁은 오솔길의 암시이기도 하다. 어떠한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된 적은 없다. 그러나 누구나 다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사막과 바다에서 출발한 코르넬리우스와 지야라는  독자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고 각자가 멋진 세계이며 씨줄과 날줄의 두 세계가 만나서 하나의 우주가 탄생해서 서로를 지탱해준다.  다른 곳을 보지만 결국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같은 공간에서 상대방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나는 상대방 얼굴의 모든것을 보지만 상대방은 자신을 볼 수 없다. 상대방의 이러한 고통을 내가 해소시켜줄 수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독자가 나와 타자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등 이국적인 세계를 향해서 떠나는 이야기는 많다.  살던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서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성숙해진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줄거리는 비슷하다. 하지만 이들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게 다가오고 다시 책을 들게 한다.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거 같기 때문이고 중요한 것은 소설가가 어떤 재료와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현실밖의 세계안으로 독자를 끌어들여서 일어날리가 없는 일을 일어났다고 믿게 만드면서 손에 땀을 쥐게하고, 감동을 주고, 눈물나게 하고, 분노를 일으키고,  공감을 얻게 하면서 소설속의 환상을 현실의 일처럼 자연스럽게 여기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모든 길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소." 1권 (267쪽)

"자신의 남은 인생을 모두 걸고 추구해왔던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향신료가 더해진 빵 한 조각, 이내 사라져버린 그 단순한 향내와 맛이 내 앞에서 거친 바다의 향로를 활짝 열어준 바 있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어떤 시작이며 도약과 같은 것이었다. 세상이 내 몫으로 남겨둔 것을 찾기 위해 나는 거쎈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갈구하지 않았다." 2권 (118쪽)     

 

길과 바다로 떠났지만 목적지 보다 중요한 것은 거쳐온 과정이고 만남 안에서 인연을 맺고 성숙해 지고 결국에는 사랑하게 된다.  지야라는  '빛을 가져오는 여인'이라는 뜻을 가진다. 그녀는 코르넬리우스에게 이름 그대로 빛이 되었다.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이 낯설지만 내 얼굴을 보고 싶으면 거울을 봐야 한다. 우리 세계를 알고 싶으면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이질성인 세계를 보면서 우리 세계의 독자성을 볼 수 있다. 이 소설 속에서 신비한 나라들의 사람들과 관습을 보면서 익숙했던 우리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이 소설이 환상이지만 현실인 것이다.

 

"아이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이름 붙이는 법은 전혀 알지 못하거든요. 대신 아이는 미지의 세계를 대할 때 반드시 필요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어요. 반면에 백 개의 이름을 가진 노인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요. 그는 지도에 기록된 모든 글을 외우고 있어요. 사라진 언어로 적힌 글까지 모두 포함해서요. 하지만 그의 시력은 퇴화돼버렸죠. 사물의 형태를 잘 구별할 수 없답니다.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보이죠. 그런 이유로 한 사람은 찾아내고 다른 한 사람은 그것을 해석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이 지도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읽어내게 해요. 어린아이의 눈이 갖는 신선함과 오랜 기억을 간직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볼 줄 아는 노인의 지혜 말이에요." 2권 (171쪽)

 

남자와 여자, 아이와 노인은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있고 이들의 결합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작가는 나와 다른 사람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걸까.  

 

끝으로 번역을 잘해서 우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있었고 작가가 만든 조어를 권말에서 사전처럼 정리해서  유익했다. 재미있는 것은 여자 번역자가 남성의 시점인 1권을, 남자 번역자가 여성의 시점인 2권을 번역했다는 점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1권과 2권이 순환하고 남성과 여성의 시점 또한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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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와, 멋진 걸 보여 줄게 - 너트와 고리와 병뚜껑과 나사의 여행
수비 툴리 윤틸라 글.그림, 류지현 옮김 / 낮은산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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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강연회,그림 전시회를 다녀온 후 어린이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유럽에는 우리와는 다른 시각을 가진 그림작가들이 있다. 핀란드의 수티 툴리 윤틀라는 "아이들의 세계에는 그림이 없습니다. 공통어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상상의 세계에는 말이 항상 필요하지도 않아요. 놀이의 언어는 세계 어디서든 통하니까요. 그 안에서 사물은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됩니다"라고 책에서 쓰고 있다. 그림이 입체감 있게 살아 있어서 실제로 눈앞에 있는 듯하다.

일본 애니매이션 중에 <귀를 기울이면>이 있다. 귀를 기울이면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알고 싶으면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며 들어보자.

그림을 보면 너트와 고리가 병뚜껑을 바라본다. 이들을 보면서 를 생각해보자. 이들의 만남은 무엇을 의미할까? 너트는 너트이고 고리는 고리이고, 병뚜껑은 병뚜껑이다.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물건들이다. 이들에게 귀를 기울여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 결합할 수도 있고 각자 모여서 미지의 세계로 갈 수도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파란 바다를 건너 어둠을 거쳐서 바람이 이들을 정글로 데려다주었다. 이제 새로운 친구 나사가 기다린다. 여행길에는 친구를 만나야 제맛이다.

밤이 오고 또다시 태양은 뜨면서 반복되는 일상의 시작이지만 만나는 기쁨도 있지만 헤어짐의 아픔도 있다. 이러는 과정 속에서 성숙해진다.

핀란드에는 따루만 있는게 아니라 수티 툴리 윤틀라 라는 훌륭한 작가도 있다. 이 책을 읽기 편하게 번역한 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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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학 범죄 수학 시리즈 1
리스 하스아우트 지음, 오혜정 옮김, 남호영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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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싫어하는 이들이 수학은 현실에 도움이 안된다는 비난을 하곤 한다. 이것은 수학의 중요성을 모르고 겉으로 드러나는 피상적인 비난을 하는 것이다. 수학은 기초학문이다. 수학을 해야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고 인문학의 기본인 철학에도 기반이 된다. 수학은 컴퓨터공학, 금융공학에도 디딤돌이 되게 한다. 재미있고 배우는 의미가 있어야 수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에 몰입할 수 있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학은 단지 대학입학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과목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수학탐정 라비는 14가지의 범죄사건을 수학을 이용해서 해결해간다. 우리가 수학에서 어렵게 생각했던 공식들이 등장하고 현실에 무척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공식을 외우는 것보다는 삶에 도움이 되고 재미있으면 수학오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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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불행학 특강 - 세 번의 죽음과 서른 여섯 권의 책
마리샤 페슬 지음, 이미선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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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이들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여행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나 <탐험의 시대>에서 몽트로즈 세인트 밀레가 한 말을 생각해보렴. '가만히 있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어리석음은 곧 죽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처럼 살게 될 것이다. 교실에서 네 옆에 앉는 여학생은 살이 쪄서 넓적해진 백인 부모의 잔소리로 가득한 네모난 하얀 집이 있는 메이플 거리밖엔 모르고 살 거야. 그러나 너는 여행후에 메이플 거리뿐만 아니라 황야와 유적지, 카니발과 달레 대해서도 알게 될 거야." – 37쪽

주인공 블루의 이름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카시우스 블루라는 나비이름에서 지었다. 블루는 나비처럼 정치학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서 미국을 여행다니다 지방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세인트 골웨이 3학년에 다니게 되면서 미스테리의 세계로 독자들을 소개한다. 아버지와 딸이 여행다니는것이 마치 영화 <로리타>가 떠오른다.

36개의 장은 책 제목으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가를 알려준다. 책을 읽기전에는 오셀로, 젊은 예술가의 초상 등 제목에 등장하는 소설을 설명해주는 고전소설 해설책인줄 짐작했었다. 
하지만  책 제목에 맞추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36장의 제목으로 나오는 36권의책을 몰라도 이 책을 읽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그럴 경우에는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수가 없다. 두껍지만 난해하지는 않고 읽으면서 빠져들게 하지만 가벼운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패러디를 이해할려면 원본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듯이 이 책도 36권의 책에 대한 줄거리라도 알고 읽어야 한다.
블루는 영화를 가르치는 한나 선생님의 추천으로 교내 모임인 블루블러드와 어울린다. 한나 선생님의 친구의 죽음과 산에서 한나선생님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블루는 미스테리의 세계로 뛰어들서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세계를 안내한다. 한나는 누구인가? 아버지가 여행을 다닌 이유도 그것때문인가?

이 책에서는 미국 사회문화, 역사, 고전이 책에 숨쉴틈없이 등장해서 지적인 긴장을 맛보게 해주고 그래서 역자의 번역에 감사한다.   


"네 삶이 끝날 때까지 네 공부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가 말했다.
"네가 밝은 길을 가기를 바란다. 네가 진실,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네 자신의 진실을 위해 싸우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까지 알게 된 그 어떤 것보다도 네가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이론미며 원칙이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 503쪽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엮어나갈 때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각자 본인의 책임이다."
"설사 네가 대단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해도 네 삶의 이야기는 네브래스카만큼 지루할 수 있다. 그것은 다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바로 네 자신의 잘못이다. 수 킬로미터의 옥수수 밭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 너 자신 이외의 믿을 만한 것을 찾아라. 위선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 이유면 더 좋겠지. 그런 다음 달려들어 싸워라. 사람들이 여전히 티셔츠에 체 게바라 사진을 인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 111쪽
책을 다 읽고나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화 <정사>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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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살인법
질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벨의도서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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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윈드 갭에서 두 소녀가 살인당했지만 마을사람들은 침묵을 지키고 언론에서는 사소한 일로 취급한다. 시카고의 이류 언론사의 기자인 카밀은 원드 갭이 고향이라는 이유로 상사의 명령으로 취재를 하러가지만 냉대를 받는다. 그녀 역시 고향이지만 내끼지 않은 곳이다. 결말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번 살인의 피해자인 소녀들은 성폭행의 흔적이 없고 치아만 빠진 특이한 살인이었다. 그리고 범인은 내부인이라고 추측한다.
마을에서 존경받은 집안의 딸이었던 카밀의 어머니 아도라는 10대에 우연히 만난 남자와의 관계로 카밀을 낳는다. 그리고 재혼해서 매리언을 낳지만 매리언은 죽는다. 카밀은 13살부터 몸에 칼로 글씨를 새기는 자해를 한 전력이 있다. 여동생 엠마가 태어나지만 카밀과는 서먹하다. 
매리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당시 간호사를 만나고 결국 두 소녀의 살인범을 잡았지만 범인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자신의 신체에 자해를 해서 타인의 관심을 끄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 딸에게 가해를 해서 자신이
주목을 받으려는 경우도 있다. 애정결핍에 의한 자해는 대를 이어서 반복된다. 겉으로는 평온해보이지만 속은 썩고 있는 것이다. 
카밀은 자신의 몸에 커터를 내지만 그녀의 어머니, 동생은 타인에게 그런 행위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소통하지 못하는 가족의 현실에 몸에 자해를 해서 대화하고 싶다고 호소 하는 것이다. 
가족이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꼭 읽어야 하고 토론의 주제로 삼고 싶은 뛰어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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