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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일본 문화 ㅣ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24
다다 미치타로 지음, 김행원 옮김 / 소화 / 2002년 7월
평점 :
저자인 다다 미치타로(多田道太郎) 가 1988년 7월 에 일본에서 출간한 『身辺の日本文化』講談社 을 번역한 책으로 한림원 일본학총서 24번째 책이다. 교토대학 출신의 불문학자이며 보들레르 전문. 또한 대중문화, 관서문화(오사카, 교토 등), 일본인론에 대한 다수의 평론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이 책을 왜 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읽어보니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책은 지루하리란 선입견과 달리 잘 읽힌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이 곁들여있어서 읽다가 깔깔 웃기도 했다. 분명 생전에 유머감각이 있는 분이었을 것이다. 2007년에 타계했다고 한다.
첫 장에서 '생활 속의 일본 문화'에 대해 언급하며 서양의 포크를 "인간의 손가락을 모방한 것으로 고책이를 꿰는 '야만적인' 것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최근에 읽은 김정운의 "에디톨로지"에 비슷한 내용이 나와서 '어?' 하고 생각했다. 그 바로 다음 내용에 유럽의 옛날에는 방을 막는 문이 거의 없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내용도 "에디톨로지"에 나온다. 김정운 교수가 이 책을 참고했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참고문헌으로 딱히 적혀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본인의 미 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일본의 종교심이 미학이 되고 미학은 일상생활이 되어 생활 구석구석까지 무의식의 영역 속에 널리 펴져 있다고 말한다. 일본인의 생활 곳곳에 있는 어떤 공통점, 예를 들면 노렌(상점 입구에 치는 막이나 가정에서 칸막이로 쓰는 천)에는 왜 시마자키 도손의 시가 적혀 있는가 하는 것을 궁금해한다.
가장 흥미있게 읽은 내용은 '번화가 속의 미'이다. 저자는 일본에 왔던 브라질 학생에게 일본에서 가장 그리운 것이 무엇인가 물었다. 교토에 있는 '시조가와라마치'라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쇼핑, 물건을 사는 데 편리하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 유학생이 에비스나 도톤보리를 보았다면 좀더 감격했을거라고 말한다. 또 오사카 사람들이 교토에 오면 정말로 한탄 한다며 맛도 없고 양도 적은 교토에 오사카 사람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좀처럼 가지 않는다고 한다. 오사카에는 싸고 맛있는 것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방, 즉 서양식 커피숍은 축소된 서양이며 일본인이 보티첼리나 밀레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이런 것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노렌 이야기는 앞에도 나왔지만 시마자키 도손 뿐 아니라 미야자와 겐지의 글도 노렌에 자주 등장하는데 왜 이런 것인지 저자는 궁금해 한다. 도리이가 붉은 색인 것도 중국의 영향이고 다 역사가 있다. 이러한 어떤 현상에 대한 그 너머에 있는 상징성을 파악해야 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방의 경우는 서양에 대해 실물 교육을 시켜 주는 매우 중요한 기관의 역할을 한다는데 우리가 스타벅스 같은 곳을 좋아하는 것도 서양에 대한 동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교토 사람으로 가쓰리리큐(가쓰라신궁)를 일본 미학 중에서 최고의 것이라 여기고 교토를 '일본'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가쓰리신궁에 대해서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교토의 명소> 에서도 다루고 있다. 일본의 미학을 대표하는 곳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왜 그런 것일까'라는 물음일 것이다. 이런 물음에 자신이 생각한 답을 말할 수 있을 때 그 지식은 살아있는 진짜가 아닌가 한다. 또한 교토는 유럽의 오래된 거리와 마찬가지로 유산만을 먹는 거리, 얼어붙은 거리라고 말한다. 일본은 분명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몸에 전혀 배지 않은 특이한 국민이라고 말한다. 그 예로 한국에서는 손윗사람 앞에서는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일본은 선생님하고도 맞담배를 자연스럽게 핀다. 한마디로 유교적인 일상도덕은 정착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러브 호텔이 마치 유럽의 성처럼 지어진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도 예전에 김정운 교수의 <일본 열광>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두 학자의 시선이 우연히 일치했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김정운 교수가 이 책을 참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학총서는 정말 대단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한국에 일본에 대한 전문서적이 많이 없다. 제대로 공부하려면 일본 원서를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어가 뛰어나도 자국어를 읽는만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학 총서는 가문의 단비 같은 좋은 번역서이다. 대부분 내용의 수준, 번역의 질도 뛰어나다. 이 <생활 속의 일본 문화>도 내용이 알차고 몰랐던 지식을 많이 알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이 시리즈에서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