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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쓰기 강의 - 영화를 깊이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
강유정 지음 / 북바이북 / 2019년 1월
평점 :
20대에 영화를 많이 봤다. 내게 20대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절대 가고 싶지 않다. 제대로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시절이었으니까.
현실 도피로 영화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주말이면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영화를 빌려봤다. 이젠 아주 낯설어진 풍경, 아니 아예 사라진 옛시절 이야기다. 요즘은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영화나 각종 콘텐츠를 그 자리에서 바로 빌려서 볼 수 있다. 어쩐지 콘텐츠는 넘치지만 선뜻 보고 싶은 영화는 많지 않다. 요즘은 현실에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니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걸까? 그래도 영화보기 만큼 기분 전환에 좋은 방법도 없다. 우울한 기분이 들면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간다. 보고 나면 금방 헤헤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아, 이 영화에 대한 글을 남겨야겠어!"라고 생각하곤하지만 그동안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마침 이 책을 보고 이번 기회에 영화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까 다짐해 본다. 강유정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책에는 크게 글쓰기에 대한 내용과 영화 글쓰기에 어떤 내용을 쓰면 좋을지에 대해 나와 있는데 무척 유익하고 내용이 알차다.
글쓰기는 정말 왕도가 따로 없다.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다. 이 말에는 동의한다. 많이 읽고 쓰고.... 인문학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팁을 얻었다.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이 책을 읽고 테드 창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아, 벌써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 우리는 현실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한다. 아직도 나의 영화 보기는 현실도피성이긴 하지만 영화를 통해 다른 사유를 하고 싶다는 새로운 욕망이 생겼다. 사람들이 왜 영화에 열광할까? 그건 영화가 좋기때문이다. 좋은 건 사람들이 금방 알아본다. 영화만큼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전해주는 매체는 드물다. 드라마도 즐거움을 주지만 호흡이 길다. 영화만의 매력은 무궁무진하고 우리가 영화에 대해 할 이야기나 쓸 거리도 넘친다.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도 매력적이다. 영화 글쓰기가 매력있는 이유다.
당장은 다른 사람들이 읽어서 공감할만한 영화 글쓰기 실력은 없지만 조금씩 노력하면 나아지겠지. 이 책도 많은 도움이 된다. 얇지만 알찬 책이다. 오늘 라디오에서 영화 <타짜>가 아주 재미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저녁에 보고 잘까 고민해본다. 영화평도 한 번 써봐야겠다.
* 우리는 간혹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으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흔들림을 경험한다. 즐거움, 재미, 고통과 같은 단순한 명사로 담아낼 수 없는 복합적이며 미묘한 감정의 동요. 나는 대개 이런 영화들을 좋아한다.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일상이 담아내기 어려운 심리적 문제의 심연을 다루는 작품들 말이다.
* 글쓰기는 연습하고 배울 수는 있지만 책 한 권으로, 단번에 가르칠 수는 없다. 적어도 내가 오랜 기간 학교를 비롯한 글쓰기 강의 공간에서 터득한 지혜는 이것 하나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력하는 것이다.
* 영화 글쓰기에 꼭 들어 있어야 하는 핵심적 내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영화에 대한 나만의 분석이다. 여기서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나만의'라는 독창성도 중요하고, '분석'이라는 객관성도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 영화평이란 보고 나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어떤 장면, 어떤 기법, 어떤 감성에 대한 기록이며 되돌이키기이다.
* 내가 20대였을 땐, 돌이켜보면 경증의 우울증을 앓지 않았을까 싶게 무척 예민했다.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세상 전부에 대해서 무척 예민하다 보니 20대임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부족했고, 늘 어딘가 아프기도 했다.
* 이창동의 <버닝>이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킬링 디어>같은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분들은 완전히 매혹되고 만다. 불규칙하고, 비정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가 영화 전반을 감싸고 있으니 말이다.
* 사실 좋은 영화들은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다. 영혼을 완전히 각성시키는 힘 말이다. 각성된 영혼은 쉽사리 현실로 돌아가지 않는다.
* 복잡한 메타포를 읽어내는 것, 그런데, 이런 상징과 도식을 읽어내는 과정은 매우 지적인 즐거움과 쾌감, 만족감을 준다. 메타포를 읽어냄으로써 영화가 말하지 않지만 보여주고자 했던 서브텍스트와 만난다.
* 결국 잘 쓰기 위해서는 쓰고 싶은 글 이전에, 글감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인문학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문학이란 다종다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을 의미한다. 우선 소설책을 들 수 있다. 테드 창의 SF를 읽는 것은 소설 읽기 이상의 지적 즐거움을 준다.
* 나 같은 경우는 배우 전도연을 무척 좋아하는데, 전도연은 출연한 영화들이 비록 평범할 때조차도 매우 비범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