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 치명적인 상대와 함께 살아남는 법
박소현 외 지음 / 아토포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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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소현. 오빛나리. 홍혜은. 이서영.<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아토포스.

네 명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지금, 여기에서의 페미니즘‘을 말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풀었다. 가사와 육아로 분투하는 여성, 게임하며 즐기고 싶은 여성, 문학을 배우는 여성, 운동권에서 일하는 여성까지. 전혀 겹칠 것이 없어 보이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이 놀랍게 겹쳐진다. 여성이라서 부딪히고 감당해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들에서 말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온라인 게임에서 부당한 상황에 놓여야 한다. 문학작품을 배워도 온통 남자들의 시각뿐이고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한 운동권에서도 남자가 나서야 일이 돌아가는 분위기다.

각각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여러 감정이 오갔는데 그중에서도 당혹감과 미안함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이년 정도 꾸준히 페미니즘을 읽어도 책을 읽을 때마다 여전히 놀랄 일들이 많고 미안해진다. 수십년간 켜켜이 쌓여온 먼지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고 이제서야 그걸 조금씩 털어내는 느낌이다. 함께 약자를 돕는 현장에서도 2등 시민 취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 게임하는 순간에도 여성임을 숨기거나 남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들. 상상하기 어려웠다. 겪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니 솔직히 그런 일들이 있었어도 의식조차 못하고 지나쳤을때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특히나 첫번째 이야기를 읽다가 한페이지 가깝게 빼곡히 집안일을 세세하게 열거한 부분을 읽다가 나도 몰래 아내를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100명의 페미니스트들에게 100가지의 페미니즘이 있다˝는 얘길 가끔 듣는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 말이 무었을 의미하는지 좀 더 알것 같다. 아마도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 모두에게 각자 저마다의 삶이 있을텐데 그 모든 곳에서 자신의 성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맞서기 위해 각각의 모습으로 저항하며 산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여성으로 사는 것도 힘든데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네명의 작가들에게 수고많다고 격려해주고 싶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사는 모양은 달라도 비슷한 편견에 시달리며 싸워야 하는 모든 페미니스트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다들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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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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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본문에서 악을 관계를 결여한 병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놀랍게도 용서할 수 없다는 감정에서 찾는다. 변하기도 쉽고 일회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뜻으로 연대되는 감정을 더 지속시켜 결국에는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결코 고립되어 있지 않고 서로 이어져 있다는 실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을 연상케 하는 이 말이 새삼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악의 배양기 속에서 고립되기 쉬운 개인으로서의 나와 우리는 언제라도 악의 꾐에 넘어갈 수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옮긴이의 말 중에서.

작년 말에 읽고 정리 않고 넘어 갔던 책인데 미루다 미루다 오늘밤에야 했다. 역자가 이 책을 위의 내용과 같이 요약했다.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몇 줄 안되는 짧은 분량으로 책의 핵심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느낌까지도 담았다. 역자의 말처럼 저자 강상중은 악에 분노하는 마음이라도 다른 사람과 잇대어 있기를 바라는 인간의 본성을 잘 캐치했고, 냉소적일수밖에 없는 세상가운데 그 본성을 통해 희망을 보고자 한다.

저자는 <고민하는 힘>에서도 ‘생각(진지한 고민)‘과 ‘관계‘에 대해 줄기차게 화두를 던진다. 젊다면 답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생각해보라 권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치열하게 관계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힐 것을 주문한다. 의미를 묻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이 시대, 관계를 끊어 혼자 살게 몰아가는 이 악한 시대에 스스로 ‘끝까지 생각‘하고 ‘서로의 고민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며 저항하라는 것이다.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에서도 저자는 ‘생각‘과 ‘관계‘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고민해볼만한 이야기들을 제법 많이 한다. 특히 목사로서 저자가 지적하는 악의 모습, 대충 생각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들이 작금의 많은 교회들과 너무 닮아 있다고 느꼈다. 이게 위험한게 생각의 부재는 악이 활동하는 바탕이 되고 근본주의, 원리주의와 같이 폭력적인 모습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악‘에 분노한 사람들이 연대하며 거대한 촛불로 세상을 세상 한복판에서부터 바꾸고 있는데 ‘교회‘라는 이름을 걸고 구석에서 혐오와 폭력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사용하는 모습에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감조차 안온다.

이해하기 쉽고 얇지만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다. 늦게라도 정리하길 잘했다.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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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 -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수신지 지음 / 귤프레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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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놓고 아내가 먼저 읽었다. ˝어떻게 읽었어?˝라고 물었더니 ˝기분 나빠질라 그래˝하더라. 의외의 반응이어서 다시 물었다. ˝왜? 조금 읽어보니까 내가 봐도 공감되는 내용이 많겠던데?˝ 아내가 조금 길게 답했다. ˝맞아. 공감 되더라. 많이. 내 이야기이기도 한데 피할 길이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마음이 안좋아.˝ 이런. 아내가 책을 너무 진지하게 읽었다. 공감이 되었는데 너무 많이 됐네...ㅠㅠ 퇴근하고 바로 읽었다. 어떤 내용이길래 아내가 순식간에 읽고 폭풍공감을 한것일까. 책 중간에 며느리들의 삶이 다 그렇냐고 하는 질문에 ˝묻지 마세요˝라는 답이 크게 나온다. 아마 비슷하다는 뜻이겠지. 신경질나고 속상하니까 묻지 말라는 뜻도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난 그 답을 몸으로 느끼지 못했지만 아내에게 물어보니 ˝묻지 말래잖아!˝한다ㅠㅠ 어머니 생신, 제삿날, 명절....다들 행복하자고 모이는건데 며느리만 힘들다. 아니 여자들이 힘들다. 아니 모두가 힘들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웃고있는 민사린의 얼굴은 표지만 벗겨도 울상이 된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아내도. 엄마도. 여동생도 그렇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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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양장) 믿음의 글들 176
C.S.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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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S. 루이스. 홍성사

 

악마가 있는가?” 일단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정말 없는가?”라고 물으면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악마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아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다보면 악마가 멀리 있지 않고 나와 너무 가까이 있고 익숙해있어서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동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태도, 행동이나 습관들이 인위적인 것이고 조작된 것이고 내가 속아서 그랬다는 사실에 괜히 부끄러울 수도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편지형식으로 되어있다.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 웜우드에게 환자(신자)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조언하고 가끔은 호통도 치는 서른 한 편의 편지들이다. 이 편지들에는 기독교인들이라면 익숙한 사랑, 기도, 겸손 등에 대한 내용들이 등장하지만 조금씩, 정말 아주 조금씩 뒤틀려 있다. 스크루테이프는 가능하면 사람들이 이런 덕목들에 대해서 접근조차 못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비틀고, 왜곡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방법이 사람들을 속이기에 더 좋은 방법이다. 진짜와 흡사한 가짜를 만들어 유혹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다음의 세 가지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든 그런 주옥같은 내용들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매일 만나는 이웃들에게는 악의를 품게 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지의 사람들에게는 선의를 갖게 하는 것이지. 그러면 악의는 완전히 실제적인 것이 되고, 선의는 주로 상상의 차원에 머무르게 되거든.” 45p

 

환자는 어떤 교제권에 속한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게 될 게야. 이건 단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데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그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는 거라고.” 64p

 

지옥의 전체 철학은 하나의 사물은 다른 사물과 별개라는 특히 하나의 자아는 다른 자아와 별개라는 원칙을 인식하는 데 있다.” 105p

 

이 외에도 루이스는 기독교 전통이 다루는 핵심 덕목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오용되는지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순전한 기독교>가 탁월한 변증으로 기독교를 소개했다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기독교의 덕목들이 어떤 식으로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풍자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풍자는 신앙인을 반성하게 만들 뿐 아니라 기독교가 오랜 시간 가르쳐온 내용들이 쉽게 무시될 수 없는 것임을 강력하게 논증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루이스는 이 책에서도 전혀 새로운 내용들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기독교인조차 몰라보고 오해했던 기독교의 가치를 드러내고 분명하게 소개했다. 루이스의 탁월함이 어떤 것인지를 잘 드러낸 이 책은 아마도 순전한 기독교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오랜 시간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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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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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이프

 

나는 더 이상 누구 옆에서 대기 상태로 지내고 싶지 않아요. 나도 따로 내 방을 갖고 정말 당신 곁에 와서 자고 싶을 때, 그런 마음을 갖고 당신과 자고 싶어요. 진정으로 서로가 열망할 때 그런 관계가 얼마나 애틋하겠어요? 42p

 

여기에서 문제는 이렇게 작은 차이가 하나의 신념으로 변질되어서 서로를 감금한다는 사실이다. 253p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여성 존재 자체가 이런 식으로 남성에 의해서만 규정된다면, 이런 관계 속에서 남성은 여성의 감정까지도 장악하게 된다. 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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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신체적으로 그렇다. 이것은 오만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미쳐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고 식의 생각, 행동, 관습, 문화, 신앙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겉으로는 다양성과 조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 가까이 다가가 그 안을 들여다보면 차별의 근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에서 잠자리도 열외는 아니다. 어쩌면 작은 차이가 큰 억압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곳이 잠자리이고, 가장 은밀한 곳이기에 사람들(거의 남자들)은 뻔뻔하면서도 당당하게 차이를 이유로 권력을 주장하고 행사하는 곳이 잠자리일 수 있다. 저자는 십 수 명의 여자들을 꼼꼼하게 인터뷰했다. 나누기 힘든 성에 관한 주제를 중심으로 남편,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얼마나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섬세하게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40년 전의 서구의 십 여 명 여자들의 이야기가 21 세기 한국에서도 적잖은 공감을 일으킨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인터뷰들에는 하나 같이 잠자리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도구로 사용되는 절망감이 묻어 있었다. 외로움이 싫어서,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는 여자들이 많았다. 어떤 경우에는 용기를 내서 남편에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남편은 그 아내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할지라 아내는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그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생각해보면 이 말은 주로 남자들 편에서 언급되었다. 자신의 욕구를 위해 아내에게 성경을 들이미는 치사함....많은 경우 성경은 읽는 사람의 욕심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쓰이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 구절도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집어 읽었을 때는 성경, 거룩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엔 바른 관계, 거룩함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었다. 성 뿐 아니라 남녀사이의 관계, 남녀 관계를 넘어 차이를 갖는 모든 관계들에 대해서 말이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주 작은 차이-, 학벌, 인종 등등를 근거로 너무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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