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터프 이너프 - 진실을 직시하는 강인함에 관하여
데보라 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책세상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여기 여섯 명의 여성들이 있다.

시몬 베유, 한나 아렌트, 메리 매카시, 수전 손택, 다이앤 아버스, 조앤 디디온.


데보라 넬슨은 그들을 (시대가 여성에게 요구한 스타일을 거부하고) 당대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냉철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보인 '터프한' 여성들로 지칭하며 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보여준 지적, 사회적 활동과 그것들이 불러온 파장에 주목했다.


이들은 모두 1,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전쟁 후 인간의 근대성과 도덕성을 의심하며 혁명적 변화보다는 수정적 현실을 도모하고 '전쟁'이라는 커다란 수난을 공감과 연대로 극복하기 위해 영적, 사회적, 미학적, 정치적 도전을 시작했다. 데보라 넬슨은 이 과정에서 유독 당대 여성 지식인, 철학자, 예술가들에겐 감상적인 태도와 정서적 표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곤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사상가 시몬 베유(1909~1943)는 '전쟁'이라는 커다란 수난을 맞닥뜨린 이들이 종교적 활동을 통해 위안을 얻고 사후세계 이미지를 보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할 때 <중력과 은총>에서 그에 반하는 주장을 펼쳤다. '운명, 천형, 맹목적 필연'이라는 개념을 들며 트라우마의 시대에 수난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사색함으로써 도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극적 감수성'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때 근대 사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몬 베유의 사유는 이에 머물지 않고 권력과 언어(의 추상성)의 관계, 민주주의적 포괄성, 기타 신학적 개념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시몬 베유의 이러한 생각은 당대 종교활동을 통해 온기와 공감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겐 냉정하고 무자비하게 받아들여졌으며 이러한 대중의 평가는 그녀의 몰개성적인 문체로 인해 더 공고해졌다. 그그러나 그녀는 "표현의 노고는 형식 뿐만 아니라 사유는 물론 내면적 존재 전체와 관련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직설적이고 강직한 스타일을 고수했다. 스페인 내전에서 돌아온 후 쓴 에세이 <말의 힘>에서는 추상(어)에 대한 경계를, 공장노동자들을 옹호하는 정치적 에세이 공장노동>에서는 개인적 상념과 에피소드를 배제하며 대상과의 거리감을 유지했는데 이러한 그녀의 글쓰기 방식은 사려깊게 더 정의로운 세계와 직접적인 신의 체험을 선택하기 위한 그녀만의 철학이라 볼 수 있다.


데보라 넬슨은 이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저술로 커다란 스캔들을 일으킨 한나 아렌트(1906~1975)를 소개한다. 1961년 아돌프 아이히만의 예수살렘 재판은 홀로코스트와 관련해 공감을 전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을 띄고 37개국에 생중계되었는데 한나 아렌트는 <뉴요커>의 요청을 받아 이 모든 재판과정을 기록하게 된다. 그 기록물이 바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인데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엄청난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 기록의 정확성에 대한 사소한 오류보다 더 큰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한나 아렌트의 비감상적인 unsentimental 문체였다. 재판과정의 무게를 전달하기 위한 산문의 리듬, 복잡한 문장으로 이어지다 팡 터지지는 충격으로 끝맺는 문장 등의 스타일이 공감능력이 없고 야만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를 비롯한 후대 연구자들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저술방식에 대해 다른 견해를 내보인다. 그녀의 저작 전반에서 그녀가 '감정들이 정치적·공적 담론에 미치는 참담한 영향력'과 '공감의 관습(희생자의 감정을 수용하고 공유하려는 시도)이 내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예수살렘의 아이히만>저술방식은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그 현실을 기반으로 사유하는 법을 터득하기 위한 수사적 전략'이라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이 아닌 '사진'의 영역에선 여성들의 터프함에 어떠한 반응들을 보였을까?


저자는 '수전 손택(1933~2004)'과 '다이앤 아버스(1923~1971)'의 사례를 이어 소개했다.

수전 손택은 미국의 예술 및 정치비평가로 우리나라에서도 <타인의 고통>, <사진에 관하여> 등의 저작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사진에 관하여>에서 전쟁 보도 사진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사진의 극단성은 전쟁 종식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며 오히려 사진의 현실미화가 인간의 불행(수난)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특히, 반복적인 노출은 충격을 약화시키고 도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한다고 말하며 이를 '현대 시각 문화의 마취효과'라 명명했다. 우리가 사진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진 속 고통을 목격할 때 '연민의 감정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의 의미를 알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사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전 손택의 주장은 전쟁의 참상을 담은 사진으로 연민을 끌어모아 전후 사회를 재건하고 변화를 추동하려는 세력들에겐 탐탁치 않은 것이었고 그들은 그녀를 임상적이고 몰개성적인 캐릭터로 몰고갔다.


다이앤 아버스 역시 감상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을 띈 다큐멘터리 사진을 거부했다. 대신 기형인, 난쟁이, 거인, 트렌스 젠더, 동성애자, 도착증 환자 등 주류사회에서 소외된 인물 군상을 드러내는 사진을 ㅗ찰영했다. 그녀는 '공감을 거부하는 것이 관심과 리얼리티를 위한 공간을 열여준다'고 생각했기에 현실의 이해를 무디게 하는 여성의 섬세한 시선을 거부하고 사회적 약자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빤히 바라보는 사진을 찍었다. 이런 그녀의 작업을 보고 사람들은 무정하고 폭력적이라 질타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현실과 카메라가 가진 감정의 간극을 드러내고 그 간극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 구조에 맞서나갔다. "빤히 보는 것을 금기시 하는 것은 동시에 관심을 거둬들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하며 인간 조건에 만연한 고통과 일탈을 인식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을 끈질기게 촬영했고 작업과정에서 촬영대상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디테일을 면밀히 살폈다고 한다.


이외에도 데보라 넬슨은 이 책에서 미국의 소설가인 메리 매카시와 조앤 디디온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메리 매카시 이야기에서는 '사실성을 향한 집착'에 대해, 조앤 디디온에게서는 자기연민의 문제에 대한 그들의 냉혹한 논리와 강력한 도덕성을 설파한다. 이 역시 당대 주도적이었던 뉴저널리즘 아래에선 낯설고 엄격한 스타일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두 여성에게 저자는 기꺼이 헌사를 바친다.


사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와 수전 손택, 조앤 디디온의 저서를 이미 읽었던터라 저자가 그들의 글을 도덕적·정치적 미학으로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궁금했고 이번 기회에 다른 여성 지식인·예술가들의 저작들도 챙겨 읽고 싶어 선택했다. 하지만 책의 특성상 여섯 여성들이 쓴 저작들을 읽고 어느 정도 이해해야만 저자의 해석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완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고 차용되는 개념(어)들이 익숙하지 않아 연계독서도 필수적이었다. 또한 이 책이 여섯 명이 쓴 글들의 '스타일'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들의 저작물을 번역서로 읽으면 저자가 언급한 세련되고 품위있는 그들의 문체(문장의 구조, 서술어법, 리듬감 있는 단어사용, 표현의 절제, 아이러니 등)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한 시간을 지나 완독하고 나니 1900년대 전후 사회를 지배했던 영적,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를 상상하며 그에 반하여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 용감한 여성 지식인·예술가들을 마주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터프한 스타일 뒤엔 전후 사회에 만연한 억압과 소외, 감당하기 어려운 수난을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있었을테다. 특히 다이앤 아버스라는 사진 작가를 알게된 것은 큰 수확이었고 동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이니만큼 서로 찬사와 비판을 주고받은 에피소드들이 곳곳에 있어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수전 손택의 다이앤 아버스 비평은 의외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북유럽의 작은 마을 베어타운. 

숲과 호수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쇠락해가는 작은 도시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영광에 수치심을 느끼고 애써 침묵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들을 움직이는 유일한 힘은 바로 아이스하키. 그들은 베어타운의 아이스하키 청소년팀이 전국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예전처럼 마을을 부유하게 재건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어느 해 3월, 드디어 베어타운의 청소년팀이 큰 대회의 준결승에 오른다. 승리의 주역은 코치 다비드와 주장 케빈. 하지만 케빈은 준결승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술에 취해 열다섯살 소녀 마야를 성폭행하게 되고 결승전날 아침 경찰에 체포된다. 마을의 재건, 아이들의 황금빛 미래를 보장해줄 '우승'을 바로 앞에서 놓쳤다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마야와 그 가족에게 분노하고 베어타운은 분열한다. 


+

여기까지가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사실 이 책에는 초반부터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때문에 첫 100페이지까지는 쉬이 읽히지 않았다. (이 책의 전체 분량은 560페이지;;)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아이스하키'라는 목표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베어타운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통해 '공동체'라는 허상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강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지 낱낱이 들추어내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었다. 구단을 둘러싼 단장, 코치, 선수와 그 부모들에서부터 슈퍼마켓 주인, 술집 사장까지 베어타운 주민 전부가 소설의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로 각자 하키과 관련된 내밀한 사연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하키'가 일생을 바친 스포츠(수네)요,  돌아가고픈 영혼의 안식처(페테르)다. 어떤 이에겐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아맛)요, 과거의 영광을 비추는 거울(프락 외)이다. 또 다른 이에겐 권력과 부를 공고히하는 도구(안데르손가족 및 구단 관계자들)이자 현실의 나약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케빈과 벤)다. 베어타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아이들에게 하키를 바라고 아이들 역시 하키에 무언가를 바란다. 


문제는 '하키 우승'을 향한 집단적인, 맹목적인 질주가 낳은 베어타운의 문화가 어떻게 개인의 삶에 폭력을 행사하는지이다. 어려서부터 하키 훈련을 반복해왔지만 정작 프로선수가 되지 못한 어른들의 삶은 무력감과 패배감으로 가득 차 있고 무한 경쟁에 놓인 아이들은 강박적이고 폭력적이며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개인보다 팀, 팀보다 구단, 구단보단 마을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개인'이라는 존재는 철저히 억압당한다. 아이스하키 결승전을 앞두고 케빈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마야와 그 가족들을 향한 베어타운 사람들이 분노 역시 그 때문이다. 


그러나 베어타운에도 희망은 있었다. 

공동체가 이끄는 대로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이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성폭력 사실을 드러낸 마야, 변해버린 마을을 부끄러워하며 마을 사람들을 일깨우려는 라모나,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진실을 폭로한 아맛, 진실을 마주하고 마야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한 케빈의 엄마처럼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기존의 삶을 찾아 다른 공간으로 떠난 이들도 있었으니 개인적으론 그런 결말이 이 소설을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결국 작가는 독자들에게 '우리는 무엇이 되길 바라며, 어떤 식으로 살아야할지' 선택의 기로를 열어둔 게 아닐까?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며 베어타운의 모습이 섬뜩하리만큼 우리 사회와 닮은 것 같았다. '경제성장'이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묵인해온 사회문제들, 무한경쟁에 내몰린 사람들과 그로 인한 혐오, 차별, 폭력 등 우리 사회모습 역시 베어타운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베어타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기술
로렌 헨델 젠더 지음, 김인수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대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나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따금 '삶이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진짜 행복한 게 아니라 스스로 '행복하다'는 주문을 외우고 있는건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 찾은 책이 바로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이다.

이 책의 저자 로젠 헨델 젠더는 미국 최고의 '라이프 코치'로 그녀가 개발한 코칭프로그램 '헨델 메소드'를  이용해 유수의 기업인과 헐리우드 스타를 코칭해왔다고 한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그녀만의 단계별 라이프 코칭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처음엔 '라이프 코칭'이란 개념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녀의 코칭 노하우들은 이상적인 삶에 도달하기 위한 안내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도 이 책은 10개의 챕터가 그녀가 제안하는 체게적인 절차를 따르고 있는데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있도록 그녀가 직접 코칭했던 4명의 사례를 담고 있어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지켜볼 수 있었다.

"꿈을 적지 않으면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변화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녀는 진정한 행복을 위한 로드맵에서 첫 번째로 할일은 '꿈을 꾸는 것'이라  말한다. 꿈꾸기를 멈추고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사람들은 인생에서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것은 삶이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삶에서 이상을 포기한 부분이 하나라도 있다면 행복이 전체적인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다. 안정적인 삶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나 역시 마찬가지리라. 

그럼 나로 하여금 꿈꾸기를 망설이게 하는 인생의 복잡한 문제들은 무엇 때문일까?
저자는 바로 '당신 자신' 때문이라 말한다. 자신이 써내려가는 인생이니만큼 스스로의 선택에 모든 일이 발생했다는 것. 저자는 그런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어'라며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내면의 목소리에 저항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

내 삶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내면의 목소리를 찾았다면 다음으론 변화할 나를 믿어볼 차례다. 자신의 꿈에 상응하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능력은 개인 품성의 온전함 personal integrity에 달려있는데 스스로와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자기변명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라 말한다. 또한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다스리기 위해선 그것을 밖으로 꺼내어 매일매일 '생각일지'를 써볼 것을 권했다. 나쁜 생각들은 대개 나의 과거, 특히 부모와의 관계와 연관되어 있는데 그런 생각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정말로 한 사람도 빠짐없이 거짓말 목록이 있다"

저자가 다음 단계로 제시한 것은 '당신이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솔직해져야 하는데 그동안 자신을 속여온 거짓말 껍데기를 하나씩 벗겨내야만 한다. 이 과정은 시간도 걸리고 큰 용기를 필요로 할테다. 하지만 자신과, 혹은 타인과 진실된 관계를 맺기 위해선 거짓말을 멈추고 털어내는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당신 주위를 맴도는 불쾌한 기억들과 마주해야 한다. 흔히 잊혀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들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과 관련있는데 그 기억들은 왜곡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내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렇듯 당신을 괴롭히는 거짓말, 기억, 감정의 찌꺼기를 정리하지 못한다면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그녀는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개선하여 변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현재 나의 모습을 마주하고 새로운 꿈을 꾸는 것, 하나씩 털어내고 하나씩 채워나가야하는 것, 하루를 디자인하고 마무리짓듯 인생 전체를 조율해나가다보면 내 삶은 이상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저자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보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까닭은 이야기 자체의 재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일테다. 소설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등장인물들의 말, 행동, 감정 등에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는 타인을 향한 이해의 첫걸음이 된다. 특히 현실 세계에서, 내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었는지 실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란 수많은 인간군상의 모습을 깊이있고 세밀한 눈으로 관찰하여 그럴듯한 이야기로 빚어내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나를 포함한 인.간.을 알고 싶고 그들의 우.리.라 부르고 싶은 갈망으로 가득한...


이러한 소설가의 노력과 실패를 단편소설「한정희와 나」.
대략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나'의 아내는 어린 시절 집안이 어려워지며 '마석 엄마아빠'라고 부르던 타인의 집에 얹혀 살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마석 아빠의 건강이 악화되자 그들이 입양한 아들의 딸인 한정희를 잠시 맡아주기로 하는데 '나'는 정희를 보며 마음아파하고 가족처럼 보듬어주고자 노력한다. 그러던 중 정희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정희를 보며 당황해한다.

 

남의 아이를 맡아서 보살피겠다는 마음, 그 아이를 보며 아내(타인)의 어린 시절 아픔을 상상하는 경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쌓은 관계...이렇듯 주인공 '나'는 낯선 아이 '정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작 정희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엔 그 아이를 온전히 보듬을 수 없음을 깨닫고 작가로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해서 쓰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면서 글을 쓸 수 밖에 없다면 작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기호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기호 작가의 「한정희와 나」는 제17회 황순원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이번 작품집의 표제작이기도 했다. 이 책에는 이기호 작가의 자선작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역시 흥미로웠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권순찬이라는 남자, 아파트 주민들은 떼인 돈을 찾아야하는 그에게 동정을 느끼고 돈을 모아 건네지만 그는 받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걱정하고 불안해 해야하는 사람은 권순찬이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착.한. 아파트주민들 뿐이다.

 

작가는 권순찬을 도우려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권순찬을 도와주고자 하는 착.한.사람들 마음 저변에 깔린 이기심과 독선을 들추어낸다. '나의 정서적 불편함을 초래하는 사람이 사라졌으면..', '내가 금전적으로 도와주면 저 사람은 분명 감사하게 생각할거야', '나는 불쌍한 사람을 돕는 따뜻한 사람이야'... 나의 잣대로 타인을 판단하고 구별짓고 행동하는 오만함을 경계해야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이 수상작품집에는 이기호 작가의 두 작품 뿐만 아니라 후보작이었던 8편의 단편소설도 함께 실려있었다.

 

여덟 작품 모두 지금 우리 시대가 마주한 문제들 - 여성, 혐오, 폭력 등 -을 다루고 있는데, 소설 속에서 문제를 겪는 대상(타인)을 무례한 관심으로, 혹은 철저하게 무관심으로 대하는 이들이 모두 그들과 매우 가까운 관계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언니, 아들, 처가식구, 옆집 이웃, 마을사람들... 어쩌면 소설 속 주인공들을 가장 잘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들이지만 결국은 멀찌감치 떨어져 서있거나 또다른 형태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어떠한 사이, 어떠한 노력으로도 타인과 나의 거리는 좁혀질 수 없는 것인가?
그 치열한 사유 시작에 작가와 독자라 있어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보다 사랑했고 평생 같이 산 배우자가 과거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이 책의 주인공은 아내와 사별한 일흔 살 노인 아서 페퍼.

그는 사랑했던 아내 미리엄의 죽음 이후 그녀와 함께했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집 안에 갇혀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부츠 안에서 화려한 참들로 장식된 팔찌 하나를 발견하게 되고 지난 40년간 아내가 비밀리에 간직한 이 팔찌를 두고 궁금증에 사로잡힌다. '코끼리와 꽃, 반지와 책, 팔레트와 호랑이 참들은 과연 무슨 사연을 담고 있는 것일까?' 쳐다보던 중 작은 단서를 찾게 되고 이를 빌미로 아내의 과거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조용한 일상의 파괴, 일탈을 원치 않던 아서였지만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참을 둘러싼 비밀을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난 아서.

여행을 통해 내가 사랑했던 아내를 떠올리고 추억할 거라 예상했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고 아서는 점차 '내가 사랑했던 아내는 누구인가?", "아내는 화려한 삶 대신 왜 나를 선택했을까?', '아내는 나를 사랑하긴 했을까?' 회의에 잠긴다. 아내의 비밀을 알게되면 알게 될수록 자신과 보내었던 40년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이 아서에게 남긴 것은 그것만은 아니었다. 허탈함과 공허함으로 무너져내리는 대신 '미리엄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의지,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 아직 내 몸은 살아있다는 반응, 미리엄이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서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과거 미리엄과의 삶에서 앞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는다. 특히, 그간 소원했던 아들, 딸과의 시간을 추억하고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이는 자신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미리엄이지만 미리엄과 자신이 보낸 시간만큼은 소중했음을 인정했기 때문일 터. 이제 그는 더이상 과거에 갇혀 있던 그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론 여섯 개의 참을 따라 여행을 떠나는 아서의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했고(상당한 반전도, 감동도 있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사랑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의 진정성을 통해서만 생명력을 가진다는 것, 사랑하는 이를 상실하더라도 사랑의 생명이 꺼지는 건 아니라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