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수학 잡는 깨봉수학교실 1 - 수의 DNA & 분수
조봉한 지음, 신현호 구성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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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학교육 관련하여 화제가 된 '깨봉수학'이 책으로 나왔다니?! 


이 책은 깨봉 아저씨가 '주 원' 어린이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수학개념의 직관적 이해를 돕기 위한 △ 비유/용어설명과 △ 풍부한 시각화 자료다.


예를 들어, 배수를 설명하기 위해 '복제'라는 개념을 빌어오거나 DNA에 비유하는데 이는 약수,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배수, 프라임수(소수) 등을 설명할 때 '100 수배열판'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소개하고

공약수와 공배수, 분수 등의 개념에서도 역시 시각화 자료를 충분히 활용한다.


이런 개념의 시각화 활동은 아이들이 수학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두뇌 연결을 촉진시킨다. 덕분에 아이는 책의 후반부에 나온 분수의 기본 개념에서부터 크기 비교 - 분수의 곱셈과 나눗셈까지 쉬이 확장해나갈 수 있었고, 대수를 도입한 부분 역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보니 왜 깨봉수학의 부제가 '인공지능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학학습법'인지 대략 알 것 같았다. 컴퓨팅적 사고력을 염두해둔 구성처럼 보였기 때문.


수학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수학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학에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책!

시리즈의 다음 책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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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 시간의 제국들
피터 갤리슨 지음, 김재영.이희은 옮김 / 동아시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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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각(시계)과 지도에 대해 배우지만 그것이 어떻게/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정확하게 측정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현재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시간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동기화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읽은 책,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엥카레의 지도」.


사실 시간의 흐름은 추상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태양의 위치라는 물리적 지표로 이해하고 측정해왔다. 지역별로 현지 시간이 따로 있었던 셈. 그렇기 때문에 대항해 시대 탐험가, 측량기술자, 항해사들은 출발 지점의 시각으로 시계나 크로노미터를 맞추어두고 시간을 계산했지만 변덕스러운 온도와 습도, 기계적 결함 등으로 원거리의 시간을 통일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특히, 철도시대가 열리면서 이 문제는 더욱 커졌다. 지역마다 시간이 불일치함에 따라 제국주의 팽창과 국제간 교류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파리, 빈 등에서는 산업 증기 공장들에 압축공기가 가득 찬 지하 파이프를 설치한 후 그 공기압력을 이용하여 도시 주위의 시계를 맞추려(시간 좌표화) 노력했으나 정교함이 크게 떨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전기적 시간 좌표화 시스템'이었다. 전신을 활용하여 천문대의 시계와 먼 곳의 시계를 통일시킨 것. 이는 1860~70년대 유럽의 도시와 철도 시스템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전신 네트워크를 세계적으로 확장하며 전세계의 시간을 한 데 묶기 시작했다.



시간의 동기화는 공간의 지배에도 영향을 끼친다. 전신의 발달은 지도제작자들이 경도를 정확하게 알기 위한 신호를 동시에 보낼 수 있게 하기 때문. 1884년 프랑스 경도국을 중심으로 '천문대를 기반으로 한 전기 시간'을 사용하여 세계 지도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는데, 당시 프랑스 경도국의 핵심인물이 바로 앙리 푸앵카레다. 그는 전자기 신호를 이용한 규약화된 시간의 동기화 개념을 주장하고 그것을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1905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며 '시간 동기화'라는 개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의 동기화과정은 관측자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동시성'은 전자기 신호의 교환을 통해 시계를 맞추어 읽는 것으로 정의되어야 하고 절대적인 시간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사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100%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책의 5장 '아인슈타인의 시계', 6장 '시간의 장소'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긴 어려웠다. 푸엥카레와 아인슈타인 사이의 논쟁과 그 결과에 대해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래 부분만큼은 정말 흥미로웠는데



▷지금 보면 당연한 시간과 공간의 동기화 문제가 당대에는 얼마나 커다란 도전이었을런지... 철학, 물리학, 정치, 산업 등의 문제가 한 데 어우러진 사안을 어떻게 해결해나갔는지, 시대적 배경과 과정을 상세하게 알 수 있었고



▷ 과학기술의 규약화, 표준화 과정에서 그에 앞장선 나라들이 상징자본을 획득하고 기술의 산업화, 국제 교류/무역 등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시간과 공간의 동기화가 제국주의의 확장에 기여했다는 사실도...



▷ 천문대의 시계가 철도와 도시 시스템 건설, 나아가 전세계 시간의 동기화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는데, 이는 천문학의 역할이 종교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과학적·상업적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시작점이 아닐까 싶었다.



▷ 시간과 공간의 동기화 문제를 해결한 주인공은 두 천재, 푸앵카레와 아인슈타인이라 할 수 있는데 푸엥카레라는 과학자와 '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이 문제에 깊이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의외의 소득이었다는...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시공간의 동기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푸엥카레의 논쟁 결과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려워서 이해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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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 -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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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한 성선설 vs. 성악설 논쟁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철학, 진화심리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투영된 논쟁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최근 출간된 「휴먼카인드」에서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자 방대한 연구결과를 들고와 '인간 본성의 선한 자아'를 주장한다. 유발 하라리의 추천사(띠지 광고)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의 말대로 책을 다 읽고나면 인간 본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책의 초입부터 "우리는 충분한 근거 없이 인간 본성 자체가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며 공황상태에 쉽게 빠진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이런 믿음은 심리학자들의 주장(이타적인 행동도 결국 이기적인 목적을 위한 것), 미디어로 인한 부정편향·가용성 편향, 경제학에서 말하는 (개인의 이익에 몰두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 인간 본성이 악하다는 전제의 교리를 가진 서양 종교, 인간을 계몽의 대상을 바라보는 계몽주의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복잡한 존재이며 인간에 대한 비관론은 노시보일 뿐이라는 것. 이제 우리는 인간 본성을 실제 역사적인 사건·현실에 기반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2장부터 전쟁과 재난, 사회 혼란이 일어났을 때 인류가 보여준 행태를 하나씩 소개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기존 연구결과'들을 하나씩 반박해나간다.



이때 저자가 취한 첫 번째 전략은 '인류의 악'을 대표하는 '이야기'의 실상을 파헤쳐보는 것이다. 이야기의 기원이나 실제 유사사례와 비교해보는 것. 예를 들어 <파리대왕> 소설과 실제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의 이야기를 비교하기도 하고, 내전과 살육으로 점철된 이스터섬의 신화를 파헤쳐 잘못된 연구자료의 인용과 확대재생산으로 인한 것임을 밝히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주장했던 사회심리학 실험들이 실제로는 특정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의도되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로버스 동굴 공원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실험', 제인엘리엇의 '(어린이 대상) 인종차별 실습' 등 수많은 사회심리학실험들의 설계, 진행방식, 결과도출 등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 더불어 언론에서 보도한 살인·강력사건의 편향적 보도행태, 폭력적 편집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세번째론 후천적 요인들로 인한 악한 행태가 마치 인간의 본성인 것처럼 오인하는 부분들을 지적했다. 계몽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가 오작동할 경우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이외에도 고고학적 연구결과, 진화심리학 등을 통해 '인간 본성이 악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타적이며 친사회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이제까지 '성악설'을 뒷받침하던 사례들이 하나씩 전복되는 쾌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믿고 있던 신념이 흔들리는 것 자체가 '도끼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새로운 생각을 가능케 하기 때문.



다만, 책장을 덮고도 몇몇 의문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 인간 본성이라는 보편적 속성이란 게 존재하긴 할까? (모든 인간의 행동은 생존의 동기로, 그것들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이타적인 전략과 이기적인 전략이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선택되는 것은 아닐까?)


- 뒤짚어보면 이 책 역시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선별된 근거의 모음이 아닐까?


- 이 책의 주장이 인간 본성에 대한 현재 학계의 주류의견인가? (*저자 이름이 생소해서^^:;)



저자의 주장이 부제 'A hopeful History'처럼 너무 희망적인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인류가 가진 신념(이데올로기)이 역사의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이왕이면 저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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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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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경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폭력적 진압'이다.


작년 '조지 플루이드' 사건처럼 뉴스를 통해 접한 이미지의 대부분이 인종차별적 공권력 행사 모습이었기 때문일테다. 하지만 미디어로 재현되는 경찰의 이미지가 실제는 아닐 터. 미국 경찰의 진짜 모습을 파헤치기 위해 찾은 책이 「총과 도넛」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 서울성북경찰서 최성규 서장으로 2017년 2월부터 3년간 미국 시카고에서 경찰영사로 근무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한 글들을 묶어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총과 도넛」이다.



그는 이 책에서 '경찰 제도'라는 프레임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정치구조, 민주주의, 치안환경에 따른 제도적 장치 등을 하나씩 분석하고 있는데, 저자가 직접 현지에서 보고 겪은 에피소드들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어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미국경찰은 크게 주경찰, 보안관, 시경찰로 나뉘는데 창설된 순서를 보면 보안관, 시경찰, 주경찰 순이라고 한다. 영국 식민지 시대와 서부개척시대에 치안을 보안관이 맡았고 도시가 들어선 후에는 시경찰이 관할지역 치안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수립되는 과정이 경찰 제도에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



미국 경찰의 가장 큰 특징은 100%에 가까운 자치경찰제라 할 수 있는데 이는 1) 합중국인 나라 형태, 2) 주, 카운티, 시·타운·빌리지로 이어지는 행정구조, 3) 권력의 집중화를 기피하는 특성에 기인한다. 미국 전역에 독립된 18,000여 개의 자치 경찰이 있고 - 모든 경찰을 아우르는 지휘부가 없다- 법적 권한(집행)에서부터 선출방식, 관리감독기관, 봉급, 제복·순찰차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치안을 각 자치단체의 자치영역으로 보는 것. 국가경찰만 존재하는 한국과는 완전 다른 방식이다.



이로 인해 이 책의 제목 '총과 도넛'처럼 미국만의 독특한 경찰 문화·행태라는 것이 존재한다. 순찰차출퇴근제, 스트리트디그리 Street degree 우대 문화, 마초적 스타일, 경찰견, 경찰관의 부업 등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건국 때부터 유지되고 있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원칙과 법집행 제도(불문법)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공권력, 총기 소유가 가능한 사회제도로 인해 현장에서 미국 경찰의 권력과 책임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적 위기나 범죄는 어떻게 처리할까? 연방범죄를 수사하는 FBI(수사기관) 등의 연방법집행기관이 별도로 존재한다. 국가적 재난이나 테러 문제 발생시에는 연방군이 개입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경찰 모습과 사뭇 달라 모든 내용이 새롭고 신기했다. 현재 우리가 지지하는 사회제도가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님을, 국가의 운영 방식·역사적 배경·정치를 둘러싼 카르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사회제도가 가능하다는 걸 깨우쳤다고나 할까?! 저자에 따르면 한국경찰 역시 부분적으로나마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게 되었고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한 독자적 수사가 가능해지는 등 변화가 이루지는 중이라니 선진국의 경찰제도에서 insight를 얻어 제도 개선에 반영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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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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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 궁합, 관상, 손금, 풍수지리, 수맥 등 일련의 미신들은 결혼, 출산과 같은 큰 일부터 이삿날, 침대 위치 등의 소소한 일상까지 우리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끼친다. 최근 유행하는 MBTI는 또 어떠한가? 그 결과에 따라 학습법, 나아가 진로까지 결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어사전에서 '미신'의 뜻을 찾아보면 '과학적,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이라 기술하고 있는데, (인간의 이성이 추앙받고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위에서 언급한 미신들은 사라지긴 커녕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몇몇은 오락과 문화콘텐츠 형태로 발전하기도 했다. 왜 우리는 그것들이 비합리적라는 걸 알면서도 무시하지 못할까? 



오후의 신간 「믿습니까? 믿습니다」에서 수많은 미신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변해왔는지 살펴보며 그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유발 하라리가 그의 책 「사피엔스」 에서 "현 인류가 지구의 정복자가 될 수 있었던 것 까닭은 상상의 실재(신화적 상상력)을 믿는 것"(이 책에서 미신이라 말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리라)이라 설명했는데 오후 작가 역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분화한 그 즈음에 미신이 생겨났을거라 예상했다. 동굴벽화, 원시종교, 매장 문화 등은 '무언가를 향한 믿음' 없이는 탄생할 수 없기 때문. 특히, "농경이 더 풍요로운 삶을 선사해줄 것이라는 믿음 덕분에 농업혁명이 가능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명을 만들 수 있었다"는 다소 도발적인 해석을 선보이며 이 책을 시작했다. 



고대사회에선 곰, 호랑이, 불, 땅 등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대상, 혹은 (농경에 큰 영향을 끼치는) 번개나 비 같은 특정 기상 현상을 숭배했는데, 문명이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문화권에선 '하늘' 숭배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하늘은 천문현상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세상을 이루는 이치나 신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것이 '점성술'의 형태로 발전, 지도자·권력과 결합하면서 르네상스 초기까지도(천문학과 분리되기 전까지)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쳤다. 이는 동양도 마찬가지. 동양의 많은 미신과 사상은 「역경」에 기초하는데, 그 책에선 "세계는 음과 양으로 구분하되, 서로 상호보완적이며 언제든 서로 바뀔 수 있다"고, 국가·사람의 운명 역시 그러하다고 여기며 당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종교는 어떨까?


저자는 (고대종교, 일신교, 다신교던간에) 종교는 일종의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라 말한다. 종교는 고대신화, 점성술을 야만으로 밀어버리고 신자들에게 엄격한 교리와 원리주의를 강요함으로써 자신을 특별한 지위에 올려두고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무신론자로서 종교가 바꾸어버린 몇몇 역사의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종교의 힘, 아니 종교를 맹목적인 믿음이 무섭기도 하다.  



이렇게 미신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사상'도 미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코넬대학교 국제학과 베네딕트 앤더슨 교수는 「상상된 공동체」에서 "사상은 근대적 형태의 종교"라고,  "(중세 이후) 종교가 힘을 잃으면서 영원성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고, 무언가는 그 공허함을 채우고 영속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그 대체품이 사상"이라 말한다. 오후 작가 역시 "사상도 미신이라 할 수 있다"며 집단의 성격과 시대 상황에 따라 특정 형태로 나타날 뿐이라는 견지를 취했다.



근대 국가 성립을 가능케한 '민족주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일으키게 한 '공산주의', 현대사회의 바탕이 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등, 근대 이후 여러 사상체계가 보여준 현실은 (이론적으론 완전할지 몰라도) 문제점 투성이지만 사람들은 일부 사상을 종교보다 더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고대 미신이나 종교와 다를 바 없는 이 현상에 대해 오후 작가는 "사상이 필요한 이유는, 한 집단 내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피해를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불합리·부조리를 설명할 수 있는 사상체계를 필요로 한다는 것. 



결국 미신은 인류가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이상, 그 형태와 양상만 다를 뿐 영원히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오래 전부터 내려온 미신, 종교, 사상이 사라지긴 커녕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현대엔 이색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판매되기까지 하고 있으니...


위와 같이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사실, 역사적 인물을 둘러싼 에피소드 등을 통해 시대별로 지배적인 미신이 무엇인지 살펴보며 당대 사회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미신 자체는 합리적이지 않지만, 그것이 편견으로 가득찬 인간 사회를 적나라게 보여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더라. 인류사를 관통하는 주제가 미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사실 오후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그의 색다른 시각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론 그만의 다소 시니컬하면서도 경쾌한 어투가 너무 매력적이더라. 이야기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면서도 핵심을 콕 짚어 잠시 멈추고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달까? 북콘서트같은 자리가 있으면 꼭 실제로 뵙고 싶을 정도.



Anyway, (작가의 말처럼) 책의 내용이 궁금하시면 장바구니에 얼른 담아두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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