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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 지음, 강동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8월
평점 :
휴먼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 장편소설
강동혁 옮김
인플루엔셜 출판사
(이 책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어보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휴먼> 은
어린이책으로 먼저 주목받은 매트 헤이그가
소설가로 발돋움하는 전환점이 된
초기 대표작입니다.
우울증으로 삶을 포기할 뻔한 24세의 자신을 위해 쓴
자전적 소설이자 <시간을 멈추는 법>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라이프 임파서블>로
이어지는 힐링 판타지 세계의 출발점입니다.
빼앗은 외계인. ‘리만 가설’의 증명에 관련된 인간을
모두 처리하고 가능한 한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인간 사회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매혹적입니다.
엉망진창이고 이해할 수 없던 인간의 삶이
점차 따뜻하게 다가오고,
자신을 남편이라 믿는 이소벨을 사랑하게 된
외계인-앤드루는 갈등합니다.
영원한 생명과 초능력을 포기하면서라도
인간으로 늙고 죽어갈 가치가 있을까요?
인류에게 희망적인 미래가 있기는 한 걸까요?
동시에 여러 글을 쓰고 빠르게 작품을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한 매트 헤이그인데,
<휴먼>은 유독 그가 공을 들여 집필한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휴먼>은 지구에 급파된 외계인의 시선에서 출발합니다.
수학을 기반으로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외계 종족에게
지구는 불합리하고 무질서한 행성입니다.
인류는 나름의 문명을 이루었지만,
수학과 과학의 진보 수준은 여전히 유인원에 가까워
위협이 되지 못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천재 수학자 앤드루 마틴이 100년 넘게 수학계를 괴롭혀온 ‘리만 가설’을 증명하자 상황이 달라집니다.
폭력적이고 감정적인 인류가 소수(素數, prime number)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우주가 혼란에 빠질지도 모르는 일.
외계 종족은 은밀하게 앤드루 마틴을 제거하고, 생전의 그와 똑같은 모습을 한 외계인을 그 자리에 대신 보냅니다.
혹시 다른 인간이 앤드루 마틴의 연구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외계인은 앤드루 마틴의 가족, 친구, 직장 동료를
차례로 조사합니다.
처음에는 인간의 외모와 성격, 시끄러움에 역겨움을 느끼지만, 점차 알 수 없는 지구인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그는 분노 대신 연민을 느낍니다.
그리고 인간 앤드루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가족을 소중히 돌보고, 숫자와 수식의 세계 대신 음악과
시의 세계를 선택합니다.
땅콩버터샌드위치의 맛을 알게 되고,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인용하며, 사랑하는 개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는 이제 그 누구보다 어엿한 한 명의 인간입니다.
그런데 우주의 ‘본체’는 그런 그의 일탈을 내버려둘 마음이 없습니다.
실패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매트 헤이그의 <휴먼>은,
인생이 하나의 완벽한 정답과 깔끔한 수식으로 설명된다면
너무 시시하지 않겠느냐고 묻는 듯합니다.
젊은 나이에 뛰어난 실력으로 수학계에서 성공을
거둔 앤드루 마틴은,
사실 가족에게 무심하고 동료에게 냉담한 사람이었습니다.
리만 가설의 증명에만 몰두해 아들 걸리버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알지 못했고, 아내 이소벨이 가정을 지키려 애쓴 노력마저 배신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외계인 앤드루가 훨씬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그는 초능력을 파괴가 아닌 치유에 쓰고,
힘 대신 말과 마음으로 주변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그 결과 점차 사랑받고 환영받는 존재가 되고, 인간이냐 외계인이냐를 떠나 예전보다 나은 존재로 거듭납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의 성공 이전부터
매트 헤이그는 암울했던 지난날,
자신이 삶을 부여잡고 버틸 수 있게 한
긍정적인 깨달음을 담은 작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휴먼> 은 그중에서도,
스스로를 외계인·별종·외톨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여기엔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우울증과 싸우던 긴 시간을 글쓰기로 극복해낸
작가의 치열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여전히 불친절하고 고통 가득한 지구이지만
삶 그 자체는 긍정하고 만끽할 가치가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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