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묵직하던 머리가 맑아지고 취기에 섞여 우울감도 풀어지면서 비로소 여행을 즐기는 기분이 났다. 맥주를 마시며 바라보는 강구안 밤바다가 어느 날보다 근사해 보였다. 가보지 않은 나폴리 해안처럼. 바다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오래오래바다를 바라보았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 P11

지친 내 몸이 쉴 곳을 찾아온 것이다. 지금 뭔가 바삐 해야 할때가 아니라 쉬어야 할 때임을 몸이 알려 주려고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너는 지금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만큼 떠 있단다. 우리는발을 디디고 걸어야 한단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삶이 즐겁지않을 때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쉬어야 한단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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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란 말은 언제부터 있어서너는 나무의 영혼이 되어버렸나 처럼 - P131

오늘도 나무의 영혼은 막연하게 앉아 있다 - P131

긴 호흡을 가진크고 오래된 나무가 내내 생각나는 건 - P125

얼음의 살갗을 가진 얼굴도 있다녹아 흐르면서 시작되는 삶도 있다 - P121

그냥 배울 수는 없고요보고 배워야 가능합니다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 P116

깨어난 나는웃는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 P116

"쟤가 뭘 잘 모르네아무튼 조심해야 해" - P90

낡아져서 좋다 - P91

밝은 것은1
아침에 열리고 저녁에 닫힌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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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해봐. 그래서 대체 얼마를 받은 거야?"
은지가 핸드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며 이리저리 계산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 P294

[창업이 답이다! 주목받는 스타트업 특집 - 제4회] 컴퓨터공학도 다섯명이 만든 음성인식 플랫폼 ‘블루 솔루션스‘ 개발팀, 사진 왼쪽부터 박미라 씨(23)……… - P295

"나쁜 사람은 아닌데, 보고 있으면 그냥 답답해. 언니가소설을 왜 쓰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나이도 먹을 만큼먹은 사람이 자기 객관화가 안 되나 봐. 노력해서 나아질그런 수준이 아니잖아." - P299

"야, 하루키가 따로 없네."
"부럽다." - P305

나도 선생님으로부터 저런 말을 듣고 싶었다.
언니의 재능 없음을 연민했던 시간들이 부끄러웠다. 내가 언니의 창작 여행을 비웃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언니는 그래도 꾸준히 썼고, 내놓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 - P307

"어떡하지. 그 소설, 내가 쓴 거 아닌데......"
"네?"
언니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P310

"우리 중에는 그렇게 잘 쓰는 사람 없잖아."
나는 합평 때마다 깍두기처럼 앉아 있던 언니가 우리의 소설을 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갑자기 목덜미가 차가워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 P314

제발 이럴 시간에 연기 연습이나 해라.
이런 것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나요?
출판사에서 엄청 밀어주네.
전형적인 과대 포장.
유치해서 못봐주겠다.
얘는 자기가 아티스트인 줄 아는 듯.
관심병 말기. 관심종자 - P317

"어차피 우리밖에 안 봐요. 여기서 한발짝만 나가면, 아무도 소설 따위 관심 없다고요." - P328

그 소설들은 전부 실패했다. - P330

라라. 그러고 보니 언니에게는 필명이 있었다. 핸드폰번호 바꾸고 필명을 쓰면 다시 소설 써내는 데 별문제 없지 않겠느냐고, 시간이 지나고 상처가 아물면 다시 쓸 수있지 않겠느냐고, 내일 언니한테 그렇게 말해줘야지,라고생각하면서 멀어지는 하얀차를 바라봤다. - P330

나는 나를 그저 조그맣고 단순한 기계라고 생각해보기로 한다.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그 성능만큼은 믿어보기로 한다. 무언가를 넣고 작동시켰더니 어쨌든 이런 것들이 출력되었다고.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니까 고장 나지않게 하려면 꾸준히 기름칠해주면서 멈추지 않고 작동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게 무엇이든 계속 써보려고 한다. - P334

그때 한 아주머니가 현관 앞을 바삐 지나가다 다시 뒷걸음질 쳐 나를 바라보았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 P239

그러니까, 피차간에 좋도록 끝내야 하지 않겠니? - P141

우선 안도의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만일이라는 게있고, 뭐든 안전한 쪽이 좋으니까 노파심에 한마디를 덧붙이기로 했다. - P155

그애가, 김세원이내 앞에서 걸어간다. 도플척척, 걸어나간다. - P159

장비나 기록에 대한 부담 없이, 순수하게 자전거와 속도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네에서 샤방하게 탈 수 있는가벼운 크루는 없는 걸까? 제가 나중에 만들면 혹시 함께해줄 분 계신가요?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 P171

말풍선이 꿈틀거리는 잠깐의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는아름답고 멋들어져 보이는 여러 직업이 스쳐지나갔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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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이! 너 동생을 왜 이렇게 잘 챙겨!"
아이를 배웅하면서도 엄한 목소리로 격려한다.
"정권이! 내일도 오늘처럼만 하면 돼!"
꼭 혼내는 표정으로 그러나 다정하게 수십 명의 어린이를 챙기는 관장님을 구경한다. - P173

그 한복판에 내가 있다. 이 모든 난리 속에서 품새와발차기를 익히는 나. 요즘엔 자고 일어나면 배가 십일 자로움푹 파인다. 헬스장에서도 요가원에서도 만들어지지 않았던 복근이다. 젊은이는 어린이들의 뒤꽁무니를 쫓으며튼튼해진다. - P173

자료 수집을 마치면 다듬는 시간이 온다. 첫 문단에서독자가 떠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도대체 어떻게끌고 가야 이 글을 끝까지 읽을까? 인쇄를 코앞에 둔 신문편집부에게는 이렇게 물을 수 없다. "한 시간만 더 주시면진짜 더 잘 쓸 수 있는데, 제발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당치도 않은 소리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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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앞, 대낮부터평상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
한량. - P304

온 세상이 어두워진 까닭.
까치집.
까치는 흉조였다. - P308

그날의 정전은 흉조였다. - P309

"사이비지, 사이비 사이비 종교의 계략입니다."
"세상 말세다."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언론플레이를 멈춰라!" - P316

특보 [새 인간의 실체, 변이 바이러스감염 여부는?] - P329

믿는 사람들과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전혀 다른 풍경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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