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호흡기 질환에 대하여 - P70

기름을 얻기 위해 새를 끓이는 풍습이 있었다 - P71

끓는 물속에서 내 두 팔은 날개처럼 너울거렸다 - P71

낚싯바늘에 꿰인 미끼처럼 새가 날아간다낚싯배는 낚시꾼들로 만선이다 - P73

금방 태어난 새 새끼들이 검은 번개에 엉덩이를 맞는다 - P75

다시는 새를 호명하지 않겠다 결심했는데 - P75

내 강의를 듣는 남학생이 이빨을 드드득 갈며 지나갔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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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부터 먼저 시작했다 - P43

리듬은 아직 발이 바닥에 닿지 못하게 하는 공중부양수용소입니다 - P42

건너편 산에서 훅 끼쳐오는 통증의 메아리를 타고 이륙합니다 - P42

나는 남의 알을 품었다고 쓴다 - P49

그 새의 신발끈은 풀어져 땅에 끌리고그 새의 머리끈은 풀어져 측백나무를 칭칭 감고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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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살.... 살고 싶어하지 않은 애예요. 세상이 정말 무섭고... 사람이 무서워요. 저를 알게 되면 다 떠날 것 같은, 그런게 좀 심해요. 그래서 막 죽는 상상을 해요. - P15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삶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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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앞 뽑기 기계 앞에 쭈그려 앉은 아이는 기대했던 걸 뽑지 못했다고 해서 울지 않는다. 뽑기란 원래 그런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아이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196

내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만들어 낸 물거품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 시간을 증명해 줄 무엇 하나 증거로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모두 사라지고 없는그곳에 무언가 남겨져 있었다. - P199

자신을 움직인 원동력이 누군가를 향한 분노나 앙갚음이었다 하여도, 거기에 설명 같은 건 필요 없다. 매슬로가 말한 다섯 개의 욕구를 꿈꾸게 되는 순서가 맞을지는몰라도, 각 욕구 사이에 우열이 있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모든 간절함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 P201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 산을 오르고 있는 게 아니라산이 나를 밀어 올려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부터는 산을 좋아하게 됐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올라잠시 쉬던 새들이 다시 날아오르기 직전 들려오는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흙을 밟고 지나갈 때 내 발밑에서 올라오던 냄새 같은 것들이 좋았다. 그날 내가 그 등산로를 택하지 않았다면 존재를 알지 못했을 어떤 꽃 하나를 발견할 때면, 내가 보든 보지 않든 그 자리에 그 꽃이있었을 거라는 사실이 나를 위로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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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은 교습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구 모자를 푹눌러쓰고 있었다. 해쓱한 볼과 턱에는 수염이 덥수룩했다. 인사는 반가웠지만 안색은 창백하고 푸석푸석했다. - P387

돈은 돈이야, 돈은 돈이라고! 너나 나 같은 사람한테 그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건지 몰라서 그래? 그게 기분으로 결정할 문제야? 지금껏 어떻게 살았어? 앞으로는 어떻게 살려고?
마흔 넘어서 얼마나 더 그렇게 살려고? 그렇게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머리가, 그 머리가 안 돌아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대체! - P389

난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냥 나 좋자고, 속 편하자고 한 거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한 거야? 수첩에 있던 돈은 다 어떻게 됐어?
하진이었다. - P393

이제는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진심으로 나는 하진을 위해 살고 있었다. 기꺼이 더 안정적인 지금 회사를 포기하려고했던 것도, 내가 먼저 내 돈으로 투자하겠다는 것도 다른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달콤하고 낭만적인 기분에 취해서도 아니었다. 그러기엔 너무 많은 나이였고 이미 내 과거가 그런 것과 무관하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증명했다. - P397

낭만만 즐겨요. 낭만이 되진 말고. - P401

하진을 사랑할수록, 나는 점점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연인 간의 사랑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연인 간의 사랑이 어떤 준비 과정 같다고, 더 크고 깊게 사랑할 존재를 위한 연습과 훈련 같다는 것 정도였다. 사랑이 뭔지, 자신이 어떻고 관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배워 나가는 아닐 이유도 없지 않을까? 둘 다똑같이 사랑이라고 부르니까. - P407

갑자기 직진해 사고를 일으킨 오토바이는 그대로 사라졌다.
경찰이 소재 파악 중이라고 했지만 쉬울 것 같지 않았다. 번호판도 일부러 시커멓게 가린, 불법개조 오토바이였다. 단속은 안하고 사고 난 뒤에야 소재 파악. 현실이 그런 것이기도 했다. 일어날 일에 대비하기보다 안 일어날 거라고 믿는 편이 늘 쉬우니까. - P415

•병원 소독약 냄새로는 부족해요?
수준연이 피식 웃었고, 나도 같이 웃었다. 그제야.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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