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A GOOD LIFE. 그녀는 그가 보내온 사진을 화장대 거울앞에 세워놓았다. 비스듬히 세워진 밤하늘 위로 수억년 전에 반짝였을 별빛들이 뒤늦게 쏟아지고 있었다. - P39
그녀는 그가 조금 어려웠다. 일곱살이나 많은 낯선 외국인 남성, 그것도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이종사촌과 갑자기 하루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누구라도 아마 자신처럼 막막한 심경을느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 P42
봄이면 저 거리에 온통 꽃이 펴. 그녀가 말했다. 체리 블로섬, 시간이 흐르면 꽃이 피고 진다. 그리고 시간이 더 많이 흐르면 마른 가지에서 또다시 움이 튼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단지 그런 것뿐인지도 몰랐다. - P53
. 다만 밤 아홉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채 지지 않아 서울의 일곱시처럼 푸른빛을 띠던 하늘만은 신기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밤이었으나 밤이 아니었던 시간. 타지였으나 타지가 아니었던 도시. 우리였으나 우리가 아니었던 날들. - P69
타카히로는 억지 쓰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듯한눈빛으로 나를 보며 웃었다. 내가 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때가 아니었을 것은 확실하지만. - P74
이방인으로 평생 사는 건 외로운 일이야. 내 말에 짧은 침묵을 두고, 그가 말한다. 자기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보다 더외로운 일은 없어.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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