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영원히기억할 수 있을까 - P69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4성급 이상의 호텔 중에서, 당신은 어느 쪽을 선호하나요? 한 끼 식사 예산은? 선호하는 교통수단은? 스케줄은 빡빡하게, 아니면 헐렁하게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여행 동행인 성향 체크리스트엔 요런 질문이 가득하다.
가서 괜히 머리채 잡고 싸우지 말고, 출발하기 전에 미리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그렇겠지? 참으로 솔깃하다. 하나하나읽다 보면 희한하게 과몰입되어 입에서 불을 뿜으며 체크하게 된다. - P76

체크인을 마치고 카드키를 받아 두근두근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방은 밝고 깨끗하다. 에어컨과 히터가 빵빵하고, 침대 위 이불과베개 모두 푹신하다. 집에선 쓰기 힘든 새하얀 시트다. 딱 좋다. 그런데 그 좋은 기분이 어째 1시간 이상 지속되질 않는다. 갑갑하고 답답해 밖에 나가고 싶다. 그치만 호캉스인데, 이 안에서 놀아야지. 이게 얼마짜리야. 텔레비전을 틀고 전 채널을 꽉 훑는다. 땀은 나지 않았지만 괜히 샤워를 하고 가운을 입는다. 역시 나가고 싶다. 로비의 바에서 뭐든 한 잔하거나 애프터눈 티 세트를 먹기도하고 수영장에도 가보지만, 방으로 돌아오면 역시나 답답하다. - P80

그러고보니 좋은 리뷰야말로 ‘21세기의 정‘이겠다. - P81

때론 꽃을 사들고 오는데, 요게 또 기분이 상당히 괜찮다. 여행지의 꽃집에 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로맨틱한 느낌이다. 꽃다발이나 작은 화분 같은 걸 사서 동네 사람인 양 기분 좋게 돌아다니다. 음료수병이나 머그잔에 요리조리 꽂아본다. 혼자 여행하다 집에 돌아왔는데 꽃이 반겨주면 그게 뭐라고 되게 반갑다. - P82

터키 아저씨 : 저 한국에서 4년 일했어요!
강남역에 있는 터키 식당에서! - P86

강사: 저거 내가 쓴 거야.
나 : 너무 멋있다. 시 같은 거야?.
강사 : 밤 10시 이후엔 조용히 하고,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지 말라는 뜻이야.
나 : (말을 돌리며)저쪽에 있는 작은 캘리그라피도 이쁘다.
강사 : 저건 화장실 간판이고. - P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처음엔 이 소통이 정말 어려웠다. 노트를 들고 공장을 찾았을 때 나를 ‘고객‘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를그들의 고객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시키는 것, 그게 첫 번째 관문이었다. - P26

1. 나 몰라라 발뺌 유형2. 잘못은 인정하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유형3. 그렇게 깐깐하게 굴 거면 다른 데 알아봐라 유형4. 뭐든 내 잘못이다. 빠르게 다시 해 주겠다 유형 - P27

작업 ‘지시서‘가 아닌 작업 의뢰서‘라고 바꿔 쓰는 일, 일 때문에 전화했어도 꼭 안부부터 묻는 일, 공장에 갈 땐 작은 주전부리라도 사 가는 일, 물건을 받고 감사하다고 전화하는 일, 특히 물건이 신속하게 잘 나왔을 때는 "사장님 짱!"이라며 호들갑을 떠는일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 P28

5) 표지 보호를 위한 비닐 커버가 필수로 씌워져 있지 않고 선택 가능한 : 비닐 커버가 처음부터 씌워진 채 판매되는 다이어리가 대부분이다. 나는다이어리에 자연스럽게 손때가 묻는 것을 선호하는 데다가 특유의 비닐 느낌이 싫어서 다이어리를 사면 늘 커버를 빼는데, 그럴 때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불필요한 쓰레기가 생겨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비닐 커버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 P32

정리하고 나니 심플해졌다. ‘우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함께 채울 것. 그리고 음료를 판매할 수 있는 작은 카페를 운영할 것.‘ 1층은 카페와 쇼룸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2층은 우리의 작업실로, 옥상은 손님들이 맘껏 올라가 숲을 보며 여행 온 기분으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고 ‘도심 속 오아시스‘라는 콘셉트를 잡아 공사에 참고할 자료를 찾았다. 쏟아지는 레퍼런스 사이에서 지쳐 갈 때쯤 하와이의 한 핑크색 호텔 사진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선 핑크색을 과감하게 쓴 공간을 만난 적이 없었다. 핑크색을 여유롭고 편안하고, 자유롭고,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색으로 사용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분홍과 숲의 초록색이 만나면 정말 아름답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 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당신의 기억은 과연 정확한 걸까? - P180

‘섬광 기억 Flashbulb memories‘ 이란 사회적으로 큰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개인이 처해 있던 개인적 상황이 그 사건에 결부되어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는 것을 말한다. 섬광 기억이 가지는 특별한 점은 우리의 머릿속에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경험했는지가 상당히 생생하고 세밀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1977년부터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로저 브라운Roger Brown과 제임스 쿨리크 James Kulik가 1963년에 벌어진 케네디 암살 사건을 연구하면서 알려졌다. - P181

그러나 부정적인 사건의 경우는 다르다. 지극히 사소한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완전히 주목한다. 마지막 구석까지 남김없이 분석하고 해석한다. 부정적 사건은 위험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알아차리고 피하려면 그런 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 - P182

앞에서 예시로 든 선입견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최소한 머릿속에 그 선입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설령 "나는 선입견 없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게 곧 ‘내 머릿속엔 선입견이 없어‘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거의 예외 없이 누구나 머릿속에 사회적 통념에 따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대체 선입견은 어떻게 우리 머릿속으로 들어갔을까? 놀랍게도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믿기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주변 환경으로부터 선입견을 ‘배운다.‘ - P186

도식은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지며, 잠재의식에 숨어 작용한다. - P187

그럼 이미 학교를 떠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나는 선입견 없어!‘라는 말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그로부터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함께 힘을 모아 ‘직소 모형‘을 활용하면서 우리 사회가 하나의 공통된 퍼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P188

"여보, 나 머리 아파."
당신이라면 이 말을 어떻게 알아들을까?
(1) 실질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배가 아픈 것도, 등이 아픈 것도 아니군. 머리가 아프군.‘
(2) 호소 차원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뜻한다. ‘날 좀 내버려둬!‘ 또는 ‘제발 나 좀 위로해줘!"
(3) 관계 차원은 두 사람 사이의 결속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한다. ‘우리 결혼 생활은 벌써 끝장났어.....…..
(4) 고백 차원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통보하는 것일 따름이다.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 P192

스르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올라갈 층을 누른다. 스릉스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 장난감 병정처럼 나란히 서서 모두문 쪽을 바라본다. 뒤통수 뒤통수 뒤통수만 뚫어져라 노려본다.
어떻게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이런 한결 같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걸까?
우리는 이런 현상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 P197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대개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기란 어렵다. 결국 우리 태도를 상황에 맞추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캥거루와 똑같이 행동하는 게 답이다.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은 문을 향해 초점을 맞추고 집단적으로 앞 사람의 뒤통수를 바라봄으로써 직접적인 접촉을 피한다. 이런 식으로 직접적인 자극을 주고받을 위험을 모면하는 것이다. 뒤통수만 보는데 흥분할 이유가 없다. - P198

우리는 자기중심주의 탓에 인생 전반에 걸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물음에 끌려 다니며 불안에 떤다. 그러나 다른 사람 역시 오로지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물음에만 골몰할 뿐이다. - P202

심리학자가 토론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최고의 병기는 잠재의식이다. - P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란 사람에게 황겁할 정도로도저하지 않은 점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 P222

시를 편집해서 엮어낸다든지 중편소설 4분의 3분량을 번역한다든지 하는 더욱 지적인 일에 관심이 컸다. 피터는 석사학위 소지자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며 일곱 권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었다. - P224

피터는 부모님과 함께 있었는데 나는 그분들을 식당에서한번 뵌 적이 있었다. 직접 보니 피터는 상태가 훨씬 더 심각했고 약기운에 취해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그래도 내가 갖고 온 꽃을 꽂을 수 있게 간호사가 소변 통을 가져오자 피터가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 P2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길 걷느라 지쳐서 낡은 구두는늙은 소처럼 어둠 속에 웅크립니다앞으로 걸으려던 발자국들이 미숙한 아이로 남은이 저녁 - P95

별들에게는 빛이 발이었나 봅니다대야는 별빛으로 가득합니다퉁퉁 부은 발에 시퍼렇게 청태가 끼어빛이 되는 건 천체의 일이겠지요 - P95

브레멘이라고 들어봤어?
그곳은 어디에 있나?
그곳이 있기는 하나? - P98

루마니아어로 욕 얻어먹는 날에 - P100

팔을 잃은 남자는 마을 묘지에서 일했다새벽 산책길에는 그가 밤에 했던 질문들이 나뭇잎처럼 뒹굴고 있었다그 질문들을 주워서 읽었다 - P1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