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습관이랄지, 강박이랄지. 원고들이 있다. - P5

연못의 얼어붙은 심장 위,
얼음의 억센 손에 붙들린 갈대 위를 걸었다.

마치 피가 땅에서 흘러나오고 그 땅이 사라져 가듯이,
몸이 가벼워지고 조금씩 비워진다. 기이하고 완전한 부드러움. 흡사하다. 당신이 나를 끌어당겨 꽉 안았을 때, 나를 숨멎게 하고 풀어주었던 그 부드러움과 참으로 흡사하다. - P11

가벼움. 상승. 많은 피가 흐른다. - P13

당신을 따라갔다. 나는 당신을 따르기 위해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애초에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단 한 번도소유한 적이 없었으므로, 당신처럼,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 P17

더는 당신에게 속한 것도 내게 속한 것도 없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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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자일 때, 어머니는 내 첫 애증의 대상으로 남지만,
내가 아버지의 분신이면서도 별개의 존재이기 때문에,
내 몸은 근본적으로 나를 아버지에게 돌려보낸다.
내가 여자일 때, 나의 어머니는 또한 내 첫 애증의 대상이지만,
내가 그녀의 분신이면서도 별개의 존재이기 때문에,
내 몸은 근본적으로 나를 어머니의 몸으로 돌려보낸다.
-피에르루이 포르, 「어머니와 딸, 애도의 글쓰기』

사랑했던 기억은 어디로 가나.
어디에도 없는데 어디에나 있는 듯하다. - P11

엄마는 기막히다는 듯 한쪽 눈을 치켜떴다.
"잘 보긴 개뿔을 잘 봐." - P23

책상 앞에 앉아서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엄마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엄마를 이해하고 싶어하는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P27

"마르셀 프루스트도 그렇고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그렇고자비에 돌란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예술하는 게이들은왜 하나같이 마마보이인 거야?" - P30

나무가 이파리를 포기하는 시점은 언제일까. - P35

어쨌든 내 생애 첫 상여금이었다.
엄마한테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 P38

위병소에서 병장 계급표를 단 헌병이 나를 멈춰 세우며 어떻게 병사가 이 늦은 시간까지 혼자 영외를 돌아다녔느냐고물었다. - P45

역시 조금은 휠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조금씩 어긋나면서, 위태로워지면서, 부러지기 직전의 상태로 용케 서로를 견뎌왔는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 P63

물론 이제는 안다. 엄마가 왜 그런 식으로 대응했는지를.
이해한다기보다 그냥 안다. - P72

"앞으로 진행될 수업은 각자가 쓴 소설을 다 같이 읽고 합평하는 시간이 될 텐데요. 오늘 우리가 서로의 글을 통해 무언가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혼자서 소설을 쓸 때에도 이러한 감각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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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새라 했던 것 같은데..…………." - P79

동남아 비행 스케줄이 대부분 그러하듯 심야에 도착해 호텔에곧바로 투숙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홉 시부터 패키지 여행다운 빡빡한 일정이 시작됐다. 하노이 시내를 스트리트카로 돌아보고, 문묘며 환검 호수는 버스 안에서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 유는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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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면, 글이름이 무려 에세이다. 노력하고, 시도하고, 시험하는 글.40 - P15

기사나 논문이나 강의에서 에세이에 대해 설명할 때는항상 이 단어의 어원을 알려준다. - P22

하나의 목록 안에 들어온 것들은 어느 정도 균질적인면을 가질 수 있지만, 그 목록이 갑자기 한 편의 소설에나타날 때는 그 페이지에 말의 두엄 더미가 쌓여 있다는느낌을 받기도 한다. - P37

문학에 행복의 목록 같은 게 있을까? 소유물들, 성과물들, 경력들의 즐거운 언어적 합계 같은 것이? 그것들을 기록하는 일 자체가 어딘가 불편하다는 증거이자 뭔가 누락되었다는 힌트는 아닐까? - P39

내가 ‘에세이즘‘이라는 말을 무슨 뜻으로 쓰고 있는지생각해 본다. 에세이즘은 단순히 에세이라는 형식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에세이 형식에 대한 어떤 태도를 의미한다. 에세이의 모험 정신과 에세이의 미완성성에 대한 태도, 그리고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한 태도를. 로베르트무질이 <특성 없는 남자> 중 ‘온 세상이 그중에서도 특히울리히가 에세이즘의 유토피아를 신봉한다‘라는 제목의62장에서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태도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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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나는 그 말이 끔찍이 싫었다. - P250

여러모로 힘든 상황인 건 알고 있어요.
간에 좋다는 연잎차를 거푸 들이켜며 맥스는 말을 이었다. - P227

우리뿐만이 아니에요. 강규 선배도 그래서 소서리 뜬거라고요. - P231

부모랑 연이 없는 이름이란다. 특히 엄마랑 불화하게된다더라.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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