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구름이다, 라고 게이코는 생각했다. - P100

"눈이 보이면 어떤 모습일까, 라고 지금도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초등학생 때 내가 본 구름은 죽을 때까지 내 안에남아 있어요." - P100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 사라져버리지만, 사라진 것은 형태를 잃음으로써 언제까지고 남지요. 나한테 보이는 것은 그런거예요. 많은 것이 흘러 여기까지 왔어요. - P101

-나그네의 아이를 남기세요. - P103

게이코가 석기에 매료된 것은 거기에 흐르고 있는 정신이 아득해질듯한 시간과 태곳적 사람들이 행한 일상의 동작 그림자가그 형태 위에 보이기 때문이었다. 가즈히코는 질문이 오기 전에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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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코는 가즈히코를 쳐다보았다. 그다음은 가즈히코가 뭔가 말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 P91

"어젯밤은 무척 늦으셨죠?"
게이코는 뜨끔했다. "그랬던가요? 가득 부탁드려요." - P92

오늘은 마지막에 들를 집을 처음에 정해두었다. 사리베 지구제일 북동쪽 끝에 사는 노부인, 미노리카와 씨네 집이다. - P95

"아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신이 오기를." - P96

"당신이, 그때 이렇게 말했어요."
미노리카와 씨는 숨을 고르고 게이코의 왼쪽 무릎에 가볍게손을 올려놓으면서, 한마디, 한마디, 이대로였다는 듯이 얇은유리 접시를 상자에서 꺼내는 것처럼 신중하게 천천히 얘기를시작했다. - P98

"그랬더니 그날 밤, 목욕하고 있을 때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고요. 초등학생 때 봤던 저녁노을이."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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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라는 이름은."
"수차水車 이름." - P75

"왜 여기에 수차가 있어?"
"여기는 발전소야. 작은 수력발전소." - P75

땅울림 같은 소리는 암모나이트 내부에 대량의 차가운 물이두께와 중량을 수반하고 흘러들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속도에너지‘와 ‘압력 에너지‘라고 가즈히코가 말했었지. 압력에는소리가 없을 테니까 이것은 아마도 속도의 소리일 것이다. - P78

"다른 방을 돌아서 즉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나 에어컨에 뺏긴뒤의 하급 전기로는 음이 탁해지거든. 그러니까 까다로운 사람은 벽의 콘센트 같은 것을 쓰지 않고, 전봇대에서 직접 전기를끌어오기도 해. 웃기는 소리 같지만 내가 직접 귀로 듣고 확인한 거니까 사실이야." - P79

눈을 감고 듣던 게이코는 자기가 시카고의 호텔 로비에서 소파에 앉아 눈앞의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 같았다. - P85

며칠 지나서 체크아웃을 마치면 방은 정돈되고, 앞에 묵었던손님의 기척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들은 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호텔 소리를 천천히 페이드아웃시키면서 가즈히코는 오디오 스위치를 껐다. - P85

지금까지 한동안 없이 지내던 일, 멀어져 있던 일이 이렇게갑자기 시작되었다. 강을 건넜다. 강을 다 건너서 다리 이음새의 단차를 덜컹하고 넘었을 때 자신이 소속된 곳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게이코 안에서 솟구쳤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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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등장인물도 극영화의 배우들처럼 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건축 스케줄에 대해서나는 결정권이 없다. 그들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 사이를 중재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까.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가능하긴 할까. - P55

나는 왜 정기용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는지를 다시자문했다. 나는 정기용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정기용이 죽기를 바란 것은아니다. 촬영하는 내내 정기용의 건강을 염려했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일이 그에게 즐거움이 되기를 바랐다. - P61

누가 이야기와 플롯의 차이를 묻는다면 나는 이 책에서 읽은 부분을 말하곤 했다. 소
설가 E.M. 포스터가 소설의 이해란 책에서 설명한 이야기와 플롯의 차이를 책에서 다시 인용한 부분이다. "왕이 죽고 나서 왕비도 죽었다. 두 가지 사건에 대한 간단한 해설,
이것은 줄거리다. 그러나 첫째 장면(왕의 죽음)과 둘째 장면(왕비)을 연결 짓고, 한 행동을 다른 행동의 결과로 만들면플롯이 된다. 왕이 죽자 슬픔에 못 이겨 왕비도 죽었다." - P65

찬란한 하얀 성이라 믿었던 논픽션의 문턱에서 암초를 만났지만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의 메인 사건은 마치 극영화의 캐스팅을 기다리는 과정처럼 지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67

쓰고 고치고 다시 쓰며 플롯은 단단히 구축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영화에 있어서의 플롯은 촬영이라는 물리적 과정을 동반하고 비용을 발생시키는 안타까운 잉여노동의 생산물이다. 생산물인데 부산물인 셈이다. - P69

이 영화를 본 이후부터 나는 빨리 서사를 구축해야겠다는 망상에서 자유로워졌다. 더 이상 억지로 사건을 만들고 플롯을 구성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이야기는 억지로 이야기를 쥐어 짜내서 만든 이야기다. - P75

당분간은 편하고 자유롭게 정기용의 옆에서 그의 일과 그의말을 지켜보기로 하자.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다는 자책을하지 말자. 오늘 하루도 영화를 만들었다고 치자. - P75

땅속에 잠들고 있는 흙을 일깨워 지표면 위에 벽을 세우고공간을 만들며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위대한 일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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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의 조건」은 미국에 사는 어느 백인 모녀의 이야기다. - P42

꼬마 콜리는 경악했으며 이내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순서대로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심지어 어떤경우에는, 딸이 엄마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 P43

"보면, 엄마는 항상 자기 자신과 경쟁하고 있는 거 같아. 나는어제의 나를 이길 거야. 그런데 사실, 요즘 사람들이 다들그렇지 않아?" - P46

한참 뒤에 깨달은 거긴 하지만, 그때 콜리 엄마가 한 말은 참으로아름다웠다.
"여긴 해 떴잖아. 괜찮아." - P47

"하루는 아빠가 이러는 거야. 조깅할 때 총은 왜 안 가지고다니는 거냐고. 내가 그랬지. 첫째, 총은 무겁잖아. 둘째,
총이잖아."
"음, 그럼 총을 아예 양손에 들고 다니면 어떨까? 덤벨처럼?" - P50

"나왔어."
콜리의 시카고 시절에 엄마는 불쑥 전화를 걸어와서 이렇게말하곤 했다. - P52

문득 콜리는 자기 가슴 위로 손을 가져와 작게 토닥이는 시늉을했다. "괜찮아, 엄마도 잘 해냈잖아." 그러면서 그녀는 글썽거렸고,
"미안해" 하고 웃으며 후드를 잡아 당겨와서 두 뺨 위에 흘러내리고있던 눈물을 슥슥 닦아 냈다. - P57

콜리의 말이 옳다. 시간은 정말 이상하다. 시간은 절대로 당신‘ 손에잡히지 않지만 늘 곁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죽음 같은 것이다. 혹은,
죽은 엄마 같은 것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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