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사람이 ‘준비‘가 될 때까지요?"
"네, 음악이라는 건 흐르는 거고, 흐르는 건 시간이니까요.
결국 어느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듣는 사람이 준비가 될까,
라는 의식이 있는 거죠." - P107

어쨌거나 하필 쥐가 나오는 식당에서 그들의 서사를 마무리할 수는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이날의 이별 작전은 유야무야되었다. 진짜는전혀 다른 방식으로 왔다. - P112

"강아지 이름을 크게 불러 보려고 했어요. 아직도 나를기억하고 달려와 주는지를 보려고." - P116

믿기지가 않았다. 취미로라도 무용의 세계를 어느 정도 접하고나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게 있다. 무엇보다 사람몸의 한계에 대해 알게 된다. 또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 한계로부터벗어나려 하는 도약에서 생겨난다는 것도. 이러한 깨달음은 대개뼈아픈 자기 객관화로 이어지게 되고, 그러므로 절망할지언정,
아니 절망할 때에야 비로소 타자들의 몸을 가늠할 만한 눈썰미를체득하게 된다. 그리고 실은 모든 예술적 심미안의 본질이 이와같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 P127

"예, 아무리 나한테 악하게 하더라도 서로 의지하며 사는게 좋아요. 얼마나 아이러니해요. 저거 저거 빨리 죽었으면좋겠는데 해 놓고, 막상 죽고 나면 그래도 그게 나한테 관심이있었으니까 날 힘들게 했던 건데, 한다고요. 다들 그렇게말해요."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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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제일 경치가 좋은 곳이야. 이 아래 우리 집이 보여." - P114

이 마을 전체의 전기를 반세기 이상에 걸쳐서 끊임없이 만들어내다니, 프랜시스는 대단하지?" - P115

"도쿄 사람들은 남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게이코는 국장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 P117

가즈히코의 일상이 어딘가 일시적이고 덧없게 느껴진다 해도, 그건 게이코의 지금의 일상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인지모른다. - P119

겨울 동안은 학교 마당에 스케이트 링크가 생겼다. 선생님과학생, 학부모가 총출동해서 교정 주변에 링크 형태로 판자를 두르고, 그 속의 눈을 단단하게 밟아 다지고, 거기에 호스로 물을뿌려서 얼리면 매끄러운 얼음이 모습을 드러냈다. - P121

누가 안내한 것도 아닌데 게이코의 장갑 위에 떨어진 눈은우연찮게 이렇게 긴 시간 응시되지만, 대부분의 결정체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갑자기 시작된 되돌릴 수 없는 여행의 앞길은불확실하다. 그러나 영구히 착지하지 않는 눈은 한 조각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사실뿐이다. - P125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것을 일일이 전부 생각해내서, 하나도 남김없이 당신한테 말해야 해? 지금 여기에 있고, 지금 눈앞에 있고, 옆에 있는 둘이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여서는 왜 안되는데?" - P137

게이코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여전히 게이코의 귀와 눈안쪽에서 눈은 내리고 있었다. - P154

게이코는 미노리카와 씨의 말이 자신의 온몸을 감싸는 것처럼 느꼈다. 차를 운전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흘렀고, 도무지 멈춰지지 않아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자신이울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울고 있는 것처럼 묘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P157

0○ ‘그가 누구지彼‘와 ‘황혼‘은 일본어로 모두 ‘다소카레‘라고 한다. - P166

그 직후였다. 눈앞에 펼쳐진 안치나이 마을 전체가, 몇 초차이의 파도를 보이면서 차례차례 빛을 잃어갔다. 밀밭을 쓸어가는 바람보다 훨씬 더 빨리, 안치나이의 불빛이 전부 사라졌다.
프랜시스가 물에 가라앉은 것이다.
허망한 최후였다. - P188

이 빛이 있는 동안은 절대로 절망할 필요가 없어. 빛에서 오는 음을 듣는 귀를 잃지만 않으면 가즈히코와 나는 살아갈 수있어. 게이코는 그렇게 믿었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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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무릇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곳에있든지 거기 바닥을 자기 맨발로 한번 디뎌 보는 것과 그러지않는 것에 큰 차이가 있을 거란 점이었다. - P64

"맞아요, 바람잡이. 아무튼, 이거저거 다 하는 멀티였어요. 뭐,
제가 주인공처럼 청초한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 P67

물론 전에는 저도 주인공만 되고 싶었고 그랬었죠...………. 그래도어쨌든 같이 가야 행복한 거니까요" - P69

"뮤지컬 버전의 영화 말고, 1999년에 나온 「레 미제라블」이요.
근데 제 기억에는 그 아저씨가 죽어요."
"그 아저씨? 장 발장이요?"
"아뇨, 주인공 말고 왜 그 아저씨 있잖아요." - P72

결국 이와 같은 VIP 시사회의 모습들이 우리 시대 영화의 마지막초상이 되는 걸까? 내 안에 어떤 예감이 있기는 하나 그것에 대해섣불리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영화의 의자가 하강하고 있는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그 기울어져 가는 의자위에 어떻게든 허리를 세워 앉으려고 갖은 애를 쓰면서, 저물어가는 극장의 황혼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 P76

그러므로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 곧 ‘염소의 노래‘란 것은, 인간이신에게 더 이상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서사를, 메타포를 제물로바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서사의 주인공이 실제 인간을 위하여대신 죽고 대속하는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 P78

. 나는 내가 왜 그토록 이서사라는 것에 이끌렸던 건지, 동시에 왜 그토록 이 서사라는것을 두려워했던 건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애초에 서사란 것이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서사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인류의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그런 중대한 임무를 타고난 생명체 같은것이기 때문이었다. - P79

・・・・・・ 죄송해요, 못 들었어요. 뭐라고요?"
"저 어릴 적에, 엄마가 알코올 중독이었어요." - P92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짝일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 이외에는그 무엇도 될 필요가 없다…………. 제 인생 만트라예요." - P97

아아, 하며 나는 조금 울고 말았다. 객사한 사람의 유골은 원래가려던 곳에 뿌려 줘야 한다고들 해서, 연정은 언니의 재를 강릉경포대 앞 바다에 뿌렸다고 했다. 또 먼저 간 자식의 제사는부모가 지내는 게 아니라고들 해서, 해마다 언니의 기일은 그냥흘려보냈다고도 했다. 대신 한겨울인 언니의 생일 때마다 연정은혼자서 강릉으로 간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아직까지 그녀는언니와 함께였다. - P101

요즘도 가끔씩 그것들을 만져 보고는 한다. 지금은 그 어떤 나무도나에게 그처럼 가까이 있지는 않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매일같이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만, 연남동을 떠난 이후로 다시는 노을에물드는 집에 살고 있지 않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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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구름이다, 라고 게이코는 생각했다. - P100

"눈이 보이면 어떤 모습일까, 라고 지금도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초등학생 때 내가 본 구름은 죽을 때까지 내 안에남아 있어요." - P100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 사라져버리지만, 사라진 것은 형태를 잃음으로써 언제까지고 남지요. 나한테 보이는 것은 그런거예요. 많은 것이 흘러 여기까지 왔어요. - P101

-나그네의 아이를 남기세요. - P103

게이코가 석기에 매료된 것은 거기에 흐르고 있는 정신이 아득해질듯한 시간과 태곳적 사람들이 행한 일상의 동작 그림자가그 형태 위에 보이기 때문이었다. 가즈히코는 질문이 오기 전에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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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코는 가즈히코를 쳐다보았다. 그다음은 가즈히코가 뭔가 말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 P91

"어젯밤은 무척 늦으셨죠?"
게이코는 뜨끔했다. "그랬던가요? 가득 부탁드려요." - P92

오늘은 마지막에 들를 집을 처음에 정해두었다. 사리베 지구제일 북동쪽 끝에 사는 노부인, 미노리카와 씨네 집이다. - P95

"아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신이 오기를." - P96

"당신이, 그때 이렇게 말했어요."
미노리카와 씨는 숨을 고르고 게이코의 왼쪽 무릎에 가볍게손을 올려놓으면서, 한마디, 한마디, 이대로였다는 듯이 얇은유리 접시를 상자에서 꺼내는 것처럼 신중하게 천천히 얘기를시작했다. - P98

"그랬더니 그날 밤, 목욕하고 있을 때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고요. 초등학생 때 봤던 저녁노을이."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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