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조금도 우습지 않아? 나같이 아무것도 안 하고사는 애가 머리 아픈 책을 읽겠다고 덤비면." - P163

"원래 같으면 한 권의 책을 깊이 오랫동안 여러 번 읽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싶을 때내려놔도 돼. 네가 책 읽기를 좋아해서 내가 온 건데, 싫어지면 안 되잖아. 좋아할 수 있는 걸로 읽는 게 차라리 나아. 읽던책을 포기하거나 바꾸고 싶을 때 미리 얘기만 해줘. 어차피 자기한테 인연 닿는 책은 언젠가 다시 펼치게 돼." - P165

"아, 뭔지 알 거 같아. 과잉 방어라 이거지." - P173

충분히 신경쓴다는 입바른 소리에 마음이 녹을 뻔했다는 거인정하지만, 할일이라는 걸 하고 나서도 그럴 의향이라니, 그런게 나한테 있을 리가 없잖아. 뭔지는 몰라도 시키는 일을하면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 끝이고, 추가로 그럴 의향이 있다면 그건 더는 상계가 아닌 마음의 문제가 되어버리며 다른 셈법을 도모해야 하잖아. - P189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나으니까 차라리나를 죽이라는 건, 내 사전에는 없는 말이야. - P199

그러나 저는 어쨌든 읽기에 대해 조금 더 섬세하게 말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므로, 독서가 무용하다고 하여 그것을 하지않을 이유는 없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합니다. - P205

그런데 그렇게 책을 읽고 공부한 시간이. 그 사치가아가씨를 살게 했다고는 볼 수 없는 걸까요. 타인의 상처를 읽어야만 했던 아가씨에게 책이란 그것을 그냥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한 존재를 덮는 궁륭이 되어주지 않았을까요. - P206

"선생님이 나를 여기서 꺼내준다면 그렇게 할 텐데. 나도내가 원해서 여기 있는 거 아니야."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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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에는 단순히 한국어 책을 사려는 독자들만 모이지 않는다. 일본에 한국 책 실물을 분야별로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아직 책거리뿐인지라 일본의 출판관계자들도이 찾아주신다. - P108

"어려운 것은 알지만, 쿠온의 사장이 쇼가쿠칸의 사장을 한번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할 수는 있지 않나요?
부탁합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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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어요? 늦어서 미안‘ - P137

"조금 실망스럽네."
"
"예?" - P139

아까는 조금 긴가민가했는데, 오언의 얼굴에 다시 한번 떠오른 미소는 이번에야말로 뒷골목에서 우연히 입수한 도자기나 유화의 제작 시기며 기법이니 보존 상태에 따른 가치를 포함하여 진품 여부를 감정하는 것처럼 보였어. - P143

‘어딜 자꾸 내빼. 이리 와서 내 손에 대봐." - P144

설령 마음속에 뭐가 들어 있었다고 한들 겉으로 나온 행동이 그런 거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다, 그가 말해준 것처럼 ‘후자는 변동이 심하게 마련이니까, 언제라도.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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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그놈이 그랬지요? 지나가던 조그만 아이가 예뻐서 머리를쓰다듬어줬더니 갑자기 애가 미쳐서 손을 물고 화장실로 도망갔다고." - P113

내가 본, 그러니까 총체적으로는 읽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것들에 대해 묘사하려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부터 말해야 했어. 능력인지 증상인지 이변인지 하여간 뭔가가 나한테 있다는 걸 알게 된 마당이라 충격, 공포, 전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걱정,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됐나, - P113

"이를테면 그렇다는 건데, 나에 한해서는 그게 정상참작의요건이 되지 않을 것은 염두에 두고 있어요. 다만 그 아이는당사자고, 미쳐서가 아니라 그럴 만해서 그랬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 P115

"농담이 얼마나 홍하는지는 말하는 사람의 혓바닥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귀에 달려 있지." - P117

그래서 이듬해 시설에서의 마지막날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그뒤로는 오언을 잊어버렸어. 그의 이름은 네 귀퉁이가닮은 채, 작은 지갑 안에서 몇 개 되지 않는 동전들과 함께 오래도록 뒹굴었지. 비탈을 따라 굴러온 불운의 바위가 내게로곤두박질해서, 뽑아내지는 못하고 깔끄럽기만 한 모래 파편이일상 곳곳에 박혀버린 어느 날에 이르기까지. - P119

이제 아가씨가 동전 지갑에서 네 모서리가 구겨진 보스의명함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 생략하지는 못하겠네요. 아비가 추레한 몰골과 병든 몸으로 뒤늦게 나타난 것 정도는 웬만큼 예상 범위 내의 일이었는데, 그 아비라는 자가 그동안 번 돈을 모두 해먹으리라는 건 생각 못했답니다. - P129

아가씨에게 존속 상해치사의 죄를 추가하고 싶지는 않으니나는 첫번째를 고르고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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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에 필요한 것은 일차로 청자의 존재이고요. 말하기와 듣기, 쓰기와 읽기란 비록 그것으로 인해 변하는 실재가 없음은 물론 그것이 거쳐가는 길이 모순의 흙과 불화의 초목으로 닦이고 마침내 도달하는 자리에 결핍과 공허만남아 영원한 교착상태를 이룬다 한들, 그 행위가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의 영혼이 완전히 부서져버리지 않도록 거드는 법입니다. 언어의 본질과 역할을 두고 명멸하는무수한 스펙트럼 가운데 그것만큼 괜찮은 구실이 또 있는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 P41

포커스가 아가씨한테로 쏠려 있었기에, 아가씨가 주문처럼읊은 휴지심이니 화장대 따위의 말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당장은 알고 싶지 않았고, 알고 싶더라도 캐내려 들어선 안 되는영역이라는 본능이 어둠 속에서 천적을 앞둔 곤충의 더듬이처럼 작동했습니다. - P41

나는 뭔가 내게 예정된 자리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도감과는 확연히 다른. - P42

이만한 저택이 극소수 정예로 굴러간다는 건, 그들의 고용주가 온전히 믿는 사람이 꼭 그만큼이라는 뜻이었습니다. - P47

-달콤한 물을 마시려면 설탕이 녹기를 기다리라는 것 말인가요.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제1장일 겁니다. 내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수학적 시간이 아닌 나의 조바심이다.……………그런 얘기를 할 때 예시로 나왔다고 기억합니다. 2장도 다 못넘기고 그만둬서 확신은 없네요. - P59

-그애는 나의・・・・・・ 질문입니다. - P64

"선생님이 한실장이랑 올라오기 전에 내가 그 사람한테 했던 마지막 말? ‘때려죽여도 너만은 절대로 안 읽어‘였어." - P75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성한 쪽 손으로 내 머리채를잡아당기며 소리쳤어. 여기! 누가 좀! 이 학생이 미쳤나, 이거놔! 나는 머리카락이 한줌 뜯어져나가게 내버려두고 그자의무릎을 걷어차서 바닥에 눕혀버렸어.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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