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성공이라고 생각하니?"
소년이 물었습니다.

"사랑하는 것."
두더지가 대답했어요.

"자신에게 친절한 게최고의 친절이야."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가 있던 알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 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네 컵은 반이 빈 거니, 반이 찬 거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난 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소년이 말했습니다.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그걸 땐 우정으로 그 상처를 감싸 안아.
받은 마음이 희망을 되찾고 행복해때까지 눈물과 시간을 함께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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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차를 영영 사지 말아야겠다.
돈도 없거니와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밟고도 도모를 것인가 - P15

자장가너와 나 사이에는 몇 번의 밤이 남았을까너와 나는 몇 번의 해를 삼켰을까뜨겁다고 소리 질러도 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낮은 푸른 가시를 밤은 흐린 가시를 가져왔다.
아프면 말해 하나씩 꽂아 넣을 테니까하나에 5만 원씩맞지? - P41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그가 생글생글 웃으며 묻는다. 끝이 여엉 하고 뭉개진다.
눈에도 웃음, 입에도, 말에도 묻어나는 웃음. 연습한 걸까?
그와 자고 싶은 건 아니다. 자라면 못 잘 것은 없겠지만 어떻게 생겼는 웬만하면 그의 자지를 굳이, 딱히, 보고 싶지는 않다. 다 벗더라도 거기만은 가리라고 하고 싶다. 아니,
천을 휘감긴다든가, 맥퀸이 만들던 맥퀸이나 베르사체가만들던 베르사체 같은 것을 입히고, 아니, 아니야, 그냥 티셔츠, 보풀이라든가, 올이 보이지 않는, 그런 티셔츠를 입히고, 아니야, 옷이야 상관없겠지.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 아니, 구겨진 옷이라도, 흉한 밴드 처리가 되어 있는 운동복이라도, 드러난 손목, 발목, 거기에 감긴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완벽함을 얻게 될 것이다. 구불구불 대는 밴드와 거기에 박음질된 실, 살에 눌어붙는 밴드의 압박, 이런것들을 왠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붙어 있는 먼지나 솜털 같은 것들도 마치 그려 넣은 것처럼 의도를 얻게될 것이다. 너의 눈썹은 빛으로 그려져 있다. 너의 눈은 아직 결정하기 전의 유리, 입술과 입술이 아닌 것의 그 연한경계, 가장 확신 가득하며 초조한 피어나는 튤립 같은 입술, 그러나 너는 너무 가깝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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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내일 아침 편지를 부칠까 해 주소 좀 적어줘 잘 자고보낸다는 마음만 받을게 잘 지내고계속 나아가지 않으면 고이기 마련이지우리에게 다음이 있다면얘기해줄게 꼭

나도 내렸어우리 둘 다 늦지 않겠다.
다행이지? - P35

사랑한다 말하면 무섭다.
그것이 나를 파괴할 걸 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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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를 종종 쓰곤 했었다. 진심이 온전히 담긴, 둘만이 공유하는 은밀한 연서다 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글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인연의 끈은 끊어지기 마련이고,
끝에는 이별을 했다. 그중에는 아직도 그 편지를 버리지 않는 친구도 있다. 반면에 내게 남은 것은 손가락의 굳은살 정도다. - P135

쓰지 않은 글은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 - P77

매일 매주 서점에서 게시되는 판매 순위를 보며 희비에젖던 순간들, 저게 팔려야 부모님의 세끼 밥상을 차리고 계울에 보일러라도 때 드릴 것인데 하는 내 조바심을 놀리기라도 하듯 곤두박질치던 성적, 판매 순위 따위가 나를 상징할 수는 없는데. 그런 게 내 글을 대표할 수는 없는 건데, 확인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야 하는 날들에 절망하면서, 어느새 책을 냈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그렇게 내가 평생 가장 사랑하던 공간을 잃어갔다. - P55

11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죽기 전에 딱 두 편만 더 찍자. 단 내가 좋아하는 걸로만, 난 작으니까 조금만 찍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계획일 수 있지만, 그 누구보다 큰야망이라 벌써부터 두근댄다.
이런 마음으로 살다 보면 오늘 같은 날이 좀 더 자주 와 주지 않을까. 어두운 글 속에서 내가 빛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날이.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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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하자. 그 말은 너무 못생겼어.
말의 뉘앙스와 심미적 특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눈점은 못생긴말 모텔을 도서관으로 바꾸었다. 콘돔은 책, 섹스는 독서로 하자고 했다. 가령 ‘도서관 가서 책 읽을까?‘라는 말은 ‘모텔에 가서콘돔을 끼고 성행위를 즐기자‘라는 뜻이었다. - P57

책갈피였던 시절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노래가 흘러나온다.
내 삶에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나를 주인공으로 노래를 만들고영화를 찍으면 좋겠다. 나는 더 소비되고 싶고 더 관심받고 싶다.
세상 사람들이 내 재능과 인기에 고개 숙였으면 좋겠다. 그래야더는 무시당하지 않을 테니까. 오랜 세월, 난 억눌려 살았다. 내가받아야 할 응당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채 나는 두 여자의 먹고사는 일에 밀려 숨죽여 살아야 했다. . - P62

환풍기가 돌아가는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살아오며 겪었던 온갖 폭력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는 걸까. 어떻게 그 끔찍한모멸감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걸까. 왜 나는 남들처럼 무뎌지고 담담해지지 않는 걸까. 눈점은 남보다 더 넘어지고 아파하는자신이 미웠다. - P65

밤이 되면 내 머리를 짓누르는 참기름 냄새가 더 고소해졌다.
아직 볶음밥에 뿌려져 기름지게 할 수 있다는 듯 상자 안에서 냄새를 풍겼다. 세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어쩌다 이렇게 소비재를 낭비하게 된 거지. 어쩌다 여자들이 이토록 섹스를 업신여기게 된 걸까. 섹스 없인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들이, 섹스 없인존재하지도 못했을 것들이, 섹스에 등돌리고 섹스의 상징이자 육체의 중심인 나를 버리겠다니. 나는 두 여자가 미웠다. 날 이렇게만든 너희, 너희 두 여자. 죽을 때까지 함께 살기로 한 여자들. 질좋은 음식을 요리해 먹고 안전하고 깨끗한 집에서 잘 살아보겠다.
는 너희 여자들! - P74

냄비에 밥과 물을 넣고 뭉근한 불에 휘저으며 먹점은 팀장에게 연차 사유를 다르게 말하는 걸 상상했다. 가족이 아파요,
애인이 몸살 났어요, 아내가 감기 기운이 있네요. 그런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보호하고 보살펴야 할 가족은 눈점인데, 눈점이 아플 때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에 가슴이 저렸다. 지난달, 고양이를 키우는 동료가 고양이가 아파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며 조퇴를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고양이도 식구고 가족이라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나와 눈점이는? 우리는 반려동물과반려인의 관계도 못 되는 걸까. 나와 지현이는 언제까지 먹점, 눈점이어야 할까. - P81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밝게 웃는 얼굴이 떠올랐으면 합니다. 눈은 작아도 웃는 입은 크게 그리는 눈점의 마음처럼요. - P94

마지막 장면에서 모모는 거울에 비친 안마기이자 도깨비방망이로서의 자기 모습을 보며 더이상 쓰레기차가 오는 일몰 때를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지, 동시에 "이름에 갇히고 쓸모에 묶이면 내 선언은 어떻게 되는" (91쪽) 것인지 자문한다. 이 물음은 중 중
의적이다. 새롭게 부여받은 이름에 구속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지만 사실 이는 모모 그 자신을 구속해온 ‘선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모모가 이름에 갇히고 쓸모에 묶이게 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름과 쓸모를 얻게 된 것이라면 어떨까. 물론 모모는 여전히 쓰레기차 오는 소리를 두려워하고, 해는 저물고 말 것이다. 다만 지금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두 여자들이 모모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모모의 존재론이 다시 쓰일 거라는 사실, 그렇게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와 역사가 쓰이게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P103

근데 이건 테라스가 아니고 베란다예요.
네?
아까 테라스라고 하셨잖아요. 테라스는 일층에서 확장된 공간을 말하거든요. 여기는 사층이고 또 천장이 없으니 테라스가 아니라 베란다인 거죠. 베란다는 위층과 아래층 면적이 달라 생기는 공간이거든요. 또하나 헷갈리는 게 발코니인데, 그건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돌출 공간이고요. 사람들이 이 셋이 엄연히 다른이
건데도 자꾸 퉁쳐서 말하죠 - P114

그날 주호씨는 저한테 끝까지 거짓말을 했어요. 아니, 절반의거짓말이랄까. 윤범씨를 잘 만났다고, 같이 연극을 보고 산책을하고 서점 구경을 하고 커피를 마셨다고요. 저는 한동안 의문에잠겼어요. 그 사람이 왜 그러는 건지, 왜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만난 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새벽에 무슨나쁜 꿈이라도 꾼 건지 제 팔을 꼭 끌어안은 채로 잠들어 있는 주호씨를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이 사람은윤범씨를 만난 게 아닐까. 그날 이 사람이 만난 건 언제라도 연락해 만날 수 있는 윤범씨가 아니라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윤범씨가 아닐까. 이 사람은 윤범씨에 대한 마음을 처분하거나 무효화하지 않고 끝내 간직해보려는 게 아닐까. - P127

내가 써낸 그 모든 실패들 속에서도 인주씨는 한결같이 나를보며 말한다.
쓰면 좋겠어요.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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