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음식을 권해야 한다는 것이꼭 재채기를 참는 일처럼 느껴졌다 - P273
아침 메뉴를 궁리하다가 된장찌개를 만들기로 했다. 된장찌개는 한국에서 가장 즐겨 먹는 집밥 메뉴다. 엄마는 한식을차릴 때 채소와 두부가 가득 들어가 영양 만점인 이 찌개를 자주 만들었다. 나는 이 음식을 만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기본 재료와 맛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침대에서 그대로 옆으로 돌아누워 된장찌개 만드는 법을 검색했다. - P275
"네가 이걸 만든 거니?" 이모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말했다. "맛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 P278
사랑스러운 나의 친구이자 학생이던 정미씨에게 - P279
너 같은 사람은 여태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내가 무슨 다른 도시에서 온 이방인이거나, 저녁식사에 초대한 친구가 데리고 나타난 특이한 손님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렸다. - P285
이해의 과실을 거둬들여야 했을 시간들이 그만 난폭하게 잘려나가고 말았고, 이제 나는 열쇠도 없이 남은 비밀들을혼자서 해독해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 P285
"우리 딸이랑 나는 음식을 사랑해요. 우리는 흔히들 식도락가라 불리는 사람들이지요." - P293
아빠가 나를 보지 못하게 건물 뒤로 몸을 숨겼다. - P299
"전 슬퍼서 여기 와요." 쿠잉이 말했다. "전 노래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여기 매일 온답니다." "저도 슬퍼요." 내가 말했다. 두번째 병을 마시면서부터 마음이 좀 풀어지기 시작했다. "쿠잉은 왜 슬퍼요?" - P302
우리는 일본의 유명한 다리를 재현해놓은 곳에 멈춰 서서 현지인들이 촛불을 켠 작은 종이배를 강물로 떠내려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호이안‘이평화로운 만남의 장이라는 뜻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로. - P305
"제발요." 내가 대뜸 외쳤다. "바로 얼마 전에 저희 엄마가돌아가셨어요." - P309
이 벽장은 엄마가 유진에서 살아오는 동안 헤아릴 수 없이많은 고품질 쓰레기를 집에 들여 차곡차곡 쌓아놓은 창고 중하나였다. 장식용 나무 새장, 길쭉하고 동그란 색색 유리 볼, 셀로판지도 아직 안 벗긴 양초, 구석구석마다 QVC에서 구입한 열 개도 넘는 아이크림이며 세럼, 젓가락 받침대며 냅킨 링같은 것이 꽉꽉 채워져 있었다. - P312
어렸을 때 마법의 단지인 척하면서 갖고 놀던, 내가 상상한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초항아리는 이제 또하나의 버릴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 P315
잣죽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번번이 배움의 문턱에서입장을 거부당했기에 나는 은연중에 그 요리를 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잣죽이 몹시 먹고 싶어졌다. 잣죽은 계씨아주머니가 엄마에게 가장 자주 해준 메뉴이자 엄마가 먹을수 있던 몇 안 되는 음식이었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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