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점점 더 늘어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채웠을까? 처음에 할머니는 집안일을 다 하고도 시간이 남으면 혼자 녹차를한 잔 끓여놓고 식탁에 앉아 한국에서 가져온 성경책을 읽었다. 그러다 집에만 있는 것이 지루해지자 집 근처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 P181
할머니가 브뤼니에 씨를 알게 된 것은 그런 식의 날들이 쌓여프랑스에 온 지 어느새 이 년쯤 되었을 때였다. - P183
그날 밤, 할머니는 나의 방문을 두드렸다. "왜?" 어느새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해진 내가 문틈사이로 머리만 내밀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라디오 안 쓰면 좀 빌려줘." 책상 서랍 안에 방치해둔 워크맨을 찾는 동안 방문이 조금 더열렸다. - P186
"아, 베토벤, 할머니가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P190
해가 짧아졌고, 밤공기는 제법 서늘했다. 금요일 밤이었다. 서울 곳곳의 번화가에서는 불빛과 소음이 홍성거렸고, 미래라는 단어에 무수한 계획과 목표를 아직 연결시킬 수 있는 젊은이들은 폭염이 끝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 거리에 흥분과 열정이 가득 차오르기를 조바심 내며 기다렸다. - P207
"나 피곤한데?" "그럼 나 혼자 가?" - P214
"그러면 티브이에 나오는 배우들은 다 임신을 하게?"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겠지."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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