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너야! 넌 천사가 아니야. 무늬만 천사야!" 그전엔 불의를 봐도 못 본 척 지나쳐서 싸울 일이 없었는데, 모두 내가 무섭다고 한다. 대체 나는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바보도, 천사도, 무늬만 천사도 아닌 그냥 나, 이순자다. 사라드이 나를 나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 P29
고통을 통해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는 걸, 나는 쌍둥이를통해 깨달았다. 우리 가족에게 고통은 운명을 길어 올리는 원동력이자 사랑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니 고통을 잘 따라가볼 일이다. 꿀같이 달디단 열매가 거기 스윽 열려 있다. - P25
"그거 엄마한테 잘 맞긴 한데, 엄마 나이에 너무 힘들잖아. 다른 거, 하고 싶은 거 없어?" "문창과는 힘들겠지?" "딱 좋네! 엄마 책 좋아하잖아!" - P23
할아버지, 할머니 팔짱끼고 새벽 산책을 나온 길, 평창강줄기 따라 우뚝 솟은 삼각산 능선 위로 붉은 해, 불쑥 떴다. 가끔 팔랑팔랑 뛰어오는 내가 보인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 P19
융릉과 건릉 사이 소나무 산책로를 걷다가 넝쿨에게 제몸을 내어준 소나무를 보았다. 보기 좋았다. 그렇다. 누군가에게 제 몸을 내어주는 것은 보기 좋은 일이다. 나는 한때 아버지 등에 업힌 아기를 부러워했다. 내 아버지 얼굴도 못 보고 태어났기에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이를 업은 모습을 보면 지금도마음이 뭉클해진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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