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언제나 같은 자리를 맴도네그를 이끄는 것은 발이 아니라네누군가의 마지막 숨놓을 수 없는 시간이 그의 손에 들려 있어서 - P82

내 손을 거쳐간 펄떡임을 기억합니다.
먼바다의 이야기를 싣고뜬눈으로 도착한 손님들이제 나는 아무 동요 없이 그들의 목을 내려칠 수 있습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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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어머니의 유고집을 펴내며
"우리 엄마 정말 곱다. 엄마, 고생했어. 장하다. 정말 애썼어요." - P4

돌아가시기 한 달 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된 실버 취준생 분투기가 뒤늦게 SNS와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모양이었습니다.
머니는 크고 작은 문학상을 타며 창작의 결실을 얻고, 시나리오 작업으로 더 큰 꿈을 꾸고 계시던 때에 돌아가셨습니다. 살어
아 계셨다면 실버 취준생 분투기〉를 향한 독자들의 관심에가슴 벅차셨을 겁니다. 하지만 유가족으로서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대중의 주목이 두려웠습니다. 어머니의 삶을 담은 이야기가 자칫 조각조각 자극적으로 편집되고 왜곡될까 봐, 누군가의 필요에 따라 이용될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지요.
책 출간을 염원하셨지만, 당신 손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글이기에 ‘어머니가 이 글을 출판하기를 원하셨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 P6

어머니 글의 힘은 솔직함과 사랑에서 오는 듯합니다. 어머니는 결핍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가난했으나사랑을 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마음에 누구보다 솔직했기에 눈치를 보거나 세상의 굴레에 갇히지 않았지요. 당신의 경험과 생각, 때로는 소박하지만 당신에게는 절실한 것조차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일에 거침이 없었습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소외된 자였으나, 단순함과따스함으로 세상의 견고한 아성을 비틀고 그 위에서 자유로이 뛰놀았지요. - P7

"어데 갔다 이래 오래 있었누? 니 팔랑대며 드나들지를않으니 밥맛이 다 없어지드라. 할아버이 밥 잡수라고 부르러가다가 보니 니 신발이 있길래 왔제."
며칠이나 살고 가려나 하시더니 할머니는 벌써 마음에내가 앉을 의자 하나 놓으셨나 보다. - P16

그때 나는 깨달았다, 고통은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하지만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도 한다는것을, 함께 가려면 우선 내가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우리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를 소중하게 여기기시작했다. 이렇듯 사람은 고통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성장하게 된다. - P25

"전화로 하지, 이 더운데 뭐 하러 거기까지 갔냐?"
가까운 가족조차 내가 청각장애로 애를 먹는다는 걸 잊을 때가 많다. 대신 전화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이상한 눈으로쳐다본다. 그럴 때마다 전화 통화가 불가능해서라고 설명해도, 또 도돌이표다. - P35

이 삶의 답답한 경계를 허물 수 없어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은 나의 탈출구다. 나의 슬픔, 나의 한탄, 나의 목마름, 나의안타까움. 하지 못한 많은 말을 글로 토해내며 글로나마 나를위로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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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의 포플러나무를 좋아합니다.
때로는 보랏빛으로 칭얼거리고때로는 선홍빛으로 얼굴을 붉히는 - P71

돌멩이가 넘어뜨린 것이 자신의 사랑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어려울 것이 없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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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구멍 뚫린 생이 되어세상의 찬바람에 번쩍, 깨어버린아이가 되고 말았어요. - P239

남 탓은 중독이다. - P71

진정한 멋 멋사람은 자신만의어떤 사치의 감각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위해나머지를 기꺼이 포기하는 것제대로 된 사치는 최고의 절약이고최고의 자기 절제니까 - P46

광야의 밤광야의 밤은어둠이 크다.
오늘 밤은야생화 요를 깔고별 이불을 덮고ECT바람의 노래로잠이 든다.
그대만 곁에 있으면좋은 밤이련만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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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나의 소설 E를 열어보는걸로 다시 시작하라고 했다. 그러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날 돌아와 E를 열었다. 2020년 11월이었다. 다시 쓰기시작했다. 펼쳤다 덮었다, 아팠다 아프지 않았다 하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2021년 11월, 최종 원고 상태인 E를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에게 보낼 수 있었다.
E는 2022년 3월 출간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아프지않다. - P207

4. 무대가 끝난 뒤보통 나는 좀 운다. 글 쓰는 사람들이 다들 그런지는 잘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글을 다 쓰고 나서 읽고, 운다. 내가쓴 모든 글을 읽고 우는 것은 아니고, 어떤 글은 읽고 나면가슴이 뻐렁치는 때도 있다.( 뻐렁치다‘ 라는 표현을 글에 써도되는지는 모르겠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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