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을 갖춘 작품들은 매년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겨울 정도이다. * - P130
게다가 엘리트들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영역이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망이다. 이 분야는 기본적으로 날씨와 같다. 어떤 작품이 성공하고 어떤 작품이 실패할지 아무도 모른다. 사후 분석만 가능할 따름이다. - P135
"창의력이 곧 상품인 문화 사업은 확률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창의력 시장‘에 내재한 카오스 특성을 치유할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카오스를 이겨 내는 불굴의 투지와 끈기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 - P136
한 달 동안 열린 무명화가협회 전시회의 누적 관객은 총 3500명이었다. 비평가 루이 르루아가 이 전시회를 둘러보고 잡지에 혹평하는 기고문을 썼다. "벽지도 이 그림보다는 낫겠다. 이 그림에는 인상만 듬뿍 담겨 있다……………" 무명 화가들을 부르는 명칭이 거기에서 나왔다. 인상파. 이때 작품을 낸 젊은 화가들은 모네, 세잔, 드가, 르누아르, 피사로 등이었다.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혁명적이었고 가장 유명하고 가장 중요한 전시회다. - P139
"선배, 기자의 자질을 시험으로 알아본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인 것 같아요. 우리 그러지 말고 인력 충원 방식 자체를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확 바꾸면 어떨까요? 각 기자들이 같은 출입처에 나가는 경제지와 인터넷 신문 기자들중에서 괜찮다 싶은 젊은 기자들을 수시로 추천하고, 그 사람들을인사팀에서 살피면 어떨까요? 어떤 사람이 기자 일을 잘할지 못할지 알려면 그 일을 진짜로 시켜 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 P160
제주4·3평화문학상의 경우 워드프로세서 문서로 작성하되글씨체는 바탕체, 글자 크기는 12포인트로 하고 용지 좌우여백은각각 30밀리미터로 하라는 등의 지시가 있다. 한겨레문학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응모작의 본문 스타일도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200자 원고지에 볼펜으로 쓴 원고도 한 편 눈에 띄었다. - P167
그런데 『누운 배』를 본심에 올릴 때 나는 다소 망설였다. 그것은 『누운 배』 탓이 아니었다. 다음과 같은 문제들 때문이었다. ① 심사 첫날 읽은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내가 제대로 평가한건지 의심이 들었다. ② 너무 내취향인 소설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③ 내가 예심에서 떨어뜨린 응모작들에는 다른 기회가 없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 P179
나는 여기에서 ‘나도 그렇게 별종은 아님‘이라고 주장하는 게아니다. 내가 주장하려는 바는, ‘문학장(場)의 일반적인 합의‘와 정확히 일치하는 문학관을 지닌 소설가나 평론가는 아무도 없다는것이다. 얼굴이 정확히 한국인 평균처럼 생긴 한국인이 존재하지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 P183
응모작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솔직하고 구체적이었다. 비판의 각도와 기준은 그야말로 전방위였다. 문장, 인물, 주제, 소재, 구조, 대사, 배경, 사실성, 서사성, 서정성, 예술성, 진실성, 시대성, 설득력, 흡입력, 완성도, 성숙도, 세련미, 참신함, 꼼꼼함, 날카로움………… 듣다 보니 등골이 서늘했다. 그런 날선 비평을 직접 듣거나본 적이 없어서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내 작품의 단점을 누군가 저렇게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말을 들으면 울면서 뛰쳐나가게 될 것같았다. 그래 놓고 심사위원들은 다들 내게 ‘심사평은 응모자들이용기를 얻도록 잘 써 달라, 모든 원고들에 대해 한 줄씩이라도 언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 P188
장강명: 수상작들이 다 비슷비슷하다, 상의 개성이 없다. 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강유정: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심사위원만의 문제도 아닌 게, 예를 들어 역사소설 당선작이 나오면 역사소설 응모작이 모이고, 노숙자를 다룬 작품이 당선되면 노숙자나 다른아웃사이더를 다룬 응모작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응모자들이 전년도 당선작을 마치 모범 답안처럼여기는 것 같아요. 뭐가 먼저고 뭐가 나중인지 모르겠지만.…………. - P198
이런 요령들은 정말 돈값을 하는 걸까? ‘공모전에 당선되려면글씨체는 신명조체, 글자 크기는 10포인트, 장평은 90퍼센트, 자간은 마이너스 7퍼센트로 해야 한다‘는 말에 비해 얼마나 믿을 만한걸까? 누구도 모른다. 어쨌든 취업 성형도, 취업 사교육 강좌도, 취업 부적도, 합격 정장도 잘 팔린다. 얼마나 기괴한가얼마나 처연한가 - P206
로스쿨, 대학 총장 추천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비판적인견해는 따져 보면 다 같은 내용이다. 첫째로는 ‘못 믿겠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가진 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스쿨과학생부종합전형은 모두 각종 부정 의혹을 사고 있다. 그 두 제도에붙는 멸칭도 같다. ‘현대판 음서제‘이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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